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토스의 PO는 작은 스타트업 CEO와 같다”

토스에는 스무명이 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있다. 놀랍겠지만 진짜다. 20명이 넘는 CEO들은 각자 맡고 업무 범위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구성원들과 논의해 6개월간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할 것인지 목표를 설정한다.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형성이 되면 곧바로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만약 서비스가 사용자들로부터 선택을 받지 못하면 접기도 한다. 그리곤 사용자 관점에서 문제를 찾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또다시 돌입한다.

모두 토스의 작은 CEO 역할을 하는 프로덕트오너(PO)의 이야기다. 토스의 PO들은 모두 자신을 작은 스타트업 CEO라고 말한다. 자부심이 느껴지는 이 말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회사의 의사결정 구조, 예산, 실패에 대한 책임 등에 얽매이지 않고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일을 추진하고 진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토스보험 서비스의 PO를 맡고 있는 장민영 씨는 토스의 여러 CEO 중 한 명이다. 팀 단위인 토스보험 사일로(Silo)를 이끌고 있는 장민영 PO는 토스의 PO에 대해 “책임감이 크지만 업무를 통한 성취감, 주도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자율성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꼽았다. 어떻게 보면 모두가 월급쟁이(?)인데, 어떻게 한 회사에 CEO 마인드를 가진 직원들이 스무명이나 될까. 토스 PO에는 특별한 것이라도 있는 걸까.

장민영 PO에게 토스 PO가 어떻게 일을 하는지 직접 물어봤다.

장민영 토스보험 PO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토스보험 서비스 PO를 맡고 있는 장민영입니다. 토스에 합류한 건 2019년 11월이고요. 그 전까지 통신사에서 10년간 근무하면서 모바일, 인공지능(AI) 서비스를 담당했습니다. 지금은 토스에서 보험 서비스 PO를 맡고 있습니다.

PO는 어떤 일과 역할을 하나요?

PO는 프로덕트 오너(Product owner)의 약자인데요. 내부에서는 PO 업무를 설명할 때 ‘미니 CEO’라고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PO는 사일로(Silo)라는 하나의 조직을 이끄는데요. 사일로는 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출시하고 운영할 수 있는 조직입니다. 사실상 사일로 하나가 작은 스타트업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서 토스에서는 PO를 미니 CEO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속 또 다른 CEO라, 굉장히 흥미롭네요.

이 관점에서 재밌는 것이 있는데요. 토스에서는 실패를 축하하는 ‘페일러 파티(Failure party)’라는 문화가 있습니다. 토스의 최대 장점 중 하나가 자유로운 문화인데요. 그렇지만 온전한 자율이 있으면 그만큼의 책임이 있고 또 실패할 수 있잖아요. 토스의 철학은 한 번에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확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많은 실패를 빠르게 해야지만 성공을 할 수 있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가 온전히 사용자를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문제를 해결하는 최고의 방법을 한 번에 만들 수 없기 때문이죠. 결국 여러 시도를 했지만 사용자에게 외면받아 서비스를 접는 등 이런 실패가 쌓여야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면 실패를 하면 구성원들이 축하를 해주는 건가요?

네. 오히려 실패를 하면 직원들 간 축하해주는 문화에요. 그것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경험을 한 것이니까요. 실제로, 저희가 어떤 제품을 오랜 시간 투자해서 만들고 운영했는데 결과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고 판단이 되면 서비스를 종료하는데요. 이때 저희는 그런 의사결정을 한 PO에게 박수를 쳐주고, 직원들 앞에서 발표하는 자리에서 실패 사례를 공유하기도 해요. 우리는 이러한 실패를 겪었는데 이 과정에서 어떤 것을 배웠고 앞으로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취지죠. 이런 문화가 PO 입장에서는 미니 CEO로써 다양한 시도를 주저 없이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장점이 있어요.

들어보니 PO의 역할이 쉽진 않을 것 같은데요. 사일로 구성원들이 PO에게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는 방향성 설정이에요. 특정한 목표와 방향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지, 단계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해 빠르고 크게 임팩트를 만들 수 있을 것인지 등의 역량을 갖는 것이 사실 CEO의 역할과 비슷하죠.

CEO는 제품을 잘 만들어 어떻게 성공을 시킬 것이냐의 관점을 가지고 있잖아요. 성공을 시키기 위한 전략을 잘 만드는 것, 마찬가지로 토스에서 PO에게 기대하는 가장 첫 번째 자질이에요. 두 번째는 어려움을 잘 돌파할 수 있는 역할을 기대하는 것 같아요.

자유로움 속에서의 실패를 통한 배움. 사실 기업 입장에서 이런 문화를 만드는 것이 쉽진 않은데요. 토스의 전반적인 업무 문화는 어떤 편인가요?

처음 토스에 와서 가장 충격을 받았던 게 이곳에는 보고라는 것이 아예 없어요.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보고를 해야 하는 대상 자체가 없거든요. 사실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새로운 것을 하려면 항상 보고서를 쓰고 승인을 받아야 했는데, 이곳에서는 “이걸 해서 사용자가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고 하면 바로 실행하는 구조더라고요. 이 점이 가장 신기하고 충격적이었어요.

토스에서는 PO가 사일로에서 이걸 하자고 하면 보고 없이 실행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예산이나 법적인 검토가 필요하면 관련 조직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줘요. 만약 우리 사일로에서 무언가 하겠다고 결정하면, 토스 구성원들이 알 수 있도록 메신저에 알려주기만 하면 돼요.

그런데 자유로우면 가끔 분위기가 해이해지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제가 토스에 합류하고 나서 당황스러웠던 두 번째 점이기도 한데요. 과거 대기업에서 프로젝트매니저나 기획팀장을 하면 직원들에게 일을 나눠주고 저는 일정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어요. 정해진 시기에 결과물이 나와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토스에 와보니 제가 PO지만 구성원들에게 일을 시키거나 지시하는 구조도 아니고 일정을 관리하는 사람도 아니더라고요.

신기한 것이 이곳에는 개발자, 디자이너 등 구성원 모두가 의사결정을 하는 주체에요. 다 같이 모여서 이번 주에 풀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풀 것인지에 대해 생각을 맞춰요. 거기에서 공감이 생기고 중요하다고 결정이 되면 각자의 역할을 하는 구조에요.

예를 들어, 토스 보험에서는 사용자들에게 상품 퀴즈를 제공하는데요. 사용자가 하루에 풀 수 있는 퀴즈가 총 세 개인데 사용자가 그걸 모르고 앱을 나가는 것이 문제라고 내부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면 가설을 세워요. 가령, 퀴즈를 하나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세 개를 순차적으로 보여준다는 내용 등이요. 그럼 이 가설을 기능으로 만들어 실험을 해요. 이때 디자이너, 개발자 등이 각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죠. 각자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일을 진행하면 며칠 뒤 실제로 앱이 출시 되어서 사용자들에게 노출이 되죠. 즉, 직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면 곧바로 자기 할 일에 돌입해 빠르게 서비스가 나와 분위기가 해이해지는 경우는 없어요.

이렇게 자유롭지만 책임감이 있는 분위기 속에서 나온 서비스가 있을까요?

지금 운영하고 있는 보험설계사 전용 영업 지원 앱인 토스보험파트너도 특이한 과정을 거쳤어요. 원래 이 서비스를 승건님(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이 옛날부터 하고 싶어 했었어요. 근데 일반적인 회사라면 대표가 중요한 것이고 꼭 해야 된다고 생각하면 조직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잖아요. 그런데 토스에서는 대표라고 해서 모든 의사결정을 하지 않거든요. 실제로 승건님은 하고 싶었지만 다른 구성원들이 중요도에 공감을 못하면 아무도 하지 않아요.

마침 보험설계사 영업 지원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관련된 것을 조사하고 고민해보니까, 지금 해야 하는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같이 일하던 몇몇 개발자를 포함한 구성원들이랑 이야기를 했고 여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찾았어요. 그렇게 공감대가 형성된 사람 4명이 개발을 시작해 일주일 만에 토스보험파트너 서비스를 만들었어요. 만약 대기업이었다면 보고부터 시작해 태스크포스팀(TFT)를 꾸리고 개발이 완성되기까지 최소 6개월 이상 걸렸을 텐데, 이곳에선 일주일 만에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었던 거죠.

장민영 토스보험 PO

이야기를 듣고 보니 토스로 오고 나서 많은 것들이 바뀌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업무에 대한 관점이나 그런 것들이요.

네, 예전에는 서비스를 만들더라도 공급자 관점에서 바라봤어요. 서비스를 만드는 이유는 이걸 통해서 많은 사용자를 모으는 것, 그 사용자들을 기반으로 큰 수익을 내는 것. 이게 공급자적인 관점이잖아요. 그런데 토스에서는 달라요. 고객 관점에서 고객이 겪고 있는 문제가 뭔지 찾는 것이 더 중요해요.

제가 맡고 있는 토스 보험 관련해서 설계사도 우리의 사용자로 보고, 설계사가 겪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 또 그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고민해요. 결과적으로 토스에서 일을 하면서 업무에 대한 관점이 많이 바뀌었어요.

혹시 토스의 PO로 합류하고 싶은 분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을까요?

지금 토스에서 다양한 분야의 PO를 채용 중인데요. 토스의 가장 큰 장점은 100%의 자율성을 가지고 고객 관점에서 빠른 속도로 여러 가지를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이에요. 온전히 제품에만 집중해서 많은 성과를 만들고 영향력을 키울 수 있거든요. 이런 점에 갈증을 느끼는 분들이나 다양한 시도를 주도적으로 하고 싶은 분들이 토스로 오시면 매일 놀이터에 오는 것처럼 일을 할 수 있어요.

직장에 가는데 놀이터에 가는 기분이라. 신기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토스의 업무량에 대해서도 얘기를 한다면요.

외부에서 토스의 업무 강도가 높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데요. 사실 재직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안 느끼는 편이에요. 근무 시간에 대한 자유도가 높아서 자녀가 있는 직원들도 많아요. 주 40시간제이지만 저희는 주 30시간 일해도 돼요. 휴가도 자율적으로 쓰는 분위기라서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어요.

네, 앞으로도 사용자들을 위해 즐겁게 서비스 개발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인터뷰 여기에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