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유럽 집중 공략 “10년간 100조원 투자”

그간 언론 보도로만 전해지던 인텔의 유럽 진출에 대해 팻 겔싱어 인텔 CEO가 공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팻 겔싱어 CEO는 15일(현지시각) 유럽투자 발표 웹캐스트를 통해 반도체 생산과 연구개발, 패키징 등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가치사슬을 형성하겠다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인텔은 향후 유럽에 10년 간 최대 800억유로(약 109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전에도 인텔이 유럽 등지에 생산라인을 건설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인텔이 공식적으로 유럽 진출을 선언하고,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인텔은 올해 1월 미국 오하이오주에 200억달러(약 24조9100억원) 투자 발표에 이어, 유럽 내 반도체 거점 구축에 대한 청사진도 공개했다.

인텔은 독일 작센안할트주의 주도 마그데부르크에 170억유로(약 23조2846억원)를 투자해 2개의 대규모 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2023년 상반기에 착공을 시작해 2027년에 공장을 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생산라인에서 인텔은 최선단(Advanced) 공정의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유럽 내 파운드리 고객사의 수요를 충족하고, 인텔 제품도 유럽 내에 공급할 방침이다. 해당 계획은 유럽 측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팻 겔싱어 CEO는 독일 반도체 허브의 이름을 ‘실리콘 나들목(Silicon Junction)’이라 명명했다. CEO는 “모든 기술을 신규 생산라인을 통해 연결한다는 의미를 담아 해당 지역을 ‘실리콘 나들목’이라 할 것”이라며 “이 지역은 유럽 내에서 반도체 업체와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기업과 기술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아일랜드 북동부에 위치한 지역 레익슬립(Leixlip)에도 반도체 생산라인을 증설한다. 또, 120억유로(약 원16조4362억)를 투자해 반도체 생산라인을 2배 확대하고, 인텔 4공정(타사 4공정에 준하는 인텔 공정 기술)을 적용한 반도체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유럽 내에 후공정 처리 시설 구축도 진행한다. 인텔은 이탈리아 정부와 최첨단 백엔드(반도체 조합, 테스트 등 후공정 처리) 제조 시설 구축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인텔은 45억유로(약 6조1636억원)을 투자해 EU 내 최초의 백엔드 제조 시설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이다. 팻 겔싱어 CEO는 “이스라엘에 위치한 파운드리 업체 타워세미컨덕터(Tower Semiconductor)를 인수한 것이이탈리아 측이 추구하는 파운드리 혁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프랑스 지역에는 인텔이 연구개발(R&D) 허브를 구축할 예정이다. 팻 겔싱어 CEO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유럽의 고성능 컴퓨팅(HPC), 인공지능 설계를 전반적으로 담당한다. 더불어 프랑스 내에 유럽 파운드리 설계 센터를 설립해, 반도체 설계 서비스와 자료 등도 제공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인텔은 폴란드, 스페인 등지에도 반도체 가치사슬 형성을 위한 투자를 진행한다. 인텔은 폴란드 그단스크(Geansk) 지역에 심층신경망, 오디오, 그래픽,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에 주력하는 연구소를 두고 있다. 이 연구소를 2023년까지 50% 확장하겠다는 것이 팻 겔싱어 CEO의 설명이다.

스페인에서는 바르셀로나 슈퍼컴퓨팅 센터(Barcelona Supercomputing Center)와 함께 추후 10년을 위한 제타스케일 아키텍처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인텔은 해당 기관과 공동연구소를 설립해 컴퓨팅 발전을 이룰 계획이다.

인텔은 작년 3월 처음 공개했던 IDM 2.0 전략을 펼쳐 나가는 중이다. IDM 2.0은 그간 반도체 생산 부문에서는 아시아 지역이 패권을 쥐고 있었는데, 이를 미국과 유럽 등지에도 분배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반도체 공급망 불안정이 일어나면서, 서구권에도 생산라인을 확보할 필요가 있음을 느낀 것이다. 이후 인텔은 지속해서 IDM 2.0을 위한 투자와 계획을 발표해 왔다.

한 반도체 시장 전문가는 “2013년 브라이언 크르자니크(Brian Krzanich)가 역임한 이후 하락세를 걷긴 했으나, 인텔은 오랜 기간 반도체 부문에서 경쟁력을 쌓아온 기업이기에 R&D·생산역량 모두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따라서 파운드리 선두를 달리고 있는 TSMC와 삼성전자도 마냥 마음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배유미 기자>youm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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