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카카오 선장 남궁훈의 지금 속마음(질의응답 포함)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과 지난 세월의 70~80%를 같이 일해왔다. 그 모든 시간을 다 합쳐서 지금이 가장 위기 같다. 대표직을 맡아 달라는 요청이 왔을 때 어렵고 두렵지만 저를 적임자라고 생각한 것에 대해 고맙기도 하고, 하필이면 이렇게 어려울 때 맡겼을까 원망스럽기도 했다.”

남궁훈 카카오 신임대표 내정자가 24일 온라인으로 기자들과 만나 회사를 이끌게 된 소감과 경영 방향성을 밝혔다. 공식 대표로 출근하기 전, 내정자 신분으로 가진 인터뷰인데 사회적으로 카카오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책임자가 직접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남궁훈 대표 내정자는 경영진 윤리 문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으로 홍역을 겪은 카카오가 꺼내든 카드다. NHN 한게임 시절부터 김범수 의장과 합을 맞춰온 인물로, 카카오게임즈를 명실상부 국내 주요 게임사로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임대표 내정 전에는 카카오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의 센터장을 김범수 의장과 함께 맡는 등, 회사의 비전을 이끌어가는 최고 경영진 중 하나다.

남궁 대표는 이 자리에서 “김범수 의장과 미래센터를 한동안 같이 하면서, 지난 10년의 성장 방정식을 똑같이 써서는 앞으로 10년에 성장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비욘드 코리아, 비욘드 모바일로 회사의 비전을 정의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메타버스를 강조했다. 남들이 다하는 3D 아바타 외에 카카오가 이미 가진 텍스트, 이미지, 사운드를 적극 활용한 메타버스를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금까지처럼 지인 기반의 메신저 사업 모델을 넘어서서 비(非) 지인 네트워크로 가야 한다는 방향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남궁훈 카카오 신임대표 내정자가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 중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남궁훈 카카오 신임대표 내정자.

카카오가 생각하는 메타버스의 방향성이나 관련 계획은?

지금 사회에서는 메타버스라고 하면 3D 아바타가 가상공간에서 물리적으로 왔다갔다하는 걸 주로 생각하는데, 내 생각과는 조금 다르다. 메타버스를 3D 아바타가 아니라 디지털 콘텐츠의 형태소 측면에서 생각한다. 디지털 콘텐츠의 형태로 생각하면 3D 뿐만 아니라 2D도 존재하고 사운드나 텍스트도 존재한다.

특히 카카오가 강한 부분은 텍스트 기반이다. 텍스트 기반의 메타버스를 만들어 나가는 것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를 많이 하고 있고, 두 개의 태스크포스(TF) 팀을 발족한 상황이다. 하나는 VTF로, 롤플레잉게임에서 채팅을 하는 개념을 메타버스향으로 만드는 준비를 하고 있다. 또 다른 팀은 OTF인데 오픈채팅을 기반으로 성장해나갈 예정이다. 카카오톡이 지인 기반의 커뮤니케이션이었다면, 오픈채팅은 관심 기반 커뮤니케이션이다. 관심 기반 커뮤니케이션은 꼭 텍스트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이미지나 멀티미디어가 더 중요하기도 하다. 다양한 디지털 형태소를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 오픈 채팅을 재정의해서 오픈할 예정이다. 카카오톡은 지인 기반이라 확산이 쉬웠는데, 바로 그 지점에서 더 큰 확산이 어려웠다. 근본적으로 한국 시장을 넘어서지 못했다. 오픈채팅은 관심 기반이기 때문에 한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로 가기 용이하다고 생각한다. 오픈채팅을 메타버스 개념 하에서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연봉인상을 포함해서, 카카오가 추구하고자 하는 인사 정책이나 기업 문화, 조직 개편 방향은?

10년 전쯤 맡았던 사업에서, 굉장히 애정을 갖고 직원들과 소통했는데 프로젝트가 잘 안되니까 조직 평가 점수가 낮게 나오더라. 당시에 ‘웰컴 투 동막골’이라는 영화를 봤다. 영화에서 “촌장님의 위대한 영도력은 어디에서 나옵니까”라는 질문에 “먹여 살려야 된다”는 심플한 답이 나왔다. 비슷한 시기에 본 또 다른 다큐멘터리에서는 힘들게 사냥을 마친 원주민의 부족장이 “전리품을 사냥에 함께 참여한 부족민과 나누는 과정이 제일 행복하다”고 말한 부분이 마음에 남았다. 대표를 맡으면서 그런 부분을 잊지 않고, 스스로 노력을 많이 하려 한다. 그러나 추장이나 부족장과 다른 점은 주식회사는 만족시켜야 하는 사람이 함께 사냥하는 이들 말고도 자금을 대는 주주도 있고, 고객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연봉이나 복리후생에도 신경을 많이 쓰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안팎에서 만족할 수 있도록 밸런스를 맞추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주가 15만 원 회복을 위한 노력과 방법은?(** 남궁훈 대표가 주가 15만원선이 회복될 때까지 월급을 최저시급 기준으로 받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나온 질문)

지난 20년동안 IT 산업이 발전하는 데 외력의 힘(IT 인프라)이 굉장히 컸다. 2018년도에 제가 느낀 거는, 이 외력에 힘입어 발전하는 것은 끝났구나, 시대적 흐름을 타고 성장하는 것이 끝났고 스스로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우리가 과연 스스로 일어날 정도로 준비가되어 있는가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되게 많았다.

사회적인 흐름으로 연결을 기반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이 갖춰졌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람의 비중 중에서 지인이 있고 비지인이 있다. 60~70억명 인구 중에 개인이 갖는 지인의 비율은 1%도 안 될 거다. 지금까지 (카카오톡은) 1%도 안되는 지인 기반 네트워크만 커버를 해왔다. 앞으로는 나머지 99%를 상대로 하는 비지인 비즈니스로 확장할 거다. 이제 (네트워크로 인한 사업의 확장이) 서론이 끝났을 뿐이라는 것을 증명해 나갈 예정이다.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을 넘기는 시점은 언제라고 보나?

15만원을 설정한 이유는, 과거에 카카오 주식의 최고가가 18만원이었다. 시장의 신뢰를 되찾고 시장 환경이 개선된다면 15만원 정도까지는 다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 15만원을 제안했다. 대표 임기가 기본적으로 2년이다. 2년 내에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카카오는 음악(멜론)이나 웹툰(카카오페이지) 같은 형태소의 자산도 많다. 텍스트 외 형태소의 활용 방안은?

게임도 처음에는 수익 모델이 패키지 판매만 있었다. 이후에는 월정액 모델이 자리 잡았고, 지금은 부분 유료화가 크다. 자기가 즐기고 싶은 만큼 돈을 내는 그런 구조로 바뀌었다. 따라서 결제자 당 매출(ARPPU)이 중요해졌다. 회사 입장에서는 ARPU를 늘리는 것이 더 큰 이익이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게임 기획부터 ARPPU를 늘리려는 전략이 들어간다.

그러나 멜론이나 카카오페이지 같은 경우 20년전 게임 산업의 비즈니스모델에 머물러 있다. 이걸 바꿔야 하는데, 나쁘게 보면 이용자가 지불해야 할 비용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긍정적으로는 고객의 즐기고자 하는 욕구를 충분히 다양하게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론이 될 수도 있다. 방법을 제공한다는 관점에서 전략을 논의하고 짜고 있다. 그 접근 방법 중에 중요한 요소가 메타버스에서 언급되는 B2B2C 등이다.

카카오의 공동체 얼라인먼트센터(CAC)가 계열사별 자율 경영을 가로막는 삼성의 옛 미래전략실처럼 될 가능성은?

카카오는 그동안 계열사들의 자율 경영에 중점을 두고 성장했왔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카카오에대한 사회적 메시지 중 많이 들리는 것이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것이었다. 저희도 어느정도는 문제의식을 가졌다. 기존의 대기업과 같은 비즈니스를 펼치겠다는 것은 아니고, 기존의문제를해결하기 위한 접근이라고 봐주면 좋겠다.

카카오 공동체 내에서 메타버스를 위한 계열사간 협력은?

미래센터를 준비하면서 핵심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한 계열사가 카카오브레인, 카카오게임즈, 카카오엔터였다. VTF 같은 경우는 카카오브레인과 기획 내용을 공유했다. 카카오브레인이 가진 AI 기술을 프로덕트에 접목할 예정이다. 모든걸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휴먼과 비휴먼이 메타버스에서 만나는 시기라고 판단한다. 휴먼의 영역은 카카오엔터가, 비휴먼 영역은 카카오게임즈가 협업할 수 있다. 각사에서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을 기획하고 있다.

전방위 규제 움직임 속 카카오의 방향성은?

제가 느끼기로는 카카오 정도 됐으면 이제 국내시장이 아니라 해외 나가서 돈을 벌어오라는 것이 국민들의 명령에 가까운 메시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브라이언(김범수 의장)을 중심으로 글로벌에 더 방점을 찍어야 된다고 판단을 하고 있다.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게 굉장히 절박하기도 하고 그 외의 방법으로는 국민들에게 용인을 받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김범수 의장이 한게임 시절부터 일본 진출에 공을 들였고, 카카오의 픽코마 역시 일본에서 성공했다. 글로벌 진출을 위한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내부적으로 체크해보면 글로벌 진출에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계열사 174개 중에 해외 법인이 42개다. 적지 않은 규모의 해외 진출을 이미 한 상황이고 게임이나 웹툰 같은 콘텐츠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했다는 생각도 들고, 해외 사업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해외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일본을 글로벌 비즈니스의 중심축으로 잡고, 일본에서의 성공을 조금 더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차기 대표로 내정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고 심경은 어땠는지, 김범수 의장과는 어떤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지?

꽤 오랜 시간 동안 김범수 의장 옆에서 일해왔다. (일을 해온 시간의) 70~80%를 같이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모든 시간을 다 합쳐서 지금이 가장 위기 상황 같다. (대표직을) 요청했을 때 제가 사실 어렵고 두렵지만은 저를 적임자라고 생각해 준것에 대해 고맙기도 했고, 하필 이렇게 어려울때 맡게 됐을까 원망스럽기도 해서 첫날에는 만감이 교차를 했다.

잠도 제대로 못잤다. 내정되고 거의 한 달 내내 주중 하루 세시간 자고 주말에 잠을 몰아자고 있다. 그런데 이게 되게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내정된 둘째날 금요일에 사내 게시판에서 전사원과 소통하면서 심경의 변화가 크게 있었다. 잘할수 있을까, 임직원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두려운 상황에서 소통을 시작했는데 굉장히 많은 직원이 카카오를 사랑하고 애정하고 있다는 걸 소통을 시작하면서 알았다. 밤 12시를 넘기면서까지 소통이 어어졌고 그 과정에서 굉장한 용기를 얻었다. 여기에 버프를 얻어서, 사회나 임직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메시지를 선언적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해서 주가 15만원이 될때까지 연봉을 최저시급으로 받겠다는 키워드를 생각했다. 다음날 브라이언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정리를 했고, 주요 경영진과 상의해서 결정한 일이다.

김범수 의장이 길게 말은 안했고, 잘 부탁한다고 그정도 말씀을 했다. 그다음은 제가 알아서 열심히 하고 있다.

올해 인수합병과 관련해 특히 눈여겨 보는 분야가 있나?

메타버스 관점, 콘텐츠 관점에서 인수합병에 무게 중심을 두고 바라보고 있다. 다만 국내 확장이 아닌 글로벌 확장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접근을 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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