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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드러난 쿠팡 라이브 커머스, 뭘 할까?

쿠팡식 ‘라이브 커머스’의 윤곽이 드러났다. 쿠팡은 지난해 12월 ‘쿠팡 라이브 크리에이터’ 앱을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에 공개하고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 ‘쿠팡 라이브’를 전개하기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 앱 공개와 함께 라이브 커머스 크리에이터와 공급자(Vendor)를 모으기 위한 웹사이트가 열렸다. 쿠팡이 라이브 커머스 참가자 모집을 시작한 만큼,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쿠팡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 오픈도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자도 쿠팡 라이브 크리에이터로 참가 신청했다. 쿠팡 담당자의 심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쿠팡느님, 저좀 받아주시면 안 될까요?  나름 티몬에서 라이브 커머스로 하루 650만원 매출 내봤습니다.

쿠팡 홍보팀 관계자에 따르면 라이브 커머스의 정식 론칭 시점과, 쿠팡의 라이브 커머스 전략과 관련된 공개할 수 있는 정보는 현재까지 없다. 하지만 쿠팡 라이브를 소개하는 웹사이트가 열린 만큼, 향후 쿠팡 라이브가 어떤 모습을 띨지는 짐작 가능하다. 공개된 주요 정보들을 모아 쿠팡 라이브 커머스가 향후 무엇을 할지 예측해 본다.

자유주의 라이브

쿠팡은 웹사이트를 통해 쿠팡 라이브를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여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판매할 수 있는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이라 소개한다. 여기까지는 네이버나 카카오, 티몬, 위메프 등 요즘 이커머스 플랫폼이라면 누구나 다 하고 있는 라이브 커머스의 모습과 같다. 굳이 쿠팡이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라이브창에서 고객과 판매자의 ‘실시간 채팅’이 가능할 것이고, 라이브 커머스에서 영상을 통해 판매하는 ‘상품구매 페이지’가 연동될 것이다.

쿠팡이 정의하는 라이브 커머스. 쿠팡 라이브는 3자 판매자 입점 마켓플레이스 ‘아이템마켓’을 지원하는 도구로 해석된다. 후술하겠지만 ‘로켓배송’에도 일정 부분 도움 되는 것은 있겠다.

쿠팡 라이브는 기본적으로 ‘자유주의 라이브’를 지향한다. 쿠팡이 아닌 3자 라이브 참가자가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고 방송을 한다. 쿠팡은 라이브 방송당 최소 방송 시간 ‘30분’, 고객이 충분히 구매를 고려할 수 있는 권장 방송 시간 ‘1시간 이상’을 제시할 뿐이다.

라이브 참가자는 쿠팡이 제공하는 앱을 통해 휴대폰으로 언제나, 어디서든 라이브를 진행할 수 있다. 콘텐츠 기획, 쇼호스트 섭외 등과 같은 방송 형식과 컨셉, 촬영 장소는 라이브 운영주체가 결정한다.

쿠팡의 ‘자유주의 라이브’ 방법론은 ‘네이버 쇼핑라이브’나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그립’, 티몬 ‘티비온 셀렉트’의 방식과 유사하다. 쿠팡이 아닌 3자 판매자가 자유롭게 콘텐츠를 기획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는 이커머스 플랫폼이 직접 콘텐츠 기획의 주체가 되는 ‘카카오 쇼핑라이브’, 티몬 ‘티비온 라이브’, 위메프의 라이브 커머스와는 접근 방법이 다르다. 정갈한 콘텐츠 품질을 보장하기는 어렵지만, 3자 크리에이터의 유입으로 콘텐츠의 규모를 빠르게 확보하는 ‘속도’를 만들 수 있는 방법론이다.

쿠팡이 ‘공짜 라이브’로 얻는 것

쿠팡 웹사이트 공지에 따르면 쿠팡 라이브 참가자가 라이브 커머스 운영을 위해 필요한 별도의 가입료 또는 사용 비용은 없다. 라이브 커머스 이용을 위한 별도의 광고료를 받는 일부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과는 다르다. 그렇다면 쿠팡은 ‘공짜’로 라이브 커머스를 운영해서 뭘 얻으려고 하려는 걸까. 당장 쿠팡이 라이브 커머스 이용요금을 ‘무료’라고 밝혔다고, 쿠팡이 얻는 것이 없지는 않다.

쿠팡 라이브가 현재 모집하고 있는 두 개의 판매주체. ‘벤더’는 이미 쿠팡에서 상품을 팔고 있는 이를 말한다. ‘크리에이터’는 쿠팡에서 상품을 팔고 있지 않지만, 라이브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갖춘 이들을 말한다.

쿠팡 라이브는 기본적으로 두 개의 판매주체를 모집한다. 하나는 ‘벤더(공급자)’다. 벤더는 쿠팡에서 이미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이커머스 판매자(공급자)를 의미한다. 벤더는 그들이 기존 쿠팡에서 판매하고 있던 상품에 쿠팡이 제공하는 ‘라이브 커머스’ 도구를 결합해서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쿠팡은 벤더의 매출을 증진시킴으로 자연스럽게 자사의 수익(판매 수수료)도 늘릴 수 있다. 동시에 더 많은 소비자의 구매를 촉구할 수 있는 ‘라이브 콘텐츠’를 쿠팡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사실상 네이버가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에게 ‘라이브 커머스(네이버 쇼핑라이브)’ 기능을 제공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네이버 또한 쿠팡 라이브와 마찬가지로 판매자가 라이브 커머스 도구를 이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무료(단, 파워등급 이상의 판매자만 사용 가능)’다.

쿠팡식 크라우드소싱 마케팅

쿠팡 라이브가 모집하는 두 번째 판매주체는 ‘크리에이터’다. 쿠팡은 벤더와 별도로 라이브 커머스에 참가할 ‘크리에이터’를 모은다. 쿠팡 라이브 크리에이터는 여타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쿠팡식 라이브 커머스의 독립적인 지점이다.

쿠팡 라이브 크리에이터는 ‘라이브 상품 판매 콘텐츠’를 기획할 역량은 있지만, 자체적으로 판매할 상품은 없는 이들을 말한다. 크리에이터는 쿠팡 마켓플레이스와 로켓배송에 업데이트된 상품 중에서 ‘라이브 방송’을 희망하는 상품을 자유롭게 선택해서 방송을 진행할 수 있다. 실제 상품판매가 일어나면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판매된 금액의 일부를 쿠팡으로부터 수익으로 지급받는다. 쿠팡이 밝히지는 않았지만, 상품판매 이후 물류 및 CS 응대는 상품을 보유한 주체인 쿠팡 마켓플레이스 판매자가, 혹은 쿠팡 로켓배송이 대신 처리해주는 방식으로 보인다.

쿠팡이 쿠팡 라이브 크리에이터에게 ‘수익’을 얼마나 주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쿠팡이 2018년 7월 론칭한 ‘쿠팡파트너스’를 통해서 쿠팡 라이브 크리에이터의 수익을 대략적으로 예측해볼 수 있다.

쿠팡파트너스는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개인 블로그, SNS,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인플루언서(굳이 인플루언서가 아니라도 된다.)를 확보해서 쿠팡 상품을 판매하도록 만든 서비스다. 쿠팡파트너스 참가자는 판매를 원하는 쿠팡 상품 페이지 링크를 자신이 운영하는 다양한 채널에 공유하여 상품을 판매하고, 판매금액의 약 3%를 수익으로 가져간다.

쿠팡파트너스 사용방법. 쿠팡의 로켓배송이든, 마켓플레이스에서든 판매상품 링크를 자유롭게 개인 운영 블로그 및 웹사이트에 공유하여 판매금액의 약 3%를 수익으로 얻는 식이다. 쿠팡은 쿠팡파트너스를 통해서 블로그 마케팅 역량을 갖춘 3자 크리에이터를 확보했다.

어떻게 보면 쿠팡 라이브 크리에이터는 쿠팡파트너스의 진화판이다. 쿠팡파트너스는 쿠팡 상품을 자유롭게 가지고 가서 ‘텍스트’와 ‘이미지’ 중심의 콘텐츠로 만들어 개인 사이트에 판매하여 돈을 번다. 쿠팡 라이브 크리에이터는 쿠팡 상품을 자유롭게 가지고 가서 ‘라이브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판매하여 돈을 번다. 라이브 방송 특성상 쿠팡 라이브에는 블로그나 SNS 텍스트, 이미지 포스팅보다 더 많은 작업 공수가 들어갈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봤을 때 쿠팡 라이브 크리에이터의 수익률은 쿠팡파트너스의 3% 대비 비슷하거나 다소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은 쿠팡 라이브 크리에이터의 판매량이 많아질수록 수익도 증가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기에, 크리에이터의 수익률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쿠팡은 쿠팡 라이브를 통해서 ‘3자 영상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쿠팡 상품을 마케팅 하는 온라인 방문판매원 군단으로 재편할 수 있다. 특히 다수의 온라인 플랫폼 스트리밍 크리에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MCN(Multi Channel Network) 업체들이 쿠팡 라이브 커머스에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상당수의 MCN 업체들은 라이브 커머스를 시작하길 원하는 이커머스 업체들에게 ‘쇼호스트(크리에이터)’를 제공하고 콘텐츠를 만들어주는 비즈니스 모델을 내재화했다. MCN 업체들에게 있어 쿠팡 라이브는 ‘라이브 커머스’ 니즈가 있는 대량의 고객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될 수 있다.

문제는 효율이겠다. 과연 3자 크리에이터를 쿠팡 상품 마케팅에 투입시키는 것의 성과가 쿠팡이 자체적으로 상품 마케팅 비용을 투하하는 것에 비해서 좋을까. 쿠팡이 ‘쿠팡파트너스’의 성과를 숫자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쿠팡이 2018년 7월산 서비스를 최근까지 계속 운영하고 있다는 지점을 주목해야 한다. 쿠팡은 성과가 안 나오는 사업은 빠르게 접어버리는 민첩성을 지닌 조직이다. 추측컨대 쿠팡이 기존 상품판매에 사용하던 마케팅 비용 이상의 효율을 3자 크리에이터가 이미 만들고 있을지 모른다. 쿠팡은 쿠팡파트너스의 성과를 ‘쿠팡 라이브 크리에이터’로 확장해서 영상 콘텐츠까지 빠르게 확보하려는 속셈일지 모른다.

굳이 힘들게 자체 상품 판매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아도, 훌륭한 3자 크리에이터를 생태계에 포섭해 더 훌륭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면. 이를 통해 더 높은 매출을 끌어낼 수 있다면. 그것도 직접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것보다 더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쿠팡이 쿠팡 라이브를 통해서 그리는 청사진은 여기 있을지 모른다. 키워드는 ‘3자 크리에이터’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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