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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카뱅’스러운 서비스는 어떻게 나오나

카카오뱅크(이하 카뱅)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저희는 은행이 아니라 IT기업입니다.”

카뱅이 스스로 은행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유는 뭘까. 아무리 인터넷전문은행이라지만, 하는 일은 다른 은행과 똑같은데. 최대 수익원도 예대마진이 아닌가!

카뱅이 IT 기업이라고 외치는 것은 기술이 자신들의 경쟁우위 요소이자 핵심역량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기존의 은행 비즈니스에서 경쟁요소는 상품을 잘 만들고, 영업과 마케팅을 잘 해서 고객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금융사들은 그동안 IT를 아웃소싱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에게 IT는 핵심역량이 아니니까 외부에 맡겨 비용과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내부 인재들은 핵심역량인 차별화된 상품을 만들고 고객관리를 하는 데에 집중하려 했다.

반면 카뱅은 기술을 핵심역량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술을 내재화하고 있다. 덕분에 기획부터 개발이 자유롭다. 모든 것을 내부에서 할 수 있기 때문에 기획팀과 개발팀이 협업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선보인 이체위젯이 그렇다. 지난해 애플이 iOS에 위젯 기능을 내놨는데, 카카오뱅크는 이를 활용해 이체전용 위젯을 내놨다. 사용자는 아이폰 위젯 추가에서 카카오뱅크 전용 이체위젯을 만들어 홈화면에 추가할 수 있다.

이체위젯에 자주 쓰는 계좌번호를 등록, 누르면 바로 카카오뱅크 이체 화면으로 이동한다. 위젯은 사용자가 원하는대로 꾸밀 수 있다. 캐릭터 테마, 사이즈 및 컬러 설정이 가능하다. 소소하지만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기능이라고 카카오뱅크는 자부하고 있다.

IT를 수동적인 영역으로 보던 기존 관점으로는 등장하기 힘든 서비스다. iOS라는 플랫폼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어야 이런 아이디어가 나온다. 기존 은행의 경우 현업에서 요구사항을 정리하면 기획팀에서 서비스 기획안을 만들고, 이를 개발팀이 넘겨 아웃소싱으로 개발한다. 이런 방식으로는 이체위젯과 같은 서비스는 등장하기 어렵다. iOS에 위젯이라는 기능이 새로 나온 줄 모르는 현업으로부터 스마트폰 바탕화면에서 이체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사항이 나올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카뱅이 등장한 이후 국내 시중은행의 경영진들이 모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합창하고 있는 이유다. 현재 금융사 CEO들은 모두 자사가 “IT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그럼 ‘IT기업’으로서의 카뱅은 또 무엇이 다를까? 왜 이런 서비스를 내놓고, 어떤 방식으로 기획, 개발을 하는지 카뱅 직원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왼쪽부터 박이랑 모바일개발 팀장, 이동준 iOS코어 팀장, 김수민 뉴플랫폼기획팀 매니저, 김기성 뉴플랫폼기획팀 팀장.

-안녕하세요. 각 팀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이랑: 반갑습니다. 모바일개발팀은 카카오뱅크 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총 45명 규모로 iOS 개발, 안드로이드 개발, 서비스 테스트를 하는 QA로 이뤄져있습니다.

시중은행과 카카오뱅크는 개발의 베이스에 차이가 있습니다. 안드로이드와 iOS 개발을 구분하는 것도 저희는 네이티브 개발, 즉 직접 개발을 하기 때문에 인원이 많아 개발 영역을 세부적으로 구분하게 됐습니다.

김기성: 뉴플랫폼팀은 새로운 플랫폼이나 채널, 기술을 위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출시한 이체위젯이나 실험실처럼, OS단에서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인력은 약 10명 정도입니다.

-두 팀이 협업할 일이 많나요? 주로 어떤 협력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이동준: 일반적으로 기획 담당자들이 기획서를 주면서 이대로 개발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이런 방식이 아니라, 기획 담당자들과 직접 방향성을 논의하면서 완성을 해나갑니다.

또 iOS 개발팀에서는 항상 세미나를 합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새로운 기능이 나오면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합니다. 직접 프로토타이핑을 해보고 좋은 아이템이 나오면 제안하기도 합니다.

김수민: 새로운 기술은 문서를 바탕으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팀과 같이 테스트하는 작업을 하며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박이랑: 위젯은 iOS의 새로운 기능입니다. 개발자 콘퍼런스, 콘텐츠 등을 통해 새로운 기능이 나오는지 꾸준히 모니터링을 합니다. 뉴플랫폼기획팀에 새로운 기능이 나왔으니 같이 해보자고 하면, 서로 좋아하면서 일을 진행을 하곤 합니다.

카카오뱅크의 이체위젯 서비스

-이체위잿, 어떻게 개발하시게 됐나요?

김수민: 카카오뱅크는 은행 앱이기 때문에 매일 고객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반면, 스마트폰의 홈화면은 사용자들이 하루에 90번 이상 머무릅니다. 위젯을 활용하면 사용자가 카카오뱅크 앱에 매일 들어오지 않더라도 점유율을 높일수 있다고 생각하던 차에 기술이 나왔고, 개발팀과 협력해 서비스를 내놓게 됐습니다.

김기성: 조회와 이체는 은행의 가장 빈번한 트랜잭션입니다. 조회는 금액 자체가 화면에 보여지는 리스크가 있어, 이체를 선택했습니다. 물론 이체를 하려면 보안을 위해 카카오뱅크 로그인을 해야 하지만, 위젯으로 실행하면 선택한 계좌번호나 친구가 수신인에 미리 입력되어 동선을 줄여줄 수 있는 기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체위젯, iOS 버전을 먼저 만드신 이유가 있나요?

박이랑: iOS 버전이 파급력이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카카오뱅크 사용자 트래픽 분석 결과, iOS 사용자들이 젊은 분들이 많고 트렌디하기 때문입니다. iOS 버전 반응이 좋으면 안드로이드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이동준: 재밌는 점은 카카오뱅크의 iOS와 안드로이드 사용자 비율은 6:4 정도입니다.

김수민: 또 이번에 이체위젯을 출시하고 데이터를 보니, 사용자 57%가 25세 이하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곧 카카오뱅크의 고객들 가운데 iOS 사용자가 많고, 이분들은 1020세대라는 것을 뜻합니다.

-이체위젯, 신기술이 적용됐나요?

이동준: 이체위젯은 완전히 새로운 기술입니다. UI를 만드는 기술, 코드를 짜는 방식 모두 기존과 다른 방향입니다. 카카오뱅크와 다른 기술로 만들어졌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앱 서비스 같지만, 써드파티와 같은 완전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 신기술의 집약체입니다.

-두 팀은 평소 어떤 관점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으시나요?

김기성: 개발팀과 함께 고민할때 종종 “카뱅스럽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사용자들이 기존 금융권에서 제기하는 페인(Pain) 포인트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으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더 편리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시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부터 고민을 하면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박이랑: 실험실을 처음 시작한 계기도 재밌습니다. 개발자들끼리 만들고 싶은 소소한 기능을 선보이는 콘테스트를 열었다가, 규모가 커져서 서비스가 된 경우입니다.

김기성: 예를 들어, 실험실에는 스마트폰을 흔들어서 로그아웃을 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사실, 로그아웃을 하는 사용자들은 많지 않지만, 카카오뱅크 앱이 2.0으로 바뀌면서 로그아웃을 하기 위해 투트랙을 거쳐야 하는 페인포인트에 주목했습니다. 실험실에 올라온 소소한 기능들은 반응이 좋으면 정식 기능으로 등록이 됩니다.

이동준: 포인트는 고객 서비스(CS)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사용자들이 남긴 리뷰를 매일 보고 있습니다.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스토어의 사용자 리뷰를 한 번에 모아주는 시스템을 통해 매일 확인하고 있습니다.

박이랑: 실험실, 이체위젯 서비스 등 새로운 시도는 자유롭게 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식 서비스가 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이 필요하지만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능을 만들 때 어떤 과정을 통해 기획하고, 개발하나요?

김수민: 아이디어 취합은 활발하고 깊이 있게 일어납니다. 카카오뱅크에서는 아이디어를 취합할 수 있는 채널이 많고,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도 많습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생각을 말할 수 있고,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아이디어 취합 채널의 경우, 사내 인트라넷에 의견을 올리면 직원들이 댓글을 달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카카오톡이나, 여러 툴을 통해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동준: 마인드의 차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보통 아이디어가 1에서 2로 발전하면 일이 많아진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자신이 낸 아이디어가 앱에 반영되면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또 사용자들의 반응이 좋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카카오뱅크는 왜 기술 트렌드에 민감한가요?

이동준: 보통 시중은행은 앱의 개발을 그룹의 IT계열사나 외주에 맡깁니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직접 앱을 만들기 때문에 직원들의 주인의식이 높고, 애정이 큰 것이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김수민: 직원들은 금융이라고 여기는 영역이 넓습니다. 결제 충전, 리워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벅스도 잠재적인 경쟁자라고 생각합니다. 은행 외에도 항상 새로운 영역에 관심을 갖다보니 트렌드에 민감한 것 같습니다.

김기성: 저희의 주요 고객들인 2030세대는 트렌드에 민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걸맞는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서는 더욱 그럴수 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새로운 시도가 있을까요?

김기성: 아이디어는 많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모니터링하고, 계속해서 시도를 해나갈 것입니다.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기 위한 작업을 계속할 것입니다.

김수민: 새로운 것을 한다면 두 가지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여기에 엣지를 더하는 것입니다. 고객이 은행에 기대하는 결과 외에 새로운 것이 있을 때 감동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이체위젯을 예로 들면, 특정 시간 이후 눈이 편안하도록 다크모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포인트를 더하며 새로운 기술에 대한 시도를 하고 싶습니다.

박이랑: 새로운 것을 의도적으로 하기보다 트렌드에 맞춰 발빠르게 새 기능을 내놓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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