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라쿠배당토’를 물류 관점에서 분석했다
‘네카라쿠배당토’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는가?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토스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로, 국내 대형 IT 기업 7개사를 묶어 부르는 말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20~30대 취준생 또는 개발자들이 몸담고 싶어 하는 핫한 기업이라는 것, 그리고 각 기업의 주력 서비스는 다르지만 최근 이커머스 및 물류·유통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네카라쿠배당토 중 네카쿠배를 콕 집어 이들의 물류 비즈니스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생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커머스 활동을 물류적 시각으로 해석한 도서가 출간됐다. 한진 경영기획실을 거쳐 세계일보 기자, 물류미디어 CLO 창간 및 대표로 활동하다 지금은 인천대 창업혁신교수로서 강연을 겸하고 있는 <네카쿠배 경제학>의 저자 김철민 비욘드엑스 대표를 만나 ‘네카쿠배의 물류’에 관해 물었다.
카카오T 퀵이 드디어 오픈했다. 전망은?
카카오의 퀵서비스 진출에 있어 ‘퀵’의 범주는 일반적인 이륜차 퀵 서비스 이상의 개념을 담고 있다. 이륜차 퀵부터 시작해 소형밴(다마스), 1.5톤 화물차량 등 영업용 번호판을 달고 있으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하는 모든 화물차량과 소비자(화주)를 중개하는 플랫폼 서비스로 우선 봐야 할 것 같다. 기존 화물 중개가 카카오톡이나 카카오T와 같은 플랫폼 채널에서 이뤄진다는 건 기존과 비교해 엄청난 변화다.
SK의 티맵 모빌리티도 카카오 모빌리티와 엇비슷한 사업 진행 방식을 보일 것이다. 사람의 이동, 즉 택시, 대리 등 교통 서비스에서 이제는 화물의 이동, 즉 물류 서비스로 확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카카오T 등 앱을 통해 택시를 호출하는 방식이 일상화된 지금, 기업이나 개인이 필요한 화물차량이나 관련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부르는 방식이 더는 생소한 일이 아니다. 더욱이 디지털 경험을 맛본 소비자들은 더 빠르게 관련 시장에 적응하지 않겠나 싶다. 나아가 택시를 이용한 배송 비즈니스를 위해 샌드박스를 신청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화물운송시장은 카카오뿐만 아니라 SK, 네이버, 현대차 같은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류가 이커머스 때문에 성장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모빌리티 시장과 만나 비용의 절감과 효율화를 통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무인화물차, 무인선박, 무인항공, 로봇배송 등 물류 운송 프로세스를 선보일 수 있다.
네이버가 해외 배송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데
네이버가 ‘물류로 돈 벌겠다’는 포인트 3가지는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그리고 서플라이체인 파이낸스(공급망금융)에 있다고 본다. 그 근간은 결국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이커머스가 전 산업을 모두 삼키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시장 파급력이 크다. 네이버의 스마트 스토어 등 이커머스 사업 확장은 150조원 규모의 국내 시장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당연히 더 큰 해외시장을 당연히 염두에 둔 투자다.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은 현대판 향신료 시장이라 불릴 만큼 전 세계적으로 규모가 크고, 성장 속도가 빠른 매력적인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한국은 패션, 뷰티 쪽으로 강세다. 네이버가 동대문 패션 시장의 글로벌화를 위해 브랜디와 같은 스타트업과 손잡고 물류 경쟁력을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해외 판매를 위해서는 수출입 물류, 통관, 현지 운송 등 다양한 과정이 필요한데, 이를 관장하고 대금을 결제하는 등 금융 프로그램 지원을 통한 수익 창출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CJ, 아마존-SK 등 협업 소식이 많이 들린다
네이버와 CJ, 그리고 신세계의 동맹을 두고 ‘오월동주’란 표현이 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어 새로운 적을 상대한다는 말인데, 쿠팡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역량은 균형성이 있어야 한다. 온라인 판매가 늘면 그만큼 오프라인 배송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말로 바꿀 수 있는데, 서로의 서비스 영역의 장점, 예를 들어 택배 등 물류 역량이나 판매 채널 공유 등을 통해 더 강한 상대를 대응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쿠팡은 온라인 판매 채널로서 강력한 상대이지만, 로켓배송 등 자체적인 물류 역량만으로도 엄청난 평가를 받고 있다. 쿠팡의 뉴욕상장 중에 가장 큰 성장성을 인정받은 것이 쿠팡의 물류 역량, 즉 로켓배송이었다.
SK와 아마존, 네이버의 네이버풀필먼트얼라이언스(NFA), 카카오의 지그재그 인수, GS홈쇼핑과 GS리테일 합병 등 물류, 유통, IT 시장 전반에서 다양한 사례가 나오고 있는데, 앞으로 더 많은 사례가 등장할 것이며, 향후 기업 간 연대 전략은 필수가 되지 않을까.
격변 속 물류 산업의 변화는?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은 2016년 신유통 개념을 꺼내 들면서 ‘순수한 전자상거래 시장은 끝났다’라고 말했다. 순수한 전자상거래란 지금처럼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며칠 내 택배 배송을 해주는 거래 행위를 의미한다.
28세기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 ‘발레리안’을 보면 가상공간에서 쇼핑을 마친 소비자들이 구매한 물건을 바로 가져가거나 집으로 보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최근 유행하는 키워드인 라이브 커머스나 메타버스 등과 일치하는 설정이다. VR, AR, 3D프린팅 등 신기술은 이커머스 성장에 더 많은 기름을 부을 것이며, 이에 맞는 물류 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하다. 순수한 물류도 끝나는 것이다.
관련해 물류 시장의 또 다른 파트너는 ‘모빌리티’라고 본다. 비용 절감, 효율화, 프로세스 개선 등 지금보다 더 큰 변화의 파도를 맞이할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커머스보다 택배사들이 변화에 느렸던 것은 후행적 서비스 구조에 기인하는데, 이커머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원하는 배송 서비스를 택배사들이 제공하지 않거나, 할 수 없었다. 로켓배송의 쿠팡이나 새벽배송의 대명사 마켓컬리가 기존 택배사를 이용하는 대신 자신들만의 시그니처 배송을 선보였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기서 모빌리티 시대가 도래해 기존 물류 비즈니스의 화법 자체를 바꿔 버린다면? 사람 & 내연기관 조합을 로봇 & 전기차가 대체한다면 말이다. 현재 운송료의 80% 이상은 인건비와 유류비다. 이것이 로봇과 전기차 등으로 대체된다면 과연 그 수익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이커머스에서 모빌리티로 물류 시장의 빅뱅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책 소개 타임을 짧게 드리겠다
감사하다. 아마도 독자들의 스마트폰에 네카쿠배 중 한두 개 정도는 관련 앱(애플리케이션)이 설치돼 있지 않을까 싶다. 국내 온라인 시장을 주도하는 대표 기업들로 소비자들의 일상생활에 친숙한 브랜드들이다. 또 마켓컬리, 무신사, 지그재그, 오늘의집, 당근마켓 등 신선, 패션, 리빙(가구), 중고거래 분야의 버티컬 이커머스들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다.
이들 업체는 IT 기술을 기반으로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COVID-19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의 전환 속도는 훨씬 빨라지고 있는데, 이 책은 시대적 변화 속에서 국내 대표 이커머스 기업들의 성공적인 행보를 ‘물류(物流)’와 연관 지어 살펴보고, 모든 것이 배송되는 라이프 플랫폼 시대에 물류는 어떤 변화를 맞고 도전에 직면했는지 소개한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신승윤 기자 <yoo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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