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확장하는 게임사들 ④] 디즈니가 되려는 자, ‘신뢰’의 벽을 넘어라
게임 회사들은 이제 게임에 안주하지 않는다. 게임을 넘어 영화, 웹툰,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등으로 자신들의 세계관을 뻗쳐간다. 게임 업계는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 OSMU)’ 전략을 통해 글로벌 IP 기업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자신들만의 세계로 멀티미디어를 꿈꾸는 세 회사(넥슨∙크래프톤∙스마일게이트)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많은 이가 사랑하는 회사이자 세계 어린이의 꿈과 같은 글로벌 종합 엔터테인먼트 월트 디즈니의 핵심 성장 동력은 ‘원소스 멀티 유즈’ 전략이다. 월트디즈니의 다양한 만화 캐릭터들은 테마파크・게임・뮤지컬・굿즈 등으로 재창조돼 아이들에게는 동심을 지켜주고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선물한다.
디즈니를 꿈꾸는 국내 게임 기업들은 자신들만의 세계관으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나아가고 싶어한다. 기업들은 ▲긍정적인 회사 이미지 구축 ▲또 다른 수익원 창출 등의 이유로 원소스 멀티 유즈 전략을 택하지만, 그들이 디즈니가 되기 위해서는 필수로 거쳐야 할 관문이 있다. 바로 ‘신뢰’다.
글로벌 멀티미디어로 영역을 넓히는 세 회사
넥슨과 크내프톤, 스마일게이트는 현재 글로벌로 이름표를 꺼내 붙이고 기반을 닦고 있는 단계다. 갖고 있는 IP를 십분 활용해 다방면에서 이용자들을 자신들의 세계에 묶어 놓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넥슨 김정주 창업자는 2015년 출간한 자서전 <플레이>에서 “제가 디즈니에 제일 부러운 건 디즈니는 아이들을 쥐어짜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이들과 부모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돈을 뜯기죠”라며 디즈니를 향한 동경을 내비친 바 있다.
‘아시아의 디즈니’가 되기 위해 넥슨은 인재 영입과 투자라는 전략을 취했다. 재작년 사외이사로 전 디즈니 최고전력책임자(CSO)인 케빈 메이어를 영입하더니 작년 7월에는 새로 조직된 ‘넥슨 필름&텔레비전’에 디즈니 출신 전문가 닉 반 다이크를 수석 부사장 겸 CSO로 선임했다. 지난 6일에는 마블 영화감독인 루소 형제의 스튜디오에 거액을 투자했다.
2015년 당시에도 넥슨은 한국에서 제일 큰 규모의 게임회사였지만, 가장 많이 사랑받는 회사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김 창업주는 어떤 작업물을 내놓아도 꾸준하게 사랑받는, 자신들만의 ‘기운’이 있는 넥슨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넥슨은 세계 영화 산업의 중심지인 LA 할리우드에 ‘넥슨 필름&텔레비전’이라는 신설 조직도 만들었다. 주 무대로 활동하는 아시아 지역이 아닌 미국 캘리포니아에 조직을 만든 이유는 전 세계로 IP를 확장하겠다는 의지다.
메타버스 생태계에도 발을 내밀었다. 넥슨은 지난 24일 네이버와 YG엔터테인먼트가 설립한 합작법인인 YN컬쳐앤스페이스에 150억원을 출자했고, 지난해 8월에는 메이플스토리의 개발 도구를 이용한 메타버스 플랫폼 ‘프로젝트MOD’를 공개하기도 했다.
‘목적없는 플레이’를 고수했던 크래프톤이 ‘펍지 유니버스’라는 세계관을 만든 이유는 점유율 하락이다. <배틀그라운드>는 2017년 정식 출시될 시점 PC방 점유율 40%를 유지했지만 2021년 3월에는 점유율 5위권에서 벗어났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용자들은 <배틀그라운드>에 권태를 느끼기 시작했고, 중국산 불법 비인가프로그램(핵)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의 기술적 문제가 이어지자 게임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크래프톤은 떠나간 이용자들을 불러올 방법으로 펍지 유니버스라는 세계관을 구축하는 전략을 택했다. 펍지 유니버스는 단편영화의 등장인물로 고수, 마동석 등을 출연시킬 만큼 콘텐츠 확장에 공을 들였다. 이외에도 다큐멘터리, 웹툰도 제작하며 콘텐츠 프랜차이즈로서의 본격적인 행보를 밟기 시작했다.
크래프톤의 행보는 아직은 희망적이다. 크래프톤에 따르면 무료화 이후 신규 이용자가 배틀그라운드 첫 출시 때보다 486%가 증가했고, 무료 서비스 시작 첫날부터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가장 플레이어 수가 많은 게임’ 실시간 랭킹에 66만 명으로 1위를 기록했다. 지난 6월 공개한 단편 영화 <그라운드제로>도 유튜브 조회 수 300만을 넘었다.
IP 확장에 있어 시작 단계에 있는 앞 회사와는 다르게 스마일게이트는 중국서 1인칭 슈팅 게임(FPS) <크로스파이어> IP로 성공의 단맛을 봤다. ‘현지화’를 통해 중국 게임 시장을 이끈 <크로스파이어>는 게임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큰 활약을 보였다. 크로스파이어 세계관을 잇는 드라마 <천월화선>은 중국 내에서 방영 당시 현지 인기 검색 순위 1, 2위를 차지했고 텐센트 포털 큐큐닷컴에서만 전체 19억 뷰를 달성했다.
스마일게이트는 드라마의 인기를 등에 업고 중국 쑤저우, 상하이, 광저우에 크로스파이어 테마파크를 오픈했다. 아울러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제작한 미국 제작사 ‘오리지널 필름’과 계약을 맺고 ‘소니픽처스’와도 배급 계약하며 크로스파이어의 할리우드 영화 진출을 위한 저력을 마련하고 있다.
‘신뢰’가 글로벌 기업을 만든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디즈니는 ‘동심’으로 세계적인 회사가 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디즈니는 어린이의 꿈과 희망을 영상으로 재구현하는 것으로 세계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지배했다. 디즈니는 디즈니랜드를 비롯한 11개의 테마파크와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마블 슈티디오 등의 영화사 방송사 등을 소유하며 1950년 대부터 2022년 현재까지 사람들의 콘텐츠 소비를 이끌었다.
‘아시아의 디즈니’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회사와 이용자 간의 ‘신뢰’ 를 중요한 요소로 생각해야 한다. 예컨대 국내 1위 게임회사인 넥슨의 자체 게임 IP는 국내 어느 게임 회사도 견줄 수 없게 널리 알려져 있다. ‘메이플스토리’, ‘서든어택’, ‘카트라이더’, ‘크레이지아케이드’ 등 한 번이라도 해봤거나 들어봤던 게임 IP들의 회사가 바로 넥슨이다.
그러나 넥슨은 이용자들에게 ‘돈슨’이라는 평을 받는다. 돈슨은 돈과 넥슨의 합성어로 과금을 유도하는 넥슨의 유료화 모델을 비판할 때 주로 쓰인다. 넥슨은 작년 2월 메이플스토리의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동일하지 않게 운영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많은 이용자의 분노를 일으킨 바 있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회사의 긍정적인 이미지는 이용자와의 신뢰에서 나온다”며 “IP 자체의 파워도 중요하지만, 이용자들 간 소통이 선행되지 않으면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관련기사
[IP 확장하는 게임사들 ①] 디즈니 출신 불러모으는 넥슨의 요즘 행보
[IP 확장하는 게임사들 ②] ‘생존’ 콘셉트로 세계 정복 꿈꾸는 펍지 유니버스
[IP 확장하는 게임사들 ③] 중국에서 IP의 힘 맛 본 스마일게이트, 다음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