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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투자? 왜 돈이 안 될거라고 생각해?”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한다면, 대략 5년 전 쯤 ‘콘텐츠 투자 플랫폼’ 창업팀에 들어갔다가 대차게 말아먹고 나온 적이 있다. 펀더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엇, 여기는 어떻게 굴러가지?”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벌써 드라마와 영화, 전시의 펀딩을 진행중에 있었다. 투자 모집이 종료된 프로젝트 중에서는, 종편에서 꽤 높은 시청률을 거둔 인기 드라마도 보였다.

펀더풀은 주택 청약처럼, 문화 콘텐츠에 투자하고픈 사람들을 상품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크라우드 펀딩과 채권 판매 중개업을 합친 개념인데, 집중하는 분야를 ‘K-콘텐츠’로 잡았다. 영화나 드라마, 전시, 공연 등 수요가 있을 만한 상품을 투자자와 연결해준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문화 지원’을 말하지는 않는다. 투자이니 만큼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성욱 대표를 서울 강남에 위치한 펀더풀 사무실에서 만났다. 먼저 내 실패담(?)을 주저리, 주저리 늘어 놓은 후 그에게 물었다. 언제 이 일을 시작했고, 어디서 비전을 보았느냐고. 성공할 가능성이 보이는지 여부도 말이다. 윤 대표는 “수익성과 안전성을 확보한다면 콘텐츠 프로젝트 투자가 가능성이 있다”며 “부동산 중개업의 ‘호갱노노’처럼, 콘텐츠 투자 중개도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요소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윤성욱 펀더풀 대표

언제 펀더풀을 창업했나?

2019년에 문화 콘텐츠 컨설팅을 하다가 직접 투자에 뛰어 들어보자고 생각해 창업했다. 이전 이력을 보면, 콘텐츠 투자와 관련한 일을 계속 해왔다. 2016년에 K 투자상품기획팀에서 ‘온라인 소액투자 중개업법’을 스터디하다 와디즈로 이직했고, 콘텐츠 투자를 집중해 맡게 됐다. 관련해 계속 공부를 하다보니 결국 창업까지 왔다(웃음).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그때의 결정이 어땠다고 생각하나?

잘했다고 생각한다(웃음). (와디즈로 이직) 당시에는 이게 잘한 게 맞나 싶었다. 어쨌든 칼을 뽑았으니 무라도 썰어야겠다 싶어 시작을 했는데,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사업을 전개하는 와디즈 팀도 훌륭했고, 대표도 방향이 뚜렷했다. 나는 와디즈 합류 당시부터 ‘콘텐츠 팀장’으로 합류했고, 쭉 콘텐츠만 담당했다. 영화쪽에 국한해서 보면, 크라우드 펀딩은 “투자 받지 못하니까 저렇게 돈을 모으는 거지”라는 정서가 다분했던 때다.

큰 제작사가 아니고 투자를 받기도 어려우니까?

그렇다. ‘26년’도 그랬고,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모금한 영화들이 많이 있다. 이런 인식 속에서도, 새로운 조달 모델이 가능할거라고 생각해서 와디즈에 합류했고, 어떻게 하면 콘텐츠 상품을 온라인에서 잘 공모 모집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때 어떤 엔젤 투자자가 “그냥 네가 하는게 낫지 않아?”라고 말하더라. 주변 동료들도 “네가 제일 잘하는 거니까 직접 하는게 오히려 더 좋지 않겠냐, 돈도 벌 수 있을 것 같다”고 북돋웠다. 대외적으로 공개는 안했는데, 지난해 두 개의 투자기관으로부터 서비스 론칭 전에 프리 A 시리즈의 투자를 받았다. 그돈을 종자 삼아 펀더풀을 창업했다.

와디즈 때와 펀더풀의 창업 후 하는 일의 차이는 어떻게 되나?

와디즈로 넘어올 때는 온라인에서의 집단지성을 이용해서 투자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그런데 제가 3년 정도 일을 해보니까 “아, 투자의 기반은 오프라인이구나”라는 걸 확신을 하게 됐다.

일반적으로 기업에 대한 투자는 심화된 분석 보고서를 전제로, 창업팀을 대면으로 검증하는데다 사업 모델에 대한 분석과 리스크에 대한 평가도 한다. 그런데 온라인으로는 그런 검증을 진행하는 것이 어렵더라. 지금 핀테크 기업들도 대부분 개인 금융에 집중돼 있다. 개인 검증은 그 사람의 급여나 현금 창출 능력 같은 객관적 데이터를 갖고 정량 평가를 하지 대면 심사를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기업투자는 그러기 어렵다. 다른 영역이다.

미래 가치를 봐야 하니까

그 팀이 얼마나 잘 호흡할 수 있는지를 보기에는 온라인이 오히려 더 비공개적이고 비대칭적인 문제가 남아있다는 걸 알았다. 화면이 담을 수 있는 정보의 양, 네트워크의 신뢰도 이런 것이 다르더라. 그래서 온라인 투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반대로 콘텐츠 쪽 투자는 ‘프로젝트성 사업’이다. 특정 기간 동안 투자자들이 공동의 사업 목적을 위해 자금을 투자하고, 지분으로 이익을 배당 받는 구조를 말한다. 조건 중 하나는 프로젝트를 위한 별도의 회계 계정을 분리하는 것인데, 콘텐츠쪽 투자는 다 그렇게 이뤄진다. 기존의 콘텐츠 투자는 오프라인으로 심사를 깊이 하고 있다. 그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는 일정 부분을 쪼개서 온라인으로 조달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여기에 집중했다.

프로젝트성 투자 사업의 핵심은 뭐라고 보나

수익성과 안전성이다. 돈을 잘 벌 수 있느냐 그리고 그 돈이 제대로 투자자들에게 배당될 수 있느냐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수익성과 안전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는 우리 노하우다.

노하우라면?

정산 같은 경우는 제 3자가 관리하느냐 여부 같은 디테일한 것이 있다. 수익성은, 원래 돈을 많이 벌 것 같은 프로젝트는 외부에서 투자를 잘 받지 않는다. 돈만 있다면 레버리지(돈을 차입해 투자를 하는 것)를 일으켜서 수익을 내는 게 당연하니까. 따라서 프로젝트성 사업도 수익성 판단을 필요로 하지만, 그에 더해 주요 투자자들이 누구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아주 중요하게 본다.

어떤 투자자를 말하는 건가

투자를 잘 하는 팀들이 있고 성과를 많이 내는 팀들이 있다. 거기에서 프로젝트에 얼마씩 지분을 가져갔는지를 본다.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아주 실적이 좋은 팀이나 개인인지 여부와, 그들이 프로젝트의 지분을 얼마나 들고 있는지 등을 보는 것이다. ‘키맨’이 지분을 45% 들고 있는 프로젝트와 5%만 가지고 있는 프로젝트는 아주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그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누가 끝까지 책임지고 배당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가 수익 배분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지 여부는 외부나 온라인에서는 잘 알기 어렵다.

출연료를 받느냐, 러닝 개런티를 받느냐의 차이 같다. 일반인은 그 정보에 접근 하기 어려운데, 펀더풀에서 그 정보를 파악해서 투자자가 책임이 강할 것으로 보이는 프로젝트만 가져와서 펀딩을 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 조금 더 쉽게 예를 들면, 곧 개봉하는 영화에 투자를 한다고 가정하면 그 영화의 이익 배당권에 근거한 회사채 참가부사채를 발행하고 투자자들은 청약을 통해 그 참가부사채를 인수하는 거다. 채권자는 나중에 영화 프로젝트의 지분만큼 계산해 수익을 배당받는 구조다.

펀더풀에서 투자에 참여한 콘텐츠는 어떤 것들이 있나

5월에 진행한 것이 드라마 ‘결혼 작사 이혼 작곡 시즌2’였다. 시청률에 따라 수익을 배분받는 형식이었다. 6월에는 사진작가 ‘요시고’의 전시를 했다.

(* 이후 펀더풀에서는 제주에서 진행한 미디어 아트 전시 ‘그대, 나의 뮤즈: 클림트to마티스’와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 ‘싱크홀’ 투자를 진행했다. 지금은 10명의 가수가 참여하는 조규만의 스페셜 앨범 ‘새로고침21’과 애니메이션 ‘좀비던 시즌3’, 배우 황정민과 현빈 주연의 영화 ‘교섭’에 대한 프로젝트 투자를 진행 예정이다).

개인의 입장에서 콘텐츠 투자에 참여하는 것이 어렵진 않을까?

아파트 청약 시스템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무엇을 청약할지 고를 수 있고, 청약 자격이 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콘텐츠 공모도 그런 식으로 하도록 정부에서 만들어놨다.

그런데 아파트 매매는 시장 정보가 있다. 콘텐츠는 정보가 없다. 영화 ‘기생충’이 얼마나 벌었는지 알기 어렵다. 지난해 극장 개봉해 매출을 낸 상위 스무개 영화 중에 실제로 돈을 번 영화는 몇편이나 되는지 혹시 알고 있나?

모른다. 작년에 극장가가 어려워서 수익이 별로 안 났을 거 같다.

그래도 열두개나 돈을 벌었다. 심지어 제작비가 100억원인데, 부가판권 매출(IPTV, 인터넷 VOD 채널 등)에서만 70억원을 매출 낸 코미디 영화도 있었다. 프로젝트와 관련한 투자 정보들이 다 산재되어 있어 이런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펀더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법적으로 해야하는 기본적인 투자 시스템을 갖추고, 부동산 부문의 ‘호갱노노’처럼 정보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프로젝트들이 얼마만큼 수익을 냈고, 해당 프로젝트와 레퍼런스 비교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으며 해외 매출은 얼마나 났는지 등을 공개적으로 알려주고,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요소를 만들어가려 한다.

콘텐츠 투자를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나

펀더풀은 신생 플랫폼이다. 그래서 아직 사람들이 잘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시고 사진전’이라는 프로젝트에 대한 반향이 컸는데, 굉장히 관심 있어 했던 분들이 찾아와 준거라고 본다. 개별 관심사에 본인이 투자자로 참여한다는 것 자체를 신선하게 여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콘텐츠 투자는 아무리 좋다고 해도 설득하기 어렵다. 불가능이라고 본다. 왜냐면 일반적으로 콘텐츠 투자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의식이 크다. 한번도 그 수익을 제대로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다. 은행에 다닐 때 콘텐츠 투자 상품 기획을 하면서 투자 심사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러면 “이걸 갖고 돈을 벌겠나, 50억원 가지고 강남의 빌딩을 사라고 해라”라는 말을 들었다(웃음). 이게 전통적인 심사관이다. 콘텐츠는 스토리를 팔고, 문화를 파는 거라 설득하기 너무 어려웠다. 당시에도 투자를 집행하기 까지 2년이나 걸렸다. 그사이 우리가 얼마만큼 투자를 했고, 어떤 결과를 냈다는 걸 조금씩 보여주면서 적은 금액부터 시작했다. 투자 행위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은 신뢰를 확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저희가 그 첫단계를 걸어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펀더풀의 역할은 영화나 드라마를 기본으로 하는 K-문화 콘텐츠 투자가 생각보다 되게 안전하고, 수익성도 일정 정도 나오는 산업분야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걸 보여주는 것이 (투자자를) 제일 빠르게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다. 어느 시점이 되면 “아, 얘네 잘하는구나” 라고 생각을 해주실 것 같다. 그러면 앞으로 더 많은 자금을 모집할 수 있을 거고.

잘 될 것 같은 콘텐츠에는 대형 투자자들이 많이 들어갈 것 같다. 온라인으로 개인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는 볼륨이 남아 있을까?

“수익 전부 다 내거야”라고 한 투자자만 들어가서 시작하는 프로젝트는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없다.

위험부담이 크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그래서 콘텐츠는 오히려 다양한 투자 모델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펀더풀이 가져가는 모델은 굉장히 새로운 것이 될 거라는 확신이 있다.

또, 수익이 난다고 가정했을 때 투자 상품의 수급도 굉장히 중요하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웹툰 수요가 굉장히 많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콘텐츠의 수도 엄청나다. 시장 수요가 많아지므로 당연히 프로젝트 수익도 좋아질거라고 생각한다. 헐리우드의 경우 콘텐츠 제작 원가를 100이라고 치면 국내에서 50%를, 국외에서 50%를 회수한다. 라이선스 판매를 하기 때문에 대체로 원가는 들어오는 구조다. 그래서 이상한 영화도 엄청 많아 보이는데 사람들이 자기 취향에 맞춰서 다 본다. 쏠림 현상이 없이 다양한 취향에 맞춰 성장하는 시장이 건강한데, 우리도 기존에는 한국만 봤지만 최근에는 동남아 등 여러 시장을 보니까 기존보다 돈을 헐씬 더 많이 벌 가능성이 높다.

올해 모집 규모는 어떻게 되나

400억원 정도 예정한다. 한 프로젝트의 일정부분만 모집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전체 모집을 펀더풀 플랫폼에서만 모집할 수 있을 정도가 되는게 궁극적인 목표다.

콘텐츠 투자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 중 하나는 정산에 대한 것 아닐까? 정산에 대한 신뢰 말이다

전문 투자 기관들이 참여하는 경우에는 프로젝트에 대한 감사를 요구한다. 큰 회사가 프로젝트를 관리하면 나름대로 투명성이 잘 확보가 되어 있다. 펀더풀이 진행하는 프로젝트 역시 투명성을 중요하게 본다. 쉽게 얘기하면, 10억원 규모 제작 예산에서 계약서에 “예비비가 아무리 많이 들어도 11억원까지만 쓰겠다”라고 적었으면, 그 계약에 정해진 숫자 안에서 제작비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만약 수익이 많이 난다고 하더라고 계약과 달리 제작비를 많이 썼다면 분배될 수익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면 누가 책임을 지나. 이런 걸 잘 관리를 하는 팀이랑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되나?

중개 수수료 모델이다. 모집한 금액의 5%에 해당한다.

개미들의 문화 콘텐츠 투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액수가 중요한 건 아니라고 본다. 돈이 흐르는 게 필요하다. 콘텐츠 산업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 우리나라는 2000년도 초반부터 문화 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원 자금을 투입했다. 벤처 자본도 들어가고 하다보니, 콘텐츠 산업이 건강하게 만들어지는 토대가 된 것 같다. 투자 리스크가 낮아지고 수익이 예측 가능해지면서 다양한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시장이 되는 것이 중요한데, 개인이 투자를 하게 되면 투자 정보도 많아질 것이고, 전체 콘텐츠 생태계를 건강하게 하는 데 굉장히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적정 수익률을 내는데, 기왕이면 내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개인이 돈을 버는 것이 좋지 않겠나.

크라우드 펀딩이라고 하면 뭔가 독립 영화, 소자본 콘텐츠에 대한 지원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지금 말하는 것은 그 개념이 전혀 다른 것 같다.

전혀 다르다.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말은 리워드 개념의 인식이 크기 때문에 잘 안쓰려고 한다.기존에 있던 ‘프로젝트 투자’라는 카테고리를 간편하게 만들었다고 봐야 한다. 통상 프로젝트 투자의 계약서가 40장, 50장씩 된다. 이 계약서를 개인이 모두 검토하기란 어려운 일인데, 펀더풀은 플랫폼을 통해 이 계약서를 청약서 한 장으로 줄여놓았다. 채권 계약과 정산 같은 문제를 펀더풀이 사실 확인을 모두 거친후 청약서 한 장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대형 프로제트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거다.

그런데 사실 영화 같은 콘텐츠 프로젝트는 제작 단계에서 돈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경우 영화가 엎어지거나 하는 리스크가 크다. 그래서 마케팅 단계에서 투자가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

중요한 질문이다. 궁극적으로는 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모집하는 것이 산업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거라고 본다. 신뢰할만한 팀이 작품을 만든다고 했을 때, 그걸 지원할 수 있는 자금이 흘러들어가줘야 한다. 예를 들어 범죄도시 후속편을 만든다고 했을 때, 제작팀이 초기 자금을 모은다고 하면 많은 이들이 참여할 거고, 그게 유통사나 다른 투자사와 계약에 있어서도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

글로벌 K-콘텐츠 파이낸싱 플랫폼이 저희 비전인데 한국의 좋은 배우나 좋은 기획자나 제작자, 감독이 만드는 콘텐츠에 다른 나라에서 투자도 하고, 그 결과물을 수출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투자가 들어온 시장에 작품도 적극적으로 나가게 되지 않겠나. 그렇지 않나?

나중에 직접 제작도 할 생각이 있나?

그건 아니다. 투자만 할 거다. 공모를 시작했을 때 청약자가 유입되는 속도, 사전 등록의 양, 청약이 달성되는 시점, 청약률 같은 데이터가 해당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나 팬덤을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데이터를 활용해 투자의 의사결정을 돕는 것을 지속해 개발하려 한다.

박찬욱 감독이 ‘복수는 나의 것’으로 흥행에 참패하고 나서는 ‘올드보이’ 제작비 조달이 힘들었다. 봉준호 감독도 ‘살인의 추억’을 만들기 전에 ‘플란다스의 개’ 흥행에는 실패했다. 그래도 연출력은 인정 받았고, 팬들이 생겼다. 이런 사례가 너무 많은데, 각각의 당시를 보면 항상 용기 있는 투자자들이 있었다. 투자가 일어나면 정산까지 원활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다시 또 투자를 하게 되는 거고.

온라인을 통해서 콘텐츠 투자에 대한 전묹거인 그룹이 생긴다면 어떨까? 모두가 영화에 대한 투자를 할 필요는 없다. 버티컬한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대신, 만 명이 100만원씩 투자를 하면 일년에 100억원이다. 5만명이 300만원씩 투자하면 1500억원이고. 이 돈이 콘텐츠 산업에 들어가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CJ ENM이 일년에 투자하는 금액이 2000억원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

전시도 다룬다. 국내 전시가 대작 위주로만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 피카소 같은 유명 화가 전시에만 사람이 몰리고. 펀더풀 같은 펀딩 방식을 통해 지금 같은 구조를 바꿀 수 있게 될까?

전시 기획팀에서 “어떤 전시가 있으면 좋을지 수요자 중심으로 기획할 수 있는 모델이 없을까”라고 문의가 왔다. 그리고 이 기획이 투자로까지 연결이 된다면 사전에 매출을 증대하는데도 좋을 것이다. 전시나 공연 기획 방식이 이런 모델로 갈 수 있다는 것이 우리 팀의 생각이다.

웹툰이나 웹소설에 대한 투자도 할 생각이 있나?

어떤 회사와 웹툰 작가의 IP를 다섯 개 정도 묶어서 펀딩하는 방식을 협의중이다. 저희가 원하는 볼륨이 나온다면, 어떻게 투자를 하고 어떻게 이익을 배당할지 그 구조를 논의 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 펀더풀이 가지는 경쟁력은 무엇인가

금융업과 콘텐츠업, 온라인 크라우드 펀딩, 청약 서비스, 프로젝트 정보 제공 서비스라는 모든 면에 전문가를 두루 갖췄다. 콘텐츠 CP 들과 독점 제휴 관계도 맺어나가고 있고. 앞으로 2~3년 정도 저희 카테고리를 잘 만들어나간다면, 복합적 속성을 이해하고 사업을 진행해나간다는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

앞으로 비전은 어떻게 되나?

글로벌 콘텐츠 파이낸스 플랫폼을 만들려고 한다. 한국 콘텐츠 산업에 필요한 자금을 전 세계에서 갖고 들어오는 게 펀더풀이 하고자 하는 일이다. 영화든 드라마든 웹툰이든 음악이든 공연이든 전시든 뮤지컬이든, 한국의 콘텐츠 기획 제작 수준은 세계적이라고 확신한다. 관객의 수준이 높기 때문에 만드는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그 과정에서 재미를 주고 버틴 사람들이다. 훌륭한 팀, 가능성 있는 팀이 투자자와 자본을 만났을 때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크다. 펀더풀이 투자자와 그런 팀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되려한다. 관심 갖고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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