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플랫폼지부는 배달의민족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오늘 열린 중앙노동위원회 2차 조정회의를 앞두고 노사 합의를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집회 후 우아한청년들까지 오토바이 행진을 진행한 라이더들은 기본 배달료 인상, 배달료 정산 방식 변경, 지방차별정책 폐지 등을 요구했다.

23일 열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플랫폼지부의 배민 본사 앞 집회

 

노조 요구사항 3가지

① “7년째 동결” 기본 배달료 인상

집회에 참석한 홍창의 민주노총 배달플랫폼지부 지부장과 김영수 배민지회 지회장은 “2016년 처음 배민라이더스가 시작될 때 기본요금은 3000원이었다. 그런데 2021년이 다 끝나가는 12월 지금도 3000원이다. 사측은 경쟁사를 핑계로 기본료 인상이 어렵다고만 이야기한다. 피크타임 때 원활한 라이더 수급을 위해 경쟁사와 프로모션 경쟁을 펼치기 때문이다. 언제 라이더들이 프로모션 금액 많이 달라고 한 적 있나? 우리는 안정적인 수입을 원한다”라고 말했다.

관련해 김정훈 배민지회 서부분회 분회장은 “배민이 내년에도 기본 배달료 3000원을 유지하면 7년째 동결인 셈이다. 2015년 최저시급은 5540원, 내년 2022년 최저시급은 9160원이다. 7년간 최저시급 상승률은 65%다. 게다가 지난 7년간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10% 이상이다. 그런데 왜 배민 기본 배달료만 7년째 동결이어야 하는지 묻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영수 민주노총 배달플랫폼지부 배민지회 지회장이 집회 무대에서 발언하고 있다.

 

② 배달료 정산 방식 변경

현재 배민은 라이더를 대상으로 배달 거리별 할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음식을 픽업하는 식당에서 배달지까지 거리가 늘어날수록 라이더에게 추가 배달료를 지급하는 제도다. 노조는 이 제도와 관련해 “직선거리 기준이 아닌 내비게이션 기반 실 거리를 기준으로 할증을 적용해야 한다. 100m당 70원의 추가 배달료를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배민 측은 “내비 기반 실 거리제 도입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으나, 100m당 70원 수용하기 어렵다”라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또 노조는 “배달거리 할증뿐만 아니라 ‘픽업거리 할증 제도’를 새롭게 도입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김두하 중부분회 청년부장은 “세상에 고작 500m를 배달하기 위해 2~3km를 달려 픽업하면 배달료는 기본료 3000원인 것이 말이 되느냐? 심지어 라이더는 무상으로 장거리 픽업을 하면서 ‘왜 늦게 왔냐’는 음식점 사장님의 짜증까지 들어야 한다. 조급한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픽업 할증 도입이 꼭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③ 지역차별정책 폐지

집회에는 대구지역에서 일하는 라이더들도 참석했다. 김용석 대구분회 분회장은 “내가 고향을 떠나 서울 강남에서 일하는 이유는 배달료 때문이다. 지금도 대구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들은 기본배달료 2700원에 서울 대비 저렴한 거리할증을 적용받고 있다. 프로모션 등 혜택도 부족하다. 지방차별을 이제 중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노조의 주요 요구사항 중 하나는 ‘지역차별정책 폐지’였다.

 

현장 라이더들 ‘의견분분’

이번 노조의 조정회의 요구사항과 관련해 현업 라이더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특히 기본 배달료 인상과 관련해 ‘자칫 배달 라이더들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모 라이더는 “지금도 나날이 상승하는 배달료에 소비자들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는 배달료가 상승하면 라이더들이 모두 가져갈 것이라는 오해에서 비롯한다. 관련해 택배노조로부터 분명 배울 것이 있다는 생각이다. 단순히 수익 증대를 요구하기 보다 배달료가 어떻게 책정되며, 누가 부담하고, 또 어떤 식으로 분배가 이뤄지는지 알릴 필요가 있다. 그 가운데 불합리한 것은 알리고, 처우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주장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을까 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라이더는 “이미 도자킥(도보·자전거·킥보드)을 기반으로 한 알바 형태의 긱 워커들이 자리 잡은 상태에서 기본배달료 상승 요구나 파업 등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고 전업 오토바이 라이더들이 뭉쳐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 오히려 라이더들이 일할 때 실질적으로 필요한 요소들을 쟁취해 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라이더들이 진짜 원하는 것

반면 라이더들은 노조가 요구한 ‘내비게이션 기반 실 거리 할증’이나 ‘픽업 할증’ 도입에 대부분 동의했다. 기본 배달료 보다도 운행 시에 불합리하다 느끼는 요소들을 개선하는 데 크게 공감한 것이다. 특히 “직선거리 할증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현장에서는 산 넘고, 물 건너고 있는데, 이를 직선거리로 계산함은 옳지 않다. 실 운행 거리도 아니고, 내비 거리를 기준으로 한다면 오남용 여지도 없을 것”이라 반응했다.

장거리 픽업 문제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모 라이더는 “사실 배민이나 쿠팡이츠는 AI배차를 명목으로 특정 오더를 라이더에게 강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라며 “AI 배차를 연속 거부하면 페널티가 주어지기에 장거리 픽업을 원치 않아도 강제 수락하는 경우가 다수다. 또 일창(배달 라이더 앱 일반 기본 화면)에는 배달 가능한 모든 목록이 뜨지 않도록 락이 걸려있다. 플랫폼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라이더가 원하는 오더를 직접 수락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장거리 픽업에 대한 별도 혜택이라도 주거나, 일창 픽업 거리 설정 기능이라도 추가해야 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한편 모 노조원은 “라이더들 사이에서도 기본 배달료 인상에 대해 의견이 나뉘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본인처럼 지방에서 배달하는 라이더에게는 기본 배달료 인상과 지역차별정책 폐지가 무척 간절하다. 오더도 적고, 프로모션도 없어 정말 힘들다. 안정적인 수익 보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의견에 대해 대중들, 심지어 같은 라이더들도 ‘그럼 배달일 그만두면 되지 않냐’라는 말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정말 안타깝다. 누군가 직장 다니면서 ‘연봉이 적다’, ‘업무가 불합리하다’라고 하소연하면 어떤 사정인지 들어주기라도 하는데 유독 라이더에게는 야박한 게 아닌가 싶다. 비웃으며 때려치우라는 말은 함부로 안 하지 않는가. 일부 라이더들이 배달 라이더라는 직업 자체의 인식을 많이 떨어뜨려 놓은 결과란 것을 알지만, 이조차 공동의 노력을 통해 변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배달료 협상 결과는?

우아한청년들과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플랫폼지부는 노사 협상을 통해 배달료 단체 협상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번 합의안에 따르면 우아한청년들은 라이더의 안전한 운행을 지원하고자 연간 최대 100만원의 보험료를 지원한다.

1년 이상 배송대행 기본계약자 중 1일 20건 이상, 연간 200일 이상 배송실적이 있는 오토바이 가입자를 대상으로 2년간 보험료를 지원할 계획이다. 유상종합보험 가입자의 경우 연간 100만원, 유상책임보험 가입자의 경우 연간 50만원을 2년동안 지원받을 수 있다. 이는 우아한청년들 렌탈 바이크(민트바이크)를 사용하는 라이더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해 연간 100만원의 보험료를 2년간 지원한다. 기본 배달료 인상 대신 보험료 지원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배달료는 산정 기준을 기존 직선거리에서 내비게이션 실거리 기준으로 변경한다. 거리별 할증 요금 변동은 아래 표와 같다.

노사협상을 통해 도출해 낸 신규 배달료 거리별 할증 요금

 

김병우 우아한청년들 대표는 “이번 교섭을 통해 오토바이 가입자 대상 보험료 지원, 내비게이션 실거리제 도입, 공제조합 설립 등 배달 라이더들의 실질적인 배달 환경 개선을 이룰 수 있게 됐다”며 “함께 수고해주신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조 배민라이더스 지회에도 감사를 전한다. 앞으로도 배달 라이더들의 안전 강화 및 교육 등 활동을 통해 배달 환경 개선에 힘쓰겠다”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신승윤 기자> yoo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