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확장하는 게임사들 ①] 디즈니 출신 불러모으는 넥슨의 요즘 행보

게임 회사들은 이제 게임에 안주하지 않는다. 게임을 넘어 영화, 웹툰, 애니메이션, 다큐 등으로 자신들의 세계관을 뻗쳐간다. 게임 업계는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 OSMU)’ 전략을 통해 글로벌 IP 기업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자신들만의 세계로 멀티미디어를 꿈꾸는 세 회사(넥슨∙크래프톤∙스마일게이트)를 소개한다.  – 편집자주 

“제가 디즈니에 제일 부러운 건 디즈니는 아이들을 쥐어짜지 않는다는 겁니다. 아이들과 부모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돈을 뜯기죠. 넥슨은 아직 멀었어요. 누군가는 넥슨을 죽도록 미워하잖아요.”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지난 2015년 출간한 기업의 자서전 <플레이>에서 한 말이다. 그때도 넥슨은 한국에서 제일 큰 규모의 게임회사였다. 그러나 가장 사랑 받는 회사였느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긴 어렵다. “디즈니의 100분의 1이라도 따라가고 싶다”는 말은, 이용자가 넥슨의 콘텐츠를 ‘불량식품’처럼 느끼지 않는 회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뜻이다.

넥슨의 롤모델 따라잡기가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 당장의 방법은 인재 영입과 투자다. 넥슨이 게임회사로 성장하면서 메이플스토리를 만든 ‘위젯’이나 던전앤파이터의 ‘네오플’을 인수한 것과 같은 방법론이다.

넥슨은 우선 디즈니 출신 전문가를 회사로 집결시키고 있다. 재작년 사외이사로 전 디즈니 최고전력책임자(CSO)인 케빈 메이어를 영입했다. 이어 작년 7월 새로 조직된 ‘넥슨 필름&텔레비전’에 디즈니 출신 전문가 닉 반 다이크를 수석 부사장 겸 CSO로 선임했고 지난 6일에는 마블 영화 감독인 루소 형제의 스튜디오에 거액을 투자했다.

디즈니의 방법론을 체화한 사람들을 모아 넥슨은 무얼 하고 싶은 것일까? 지금까지 넥슨이 어떻게 움직여왔는지, 결국 무얼 하고 싶은 건지 훑어봤다.

아시아의 디즈니’ 꿈꾸는 넥슨의 시도, 넥슨 필름&텔레비전

넥슨의 영상에 대한 도전은 애니메이션부터 시작했다. 지난 2015년 11월, 자사 게임(엘소드, 클로저스, 아르피엘)의 애니메이션화를 발표한 바 있다.

2021년 7월에는 LA 할리우드에 ‘넥슨 필름&텔레비전’이라는 신설 조직을 만들었다. 넥슨에 따르면 넥슨 필름&텔레비전은 넥슨의 글로벌 지식재산권(IP) 영향력과 가치를 확장하기 위한 영상물을 제작하는 조직이다. ‘던전앤파이터’, ‘바람의 나라’,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나 유럽 시장을 겨냥한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의 신작 등의 콘텐츠를 대상으로 영상물을 제작하는 것이 이들의 임무다.

조직 총괄에는 디즈니와 액티비전 블리자드 스튜디오를 거친 닉 반 다이크를 수석 부사장 겸 최고전력책임자(CSO)로 선임했다.

이는 재작년 7월 전 디즈니 CSO인 케빈 메이어를 사외이사로 영입한 후 또 다른 디즈니 출신 전문가를 내부로 영입한 행보다. 넥슨이 영입한 넥슨 필름&텔레비전의 반 다이크 수석 부사장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월트디즈니에 재직하며 픽사, 마블, 루카스필름 등 유명 IP 회사 인수에 참여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최고 전문가로 평가 받는다. 그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에서 MMORPG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FPS 게임 ‘콜 오브 듀티’를 영화로 만들어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신설 6개월 후 넥슨 필름&텔레비전은 지난 6일 마블 시리즈 영화감독인 루소 형제가 설립한 AGBO 스튜디오에 4억 달러(약 4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다.

물론 디즈니 밖의 회사에 대해서도 꾸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1조원의 거액을 들여 미국 장난감 회사 해즈브로, 일본의 반다이남코 홀딩스, 세가 사미 홀딩스, 코나미홀딩스에 투자했다. 각각의 일본 기업들은 일본 게임 IP의 주축인 ‘건담·파워레인저·드래곤볼’, ‘유희왕’, ‘소닉’ IP를 보유하고 있다.

넥슨은 투자한 기업들에 대해 장기적 관점의 파트너십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말했다. 오웬 마호니 넥슨(일본 법인) 대표이사는 “4가지 원칙(딥 멀티프리에어 게임, 멀티플랫폼, 넥슨IP, 신규IP) 아래 수익구조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넥슨의 비전은 디즈니의 ‘일곱 난쟁이’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CX 전 대표

“조직원과 게이머들한테 널리 공유된 회사에 대한 믿음이나 기대 같은 게 있죠. 그게 회사의 진짜가치라고 생각해요. 기술력 차이가 회사의 가치가 아니란 거죠. (중략) 디즈니 본사 건물에 일곱 난쟁이가 사는 건 아세요? 디즈니는 이것이 회사의 저력이란 거죠.”– <플레이 (2015년 출간)> 中

사람을 모으고 있는 넥슨의 비전은 그의 자서전에 이미 드러나 있다. 김 창업자는 <플레이>에서 넥슨을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월트 디즈니’ 같은 회사로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디즈니라는 회사가 쌓아온 콘텐츠의 가치, 디즈니가 가진 문화적 영향력, 그리고 오래된 콘텐츠가 새롭게 생명력을 얻어가는 IP의 확장력 등은 사실 넥슨이 아니더라도 콘텐츠를 하는 회사라면 부러워하는 부분일 것이다.

먼저 게임계의 디즈니라고 불리는 EA도 넥슨이 그리는 롤모델 중 하나로 언급되기도 했다. 그는 “EA는 훌륭한 회사지만 EA가 내는 게임이 다 훌륭한 건 아니잖아요”라며 “그런데도 EA는 계속 가요. 그건 게임의 완성도를 넘어선 게임 회사의 저력 덕분이거든요”라고 말했다. 어떤 작업물을 내놓아도 회사만의 가치가 계속 유지될 수 있는 저력(기운)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그의 지난 발언들은 2022년 넥슨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를 꿈꾼다며 밝힌 이유와도 상통한다. 디즈니는 영상으로 시작해 다른 분야로 IP를 확장했지만, 넥슨은 갖고 있는 게임 IP를 활용해 영상을 비롯한 여러 영역으로 회사의 저력을 키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넥슨 필름&텔레비전 닉 반 다이크 총괄 겸 최고전략책임자는 AGBO의 투자에서 “게임 IP 기반의 영화와 TV 콘텐츠는 이용자 참여도를 높이고, 게임의 라이프 사이클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다”며 “넥슨 필름&텔레비전은 게임, 영화, TV, 상품 판매 등의 다양한 경험을 이용자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넥슨 측은 이와 관련해 “글로벌 기업으로서 넥슨 IP의 플랫폼을 계속 확장해가며 콘텐츠의 지속성을 강화하는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박지윤 기자> nuyijkrap@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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