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덮친 파란색 물결, 기술주 전망에 ‘먹구름’ 드리울까

‘블루웨이브(민주당이 행정부와 상원, 하원을 모두 장악한 상황)’가 월가를 다시 찾아왔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09년 이후 약 10년 만이다.

금융 시장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정을 장악한 바이든 차기 행정부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공약한 상태다. 투자자들은 ‘정부가 돈 푼다’는 소식에 은행과 제조업 등 경기에 민감한 종목을 대거 사들이며 다우지수와 S&P 500 지수의 신고가 행진을 견인했다.

불확실성이 흐르는 곳은 테크 업계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와 빅테크(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구글) 주가는 6일부터 7일(현지시각)까지 이틀 동안 등락을 거듭했다. 블루웨이브가 규제 리스크와 법인세 인상으로 이어져 기술 대기업에게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원인으로 꼽힌다.

투자관리사 페더레이티트 헤르메스의 선임 전문가 필 올란도는 “블루웨이브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면서 “이것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온탕 오고간 IT 업계 “블루웨이브 파급력 주목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차지하면서 대규모 부양책이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테크 업계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우려’와 ‘기대’가 혼재된 상황이다.

블루웨이브가 완성된 6일, 일명 ‘IT 공룡(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으로 불리는 거대 기술기업들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애플이 3.4%로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으며, 아마존과 페이스북도 각각 2%씩 빠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뉴욕 증시 3대 지수 가운데 유일하게 하락폭을 기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가운데 이튿날인  7일,  주가가 반등했다. 무엇보다 전날 부진한 기술 기업의 주가가 나란히 상승세로 돌아섰다.

애플은 3.4% 상승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2.85%)와 페이스북(2.06%), 알파벳(2.99%) 등도 일제히 올랐다. 나스닥 지수도 2.56%가 오른 1만3067.48을 기록하며 신고가를 세웠다.

마켓워치는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것이 ‘블루웨이브’든 다소 파급력이 약한 ‘미니웨이브’든, 선거 결과는 이미 금융 시장에 전달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테크 랠리 끝나나규제·세법·금리  악재 잇따라


테크 업계를 향한 금융시장의 혼조세를 두고 전문가들은 두 가지 상충되는 의견을 제시했다.

우선 블루웨이브가 ‘테크 랠리(대형 IT 기업의 주가가 증시 호황을 뒷받침하는 상황)’를 끝내고 미국 금융시장에 지형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바이든 당선인은 ‘섹션 230 폐지’와 ‘반독점 조사’ 그리고 ‘법인세 인상’에 이르기까지 테크 업계에 달갑지 않은 정책을 공언해왔다.

다만 이를 위한 상원의 협조가 요구됐는데, 민주당이 조지아 주 상원의석을 확보하면서 바이든 차기 행정부의 독주가 현실화될 전망이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투자 전문 회사 웨드 부시의 댄 이브스 애널리스트는 “향후 빅테크를 향한 더 정밀하고 날카로운 조사가 있을 것”이라면서 “확실히 블루웨이브는 빅테크에 부정적”이라고 내다봤다.

IT 전문 매체 프로토콜은 “바이든 당선인은 더 이상 공화당의 눈치를 안 봐도 된다”면서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훨씬 더 진보적인 자세를 가져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더불어 블루웨이브로 인한 금리 상승도 테크 랠리의 끝을 말하는 또 다른 이유다.

블루웨이브가 완성된 6일,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약 1%를 넘어섰다. 코로나19 여파로 0.3%까지 주저앉은 뒤 약 10개월 만이다.

블루웨이브가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까닭은 바이든 당선인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바이든 차기 행정부는 더 많은 지출을 위해 국채를 발행, 시장에 돈을 푼다는 입장이다.

통상적으로 금리가 낮으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업종이 높게 평가된다. 이에 미래가치가 유망한 테크 업계가 지난해부터 랠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인데, 블루웨이브로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면 금리가 상승, 금융 시장의 흐름도 기술주에서 경기 민감주로 옮겨간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금리가 정상화된다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최대 20%까지 폭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어드의 투자전문가 테드 모르트슨은 배런즈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테크 업계에선 본인이 상승장에서 소외될지 모른다는 두려움(FOMO·Fear Of Missing Out)보다 주가가 떨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투자자들은 친환경 종목을 제외한 모든 것을 은행, 제조, 의료 등으로 변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술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중도 성향’과 ‘과잉 반응 ’이라는 변수도


반면 블루웨이브의 여파가 생각보다 기술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의 의석 수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오히려 민주당 내 중도 성향 의원들이 바이든 당선인의 과도한 증세와 규제 정책을 견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캐스팅 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을 포함한 총 51석으로, 상원에서 한 석 차이의 위태로운 다수당 지위에 올라있다.

이에 LPL금융의 제프리 버치빈더 주식투자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근소한 다수당 지위에서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 같다”라며 중도 성향의 민주당 의원들을 변수로 내다봤다.

또한 투자회사 물라의 최고운용책임자(CIO)를 역임한 사이먼 무어는 포브스 기고에서 “민주당은 현재 안정적인 기반을 확보하지 못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서 그는 “대부분의 ‘웨이브’는 상원 다수를 확보한 상황에서 왔었다”라며 “간신히 과반에 도달한 현 상황은 민주당의 아젠다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블루웨이브가 테크 업계에 과도한 수준으로 반영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산평가사 길먼 힐의 제니 해링턴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시장은 ‘블루 웨이브’냐 ‘레드 웨이브’냐를 신경 쓰지 않는다”라면서 “시장은 단지 명확성을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이호준 인턴 기자> nadahoju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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