[바이라인네트워크 창립 6주년 기획, 스타트업과 사람들]

지난 10년간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상상 속에서나 볼 수 있다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도 20개사 가까이 등장했습니다. 스타트업에 투자되는 자본의 규모도 이전과는 다릅니다. 대기업이 자본 싸움에서 스타트업에 밀리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바이라인네트워크는 창립 6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현재를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기획의 특징은 ‘사람들’을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비춰본다는 점입니다. 스타트업 창업가와 투자자를 비롯해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직원이나 스타트업에 들어가고 싶은 취업준비생, 스타트업이 만든 플랫폼에서 일하는 긱 노동자 등을 바이라인네트워크가 만나봤습니다. 이번 기획을 통해 독자 여러분이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좀더 이해하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편집자 주.

박지원 세이브앤코 대표

⑨ 여성창업자와 펨테크 스타트업

박지원 세이브앤코 대표를 처음 만난 건 지난 2018년 가을이었다. 삼십대 초반의 나이에 미국 텍사스대 디자인학과 교수를 하고 있다는 것도 눈길을 끄는 이력이었지만, 그보다 수업 시간 학생의 발언에서 아이디어를 찾아 창업하고, 한국에서 사업하러 방학마다 비행기를 탄다는 그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가 창업한 아이템은 콘돔이다. 그냥 콘돔은 아니고 여성이 사기도, 쓰기도 편한 콘돔이다. 지금은 여성의 건강에 초점을 맞춘 펨테크 스타트업이 여럿 나왔지만, 당시만해도 펨테크란 단어가 생소했고, 게다가 ‘콘돔’을 아이템으로 들고나온 기업은 더욱 드문 때였다. 박 대표는 회사의 이름을 안전을 연상케하는 ‘세이브(saib)’라 지었는데, 철자를 뒤집으면 편견을 뜻하는 ‘바이어스(bais)’가 된다.

세이브앤코가 창업한지 벌써 4년이나 흘렀다. 그사이 펨테크라는 단어는 익숙해졌다. 여성 창업자의 수도 눈에 띄게 늘었다. 여성을 위한 콘돔이라니, 열릴 것 같지 않은 이 시장도 결국은 편견을 벗어내고 있었다. 지금까지 세이브앤코의 이름을 달고 팔린 콘돔의 개수는 85만개. 가능성이 보인다. 박 대표는 아예 학교를 때려치우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이전보다 여성 창업자도 늘었고, 건강의 관점에서 성을 바라보는 ‘섹슈얼웰니스’ 산업도 규모가 생기고 있다. 박지원 대표는 “예상보다 시장이 빨리 바뀌고 있다”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아직도 포털에서 청소년은 콘돔을 검색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에는 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에는 아직도 ‘인식’이 문제다.

세이브앤코의 콘돔 ‘세이브’. 성적인 메시지를 제거하고, 디자인 자체를 예쁘게 바꿨다. 파우치에 휴대해도 다른 소지품과 크게 이질감이 없게 하는데 초점을 뒀다. 사진=세이브앤코 홈페이지.

창업한지 벌써 4년이 지났다. 사이 회사는 어떻게 성장했나?

섹슈얼웰니스에 초점을 맞춰서, 성생활에 사용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제공하는 펨테크 기업으로 키워나가고 있다. 처음에는 콘돔만 만들었는데 지금은 여성청결제 등으로 상품군이 많아지고 있다. 여성을 위한 건강하고 안전한 제품을 만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창업을 결정한 것이 학교 수업 시간 때였다고 들었는데

2013년에 미국 오스틴 지역에 있는 텍사스대 교수가 됐다. 첫 수업 과제를 “주변의 사회 문제를 찾아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디자인 장치를 공공장소에 설치하고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기록해 발표하라”는 것이었다. 당시에 얌전한 여학생이 콘돔을 가지고 발표를 했다. 금요일 저녁에 학교의 보건실 같은 곳에서 콘돔을 가져가라고 쌓아놓곤 하는데, 거기 있는 콘돔을 쓸어 담아서 ‘세이프 섹스’라는 글자를 만들어 벽에 설치했다는 거다. 학생들이 이 문구를 보면서 콘돔을 떼어갈 수 있도록 말이다. 이 발표를 들으면서 오히려 내가 너무 걱정이 되더라. 수업에 남학생도 있는데, 분위기가 이상해지면 어떡하나 하고.

유교의 나라에서 간 선생님이다(웃음)

제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지면서, ‘뭐라고 얘기해야 하나’라고 너무 걱정되더라. 그런데 발표가 끝나고 학생들이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성숙한 태도로 이야기를 나누더라. 그 자리에서 얼굴이 빨개지고 부끄러워하는 건 나밖에 없다는 걸 알았다. 성인 여성인 나는 성에 대해 무지한게 미덕이라고 교육을 받고 자라왔는데, 이들은 자신을 잘 챙기지 못하는 게 오히려 창피한 거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한국에도 이런 인식을 가져가고 싶었다. 그래서 섹슈얼웰니스로 한국에서 창업하기로 했다.


지난 몇십년간 한국사회는 굉장히 역동적으로 바뀌었다. 와중에도 성과 관련된 부분은 변화가 더딘 것 같다

그렇다. 특히 콘돔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은 한국의 콘돔 사용률이 굉장히 낮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도 실질적인 성교육이 많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까 성에 대해 무지하고, 성 건강을 위해서 뭘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사람들이 잘 모르기도 한다. 그냥 성이라는 것 자체를 부끄럽게 생각하고 터부시 하다보니까 어디가서 얘기하거나 물어보는 것도 어려운 분위기다. 음지화되어 있어서, 네이버 카페 같은 곳에서 자기들끼리 물어보고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다보니 잘못된 정보들도 많이 퍼져 있다.

 어떤 부분이 가장 문제라고 보나?

가장 크게 바꾸고 싶다고 생각한 부분이 콘돔 사용률과 피임 실천율이다. 지금까지는 피임이 남성에게 위임되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책임은 여성이 진다. 여성이 주체적으로 자기 몸을 보호할 수 있도록 콘돔도 가지고 다닐 수 있어야 하고, 남성들에게 사용하도록 강요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콘돔을 만들어서 대표 상품으로 꾸준히 판매를 하고 있다.

여성 같은 경우 생애주기별로 굉장히 다양한 신체 변화를 겪는다. 생리를 시작하고, 피임을 하는 시기가 있고 임신을 준비하는 기간과 출산, 완경, 갱년기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다양한 변화가 일어난다. 변화의 주기마다 일어나는 고민이 있을 텐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세이브앤코가 출시하고 싶다. 그래서 브랜드 이름을 세이브(SAIB)라고 지었다. 처음에는 성에 대한 편견(바이어스, BIAS)을 뒤집는다고 생각했는데, 보니까 모든 생애 과정에서 편견이 다 있더라. 우선 생리 시작부터 쉬쉬하고.

폐경이라는 표현도 이제는 완경이라고 바뀐지 얼마 된다

여성이 나이 들어가면서 겪는 신체적인 변화를 부끄럽고 창피한 거라고 생각을 한다. 피임을 하는 것도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난임을 겪는 사람들은 또 그것대로 편견이 있어서 얘기를 잘 못한다. 그 모든 과정이 다 편견인 것 같더라. 그런 것들을 같이 해결하고팠다. 이용자들이 나이들어감에 따라서 갖는 여러 필요를, 우리 브랜드가 다양하게 커버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일을 하고 있다.

창업 당시만해도 펨테크 기업이 드물었다. 사실상 세이브앤코가 거의 처음 아니었나?

처음 창업할 때만해도 진짜, 모든 사람들이 반대했었다. 일단 시장도 비정상적으로 작게 형성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콘돔 시장의 소비자가 90% 가까이 남성이었기 때문에 여성을 데려와서 파이를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제조사도 유통사도 주변 사람들도 모두 “이 사업은 될 수 없다, 망할 거다”라고 말을 하더라.

모두가 반대했을까?

어차피 여성들은 (콘돔을) 안 사는데, 아무리 잘 팔겠다고 해도 사겠느냐는 거였다. 이런 걱정을 많이 들어서, 각오를 하고 사업을 시작하기는 했다.

창업을 결정한 것은 미국에서였다. 그런데 굳이 더 어려워 보이는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유가 있나?

미국에서 사업을 해도 됐다. 왜냐하면 미국에서는 이미 콘돔 구매자의 40%가 여성이라서다. 이미 시장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제품의 강점을 비교해 판매하면 된다. 그런데 한국은 시장 자체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아예 제품 자체를 구매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교육을 통한 인식 개선을 먼저 해야 한다고 봤다. 여성이 왜 콘돔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떤 제품이 나한테 건강한 것인지 등을 알리는 인식 개선이 되고 나서야 판매까지 이루어질 수 있을테니까. 오래 걸릴 수도 있겠다는 각오를 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너무 여성타깃이라 걱정도 하고 중성 콘셉트도 잡았었는데, 막상 시장을 보니까 모든 브랜드가 ‘남성’을 외치고 있더라. 콘돔에도 야한 여성이 포즈를 잡고 있거나 야한 메시지가 적혀 있거나 황금말이 반짝이거나 개그맨 신동엽 씨가 씩 웃고 있는  디자인 뿐이었다.

메시지를 받는 사람이 남성인 것이 거의 분명한 제품들이다

제품 시장 조사를 하는 단계에서도 이질감이 너무 느껴졌다. “이 제품은 너의 것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역할을 디자인이 하고 있었다. 이걸 사서 가방에 내 소지품과 함께 넣고 다니는 것 자체가 내게는 불편한 경험이다. 모든 브랜드가 남성을 외치고 있으니, 우리 같은 브랜드 하나 정도는 여성을 외치는 곳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여성을 위한 브랜드로 집중했다. 여성에게 이질감이 들지 않는, 여성이 편안하게 제품을 구매해서 사용할 수 있는 콘돔 말이다. 한 발 더 나아간다면, 여성이 사고 싶어지는 디자인을 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제품을 만들 때는 문제가 없었나? 공장을 구하는 데부터 힘들었을 것 같은데

제조사에서 거부반응이 있었다. “너 같은 어린 여자가 콘돔에 대해 뭘 안다고 떠드느냐” “어차피 그래봤자 사업 안 될 거다” “뭘 까다롭게 이성분 저성분 따지느냐” “우리는 지금까지 몇십년동안 아무 문제 없이 해왔다” “사람들은 그런거(성분) 신경 안 쓴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제조사한테 “우리가 망하면 망하는 거지만, 우리 같은 브랜드가 살아남으면 제조사 입장에서도 새로운 고객이 생겨나는 것 아닌가. 기존 브랜드와 경쟁하자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고객을 찾겠다는 거니까 손해볼 건 없지 않느냐”고 이야기했다. 지금은 제조사도 인정을 하고 있다. 이렇게 해도 된다는 걸 보고난 이후다.

시중에 판매되는 콘돔에서 인체에 안 좋은 성분이 대표적으로 뭐가 있나?

니트로사민이라는 발암물질이 있다. 라텍스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부산물이다. 예전에 아이들 공갈 젖꼭지나 입으로 부는 고무 풍선에서 검출돼서 공론화된 적이 있다. 그러나 콘돔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잘 알지도 못하고, 문제가 된 적도 없다. 이 외에 향이나 색을 내기 위해 첨가되는 물질들도 인체에 해롭다. 특히 여성에게 안 좋은 것은 질 내부에서는 이런 성분이 훨씬 빠르게 잘 흡수되기 때문이다.

첨가물은 안 쓸 수 있지만, 니트로사민은 부산물인데 어떻게 없애나?

세척을 여러번 더 신경 써서 하고 기존 공정보다 작업을 더 까다롭게 진행해야 한다. 첨가물도 쓰지 않고.

창업 후  시장이 달라진 점이 있나?

진짜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시장이 빨리 바뀌고 있다. Z세대도 여전히 공교육에서 성에 대한 지식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이 친구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사회적으로 성에 대한 편견에 덜 신경 쓰고,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최근 한국사회에서도 페미니즘 무브먼트가 시작이 되면서 여성들이 성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지고 이야기 하는 것에 허들이 없어지는 현상이 있었는데, 그런 것들이 우리한테도 도움이 됐다고 본다.

지금 세이브 콘돔 판매처가 어떻게 되나?

세븐일레븐 같은 편의점이나 올리브영, 랄라블라 같은 곳에서도 판매를 하고 있다. 또 코로나 시기에서 온라인에 집중해 자사몰을 키우고 있고, 온라인 편집몰에도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실제로 여성이 많이 사는지 남성이 많이 사는지 있는 방법이 있나?

오프라인 데이터를 알기는 어렵지만, 자사몰 데이터가 있다. 정확히 반반이다. 이 시장은 남성을 배제하고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걱정도 있었는데 막상 제품 판매를 시작하고 나니 많은 남성분이 사랑하는 상대를 위해 이 제품을 샀다는 이야기를 진짜 많이 하더라.

판매량이 어떻게 되나?

시그니처 제품인 프리미엄 콘돔의 누적 판매량이 85만개가 넘었다. 2018년 9월부터 시작해서 1년에 평균 25만개 이상씩 팔렸다. 올해 100만개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

생각보다 많이 팔린다. B2B(?)로는 모텔 시장이 클텐데, 그런데는 공략할 수 없나?

지금 모텔에 납품되는 콘돔은 대부분 저가형이다. 안 좋은 성분들이 가장 많은 콘돔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모텔 시장은 가격에 민감하다.

준비 중인 제품이 있나?

다양한 제품을 연구개발하고 있는데, 윤활제도 그 중 하나다. 보통 윤활제 성분이 정자의 운동력을 감소시키므로 피임에 도움이 된다. 그래서 임신을 준비하는 분들을 질이 건조해도 윤활제를 쓰지 못한다. 그런 분들을 위해서 해외에서는 정자의 운동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정자가 생존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제품이 있다. 그런거를 직구해서 어렵게 쓰는데, 저희가 지금 그런 제품을 개발하려고 한다.

제품을 보면 펨테크 중에서도 가장 많이 터부시 되는 부분을 주로 다루고 있는데

한국이나 아시아권에서 특히 그렇다. 그렇지만 이것 역시 바뀔 거라고 본다. 10년 전에는 불면증이 있어서 정신과 상담 받는 것도 껄끄러워했다. 정신과 검진 이력이 있으면 불이익도 받았고. 그렇지만 지금은 잠이 안 와서 수면제 처방을 받거나 심리 상담을 받는 것이 너무 당연한다. 새로운 인더스트리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섹슈얼웰니스 역시 마찬가지다. 건강한 생활을 하느냐 아니냐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똑같이 관리해야 하는 부분인데 너무 터부시됐다. 섹슈얼웰니스 역시 당연시 되는 시대가 올 거고, 우리 같은 브랜드가 그걸 조금 더 앞당기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코로나가 콘돔 산업에도 영향을 미쳤나?

재미있는 부분이, 통상 불황일 때 콘돔 사용률이 피크를 찍는다고 알려져 있다. 경제가 어려우면 아이를 가지지 않으려 하니까 불황 때마다 콘돔 판매량이 피크를 찍어왔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오히려 콘돔 사용률이 바닥을 찍었다. 사람들이 밖에 안나가니까 안에서 데이트를 많이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게 아니라 너무 집에 있다보니까 연애도 안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다. 세계적으로 콘돔 산업 자체가 다운됐다고 하더라.

의외의 상황이다

그래도 저희 제품 같은 경우에는 여성이 타깃이었고, 온라인 판매화 한 것이 도움이 됐다. 기존에는 콘돔 판매의 90% 가까이가 편의점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렇게 대량으로 주문해놓고 스는 사람은 신혼 부부 정도이지 않나. 대부분은 필요할 때 눈앞에 있는 편의점 가서 사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코로나 때문에 판매의 온라인화가 가속화된 부분이 있다.

온라인으로 콘돔이 성인용품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나. 청소년은 구매가 어렵지 않은가?

콘돔은 원래 법적으로는 누구나 살 수 있는 일반 의료기기다. 콘돔 중에서도 돌기가 있거나 사정지연제가 들어간 특수 콘돔만 성인만 구매하게 되어 있고. 일반 콘돔은 누구나 살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사람들이 거기에 도덕적인 잣대를 가지고 오는 거다.

청소년이 콘돔을 경우에 벌어지는 문제가 크지 않나?

‘성인용품’이라는 용어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섹슈얼웰니스’라고 말하는 이유다. 성인용품이라고 하면 성인만 써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드는데, 사실 그건 아니니까. 실제로 청소년이 성관계를 하는 비중도 굉장히 높아지고 있다. 학교에 콘돔을 무상으로 배포하려고 해도, 학부모들이 반대한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곳이 한국의 포털사라고 생각한다. ‘콘돔’을 검색하면 네이버나 다음, 구글 등에서 제일 처음에 보이는 문구가 “청소년에게 유해한 검색어이니 성인 인증을 해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제대로 안 가르쳐주고 어른들은 쉬쉬할 때 아이들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검색인데, 첫 단어가 청소년 유해 검색어다. “이런 거는 내가 알면 안 되는구나, 내가 살 수 없는 거구나”라는 인식이 심어지게 된다. 성관계를 갖더라도 콘돔을 사려는 시도조차 안 하는 학생들이 많아질 수 있다.

청소년에게 피임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막상 콘돔을 수는 없는 환경을 만드는 아닌가?

아무도 그 얘기를 하지 않는다. 콘돔도 사용법에 따라 피임확률이 다른데, 그런 것도 알려주는 곳이 없다. 성교육을 아직도 2차 성징과 생리 같은 것만 다룬다. 피임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다루지도 않는다. 콘돔을 올바르게 착용하는 법, 사용법 등은 알려주지 않는다.

검색이 되면 사업에도 영향을 받을텐데

마케팅적인 제약도 너무 많다. 소비자 브랜드를 론칭하면 네이버나 다음 같은 곳에 검색 키워드를 등록하고 쇼핑 상단에 노출도 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런게 다 금지되어 있다. 한국 인스타그램에서 계정이 정지되기도 했다. 야한 콘텐츠를 다루고 있는게 아니라 섹슈얼웰니스 콘텐츠를 다루고 있는 데 말이다.

여성 창업가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예전에는 여성 창업가와 이야기를 나누면 스타트업 생태계의 ‘유리천장’이 있다고들 말했다. 지금도 상황은 같을까?

분명히 개선되고 있다. 여성 창업에 특화한 펀드도 많이 운영되고 있고. 세이브앤코가 입주해 있는 ‘스페이스살림’에도 여성 대표나 여성을 위한 기업이 많은데, 여기에도 벌써 100개 기업이 들어와 있다. 극초기의 작은 기업도 많지만, 이들 역시 선발된 곳이니까 실제로 여성 창업자는 더 많을 거라고 본다. 하지만 아직 창업 생태계의 절대다수는 남성이고, 벤처투자사의 의사결정 구조에도 남성이 더 많이 관여하는 것은 사실이다.

의사결정 구조에 남성이 많은 상황이 여성 창업자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

아무래도 여성 고객의 요구에 맞춘 사업에 대한 이해도나 공감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 특히 여성 대표의 경우 젊은 사람이 많은데, 결혼과 출산, 육아를 하는 것을 리스크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도 있더라. 그런 걱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역시 삶의 중요한 부분일 수 있는데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고 듣기는 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3년 가까이 자체적으로 특허 성분을 연구, 개발한 ‘솔리드 페미닌 워시’가 나왔다. 고체형 여성 청결제다. 생식 건강에 좋은 비건 유산균, 요로 건강에 좋은 크랜베리를 특허성분으로 한다. 이 성분들이 잘 흡수될 수 있도로 저분자화시키고 항산화 성분의 순도를 개선했다. 고체형인데, 패키지까지 모두 물에 녹도록 제로 웨이스트 포장으로 출시했다. 같은 성분이 들어간 윤활제와 먹는 영양제도 현재 개발 중이다. 모두 연내 출시될 예정이다.

미국 진출도 중점적으로 할 예정이다. 일본은 이미 진출했는데, 라인업을 확장하려고 한다. 일본에서는 현재 여성청결제를 먼저 판매하고 있고, 콘돔은 인허가를 진행 중에 있다. 대만도 마찬가지라서 연내 본격 진출한다. 중국과 싱가포르 시장도 눈여겨 보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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