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기업 ‘쿠팡’은 왜 개발자대회를 열었을까?

‘기술 기업’은 쿠팡이 지속적으로 밀고 있는 캐치프라이즈다. 올해는 처음으로 개발자대회도 열었다. 이름은 ‘리빌(reveal) 2020’인데, 그 뜻을 우리말로 옮기면 ‘(비밀을) 드러내다’이다. 쿠팡이 이커머스 업계에서 매우 파괴적인 플레이어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유수의 유통 대기업들도 쿠팡의 점유율 상승을 신경 쓰며 전략을 짠다. 로켓배송이나 새벽배송 같은 것이 꽤 많은 소비자의 ‘장보기’ 패턴을 바꿔 놓은 것도 사실이다.

쿠팡은 이런 시스템을 가능케 한 비밀(?)이 기술이라고 말한다. 예컨대 세션에서는 쿠팡의 새벽배송을 가능하게 하는 뒷단의 공급망관리 수요예측 기술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또 새로운 쿠팡의 디자인 시스템이나 A/B 테스트가 왜 도입됐고 어떻게 효율성을 가져오는지 등을 소개했다. 스트리밍 데이터처리나, 상품 가격관리, 신선식품 재고 예측 등 플랫폼을 돌아가게 하는 모든 요소에 들어가는 기술도 포함됐다.

쿠팡에 다니지는 않지만 쿠팡에 관심있어 하는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를 상대로 ‘우리의 비밀을 알려줄테니, 우리에게 합류하지 않을래?’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듯한 세션들이다.

그리고, 꽤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할 것 같은 인물이 개발자 대회를 통해 얼굴을 드러냈다. 지난 10월 쿠팡에 합류한 투안 팸 최고기술책임자(CTO)다. 쿠팡 합류 전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우버에서 CTO로 일했다. 투안 팸 CTO는 지금도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데, 개발자대회에도 역시 쿠팡의 미국 오피스에서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기술영역에서 앞으로 몇 년간 집중할 부분은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고 육성하는 것”이라며 “모든 레벨에 걸쳐 엔지니어를 성장시켜 궁극적으로는 세계적 수준의 기술조직을 여기 쿠팡, 특히 한국에서 만들고 싶은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쿠팡의 전준희 로켓배송 개발총괄 부사장의 사회로 이뤄진 투안 팸 CTO와의 토크 콘서트 내용이다. 주요한 부분을 발췌, 정리했다. 투안 팸 CTO는 “(코로나로) 어려웠던 올 한해 사람들은 어느 때보다 기술에 의존하며 필요한 일을 해결해가고 있어 개발자의 역할은 더 중요해졌다”며 “쿠팡의 미션은 비즈니스와 기술 혁신을 통해 고객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열린 쿠팡의 개발자 대회에서는 전준희 로켓배송 개발총괄 부사장(왼쪽)의 사회로 투안 팸 쿠팡 최고기술책임자(CTO, 오른쪽)와 토크 콘서트가 이뤄졌다. 쿠팡은 처음 시장에 등장할 때부터 ‘유통’만큼 ‘기술’을 강조한 기업이다. 똑같은 게임의 법칙으로는, 기존 강자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쿠팡 측은 올해 개발자 대회 영상을 추후 온라인을 통해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엔지니어링 문화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당연히 문화가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과 집단을 한 방향으로 맞추게 하는 것이 문화다. 쿠팡에는 15개 리더십 원칙이 있어 행동의 강력한 길잡이가 되어 준다.

몇가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공유한다. 첫 번째는 ‘고객 중심 주의’다. 쿠팡에서 하는 모든 것은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두 번째는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할 것’이다. 지금까지 달성한 것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 목표를 바탕으로 움직여야 한다. 세 번째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움직일 것’이다. 어떤 일을 하든 긴박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빠르게 움직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네 번째 ‘집념을 가지고 성과를 낼 것’이다. 장애물과 어려움이 있겠지만 회복탄력성을 가지고 넘어질 때마다 서로 일으키고 같이 스마트하게 움직여 결과를 내야한다. 다섯 번째는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고 육성할 것’이다. 쿠팡에서 하는 모든 것은 인재에 달려 있다. 최고의 기술팀을 만들고자 한다. 전 레벨에 걸쳐 성장 시키고 있는데, 개발조직이 꽤 많이 커졌기 때문에 올바른 문화를 관리 해야만 서로 같은 언어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서로 기대하는 바에 맞춰 일을 할 수 있다.

앞으로 몇 년간 쿠팡이 직면하게 될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엔지니어링 전략 차원에서 어느 부분에 집중할 것인가?

쿠팡의 규모가 커지고 성공했지만, 비즈니스 잠재력을 생각해보면 아직 초기 단계라고 본다. 현재 프로덕트 영역이나, 혁신을 일궈 론칭할 신사업 영역에서도 성장할 기회가 굉장히 많다.

기술영역에서 앞으로 몇 년간 집중할 부분은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고 육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모든 레벨에 걸쳐서 엔지니어를 더 발전시키고 더 많은 프로덕트를 빠르게 선보이고, 시스템과 기술을 업그레이드해서 운영 속도와 규모, 안정성,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궁극적 목표는 세계적 수준의 기술조직을 여기 쿠팡, 특히 한국에서 만들고 싶다.

다양한 업계에서 엔지니어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엔지니어들, 혹은 과거의 본인에게 해주고픈 조언은?

과거의 내게 조언을 한다면, 항상 배움에 목말라야 한다.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라. 그리고 새로운 시도를 주어진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이 해보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현실에 절대로 안주해서는 안 된다. 항상 나의 능력 최대치, 그 이상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 푸시해야 하고 그래야 계속 배우고 성장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지금까지도 이 조언을 따르고 있다.

쿠팡의 실험문화는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나? 쿠팡의 개발자는 어떤 방식으로 실험을 수립하고 분석하나?

쿠팡에서는 실험 문화가 탄탄하게 자리잡았다. 모든 기능을 설계하고 내놓을 때마다 A/B 테스트를 해서 효과성과 영향을 이해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굉장히 견고한 실험 플랫폼을 만들었다. 현재 수천 개 실험이 매년 진행 중이고 실험의 속도는 쿠팡이 성장하면서 매우 빨라지고 있다.

어떻게 AI와 빅데이터로 수요 편차를 정확하게 예측하나?

구현한 모델을 바탕으로 수요를 예측하고 고객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역량과 공급량을 플래닝하는데 활용한다. 실행단계에선 꽤 복잡해질 수 있는데 이를 파악하기 위한 계산에는 여러 가지 요인과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처음 A/B 테스트를 도입할 때 무엇을 고민했나?

계속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능을 테스트해 더 빠르게 개선할 방법을 찾고 있다. 따라서 실험 플랫폼이 굉장히 필수적이다. 실험 플랫폼이나 문화가 없는 것이 훨씬 더 리스크가 크다. 우리가 가진 가정 하나하나를 테스트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린지 알기 어렵다. A/B 테스트를 하지 않으면 작업한 것이 개선을 일으켰는지 악화시켰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테스트 할 때 결과가 기대치 만큼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래도 실패를 확실히 알고 그 이유를 파악해 조정한 후 기능을 다시 론칭하고 테스트를 하는 게 좋다. 이 사이클을 최대한 빠르게 돌려야 개선도 빨라진다.

유지보수와 안정성을 위해 레거시 기술을 남겨 놓는 경우가 있는데 쿠팡에는 이를 탈피하기 위한 해결책이 있나?

새로운 기술의 확장성과 안정성을 달성하려면 구 시스템과 기술을 종료해야만 할때가 종종 있다. 쿠팡이 몇 년간 성장을 하면서 더 발전된 기술과 아키텍처를 도입해서 기술스택 전반을 수차례 재구축했다. 이를 통해서 더 높은 수준의 기술과 스케일을 달성했다. 레거시 시스템과 기술을 깨끗하게 종료해야 유지보수에 시간과 공수를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 종종 레거시 시스템 때문에 불안정성, 취약성, 높은 유지 보수 비용, 가치 저하가 야기된다.

인공지능 기술을 통한 쿠팡 물류 관리 기술은 어떻게 가능했나?

(전 부사장이 대신 대답) 쿠팡 친구들(이하 쿠친)이 하루 몇 개의 주소지에 방문할 수 있는지가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쿠친이 주어진 시간 내 최대한 많은 방문지에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노력 중 하나가 쿠친이 트럭에 물건을 싣는 순서나, 트럭 내 물건의 위치를 가이드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최적의 적재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배송 경험이 많은 베테랑 쿠친이 어떻게 상품을 적재하는지를 연구한다. 그 규칙과 실제 적재 케이스를 모아 머신러닝으로 컴퓨터가 베테랑 쿠친의 적재 방법을 공부하게 한다. 시스템이 완성된 후에는 컴퓨터가 적재 경험이 적은 쿠친에게 방법을 추천해주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전체의 역량을 향상시켜 같은 시간 내 더 많은 배달을 가능하게 했다.

글.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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