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라인네트워크 창립 6주년 기획, 스타트업과 사람들]

지난 10년간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는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상상 속에서나 볼 수 있다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도 20개사 가까이 등장했습니다. 스타트업에 투자되는 자본의 규모도 이전과는 다릅니다. 대기업이 자본 싸움에서 스타트업에 밀리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바이라인네트워크는 창립 6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현재를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기획의 특징은 ‘사람들’을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비춰본다는 점입니다. 스타트업 창업가와 투자자를 비롯해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직원이나 스타트업에 들어가고 싶은 취업준비생, 스타트업이 만든 플랫폼에서 일하는 긱 노동자 등을 바이라인네트워크가 만나봤습니다. 이번 기획을 통해 독자 여러분이 대한민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좀더 이해하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편집자 주.

김철우 더벤처스 대표

② 엑시트를 경험한 창업자

김철우 더벤처스 대표는 2014년, 스마트 기기 컨시어지 플랫폼 ‘셀잇’을 창업했다. 스마트 기기를 사용자끼리 거래하지 않고 업체가 직접 매입해주는 서비스다. 2015년, 카카오 자회사인 케이벤처그룹(현 카카오 인베스트)에 셀잇을 매각하고, 퀵캣과의 합병을 통해 출범한 번개장터 주식회사 CPO를 역임했다. 번개장터 주식회사 역시 사모펀드에 매각 후 현재는 초창기에 투자를 받은 더벤처스에 돌아와 벤처투자자(VC)와 액셀러레이터로 근무 중이다. 학생 창업과 피인수, 합병, 매각, 벤처 투자를 근 10년 만에 모두 경험한 셈이다. 김철우 대표를 만나 스타트업 창업자의 삶에 대해 물었다.

학생 시절 부산에서 김대현 대표와 함께 창업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우선 당시 케이벤처가 투자사 산하에 기업들을 둔 이유가 무엇이었나?

당시 카닥, 엔진, JOH 컴퍼니, 셀잇 등 다양한 기업이 케이벤처그룹 산하로 편입됐다. 케이벤처그룹은 옐로모바일처럼 벤처 연합체를 만드려고 했던 것이 목표였다.

셀잇 시절의 김철우 대표(두번째)와 김대현 파트너(세번째)(출처=더벤처스)

셀잇 시절 굉장히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었는데, 대기업 산하로 편입되니 삶의 변화가 있었나

기업에 소속되면서 예전과 같은 전투력이 사라진 상태였다. 셀잇 명함 아래 ‘a kakao company’ 글자가 선명하게 박혀있던 게 기억이 난다. 중고 거래가 활성화되기 전이라 갈길이 멀었는데 그 단계에 만족하기 시작했다. 사실 빠르게 인수되기도 했고, “이만하면 잘한 거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케이벤처에서 연간 목표 달성에 대해 70%라고 알려줬을 때 “목표의 70%나 했어?”와 같은 생각도 했다. 그러다 퀵캣과 합병하면서 다시 창업하는 마인드가 생긴 것이다.

번개장터를 운영하던 퀵캣과는 어떤 이유로 합병한 것이었나

셀잇은 신규 사용자 유입이 계속해서 필요해 유저 유치 비용이 필요한 서비스였다. 사용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는 아니기 때문이다. 번개장터는 반대였다. 사용자 수는 매우 많았지만 수익모델이 없었다. 퀵캣을 보유한 네이버 입장에서는 고민이기도 했을 것이고, 따라서 케이벤처가 네이버 지분을 인수해 셀잇과 합병 후 번개장터 주식회사가 됐다.

현재 번개장터에는 각종 사기를 방지하는 시스템(번개톡, 번개페이, 사용자 보험 등)이 많이 있는데 대부분 김철우 CPO 재직 시절 만들어진 것이더라

셀잇은 구조적으로 사기를 방지할 수 있는 모델이었다. 그런데 번개장터는 그렇지 못했다. 두 서비스의 장점을 잘 살리기 위해 다른 계좌 입금을 유도하면 경고를 주거나, 내부에서 페이로 직접 거래하거나 보험을 드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번개페이(출처=번개장터 뉴스룸)

공통의 목적 외에 사실 두 서비스가 매우 달랐던 것이 인상적인데, 대기업 산하의 셀잇 CPO와 번개장터 CPO의 경험은 어떤 차이가 있었나.

퀵캣은 40명 정도, 셀잇은 30명 정도의 기업을 합병시키다 보니 예상 못한 문제가 많이 발생했다. 위기감을 크게 느꼈다. 우선 기업 내 호칭도 달랐고 겹치는 포지션의 직원도 많았다. 사내 문화가 합쳐지기 전 서로의 문화를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 카카오에 문의하면서 인력과 사내문화 등을 정리했다.


제품 총괄 책임자인데 HR까지 직접 했다는 의미인가?

작은 기업 특성상 셀잇에서도 COO와 비슷한 역할을 해왔다. 프로덕트 중심의 서비스를 하다 보니 프로덕트를 만드는 사람에게도 관심이 많아 채용에 관여를 해왔다. 번개장터 주식회사가 출범한 이후에도 TF를 만들어 모든 걸 재정립했다. 특히 셀잇에 있는 분들은 ‘중고거래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비전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셀잇 기준으로는 과거의 서비스 같은 번개장터와 합병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을 것이다. 반대로 퀵캣 분들은 “점령군이냐”는 말도 들었다.

초창기 많은 문제를 겪은 것치곤 서비스를 잘 다듬었고 매각에도 성공했다. 그 후 다시 VC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중고 관련 사업을 10년 가까이했는데 지겨운 마음도 들었다. 시장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어서 시작했는데 중고 거래를 열심히 하는 사람도 아니다 보니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리어에서 한번쯤 쉼표를 찍자고 생각했다. 그만두기 전 원하는 큰 방향이 있으니 M&A를 위해 바이어를 열심히 찾았다. 중고거래 시장이 좋은 상태였으니 좋은 상황이라고도 생각했다. 이후 사모펀드와 뜻이 맞아 2019년 12월 매각을 마무리짓게 됐다.

매각 후 바로 VC인 더벤처스에 참여한 것이 인상적이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더벤처스를 창업한 호창성·문지원 대표에게 보은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김대현 대표(현재 더벤처스 파트너)나 나나 좋은 학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좋은 커리어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더벤처스가 발굴해주고 투자를 해주신 분들이다. 은인이라고 생각한다. 마침 두분도 더벤처스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서 공격적으로 투자해보자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기존 창업자들은 동남아시아에서 활약하기로 했고, 함께 합류한 세 파트너 중 한국 사업을 맡아볼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 무식하게 손을 들었다.

그게 무식하다고 되는 일인가? 함께 셀잇을 창업한 김대현 대표는 외국에 있더라.

성향 차이인 것 같다. 내 경우엔 번개장터를 성장시키는 것과 더벤처스 이끄는 것은 큰 결에서는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김대현 파트너는 0에서 시작하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해서 베트남으로 갔다.

VC를 하려면 직접 투자사를 차리거나 다른 투자사로 가는 방법도 있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두가지 키워드가 있었다. 1. 스타트업 생태계는 너무 재밌다 2. 10명 이하의 멤버와 일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번개장터 근무 시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투자라는 키워드가 나왔다. 그런데 투자사를 차리는 것보다 더벤처스로 돌아오는 게 가장 선호하는 선택지였다. 당시 호창성 대표도 더벤처스의 2.0을 이끌어줬으면 하는 시기였으므로 여러모로 적절했다.

투자업에 종사하며 예전과는 또 달라진 경험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더 겸손해지는 것 같다. 셀잇 시절 투자자들을 만나면 하상 스케일러빌리티(성장성)를 질문했다. 그런데 실제로 투자업을 해보니 그렇다. 투자업은 잘하려면 투자하는 파트너가 많아야 한다. 그래서 플랫폼 만들던 기억을 살려 투자만 하지 않고 자체 서비스(프로덕트)플랫폼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투자자가 어떻게 자체 플랫폼을 만든다는 것인가?

투자자가 투자 후 기업에 기여하는 부분은 정답이 없다. 사업은 결국 팀이 하는 것이다. 좋은 투자자가 붙어도 안 될 기업은 잘 안된다. 실제로 투자 후 기업들에게 코멘트도 해봤지만 잘 안 된다. 최종 의사결정은 스타트업이 하는 것이다. 당시의 전략이 큰 의미가 없다. 투자를 받을 시점과 성공할 시점의 서비스가 같은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피벗(사업 전환)을 한다. 호창성 대표가 창업했을 때는 10년이 넘었고, 제가 번개장터 일하던 것도 2년이 넘었는데, 2년 전과 현재 개발자 연봉만 해도 크게 다르다. 상황도 훨씬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 팀과 사람을 보고 투자하고, 비슷한 시기의 기업(같은 투자 스테이지)들을 모아놓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했다.

주: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더벤처스의 서비스는 더벤처스에 투자를 받은 기업만 볼 수 있는 커뮤니티 서비스다. 또한 스타트업에 필요한 각종 지식들이 정리돼 있으며(호창성·문지원 대표가 창업한 비키의 초기 피칭도 있을 정도다), 오픈 채팅방 등을 운영한다.

예비 창업가들은 꼭 들어가 보고 싶은 커뮤니티겠다. 다른 VC에게 투자받은 기업들은 볼 수 없나?

장차 그렇게 만드는 게 목표다.

그렇다면 플랫폼 제조사로서가 아닌, VC로서는 어떤 팀에 투자하는지 궁금하다.

좋은 의미로 돌아이가 좋다(웃음). 일반적이지 않은 성향과 방향성을 가진 창업가에게서 창의적인 솔루션이 나온다.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과는 다른 의미다. 또한, 팀과 대표의 인간적인 매력이 아주 중요하다. 예를 들어 “내가 이분이 이끄는 팀에 취업하고 일하고 싶은가?”와 “우리 회사 멤버를 뽑으면 이 사람을 채용할 것인가?”와 같은 창업가의 기준으로 본다. 장기적으로는 스타트업은 성공하려면 좋은 인력을 많이 채용해야 하는데, 사람 자체의 매력이 뛰어나야 좋은 인력이 많이 붙는다.


포트폴리오가 매우 다양한데, 그중 눈여겨보는 기업이 있다면?

사실 모든 기업을 다 좋아한다. 최근 눈여겨 보는 기업이 있다면 ‘홀썸(wholesum)’과 ‘골프픽스’가 있다. 홀썸은 해외의 ‘스라시오(Thrasio)’처럼 수익을 내고 있는 셀러나 브랜드를 인수하는 서비스다. 브랜드 애그리게이터(aggregator)로 부른다.

주: 스라시오는 주로 아마존에서 수익을 내는 소규모 브랜드나 개인 셀러를 발굴해 인수하거나 투자하는 기업이다.

홀썸은 쿠팡, 네이버 등에서 의미 있는 매출을 기록하는 중소브랜드를 인수해서 홀썸이 가진 마케팅, 유통 인프라를 통해 효율적인 판매를 가능케 하는 업체다. 모델도 그렇지만 공동창업자 두분이 기능적으로 좋은 조합이다. 한분은 미국과 한국에서 파이낸스·투자업에서 일한 분이고, 다른 한 분은 쿠팡에서 로켓배송 등을 세팅한 분이다. 기능적으로도 매우 잘 맞는 편인데, 두분이 각각 완전 다른 인간적인 매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현재 홀썸은 기대한 만큼 빠르게 성장 중이다.

골프픽스는 AI 기반 골프 스윙 코칭 서비스다. 동작을 인식하는 AI 기술이 핵심이다. 손모양, 클럽 방향, 헤드페이스 등을 모두 인식할 수 있다. 서비스를 떠나서 대표를 만나보고 많은 매력을 느꼈다. 골프픽스의 운영사 모아이스 대표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정확하게 구분한다. 그렇다 보니 모르는 분야에 도움 요청할 때 항상 정확한 요청을 준다. 포트폴리오사만 100개가 넘다 보니 모든 기업에 도움을 많이 주기는 어려운데, 정확한 요청을 주니 피드백을 주기도 좋다. 투자 시점보다 현재 시점에서 더 신뢰가 높아졌다. ㅡ물론 다른 투자 기업들도 다 중요하다. 이거 꼭 써주세요.

홀썸(출처=홀썸)

골프픽스(출처=모아이스)

학생 창업자-기업가를 거쳐 벤처 투자사 대표가 됐는데 가장 즐거웠을 때와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

가장 즐거웠던 날은 셀잇을 엑싯했던 날이다. 인수협상을 목전에 두고 모히토에 가서 몰디브를 마시고 있었는데, 김대현 대표가 “형, 도장 찍었어요”라고 전화를 했다. 또한 사모펀드에서 매각대금이 입금됐을 때도 기뻤다.

가장 힘들었을 때는 번개장터 주식회사 합병 후 몇 달간이었다. 예상한 대로 되지 않았다. 그후 최대한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운도 따라줘서 자연스럽게 “VC 해야겠는데?”라고 생각했다.

하고 싶다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좋은 학교를 나온 것도 아니고, 다른 대표들보다 똑똑한 편도 아닌데 운이 좋았다.

그게 VC가 되면서 느낀 삶의 변화인가?

아무래도 점점 겸손해진다. 창업가 출신이다 보니 대표들에게 마음이 더 가기도 하고, 상처받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른 VC들과 나름대로 다른 점이랄까.

그런 후배들에게 마지막으로 해줄 말이 있다면

하고 싶은 대로 하셨으면 좋겠다. 주변에서 하는 이야기는 높은 확률로 틀릴 것이다. 하고 싶지 않은 대로 해서 억지로 하면 그 분위기가 구성원들에게 전해진다. 한창 성장해야 할 기업의 동력이 약해질 것이다. 성공하는 데는 하나의 길만 있는 게 아닌데, 인터넷으로 배우면 하나의 길만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길을 싫은데 꾸역꾸역하면 불행해진다. 하고 싶은 걸 하셔라. 대표님들은 꽤 높은 확률로 답을 갖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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