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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의 소비 기회를 누가 선점할 것인가”


[이커머스 전문가에게 묻다] ③이동일 세종대학교 경영경제대학 마케팅 교수

(편집자주) 경제와 산업의 중심이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수많은 전문가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강조하지만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기업은 드물어 보인다. 특히 커머스에서는 그 변화가 매우 빠르다. 지금의 이커머스 시장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또 앞으로는 어떻게 바뀌어갈지에 대해 살펴보고 알아보는 일이 필요하다. 그래서 전문가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서울시 광진구 능동로 209. 세종대학교 광개토관 3층 이동일 교수실의 문을 두 번 두드리자 “누구세요?”하는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정각 두시였다. 향초 냄새가 나는 작은 집무실의 탁자 위에는 빈 A4 용지와 펜이 놓여져 있었다. 수업 준비를 마친 선생과 같은 표정으로, 이동일 교수는 내게 오늘의 대화의 개요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선생이 지난해 스타트업얼라이언스를 통해 발간한 ‘이커머스, 파괴적 혁신으로 진화하다’라는 책을 읽었다, 그후로 1년이 흘렀는데 이 시장이 어떻게 또 달라지고 있는지를 묻고 싶어 찾아왔다고 답했다.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온라인 쇼핑 시장의 구조 변화는 2018년이 아주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설명을 시작했다.

이동일 세종대학교 경영경제대학 마케팅 교수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발간한 이커머스, 파괴적 혁신으로 진화하다를 읽었다. 그 책의 서문과 1장을 쓰지 않았나. 그 책에서 한국 이커머스 생태계 구성 과정의 역사를 다뤘다. 그러면서 유통, IT 기업의 기술이 가져온 혁신을 말했고, 생태계 구성 요소에 대한 고찰을 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이커머스 시장은 더 커졌고, 또 다른 변화도 있었을 것 같은데

시장이 커진다는 것만 보지 말고, 그 시장의 성장 속도를 봐야 한다. 2018년쯤이 굉장히 큰 변화를 가져온 시기였다. 당시 온라인 소매 시장의 성장 속도가 정체됐는데, 시장에 빅피쉬가 들어왔다.

빅피쉬라면?

네이버가 있다. 규모는 작지만, 마켓컬리의 가시성도 높았다. 지그재그의 시장 영향력이 커졌고 무신사가 커머스에서 주목을 받았다. 2018년 즈음 이커머스가 성숙 시장 진입의 명백한 징후가 있었다. 성장의 한계가 왔는데, 당시에 식품과 생활용품 등으로 카테고리 확장이라는 변화가 생겨났다. 그리고 2020년 초에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쇼핑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증가하면서 식품, 생활용품 시장의 확대가 급속하게 이뤄졌다. 식품과 생활용품이 온라인 쇼핑 시장의 새로운 확대 성장 동력이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을 가져왔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코로나 때문에 컸다는 말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보았을 때는 그 이전부터 있었던 카테고리 확대에 대한 노력이 우선적인 성장의 원인이다. 코로나19는 이러한 것들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동력, 조절변수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3년 사이 온라인 쇼핑의 카테고리 비중과 성장 동력이 바뀌었다는 말이다. 2021년 현재는 그 변화의 방향성이 어디를 향하고 있다고 보나?

현재까지는 같은 상황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 패션 중심의 온라인 쇼핑에서 패션, 생활, 식품의 구성으로 가고 있다. 패션 내부에서의 구성도 많이 바뀌었고. 기존 패션시장 내부의 성장을 이끌었던 동력은 3040 여성 패션이었다. 그런데 그 카테고리는 2020년 들어 급속하게 위축이 됐다. 코로나로 인해 밖에 나갈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반면, 20대 패션 버티컬은 급속히 커졌다.

20대도 나갈 일이 별로 없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

20대는 나간 것 같다(웃음). 아무래도 베이직 의류 구성도 많고, 단가도 더 저렴하다. 레저와 결합한 의류패션 시장도 급속하게 커지는 양상을 보였다. 요즘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출퇴근하는 것도 어색하지 않다. 골프웨어, 등산 의류도 성장했다. 반면 실내 체육, 예를 들어 요가복 등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요가복 시장이 상당히 주목받고 있었는데, 그러한 시장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커머스의 카테고리가 변화를 이끈 것은 무엇일까?

온라인 쇼핑은 수요구조의 변화를 업계가 견인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공급 중심의 수요 견인이 먼저 가고, 그것이 수요와 부합했을 때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측면이 있다.

성장 둔화를 타개할 목적으로 공급 업체들이 새로운 수요를 끌어냈다는 뜻인데,

수요를 창출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은 것이 결과적으로는 강한 성장세를 이끌어가게 됐다.

커머스 업체들의 경쟁은 앞으로 어떤 상황으로 가게 될 것 같은가?

정말 모르겠다(웃음). 일부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보복 소비다. 이 보복 소비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다.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르겠단 이야기는 선택지가 있다는 말인데

제일 가능성이 높은 게 대형몰들이 강화되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 케이스가 ‘더현대서울’나 ‘IFC몰’ 같은 곳이다. 도심몰의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에서의 명품 판매는 계속해 오히려 더 좋은 상황이었는데, 명품 가전 판매가 더 폭발하는 방향으로 움직일지 아니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두 번째는, 현재 생활패턴을 소비자들이 더 많이 확장해 유지하는 방향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온라인쇼핑 성장세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1년 후 미래’로 가정해 본다면, 지금의 “답답한 것”을 해결해 줄 오프라인 쪽 성장이 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동일 교수의 말대로 올해 들어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소비심리 회복에 의한 것으로 분석되는데, 특히 지난 2월 문을 연 서울 여의도 ‘더현대’의 경우 개점 후 첫 한달 매출이 1000억원을 기록했다.

 

최근에 여의도 더현대에 가봤는데, 물건을 파는 백화점의 기본 역할만큼이나 경험하고 체험하는 공간을 만들어내려는 새로운 노력의 흔적도 크게 보이더라. 마치 어른들의 놀이터처럼.

그 말이 맞다. 모든 소매업체들이 갖고 있는 중요한 간접 지표 중 하나가 “고객들의 체류 시간을 어떻게 더 늘릴 것인가” 하는 거다. 앞으로도 그쪽을 강화하는 측면이 생길 거다. 온라인 쇼핑도 역시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오프라인 만큼 다양한 측면의 공감각적 체험은 아니더라도 콘텐츠를 부가하거나 지금까지 제공못했던 인터랙티브를 강화하는 측면으로 움직이는 것이 최근 중요한 실험 중 하나다. 콘텐츠 부가 측면에서는 쿠팡 플레이, 인터랙티브 측면에서는 라이브커머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체험마케팅이 가진 가장 큰 측면이 “체험하면서 동시에 상업적 기회에 노출되는 것을 소비자가 차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 당장 소비와 연결되지 않은 콘텐츠도 많더라. 그러나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그런 체험형 콘텐츠들이 단위면적당 매출, 또는 당장의 매출과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닐텐데

맞다. 옛날 같은 형태의 매출 효율성을 갖고 운영하지 않는 형태의 소매업체가 점점 생겨난다. 쇼핑에 대한 노출 기회라는 측면에서 강점이 있어서다.

일단 오게 하는 힘?

결국은 집객력이다. “심심할 때 뭐해?”가 바로 내가 가진 욕구를 어떻게 해결할까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그런 여러 경로를 생각한다면 매출 효율성이라는 지표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더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하는 전략인가?

소비자들의 소비 기회를 누가 선점할 것인가 하는 얘기다.

대형몰의 성장 가능성 외에, 오히려 커머스가 작게 분화되는 트렌드도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 셀러들이 자사몰을 만드는, D2C(Direct to Consuner)를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요즘 고민하고 있는 문제다. 소비자들의 소비욕구가 얼마나 분화될 것인가와 연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마치 나이키나 애플처럼, 그 기업이 만드는 소비 생태계가 하나의 키워드가 될 수 있을 것인지가 핵심인 것 같다.

D2C라는 영역 자체는 계속해 커질 거라고 보나?

질문을 조금 바꿔서, D2C에 대한 노력이 계속해 이어지는게 소비자 복지를 위해 볼 거냐고 묻는다면, 그건 맞다고 본다. 그렇다면 그런 노력은 계속될 거라고 본다.

소비자 복지는 무얼 말하는 건가?

소비자의 욕구를 생산, 기획 단계에서 다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런 데 대한 제안들이 더 다양해지는 거다.

D2C를 지원하는 플랫폼들, 예를 들어 카페24 같은 곳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이라 보나?

이커머스 호스팅 업체들은 계속해서 자기 자리를 만들어나갈 것 같다.

앞서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걸 하고픈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을까?

굉장히 쉬운 문제다. 실천하기 어려워서 그렇다. 소비자의 문제를 소비자의 입장에서 정의하고 그걸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듣기엔 쉬워보일 수 있는데,

굉장히 어렵게 들린다(웃음)

중요한 건 초심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알기엔 이렇게 옷을 만드는게 가장 적절한 대안이 되는데, 그렇게 만들어주는 곳은 아무 데도 없더라. 그렇다면 그렇게 만들어서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해주는게 중요한 것 아닌가. 예를 들어 유명한 D2C 업체 중에 안경을 파는 ‘와비파커’를 생각해보면, 사람들이 자기 얼굴에 맞는지 아닌지 아무리 아바타에 씌워봐도 알기 어렵다. 그래서 대안을 세 개를 주고 그중 맞는 것을 고르고 나머지는 반품하도록 했다. 선택의 불확실성을 줄여준거다. 이런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거기에 대한 나은 해결방법을 주는 것이다.

확실히 파는 사람이 아닌 사는 사람의 기준으로 보면 그렇다

사는 사람들은 아무리 개선된 대안을 준다고 해도 완벽한 상태는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무엇인가 채워지지 않은 욕구들이 더 있을 수 있다. 그러한 채워지지 않은 욕구들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게 제안을 하는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이슈다. 이렇게 여러 제안이 나타나는 것이 D2C를 통한 온라인 쇼핑 생태계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면, 이중에서 대중 시장을 형성하게 해주는 그런 것은 네이버, 쿠팡, 이베이, 카카오쇼핑 등의 제네릭 플랫폼이 될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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