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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1] 눈에 띈 스타트업 & 연참 대표들의 CES 리뷰

운이 좋게도 몇 차례 CES를 찾을 기회가 있었다. CES는 매년 1월 열리는 세계 최대 IT 전시회다. 원래는 매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데(주최 측도 미국가전협회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사상 첫 온라인 전시로 개최됐다. CES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해 선보일 대다수 IT 기술과 제품이 공개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뉴스는 주로 매해 ‘세계 최초’나 ‘세계 최대’ 기록을 갱신하는 대기업에 집중한다. 스포트라이트는 손님 많은 골목에 부스를 크게 차린 국내외 대기업의 신기술과 신제품에 쏠리기 마련이다. 온라인으로 열렸어도 크게 달라지진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온라인이기 때문에 회사 이름을 알아야 검색이 가능하므로, ‘아는 기업’만 찾아보게 되기도 하다.

그러나 그간의 CES 참관 결과, 예상치 못한 흥미로운 기술 중에는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기술 기업이 들고오는 것도 꽤 많다는 걸 알았다. 국내 스타트업도 CES에 참여하면서 기술을 공개하고, 또 글로벌로 인정받기도 한다. 올해 CES에 참여한 국내 기술 스타트업 두 곳과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생각한 것도 그 이유다.

지난 15일과 18일, 이틀에 걸쳐 온라인으로 CES 2021에 참여한 이상호 만드로 대표와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를 인터뷰했다. 만드로는 의수 로봇을 만드는 곳이고, 서울로보틱스는 3D 라이다 소프트웨어를 만든다. 두 회사 모두 완성된 제품을 갖고 글로벌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CES에 참여했다. 게다가 흥미로운 것은, 만드로와 서울로보틱스 모두 기존에 오프라인 CES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어떤 기술과 제품을 만드는지 여부를 우선 물었다. 또, CES에 연속참여(연참)한 경험을 바탕으로 온라인으로 치러진 CES의 경험이 어땠는지 의견을 구했다. 미리 말하자면, 올해 CES는 스타트업에게 좋은 점수를 얻진 못했다.


의수에서 시작해 상반신 로봇 만드는 ‘만드로’


이상호 만드로 대표가 의수 로봇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시연하고 있는 유튜브 영상.

만드로는 3D 프린팅으로 전자 의수를 만든다. 사고로 손이나 팔을 잃은 사람을 위한 대체 가능한 로봇형 의수를 만드는 것이 만드로가 주로 하는 일이다. 처음에는 손가락부터 제작을 시작했는데 이후 손목, 팔꿈치, 어깨 관절로 제작 범위를 넓히다 보니 지금은 팔 전체를 만들 수 있게 기술의 범위가 확대됐다. 이상호 만드로 대표는 “이 팔을 마네킹에 붙이면 휴머노이드 로봇처럼 된다”며 “로봇 의수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인터랙션이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려고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드로의 전자의수가 흥미로운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전자 의수의 가격을 확 낮췄다. 절단 장애인을 위한 의수나 재활운동용 외골격 장갑 등을 100만원대에 판매한다. 검색해보니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현재 아래팔 절단용 3D 프린팅 의수를 149만원에 판매 중이다. 이상호 대표에 따르면, 기존의 전동식 의수는 가격이 자동차 가격 한 대 값 정도로 비쌌다.

이상호 대표 왼편의 마네킹에 달린 팔이 전자의수다. 사람의 팔과 손 크기 안에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센서와 모터, 제어회로 등이 모두 들어갔다.

또 다른 하나는 의수의 모양이다. 사람의 손 크기와 모양 안에 의수를 움직이게 하는 센서와 제어회로, 모터 등을 모두 집어 넣었다. 의수는 사람이 늘 착용해 움직이는 것이다 보니, 외형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상호 대표는 “신체를 대신하기 위해 만든 제품이므로, 제품의 크기나 외형이 사람의 형상과 같아야 하고 로봇이라는 느낌이 나지 않도록 하는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만드로의 제품들이 움직이는 원리는 주로 근전도 센서다. 절단되지 않고 남아 있는 사람의 상반신 근육 움직임을 의수 안에 들어 있는 센서가 알아채서 신호를 받아 전류를 증폭시켜 의수를 동작하게 하는 원리다. 물건을 잡으려면 팔 근육을 써야 하는데, 이 근육의 움직임을 마치 모스 부호처럼 패턴화 시켜 입력하면 의수가 동작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만드로의 의수는 어깨를 앞뒤로, 팔꿈치를 좌우로 움직일 수 있다. 10개의 손가락을 굽혔다 펴는 것도 가능하다.


3D 라이다 소프트웨어 만드는 ‘서울로보틱스’


2017년 창업한 서울로보틱스는 3D 라이다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앞선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인데 첫째는 라이다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머신러닝으로 처리해서 의미를 부여하는 기술을 제품화 하는데 가장 먼저 나섰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라이다 기술과 관련해 소프트웨어에만 집중해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는 곳도 드물어서다.

라이다는 자율주행 차량의 눈에 해당하는 센서로, 레이저 광선을 이용해 사람이나 사물 간 거리를 측정하는 기술이다. 카메라와 라이다가 다른 것은,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2차원(2D)로 표현되지만 라이다가 가져온 데이터는 3차원(3D) 결과값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컴퓨터 모니터로 보는 게임과 가상현실(VR) 게임이 주는 경험치가 다른 것을 상상하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입체적인 공간감을 알 수 있다는 것은 라이다의 큰 강점이지만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었는데 최근 쓰이는 곳이 늘어 값이 내리면서 보급화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로보틱스는 이 3D 공간정보를 처리하는데 특화되어 있다. 아직 이 분야에 진입한 경쟁자가 많이 없다는 선두주자의 이점이 있어 메르세데스 벤츠나 볼보, 퀄컴 같은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따라서 글로벌 인지도도 생기고 있는 중이다. 고객 레퍼런스가 있다는 것, 또 해외 언론에서도 서울로보틱스의 기술에 대한 보도를 하고 있다는 점 등이 이 회사가 가진 강점이다.

또, 라이다 자체를 제작하는 것이 아니고 데이터를 딥러닝으로 분석해 결과물을 뽑는 소프트웨어만 제공한다는 점에서 오픈생태계를 지향한다고도 말했다. iOS라는 운영체계와 아이폰이라는 하드웨어를 만드는 애플과는 달리, 안드로이드라는 OS만 만들어 스마트폰 생태계에서 큰 힘을 쓰는 구글과 같은 전략이라는 것이 이한빈 대표의 설명이다.

서울로보틱스는 올해 CES에서 ‘디스커버리’는 제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라이다를 직접 만드는 것은 아니고, 라이다에서 보내는 데이터를 보다 잘 처리하게 돕는 디바이스다. 라이다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처리하는 LPU(LiDAR Processing Unit)인데, 컴퓨터의 연산을 CPU라는 프로세서가 처리하듯 LPU는 라이다의 데이터를 처리하는데 특화했다.

이한빈 대표는 “LPU는 다양한 산업시스템에 라이다를 바로 접목할 수 있게 하는 디바이스”라며 “라이다가 보급화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자율주행을 넘어 보안솔루션, 스마트시티, 스마트팩토리 등 지금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다양한 산업 시스템에 쓰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참 기업의 눈으로 본 온라인 CES


CES에 참여하는 기업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CES라는 글로벌 전시 기간 동안 브랜드의 인지도를 올리거나 기술력을 알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평소 만나기 어려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 CES를 통해 기술 우위를 강조하려 한다면, 스타트업은 CES를 통해 더 많은 고객을 만나려 한다. 그러나 만드로와 서울로보틱스의 경험에 따르면, 올해 CES는 그런 부분에서는 낙제점을 줘야 할 것 같다.

가장 큰 문제는 접근성이다. 오프라인 CES의 표가 비싼데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가야만 직접 볼 수 있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이 더 폐쇄적이라는 말이 나온다는 것은 아이러니했다.

CES 자체는 원래 돈을 낸 사람만 전시를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오지 않은 사람들이 CES가 무엇인지, 어떤 곳들이 참여해 어떠한 기술을 선보이려 하는지를 알리는 것은 전시 흥행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오프라인 전시에는 참가자들이 전시관을 돌며 찍은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공유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입소문 홍보가 되기도 했다.

이런 일들은 홍보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비싼 돈과 시간을 들여 CES에 참여한 기업들이라고 해도 환영하는 행동이다. 그래야 본전을 찾는데 유리하다. 그러나 온라인 CES는 등록하지 않은 이들이 정보를 얻는 것이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2019년에 이어 올해 다시 CES를 찾은 이상호 만드로 대표는 “온라인은 부스의 제약을 받지 않으므로, 부스의 위치에 따라 특정 회사가 유리하게 주목받는 오프라인보다 공평한 점은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온라인화의 강점을 보여주려면 로그인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해도 대강은 이 전시가 어떤 건지 매혹적으로 보여줄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사람들이 이게 무슨 전시인지 알 수 없게 되어 있어 너무 폐쇄적이었다”고 말했다.

서울로보틱스는 2018년부터 4년간 한 번도 빼놓지 않고 CES에 참여했다. 이한빈 대표는 올해 CES에 참여한 성과가 가장 형편없었다고 토로했다. 오프라인으로 참여했을 때보다 고객과 미팅으로 이어지는 횟수가 매우 저조했기 때문에, 앞으로 CES에 참여할 의사도 없어졌다고 했다.

이 대표는 “오프라인으로 CES에 참여했을 때는 하루 50건의 고객 미팅이 잡혔다”면서 “그러나 올해는 CES 전 기간 통틀어 딱 한 건의 미팅이 이뤄졌다. 앞으로 CES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기술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사이트 운영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상호 대표는 “전시회가 시작하기 하루 전까지 버그로 다운되어 있었다. (미국 개막 시간에 맞춰) 새벽에 일어나서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다운되어 있거나 오류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었고, 그림을 하나 올려도 한참 있다가 반영되기도 했다”며 “플랫폼 자체가준비가 안 된 느낌이라 제일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이한빈 대표도 “사람들이 바로 개별 기업 전시에 접근할 수 있는 링크가 있었어야 하는데 그런 링크를 받지 못했다”며 “전시가 여러 부분에서 미흡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당분간은 여러 전시나 세미나가 온라인으로 이뤄져야 한다. CES에 대한 두 대표의 비판은 그런 면에서 주의깊게 들어야 할 지적이다. 문제가 방치된다면 내년 CES는 올해보다 더 적은 기업이 참가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CES가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를 생각한다면, 그건 너무 아쉬운 일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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