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출시해?” 공공배달앱이 성공하려면?
공공배달앱이란 배민, 요기요, 쿠팡이츠와 같은 주문 및 배달대행 플랫폼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접 개발해 해당 지역 내에서만 한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의미한다.
현재 서비스 중인 공공배달앱은 서울시 ‘띵동’, 경기도 ‘배달특급’, 강원도 ‘일단시켜’, 충북 & 경북 ‘먹깨비’, 충남 ‘소문난샵’, 광주광역시 ‘위메프오’, 인천광역시 ‘배달e음’, 부산광역시 남구 ‘어디GO’, 전북 군산시 ‘배달의 명수’, 오픈 예정인 대구광역시 ‘대구로’ 등 2020년 3월 군산시가 최초로 공공배달앱을 출시한 이래 최근까지 20개가 넘는 새로운 앱이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왜 출시할까?
공공배달앱을 출시한 각 지자체는 출시 목적에 대해 공통적으로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지역민 모두에게 힘이 되기 위함’을 강조하고 있다. 배달앱 시장의 독점 방지를 기본으로, 지역 소상공인에 대한 수수료 혜택과 지역민에 대한 구매 할인 혜택이 핵심이다.
지역별 소상공인들은 공공배달앱에 입점함으로써 가맹비 무료, 배달앱 중개수수료 5% 이하, 카드 수수료 할인, 배달앱 내 주기적 무료 광고 등의 혜택을 얻을 수 있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을 이용했을 때 각종 수수료 등으로 결제 금액의 10~18%를 지출하면서 프로모션 등 광고비를 별도로 책정할 때보다 확실히 저렴한 가격으로 앱 이용이 가능하다.
지역민들은 공공배달앱을 통해 지역화폐 및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음식비 계산이 가능하다. 일반 결제보다 약 10%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할 수 있으며, 앱마다 할인쿠폰을 발급하거나 주문금액 일부를 마일리지 형태로 적립해 주는 등 추가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떨어지는 이용률, 원인은?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가장 성공적이라 평가받고 있는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은 작년 12월 기준 월 순방문자수(MAU) 21만5101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에 들어서 1월 20만9489명, 2월 20만2504명으로 5.8% 줄었다. 전북 군산의 배달의명수는 2월 MAU 3만 1685명으로 지난해 12월보다 15% 줄었고, 충북의 먹깨비도 2월 MAU 7만 2480명으로 2개월 전보다 22% 감소했다. 이처럼 이용자 수가 갈수록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① 소비자 입장
앱 내에서 주문 가능한 매장 수가 절대적으로 적다. 배달특급은 현재 경기도 내 14개 시·군에서 서비스 중이나 가맹점은 총 2만5986곳에 불과하며, 거대 프랜차이즈들은 대부분 참여하지 않고 있다. 앱 자체의 이용 불편도 여전히 존재한다. 앱이 멈추거나, 꺼지거나, 결제 화면으로 넘어가지 않는 등 현상이 나타난다는 이용자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매장 선택부터 메뉴 선택, 결제까지 쉽고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배달앱을 사용하는 소비자 니즈와 반대된다.
결정적으로 결제까지 마친 후에도 매장에서 해당 주문을 확인하지 않아 그저 시간만 보냈다는 사례가 많다. A씨는 “공공배달앱으로 치킨을 주문한 지 1시간이 되어서도 소식이 없어 매장에 전화를 해보니, 이제야 주문을 확인했다는 거다. 이후 공공배달앱을 사용하지 않게 됐다”라는 경험을 토로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② 소상공인 입장
매장 점주의 POS는 나날이 복잡해지고 있다. 홀 운영 매장이라면 테이블별 관리가 가능해야 하고, 여기에 배달이 더해지면 각종 주문대행 프로그램과 배달대행 프로그램들을 복수로 설치해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죽하면 이를 통합으로 관리해 준다는 POS를 따로 판매하고 있을 정도다.
공공배달앱은 이 POS에 전용 프로그램을 하나 추가해야만 이용할 수 있다. 즉, POS 상에서도 배민, 요기요, 쿠팡이츠와 공공배달앱이 경쟁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조사한 배달앱 정보량 점유율로 보면 배민 57.92%, 요기요 19.78%, 쿠팡이츠 17.88% 가운데 공공배달앱 중에서는 월등한 성적을 내고 있는 배달특급은 2.25%를 기록하고 있다. 즉 총 100개의 POS 배달 알람 중 공공배달앱 알람은 2~3개 이하이고, 그만큼 점주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피자집을 운영하는 B씨는 “한 번은 공공배달앱을 통해 들어온 주문을 체크하지 못한 적이 있다”라며 “아무래도 프로그램 사용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점도 있고, 다른 주문에 비해 수가 적다 보니 놓치는 경우가 있다. 홀 손님들이 한 번씩 ‘배민 주문 소리 좀 꺼달라’고 요청할 때가 있는데, 바쁘다 보면 배민처럼 POS에서 수락할 때까지 집요하게 울려야 도움이 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③ 배달 라이더 입장
배달 라이더에게 공공배달앱은 ‘전혀 다른 사업’이다. 배달 라이더 C씨는 “공공배달앱과 라이더는 전혀 특별한 관계가 아니다. 특히 배달대행 브랜드 앱을 사용하는 라이더의 경우 해당 주문이 배민 것인지, 요기요 것인지, 공공배달앱 것인지 알 길이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소비자의 결제 방식에 있어 ‘현장 카드 결제’라면 해당 소비자가 지역화폐 전용 카드를 사용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배달 라이더 D씨는 “지역화폐 전용 카드의 경우 일반 신용카드 또는 체크카드처럼 배달앱에 등록할 수 없다. 현장결제 또한 카드사와 리더기에 따라 인식 차이가 발생해 복잡하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배민을 예로 들면 소비자들은 알 수 없겠지만 일반 배달과 번쩍배달 등이 서로 다른 형태의 결제 방식을 가지고 있기에, 현장 카드결제를 하더라도 결제 대상이 지역 소재 상점이 아닌 우아한형제들로 찍혀 지역화폐 할인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처럼 일이 복잡해지기 전에 지역화폐 결제의 경우 차라리 공공배달앱을 통해 사전 결제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라이더들도 현장 카드결제 건은 위와 같은 이유로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잘 되면, 또 잘 돼서 문제
위와 같은 난관을 뚫고 공공배달앱이 지역 소비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 된다고 가정해보자.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나날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시장 1위인 배민은 2년 연속 적자다. 매출액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2019년 364억, 2020년 112억의 적자를 봤다. 애초에 경쟁 가운데 마케팅, 프로모션 등을 거듭하며 생존을 위한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시장이란 것이다. 배달시장을 ‘쩐의 전쟁’이라 표현하는 이유가 있다.
공공배달앱은 원체 낮은 수수료로 수익창출은 기대하기 어렵고, 그 결과 앱 운영비용과 할인쿠폰 등 프로모션 비용 모두를 지자체에서 지원한다. 즉, 지역민들의 세금이 다시 배달앱 할인쿠폰과 마일리지로 환원되는 구조란 것이다. 실제 경기도에서는 배달특급 관련 2021년 예산안 가운데 할인쿠폰 등 홍보비로 26억5000만원을 편성했으며, 중개수수료를 2%에서 1%로 변경했을 때 수익 감소분에 대한 예산 54억원 증액도 추가로 요구한 바 있다.
향후 서비스 확장 및 운영 방식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도내 시·군·구·권역별 소상공인들과 협력해 공공배달앱 공동 운영이 가능하도록 협동조합, 이니셔티브 등을 결성하는 방안이 있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으나, 소상공인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도민들의 경우 “나는 배달 음식을 좋아하지도 않고 시키지도 않는데 세금만 빠져나가는 기분”이란 댓글 및 인터뷰 반응이 있다.
모 배달앱 관련 종사자는 “앱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운영비는 불어난다. 매출 상승과 점유율 싸움을 위해 더 많은 예산이 투여될 수밖에 없으며, 특히 할인 혜택으로 소비자를 불러 모았다면 말이다. 기존 수수료도 유지가 가능할지 모르겠다. 나아가 소비자와 배달 라이더 양쪽에서 들어오는 CS를 처리할 전문인력 등 별도의 고용이 필요한 시점이 올 텐데, 이를 지자체 또는 소상공인 협동조합에서 처리 가능할까 싶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공공배달앱이 성공하려면 비용 문제 해결이 필수란 것이다.
한편 우아한형제들 측은 “작년 외식업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정책자금 대출이자를 지원하고, 네 차례에 걸쳐 광고비 50%를 환급했다. 또 코로나19로 자가격리를 하거나 생계가 어려워진 라이더를 위해 생활비도 지원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소상공인과 라이더, 코로나19 의료진 등을 위해 지원한 금액은 약 800억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신승윤 기자> yoo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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