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 빅테크를 향한 규제는 계속될까

바이든과 테크 D-17 ② 규제 시사한 바이든, ‘경제회복’과 ‘친실리콘밸리’를 이유로 수위는 낮을 것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테크 업계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빅테크를 향한 규제 리스크만큼은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거대 기술기업인 페이스북·애플·아마존·구글(FAAG)은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줄소송과 규제에 직면하며 곤욕을 치러왔다. 특히 이들을 향한 반독점법 위반, 사생활 정보 침해, 가짜뉴스 방치 논란이 끊이질 않자, IT ‘공룡’을 바라보는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들의 과도한 시장 지배력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자신이 부통령을 지낸 오바마 행정부가 빅테크를 포용하는 시기였다면, 바이든 당선인은 더욱 엄격한 감시와 규제를 활용할 것이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반독점 논란에 강경 대응 시사한 바이든, 오바마 행정부 때와는 상황 달라


앞선 지난 10월, 미하원은 독점 조사 보고서에서 빅테크(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구글)를 규탄한 바 있다. 거대 기술기업들이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쟁업체를 방해, 공정 경쟁을 해쳐왔다는 게 독점 조사 보고서의 골자다.

이미 관련된 소송이 진행되는 만큼 바이든 당선인과 새롭게 들어설 법무부가 실제 어떤 판단을 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빅테크 기업에 꾸준히 우려를 표했던 바이든이 당선되면서 이들이 더욱 코너에 몰렸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바이든의 매트 힐 대변인은 “많은 기술 기업과 그들의 임원진은 권력을 남용했을 뿐 아니라 국민을 호도했고, 민주주의를 악화시켰으며, 어떠한 형태의 책임도 피했다”라며 “결국 바이든이 끝낼 것”이라고 말해 향후 강화된 규제를 시사한 바 있다.

또한 미국의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다렐 웨스트 부소장은 “비허가 혁신은 끝났다”라며 “테크 기업에 대한 감독, 규제, 참여는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바이든 당선인의 강경 대응 방침은 그가 오바마 행정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바이든 당선인은 실리콘밸리 기업을 지금의 ‘빅’테크로  변모시킨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냈다.

이에 월스트리트저널은 “오바마 시대는 빅테크의 시장 독점에 대한 광범위한 우려가 시작되기 전이었다”라면서 “바이든 당선인은 국민들이 거대 기술기업들에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하는 시점에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폐지 갈림길에 놓인 면책법안 ‘섹션230’…바이든도 지지


바이든 당선인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면책특권을 보장한 통신품위유지법(Communications Decency Act, CDA) 섹션 230에도 회의적이다.

섹션 230이란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의 토대가 되는 법안으로, 플랫폼 사업자가 이용자들이 게재한 콘텐츠로 인해 처벌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는 자신의 재량에 따라 이용자의 콘텐츠를 제거하거나 접근을 막을 수 있고, 그러한 행동에 대해서 법적인 책임을 질 필요가 없게도 했다.

섹션 230이 쟁점으로 떠오른 이유는 해당 조항을 폐기하게 되면 테크 기업의 입지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은 섹션 230을 폐지해야 한다는 데 한뜻을 모으지만, 구체적인 배경은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테크 기업들이 좌편향 되어 있어 플랫폼 사업자가 보수 성향의 콘텐츠를 삭제 또는 차별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섹션 230을 폐지해 소셜미디어 기업에게 책임을 물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바이든 당선인은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면책특권에 의존해 잘못된 정보가 유포되도록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다고 주장한다. 섹션 230을 폐기하여 페이스북과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가 잘못된 정보와 혐오 발언을 바로잡는데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섹션230 논쟁이 테크 기업에 미치는 파급력은 상당하다. 스탠포드 대학의 마크 램리 법학과 교수는 NPR과의 인터뷰에서 “섹션 230 폐지는 테크 기업들에게 치명타”라며 “이들이 진정으로 피하고 싶은 것은 법적 책임을 보호해줬던 방패를 잃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이 참여하는 인터넷 협회(IA)는 인터넷 산업의 축소를 이유로 섹션 230의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다만 바이든 당선인은 강경한 입장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1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섹션 230은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라며 “우리는 테크 기업에 권력이 집중되는 것도 걱정해야 하지만 이들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도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빅테크 밀어낼 수 없는 두가지 이유…’경제회복’과 ‘친실리콘밸리’


다만 바이든 당선인이 빅테크에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면서도 수위는 세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을 외치는 바이든 당선인에겐 거대 기술기업들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현재 신산업 육성과 디지털 인프라 개선을 위해 200억달러(약22조원)의 재원을 마련하며 경제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다만 이를 위한 거대 기술기업들과의 협력이 요구된다. 때문에 빅테크에 대한 강경한 대처가 어렵다고 현지 언론은 분석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바이든 당선인은 인프라 확충과 코로나19로 파탄난 경제 회복을 위해서라도 테크 기업과 긴밀히 협력해야 하기에 빅테크에 대한 강경한 대처가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CNN 비즈니스는 자산관리회사 DA 데이비슨(DA Davidson)의 톰 포르테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모든 이익은 빅테크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든 행정부가 빅테크와 긴밀한 관계라는 점도 규제가 일정 수준에서 일단락 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쏠린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8월 “바이든이 빅 테크에 대한 규제의 목소리를 올리고 있지만 그의 선거 캠프에는 빅테크 출신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있다”라면서 바이든이 꾸린 혁신 정책위원회에 포함된 빅테크 임원진들을 공개했다.

특히 이들 중에는 반독점에 대한 하원 청문회에 출석했던 페이스북 공공정책실장 맷 페로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부통령 당선인 카멀라 해리스는 빅테크의 산실인 실리콘밸리와 가깝다. 카멀라 해리스는 검사와 상원의원 모두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했으며 오랜 기간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와 세일즈포스 최고경영자(CEO) 마크 베니노프 후원을 받아왔다. 또한 처남인 토니 웨스트는 해리스의 비서실장이자 현재 우버의 법률고문이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은 지난 1월 “빅테크가 해체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나의 우선순위는 프라이버시가 지켜지는 것”이라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이호준 인턴 기자> nadahoju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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