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을 향한 올리브영, 어디까지 왔나
“올리브영은 헬스앤뷰티(H&B)스토어가 아니라 옴니채널(온오프라인 통합)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입니다.”
지난해 말 언론 간담회에서 CJ올리브영 구창근 CEO(최고경영책임자)가 한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이란 일상 전반에 필요한 카테고리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객에게 라이프 스타일을 추천까지 하는 플랫폼을 의미한다. 헬스와 뷰티라는 카테고리에서 다진 경쟁력을 기반으로 일상생활 전반에 필요한 상품 카테고리까지 확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올리브영은 이에 더해 옴니채널 전략으로 온오프라인을 보다 정교하게 통합하겠다는 목표도 포함했다.
올리브영은 국내 최대 오프라인 점포수를 가진 H&B스토어다. 2021년 기준 전국에 1265개 매장이 있으며 H&B 시장에서 80% 이상 점유율을 가졌다. H&B 스토어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의 랄라블라나 롯데쇼핑의 롭스는 경쟁사라고 보기도 어려울 정도다. 두 업체는 이미 사업을 축소, 철수하는 중이다.
2020년 프리 IPO(기업공개) 당시, 올리브영 기업가치는 1조 8000억원으로 평가 받았다. 업계에서는 H&B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라는 사실을 인정 받았다고 분석했다. 또한 올리브영은 올해 상장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올리브영이 상장 주관사를 선정할 당시, 증권사 다수가 올리브영의 기업가치를 4조원대로 제시했다.
그러나 올리브영의 기업 가치가 고평가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 국내 H&B 시장 규모는 1조 7800억원 정도다. 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시장 규모보다도 높게 평가된 것이다. H&b 시장이 정체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코로나의 영향도 있지만 주요 소비 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2020년 H&B시장 규모는 2019년에 비해 13% 감소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 올리브영이 4조원대로 평가된 이유는 H&B 시장에서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올리브영의 옴니채널 전략이 성공적이며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되기 때문이다.
이미 올리브영은 옴니채널 전략을 통해 높은 성과를 거둔 바 있다. 2018년 고객이 주문하면 인근 매장에서 주문상품을 배송하는 오늘드림 서비스가 큰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 3분기 수도권 온라인 주문 중 40%정도가 오늘드림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했다. 2019년 온오프라인 멤버십을 통합해 온오프라인 고객을 하나로 묶었다.
H&B 시장의 정체로 인해 옴니채널 전략을 선택한 올리브영은 이제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지난해 올리브영측은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이 되기 위해 “디지털 투자 확대, 오프라인 매장 개편, 새로운 카테고리 개발” 등 다양한 전략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올리브영의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으로의 도약은 어느 정도 이루어졌을까?
우선 관계자는 올리브영이 “건강한 것이 아름답다”는 목표 하에서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주요 계획 중 하나인 디지털 투자 경우, 올리브영은 디지털 부문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기술 내재화를 통한 디지털 역량 강화, 빅데이터 활용을 통해 AI 큐레이션 서비스 강화, 옴니채널 서비스 강화를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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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은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지난해 7월 역대 최대 규모의 IT인력 채용을 진행했다. 관계자는 디지털 인력 채용에 대해 “지금까지 디지털 관련 기획 등을 외부에 맡겼다면 앞으로는 인재 영입을 통한 기술 내재화로 서비스 개발이나 기획을 빠르게 진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올리브영은 현재 AI 추천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올리브영이 지난 20년 동안 쌓아온 빅데이터를 활용한다면 고객의 행동 로그 세밀화 등을 통해 초개인화 기술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하에서다. 초개인화 기술이란 빅데이터, AI를 통해 개인에게 필요한 상품을 세밀하게 추천하는 기술이다. 올리브영이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큐레이션을 세밀화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올리브영은 지난 1일 AI 기술에 대한 투자를 위해 화장품 검색 앱 ‘찍검(찍고 검색)’을 운영하는 로켓뷰를 인수했다. ‘찍검’은 광학 인식 기술을 통해 화장품 상품명을 촬영하면 최저가, 주요 성분 및 특징 등을 알려주는 앱이다. 또한 로켓뷰 김화경 전 대표를 필두로 디지털사업본부 하에 AI 추천 엔진 조직을 신설하기도 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이제 팀이 신설된 단계이기에 구체적인 방향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올리브영이 지금까지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 맞춤 AI 추천 서비스를 세밀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오프라인 매장 개편은 올리브영의 2022년 주요 계획 중 하나다. 판매, 보관, 전시, 세 키워드를 중점으로 매장 개편을 진행 중이다. 관계자는 지금까지 매장을 주로 판매 채널로 이용했다면 앞으로 물류를 위한 보관기능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올리브영은 이미 오늘드림 서비스에서 전국 각지 매장을 물류 센터로 활용 중이다. 또한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인 전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용도별 공간 배치도 진행 중이다.
올리브영은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이 되기 위해 새로운 카테고리 개발도 기획 중이다. 올리브영은 현재 전자기기, 식품, 반려동물, 인테리어 등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 필요한 64개 카테고리를 확장 중이다. 관계자는 1인가구, 반려동물 가구가 많은 지역의 매장에만 반려동물 관련 상품을 시범 판매하는 등 몇몇 카테고리는 실험적인 차원에서 오프라인 판매를 진행해왔다고 전했다. 최근 와인 판매를 위해 별도 주류판매 면허를 취득하기도 해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 등 5개 매장에 판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다양한 업체들이 헬스앤뷰티 카테고리를 확충하고 있다. 패션 플랫폼 강자인 무신사와 새벽배송의 대표 주자 마켓컬리도 뷰티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다양한 업체들이 진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리브영은 여전히 여러 강점을 보인다. 충성도 높은 고객층과 H&B 시장에서 지난 20년 동안 쌓아온 데이터, 정교한 옴니채널, 그리고 전국 매장에서 고객이 물건을 직접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러 경쟁업체가 등장하고 오프라인 시장이 축소되어도 올리브영이 높게 평가 받을 수 있는 이유다. 특히 고객의 취향이 민감한 뷰티 분야에서의 빅데이터와 전국 각지 오프라인 매장은 무신사, 마켓컬리와 같이 이커머스 뷰티 시장 후발주자들이 따라잡기 어렵다.
관계자는 “각 업체마다 강점이 있지만 올리브영은 고객 로열티, H&B 시장에서의 빅데이터, 오프라인 매장이 장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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