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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회사 넥슨이 왜 문화예술을 지원할까?

얼마전에 아는 지인과 올해 가장 인상 깊게 본 유튜브 영상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때 상대편이 언급한 게 트레비스 스캇의 신곡 발표 영상이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는 이 힙합 가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콘서트를 열거나 뮤직비디오를 찍기 어렵게 되자 온라인 게임 안에서 콘서트를 열었고, 신곡까지 발표해 빌보드 1위를 차지했다. 게임과 현실, 문화예술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걸 본 순간 같았다, 고 그는 말했다.

게임이 문화예술의 한 분야냐고 묻는 말 자체가 이미 낡은 질문이 된 것 같다. 정부는 지난 5월 문화예술 범위 안에 게임을 담은 진흥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게임 회사들도 게임을 문화예술의 한 분야로 안착시키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넥슨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8년 출범한 넥슨재단은 사회공헌 활동 중 하나로 내년부터 ‘보더리스(BORDERLESS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보더리스 프로젝트는 그간 넥슨이 해온 문화예술 지원 활동을 계승하면서 그 내용을 확장하는 개념으로 준비된다. 특히 예술가들이 넥슨이 가진 지적재산권(IP) 등을 활용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넥슨의 게임 안에는 캐릭터와 음원, 영상 등이 복합적으로 들어 있는데, 이들 요소요소가 예술가에는 영감을 줄 수 있으며, 또 새로운 창작물을 만드는 재료로 쓰일 수 있다는 데 착안했다.

넥슨은 왜 이런 일을 하는 걸까? 어떤 기대를 갖고 어떤 프로젝트를 하려는 걸까? 그동안 넥슨의 각 조직에서 산발적으로 진행해왔던 사회공헌과 문화예술 활동을 하나로 모아 진행하는 역할을 맡은 공미정 넥슨재단 사무국장과 전화연결을 해봤다.

공미정 넥슨재단 사무국장

예전부터 궁금했다. 넥슨은 꾸준히 ‘문화 예술’ 부문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게임회사에서 왜 이런 일을 하나?

넥슨은 재단 설립 이전부터 이 부문에 관심이 많았는데 다양한 문화가 창의적 발상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국내 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예를 들면 미술관을 후원하거나, 작품성은 있으나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영화를 수입해 배급하는 일 같은 것이다. 2012년에는 넥슨게임 ‘마비노기’를 순수미술로 재해석한 ‘보더리스 기획전’을 했다. 지난해에는 온라인게임 25주년을 기념한 전시를 열기도 했다(참고기사: 누가 게임을 예술이 아니라고 했나).

내년 시작하는 보더리스 프로젝트는 어떤 내용인가? 공모전도 여는데

넥슨의 게임과 IT 기술을 예술가에게 공유해서 새로운 시도와 가치를 만들어내려 한다. 게임은 음악, 미술, 문학 같은 예술이 복합적으로 들어가 있는 장르다. 이런 예술의 요소에 IT 기술을 접목한 것이 게임이다. 그래서 각 분야의 예술가들이 게임을 만나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 기존에 우리가 보지 못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보더리스 프로젝트가 예술가에게 줄 수 있는 당근은 무엇인가?

예술가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를 알아봤다. 게임회사의 지적재산권(IP)를 활용하는 걸 희망하는 분들이 많았다. 개인이 회사에 연락해 IP 사용 요청을 하고 승인을 받아 작업에 활용하는 것이 쉽지 않으니까, 그런 부분에 대한 갈증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 여기에 금전적인 지원도 필요한데, 작품을 할 수 있도록 돈과 소재를 지원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 ‘보더리스 공모전’이다. 지금은 보더리스 공모전의 큰 방향을 정해놓은 것이고 구체적인 내용은 내년에 발표할 예정이다.

게임이 문화예술 콘텐츠로서 갖는 가치는 무엇이라고 보나?

문화예술은 우리를 조금 더 풍요롭게 하고, 일상에 재미와 의미를 불어넣는 기능이 있다. 문화예술에 기술을 접목하면 공간이나 현실적인 제약을 벗어나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할 수 있다.

요즘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는 게임이 쌍방 놀이가 될 수 있다. 얼마전 넥슨 네코제에서 문화 예술 인사들을 초청해 토크쇼 ‘티키타카 게임 뒷담화’라는 걸 진행했다. 여기에는 인지심리학자, 전시기획자, 영화감독, 건축가 등 게임과 관련 없는 문화예술계 인사들도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이은석 게임 개발자(마비노기, 야생의 땅: 듀랑고 등 개발)가 “인류가 수만년 이상 함께 한 놀이가  (온라인·모바일) 게임을 통해 공간의 제약을 벗어났다”고 말하더라. 게임을 이렇게 표현하니 정말 와닿는다고 느꼈다.

넥슨재단이 네코제 때 상영한 ‘티키타카 게임 뒷담화’의 한 장면. 왼쪽부터 이은석 게임 개발자, 크리에이터 대도서관, 최윤아 넥슨컴퓨터박물관장, 건축가 서재원, 영화감독 박윤진, 전시기획자 류정화,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이들은 게임이 어떻게 일상과 문화예술에 스며들어 상호작용을 하는지 각자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나눴다.

게임이 현실과 영향을 주고 받고 있는 사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얼마전에 ‘내언니전지현과 나’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큰 호응이 있다고 들었다. 이 영화는 ‘일랜시아’라는 오래된 게임 안에서 본인들을 ‘고인물’이라고 표현하는 유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게임 속의 부캐릭터를 끄집어내 영화한 것이다. 마인크래프트를 현실로 가지고 나와서 게임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만들어낸 건축물 ‘단단집’도 있다.

게임 내에서 음반을 발매하고 콘서트도 한다. 이런 것들이 기존에는 없었던 재미있는 시도들이다. 미래에 어떤 것이 게임이나 기술과 접목이 되어 문화 예술로 발전해갈 수 있을지 그 사례가 하나둘씩 보여지고 있는 것 같다.

단단집. 사진=티키타카 게임 뒷담화의 한 장면

문화사업을 통해 넥슨이 내려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게임과 문화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고, 그 경계에서 재미있는 것을 발굴해보려는 것이다. 예술가들에게 게임을 공개함으로써 영감의 원천과 소재를 제공할 수 있다. 반대로 게임에 예술적 가치를 더해서 창조적인 시도가 많이 일어나 새로운 문화예술이 탄생할 수 있다.

넥슨이 게임의 어떤 부분을 예술가가 활용하도록 제공할 수 있을까?

구체적인 부분은 넥슨코리아 측과 더 협의를 해야 하지만, 이번에 뮤직비디오를 만들 때는 마비노기와 카트라이더 음원을 이용했다. 음원이 될 수도, 캐릭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공모전에서 예술가가 어떤 부분을 필요로 하는지를 보고 지원 범위를 협의하고 확정하려 한다. 분야에 따라 제한하지는 않을 예정이라 그것이 음악이나 영상일 수도 있으며, 기대한 것과는 다른 새로운 것일 수도 있다.

우리가 가진 것을 밖에서 쓰지 못하도록 제한하기 보다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 많은 이에게 활용이 되어 즐거움이 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가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지적재산권은 넥슨이 가진 핵심 자산인데, 이를 활용해서 가치를 만들어낼 수있도록 외부에 공개하는 것 자체가 우리가 가진 역량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공헌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프로젝트 시작에 앞서 토크콘서트를 열고 뮤직비디오를 만들기도 했는데, 그때 경험은 어떠했나?

공모전을 하는데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지원할 수 있게 하려면 우리가 먼저 ‘보더리스’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앞서 건축물인 ‘단단집’이나 ‘내언니전지현과 나’ 같은 영화를 직접 소개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문화예술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보더리스의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토크콘서트를 기획했다.

또, 우리가 직접 그런 콘텐츠를 만들어보는 것이 어떨까 싶어 뮤직비디오를 시도했다. 기획자, 예술가의 입장에서 만들어봤는데 굉장히 재미가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웃음).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기대하는 바가 있나?

우리가 뻔히 예측할 수 있는 평범한 결과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시작부터 공을 많이 들였다. 이런 것도 할 수 있네? 라고, 보면서 아이디어에 놀랄 수 있는 그런 시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문화예술 활동 외에 재단이 하는 또 다른 일은 무엇이 있나?

크게는 어린이 재활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푸르메 재단과 함께 하는 넥슨 어린이 재활병원이 있고, 대전시하고 같이 어린이 재활병원을 건립 중이다. 올해 MOU를 체결하고 착공을 준비 중인 곳이 서울대 병원과 함께 하는 ‘어린이 완화 의료센터’다. 중증 장애를 가진 어린이를 단기간 보호해줄 수 있는 시설이다.

어린이들 놀이와 교육에도 관심이 많다. ‘플레이노베이션(Playnovation)’이라는 프로젝트에서는 브릭을 활용해서 어린이가 창의적으로 놀 수 있게 하거나 교육하는데 이를 응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어린이 코딩 교육인 ‘NYPC’를 통해 창의적 IT 인재를 키우는 데도 관심이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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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이거 보고 복귀한 유저들 대다수 다시 일랜시아를 떠남. 온라인 내에서 집단폭력 사이버불링하는 박윤진감독과 그 친구들의 미화된 추억 이야기일 뿐. 실상은 게임을 진정 사랑한다면 대다수 유저에게 피해를 주는 매크로들은(요리재료 구매 매크로) 사용하면 안되는데 이를 합리화하려 “넥슨 조차 매크로를 인정하는 게임”이라고 언플하는 감독과 그 지인들. 매크로의 사용 범위는 당연히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에서의 자유임을 일반유저들은 모두 알 텐데. 겜 으로 만들게 된 중요 본질적 요소들(집단 권력주의 문화, 사이버불링, 인맥문화, 타인에게 해가되는 매크로 등)에 오히려 가담하고 있는 감독과 그 길드원들의 실상을 알고 헛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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