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금융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우체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우체국이 원하는 생각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SK(주)C&C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체국은 하던대로(?) 오라클 DB에 데이터를 저장하길 원하지만 SK C&C는 처음부터 DB2라는 새로운 DB를 활용할 계획을 세워뒀다. 고객사와 기술 공급사라는 불평등한 관계에서 두 회사의 협상이 어떤 결론을 낼지 궁금해진다.

앞서 지난 9월 우체국 차세대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SK C&C가 선정됐다. 업계에 따르면, 당초 SK C&C는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을 위한 소프트웨어로 IBM의 DB2 사용을 제안했다. 그러나 SK C&C가 우선협상자에 선정된 후 진행된 협상에서 우본이 오라클의 DBMS를 구축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현재 SK C&C와 우본은 오라클의 DBMS 사용 여부를 두고 치열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본 관계자는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라 구체적인 사안을 밝힐 수 없다”면서도 “현재 협상이 마무리 단계이며, 이르면 다음 주나 늦어도 이번 달 안으로 최종 계약이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본, 오라클 DB 미는(?) 이유

업계에 따르면, 우본은 SK C&C에 오라클 DB로 시스템을 구성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우본이 오라클 DB 사용을 고집하는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두 가지 측면로 해석된다. 우선, 가격적인 측면이다. 현재 우본은 자사 시스템에 오라클 DB를 사용 중이다.  라이선스를 보유한 상태라면, 매년 유지보수 비용만 내면 된다. 만약 IBM의 DB2를 도입한다면 새로운 라이선스 비용과 유지보수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우본 입장에서 새로운 DBMS를 들이는 것은 비용적인 측면에서 손해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오라클이 파격적인 할인 가격을 내세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는 곧, 현재 내고 있는 유지보수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맥락과 같지만 확실하진 않다. 오라클 관계자는 “파격적 할인이라는 기준은 자의적이며”이라며, 우본의 오라클 도입에 대해서는 “고객사의 니즈가 있었기 때문에 고려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이유는 기술적인 문제다. 사실상 IBM의 DB2는 국내 금융권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제품이다. KB국민은행처럼 메인프레임을 사용하고 있는 기업만 IBM DB2를 이용한다. 반면, 오라클의 DBMS는 대부분 시중은행들이 구성한 IT 인프라 환경인 유닉스 환경에서 원활하게 구동되는 장점이 있다. 오라클 DB는 다양한 고객사례를 쌓으면서 안정성과 성능에서 충분한 검증을 받았다.

난감한 SK C&C

SK C&C는 당초 계획에 없던 시스템 구성을 고민하고 재구성해야 하는 문제가 생겨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SI업체들은 대부분 고객 요구사항에 따라 사업제안서를 만들고 입찰에 참여한다. 당초 SK C&C는 우본의 공고 내용을 참고해 우체국 차세대 시스템 제안서를 만들고 입찰에 참여했다. 그러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이후, 우본 측이 오라클 DBMS를 제안하면서 전체 시스템 구성을 손봐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전체 인프라 가운데 한 구성(제품)을 바꾸면 관련된 모든 것을 손봐야 한다”며 “예상에 없던 변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까지 떠안아야 한다”고 전했다.


사업비 협상도 다시 해야 한다. 이번 사업에서 SK C&C는 최저가 수준의 입찰을 진행했는데 계획비가 변경되면서 낮은 비용으로 강도높은 업무를 해야할 가능성이 생겼다. 이와 관련해 SK C&C 측은 “아직 협상중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우본의 DBMS, 향방은?

우체국 차세대 시스템에는 최종적으로 오라클과 IBM 중 어느 DB가 탑재될까. 이는 KB국민은행과 티맥스의 사례를 통해 예상해볼 수 있다.

지난 2018년 KB국민은행은 ‘더케이프로젝트 상품서비스계 고도화 및 마케팅 허브, 비대면 재구축 사업’에 SK C&C를 주사업자로 선정했다. 당시 SK C&C는 사업에 필요한 미들웨어와 DB 소프트웨어로 티맥스 제품을 사용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KB국민은행은 IBM의 미들웨어와 DB 소프트웨어를 선택했다.

SK C&C의 제안대로 되지 않자, 티맥스데이터 측은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불공정하게 배제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당시 티맥스데이터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산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회는 평등하지 않았고, 과정은 불공정했으며 결과는 정의롭지 못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제안요청서(RFP)에는 주사업자가 제안한 특정 솔루션이 있어도, 발주처가 이를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구축사업자가 제안서에 솔루션을 명시하는 것은 추천의 개념이지 확정이 아니라는 의미다.

이번 우체국 차세대 사업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발주처인 우본이 그린 청사진 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사업의 주도권은 발주처에서 가져가기 때문에 고객사인 우본의 의견대로 오라클 DB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