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본 차세대 사업, 왜 SK C&C를 선택했나

약 7년 만에 SI(시스템통합) 빅3가 맞붙은 ‘우체국 차세대 종합금융시스템 구축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SK C&C가 선정됐다. 우체국 차세대 사업은 약 2064억원으로 하반기 최대 규모로 꼽히는 대형사업이다. 대규모 사업인 만큼 치열한 경쟁이 이어졌지만, 삼성SDS와 LG CNS는 결국 SK C&C의 ‘최저가’ 전략을 뛰어넘지 못했다. SK C&C가 가장 낮은 기술평가점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입찰가격점수에서 만점을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우체국 차세대 사업은 총 100점 만점으로 입찰가격점수가 10점, 기술평가점수가 90점이다. 우본은 일반적으로 공공사업의 가격점수가 20점, 기술점수가 80점으로 배분되지만, 이번 사업에 신기술 접목이 이뤄지는 만큼 기술점수의 비율을 늘렸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우체국 차세대 사업은 국가안보 사업으로 ‘대기업참여제한’의 예외를 인정받았다. 그만큼 보안과 기술이 중요시되는 사업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번 사업은 기술보다 가격의 비중이 더 컸다. 나라장터의 공고에 따르면, SK C&C는 입찰가격점수 10점을 받았다. 이어 LG CNS가 9.2569점, 삼성SDS가 9.0391점으로 SK C&C의 입찰가 점수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입찰가격점수는 사업자가 제시한 사업금액이 낮을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다.

반면 기술평가점수는 SK C&C가 84.2786점으로 가장 낮았다. LG CNS가 84.8443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삼성SDS가 84.4834점을 받았다.

결국 이를 합산해 계산한 종합평가점수에서 SK C&C가 94.2786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보이며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기술평가점수는 가장 낮았지만, 입찰가격점수가 0.9~0.8점 이상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 공공사업에서는 0.1점이 입찰여부를 가를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우본에 따르면, 우체국 차세대 사업 비용은 당초 약 2064억원으로 책정됐으나, SK C&C가 2000억원 미만의 사업금액을 제안하면서 대폭 줄었다.  우본 측은 아직 최종 가격이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금액 공개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우본 관계자는 “SK C&C가 2000억원 이하의 사업금액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다만, “아직 협상기간이기 때문에 최종 가격은 아니며, 협상이 끝나면 낙찰가 공고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보통 사업자가 제안한 가격으로 협상이 이뤄지기 때문에, SK C&C가 제안한 가격에서 큰 변동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SK C&C “수익사업이라고 판단”

우체국 차세대 사업은 공고보다 훨씬 낮은 가격 선에서 협상이 진행중이지만, SK C&C는 수익사업이라고 확신했다. SK C&C 관계자는 “우체국 차세대 사업은 수익이 난다는 판단 하에 전략적으로 입찰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SI 업계에서는 우체국 차세대 사업이 사실상 ‘출혈 사업’이라고 봤다. 지난 7월 기획재정부가 정부의 추경예산 확보를 위해 우체국 차세대 사업 예산을 400억원 이상 삭감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에 사활을 걸 것이라고 예상했던 삼성SDS와 LG CNS가 무리해서 입찰가를 깎지 않은 이유다.

SI업계 관계자는 “우체국 차세대 사업이 예정됐던 예산보다 줄었기 때문에, 여기서 가격을 더 깎는다는 것은 출혈을 감수한다는 것으로 판단해, 가격 부문에서 크게 힘을 빼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SK C&C는 왜 대규모 사업의 입찰가를 무리하게 깎아가면서 입찰한 것일까. 업계에서는 최근 SK C&C가 ‘황금 알을 낳는 거위’와도 같던 KDB산업은행 수주 건에 고배를 마신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최근 SK C&C는 약 2870억원 규모의 산업은행 정보시스템 운영 용역 입찰 사업을 삼성SDS에 뺏겼다. 산업은행의 정보시스템 운영 용역은 지난 6년간 SK C&C가 담당해왔으나, 약 7년만에 금융SI 시장에 돌아온 삼성SDS에게 빼앗긴 것이다. SK C&C 입장에선 산업은행 사업을 수주했더라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수익을 낼 수 있었던 사업이기에 패배의 상처가 더욱 깊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SK C&C가 새로운 수익원 발굴 혹은 대규모 공공부문 고객 사례가 필요했을 것이란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우체국 차세대 금융 사업, 무엇을 구축하나…핵심은 ‘클라우드’

SK C&C가 최종협상자로 확정이 되면, 기술·가격협상과 계약을 거쳐 11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사업을 수행한다. 업계에선 SK C&C가 이미 경쟁사 대비 훨씬 적은 금액의 예산을 제안한 만큼, 최종협상자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우체국 차세대 사업은 계정계, 정보계 등 코어시스템을 포함한 모든 금융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구축해 무중단 시스템을 구성, 재해 및 장애 대응체계를 마련한다. 특정 기간에 긴급한 업무처리를 해야 하거나, 월말정산 등 한시적으로 업무가 급증할 때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클라우드는 서비스형인프라(IaaS) 기반으로 구성하고, 신기술 대응이 필요한 영역은 서비스형플랫폼(PaaS)을 적용해 통합적인 운영을 할 계획이다. 우본은 x86서버 리눅스 기반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도입한다. 시스템 영역별로 클라우드 풀(Pool)을 구성하고, 각 단위 시스템별로 필요한 자원을 할당한다.

재해복구(DR) 시스템에도 클라우드 인프라를 도입한다. 자연재해나 대규모 장애가 발생했을 때 시스템이 멈추지 않고 업무를 할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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