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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로지스가 당일배송 원가 26% 절감한 비결

이륜차 물류를 기반으로 한 당일배송 시장의 오랜 숙제는 ‘저단가 경쟁’이다. 2016년 서울 전역 5000원 퀵서비스를 들고 나와 화제가 됐던 ‘원더스’라는 업체가 있었다. 통상 최저가 6000~8000원 이상부터 시작하는 퀵서비스에서는 만들지 못하는 파괴적인 가격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원더스는 퀵서비스 업계의 공분을 샀다. 당시 5000원 퀵서비스를 홍보하는 문구가 적힌 조끼를 입고 다니는 원더스 라이더를 만난 퀵서비스 라이더가 같이 죽자는 가격이냐며 울분을 토한 사연도 있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배달대행 플랫폼들이 음식배달이 아닌 영역의 상품 주문까지 치고 온지 오래됐다. 시장에서는 건당 3000~4000원대에 당일배송을 수행해준다는 가격이 흔하게 돌아다닌다. 저단가 경쟁으로 인해 이 시장에서는 ‘이익’을 남기는 업체를 찾기 힘들다.

그렇다고 물류업체들이 ‘단가’를 올리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화주사들은 몇백원의 단가 변화에도 쉽게 물류업체를 바꾼다. 그래서 물류업체들은 당장은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시장을 장악하는 데 집중한다. 동시에 ‘물류 원가’를 낮춰서 낮은 단가를 제공하고도 이익을 보는 효율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 수많은 업체들이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원가’를 절감한다는 것은 홀로 버틸 수 있는 지구력을 얻는 방법이 된다.

가까운 예로 CJ대한통운은 국내 택배시장을 ‘저단가’로 잠식하고 결국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원가를 절감하여 택배 사업에서 이익을 만들고 있다. 이륜차 물류업계도 CJ대한통운의 길을 따라가고 싶은 것은 매한가지다. 다만, 택배차 대비 한정된 이륜차의 적재함 공간을 고려해야 한다. 배송 리드타임이 하루 이상으로 비교적 넉넉한 택배와는 달리 단 몇 시간 안에 배송을 완료해야 하는 이륜차 물류만의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원가를 26% 절감한 기업이 있다고?

우연찮게 이륜차 물류업체 체인로지스 김동현 대표의 이야기를 들었다. 체인로지스는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도심 물류센터를 거점으로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화주사의 물량을 당일 픽업하여 물류센터에서 분류하여 이륜차 라이더에게 할당, 화주사의 고객사에게 당일 배송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한 명의 라이더가 한 회차 배송에 수십개의 화물을 싣고 배송에 나가기 때문에 퀵서비스 대비 저렴한 가격을 만들 수 있다는 논리다.

체인로지스 용산 물류센터 전경. 이태원 근방 한남동에 위치했다. 이 공간은 일종의 ‘마이크로 크로스도킹 센터’로 체인로지스가 당일 픽업한 화주사의 상품을 이 공간에서 분류하여 하루 3회 4시간내 배송한다. 알뜰폰 유심칩과 같이 일부 이 공간에 재고로 보관하여 바로 내보내는 화물도 있다.

하지만 체인로지스에게도 ‘낮은 단가’는 숙제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체인로지스의 운영단에서 많은 비효율이 발생해서 적자폭이 컸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3월을 기점으로 배송기사에게 지급하는 급여 기준 손익분기점은 넘어갔다. 대대적인 운영 프로세스 개편을 통해서 ‘운영 원가’를 약 26% 절감했다. 여기서 ‘운영 원가’란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급여, 물류센터 및 사무실 운영비, 인건비를 포함한다.

그 방법론이 궁금해서 김동현 체인로지스 대표를 만났다. 물류에서 26%란 굉장한 숫자다. 일순간에 적자를 개선하고 이익을 만들 정도로 말이다. 더군다나 체인로지스가 물류 품질을 포기한 것도 아니다. 김동현 대표에 따르면 체인로지스의 당일배송 성공률은 99.7%(회차배송 기준 95%)다. 남아있는 0.3%는 고객의 주소 오기재, 공동현관 출입불가나 수취인 행방불명 등으로 인한 현장 배송 불가사항으로 발생한 수치다. 사실상 100%에 가까운 숫자다. 그 비결이 궁금했다.

운영 비효율을 걷어내라

체인로지스가 운영 프로세스 개편에 앞서 행한 작업은 운영단의 비효율을 걷어내는 것이다. 체인로지스는 주문 밀도가 충분히 나오지 않는 서울권역 밖의 배송 서비스를 최근 종료했다. 체인로지스가 집중하는 지역은 이커머스 수요가 충분하고 주문 밀도가 높은 ‘서울’ 하나다. 60여명의 체인로지스 이륜차 라이더가 서울 각 지역을 동단위로 쪼개서 평균 3~4개 지역의 배송을 맡는다.

이와 함께 체인로지스는 기존 3회차 배송 프로세스를 2회전 배송을 기준으로 변경했다. 종전 체인로지스는 오전배송(오전 9시30분 화주사 주문 마감, 오전 10시까지 입고, 오후 12시까지 배송완료), 점심배송(오전 11시 화주사 주문 마감, 오후 12시까지 픽업 및 주문 마감, 16시까지 배송완료) 저녁배송(15시 화주사 주문 마감, 16시까지 픽업 및 입고 완료, 20시까지 배송완료)의 하루 3회전 배송 프로세스를 수행했다. 현시점 체인로지스의 오전배송을 이용하고 있는 화주사는 점심시간에 맞춰 샐러드를 배달해야 하는 업체 ‘프레시코드’ 하나다.

김 대표는 “기존 3회전 배송에서 ‘1회전’을 완전히 없앴다기 보다는 충분한 물량을 줄 수 있는 업체가 프레시코드 하나라서 한 업체에 집중한 것”이라며 “1회차에서는 1/3 정도의 인력만 나와서 업무를 수행하고 나머지 인력들은 오후 12시즘 출근하여 2회차, 3회차 배송을 수행하는 구조”라 설명했다.

‘집중’이 만든 거대한 변화

이륜차 물류의 핵심축인 라이더 단에도 변화는 있었다. 종전 체인로지스는 라이더에게 월 300만원 가량의 고정 급여를 지급했다. 이를 배송건당 물류비를 지급하는 구조로 개편했다. 개편이 있었다고 라이더가 받는 임금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체인로지스에 따르면 오후부터 일을 시작하는 라이더들은 평균적으로 종전과 비슷한 300만원 내외의 돈을 받고 있으며, 오전 1회차배송까지 수행하는 라이더의 경우 통상 350~400만원 이상의 돈을 번다.

동시에 라이더들의 노동시간은 종전 대비 오히려 줄어들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종전 고정급제일 때 라이더들은 아침 9시에 출근했다. 지금은 오전 업무를 하지 않는 라이더라면 출근시간이 오전 11시30분에서 정오 사이로 변경됐다. 통상 물량이 가장 많은 월요일에는 라이더들의 업무가 오후 9시쯤 종료되고, 평일은 오후 7시30분에서 8시 사이에 업무가 끝난다. 이는 종전 대비 라이더의 업무시간이 2~3시간은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김 대표의 설명이다.

체인로지스가 라이더의 임금 체계 개편을 마치고 라이더 현장 업무에도 변화가 생겼다. 종전 고정 급여를 지급할 때 체인로지스의 라이더는 배송 이외의 남는 시간을 활용해 다양한 업무를 함께 수행했다. 예컨대 고객 화주사 물류거점에 방문하여 당일배송 상품을 픽업하는 일은 라이더의 업무 중 하나였다. 체인로지스 용산 물류센터 안에서 배송할 화물을 분류하는 것도 라이더의 일이었다. 라이더들이 배송에 집중하지 못하니 라이더당 하루 평균 배송 처리량은 좀처럼 체인로지스가 바라는 숫자까지 늘어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체인로지스에서 분류 작업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종전 라이더들이 수행하던 업무를 분류 및 검수 작업을 수행하는 TF팀을 구성해서 처리한다. TF팀은 물량이 많을 때는 긴급 배송지원을 나가기도 하는 체인로지스 내부 인력이다. 사진처럼 물류센터에 체인로지스 송장이 붙은 채 입고가 들어온 당일배송 상품을 이들이 라이더들의 배송지역 별로 분류해서 랙에 미리 올려놓는 구조다. 라이더들은 분류된 상품을 들고 바로 배송현장에 나가면 된다.

라이더가 ‘배송 업무’에만 집중하게 한 어찌 보면 단순한 변화가 만든 성과는 굉장했다. 종전 라이더가 하루에 60개의 물량을 배송한다면 굉장히 많이 무리해서 처리하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하루 평균 65~70건의 물량을 처리한다. 심지어 하루에 100건 배달을 하는 라이더까지 등장했다.

김 대표는 “예전 라이더들은 하루 3회차 배송을 마무리할 때마다 동시에 고객사에 방문하여 물량 픽업을 해야 했다. 어떻게 보면 한 회차 배송을 마칠 때마다 픽업 업무 때문에 물류센터에 복귀하고 분류작업까지 수행해야 했던 것”이라며 “지금은 라이더의 중간 픽업 업무 및 분류 작업이 사라졌기 때문에 도중에 물류센터에 복귀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배송 업무를 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하루 100건 배달한 라이더와 인터뷰를 해봤는데, 예전보다 업무 난이도가 크게 올라가지 않았고 오히려 100건 이상으로 더 많은 물량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물론 체인로지스의 물류 프로세스에서 ‘픽업’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고객사에 최대한 양해를 구해서 기존 체인로지스 라이더가 직접 픽업하는 방식에서 고객사가 알아서 체인로지스까지 입고 물류를 처리해주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고객사가 정 어렵다고 한다면 체인로지스가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대형 화주사라면 체인로지스가 운영하는 1톤 트럭이 픽업을 떠나고(이건 기존에도 했던 것이다.), 그보다 규모가 안 되는 작은 화주사라면 라이더가 출근시간에 맞춰서 하루 1회만 픽업하는 구조로 변경했다. 라이더가 하루 처리하는 픽업물량은 물성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한 명이 5개 정도의 상품을 픽업한다.

픽업한 상품을 쏟고 있는 라이더. 라이더가 픽업한 상품은 체인로지스가 운영 대행하는 GS25 당일택배 서비스에서도 일부 나온다.

화물 부피 제한의 의미

체인로지스가 업무 프로세스 개편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본 것은 화물의 부피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었다. 체인로지스는 원래부터 화주사의 물량을 당일 픽업하고 라이더 한 명에게 수십개의 물량을 할당하는 방식으로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서 물류 원가를 절감하는 구조로 운영을 해왔다. 여기서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 오토바이 적재함에 최대한 많은 화물을 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화물의 부피’가 작아야 한다는 체인로지스의 판단이었다.

체인로지스는 종전에도 당일배송 업무 수행이 가능한 물량으로 상품이 담긴 박스의 가로, 세로, 높이 세 변의 합을 80cm 이내로 제한했었다. 이를 프로세스 개편과 함께 세 변 합 60cm 이내(애초에 세 변 합과 상관없이 많이 적재할 수 있는 패션상품이 들어간 비닐 포장은 100cm까지도 받는다.)로 더욱 낮췄다.

별것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이 결정이 만든 변화는 크다. 체인로지스에 따르면 종전 라이더 한 명이 한 회차배송에서 가져가는 물량은 아무리 많아도 30개를 넘기기 힘들었다. 화물의 부피를 통제한 이후에는 라이더가 한 번에 들고나가는 물동량이 많게는 50개까지 늘었다. 같은 50개 물량을 처리한다면 기존에는 30개 배송을 마치고 물류센터로 다시 픽업을 하기 위해 돌아왔다면, 이제는 한 번에 모든 물량을 처리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종전 세 변 합 80cm 이내로 부피를 제한했을 때는 많은 화물을 오토바이에 싣기 위해서는 바인딩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기도 했다. 이게 사소해 보이지만 끈을 묶었다 감았다 하는 과정에서 몇 분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이런 수십초~몇 분의 작은 시간들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들이 전체 생산성에 엄청나게 큰 영향을 미친다. 라이더 한 명이 많아야 하루 60개 배달하던 것을 70개로 만들었다는 건 10% 이상의 효율화를 이룩했다는 의미”라 강조했다.

화물의 부피를 줄인 것은 ‘분류 작업’ 시간 감소에도 영향을 줬다. 체인로지스가 분류 작업에 ‘자동화 공정’을 도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화물의 부피가 사람의 작업 속도에도 영향을 준다. 작은 물건을 정리한다면 큰 물건보다 훨씬 더 빨라질 수 있고 체력소모도 적기 때문이다.

다음 단계로 도약을 위해서

체인로지스는 프로세스 개편에 따라서 기존에 비해서 많은 제약을 걸었다. 배송 권역은 서울로 한정했고, 라이더는 배송에만 집중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당일배송 가능한 화물 부피는 더욱 작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체인로지스가 처리하는 물동량은 종전 대비 줄어들었다. 많게는 한 달에 10만건까지 주문을 처리했던 체인로지스는 현재 월 8만건 정도의 물동량을 처리하고 있다.

제약의 결과는 ‘효율화’다. 체인로지스의 운영 원가는 종전 대비 26% 절감했으며 손익분기점을 넘는 운영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이미 3월 기준 가장 많은 운영 비용축인 라이더 단에서의 손익분기점은 넘었다.

체인로지스의 효율화를 위한 제약은 영속적인 것이 아니다. 체인로지스는 언제고 서울을 넘어서 경기 지역 배송에 다시 도전한다. 체인로지스가 다루는 한 달 물동량이 15~20만건 이상 된다면 경기도 전체는 무리더라도 ‘성남시’와 같은 밀도가 있는 시 단위 진입은 가능하겠다는 판단이다. 지역 확장을 위해서 배송지와 인접한 지역에 또 다른 ‘마이크로 허브’를 설립할 계획도 체인로지스는 갖고 있다. 화물의 부피 제한 역시 영속적인 것은 아니다. 더 많은 허브 물류센터와 그것에 맞는 전문인력을 세팅할 수 있는 시점이 온다면 다시 한 번 부피 제한을 풀어간다는 체인로지스의 계획이다.

앞서 ‘저단가 경쟁’이 많은 이륜차 물류업체의 고민이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체인로지스는 화주사 대상의 배송단가는 더욱 빨리 내리겠다고 판단하고 있다. 왜냐하면 화주사가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화주사들은 당일배송에 사은품, 손편지를 넣는 등 임가공과 합포장이 가능한 풀필먼트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건당 1800~2000원 상당에 익일배송이 가능한 택배와 당일배송을 비교한다. 이런 화주사의 니즈에 맞추기 위해서 당일배송은 더 저렴해져야 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결국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원가 혁신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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