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차범위 10cm, 자율주행 지도를 만들어라”
오는 10월 15일,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판교 자율주행모빌리티쇼(PAMS)’가 열린다. 국내 자율주행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알아보는 행사로,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기술을 대중에 소개하는 자리로 마련된다. 여기에는 경기도자율주행센터에서 기술을 테스트하는 기업들이 참여하는데, 이들을 만나보면 국내에서 어떤 자율주행 관련 기술을 만들고 있는지 엿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추석 전후로, 경기도 자율주행센터의 실증 인프라를 활용해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기업을 찾아 릴레이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신진수 티아이랩 대표는 그 첫번째 인터뷰이다. [편집자 주]
사람만 내비게이션을 보는 게 아니다. 자율주행차에도 전용 지도가 필요하다. 이런 고정밀 지도는 인공지능의 정확한 판단을 돕는 것이라, 가능한 변수가 적도록 세밀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미 세계 여러 기업이 고정밀 지도 제작에 뛰어들었다. 글로벌로는 아우디와 BMW, 다임러 등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한 히어(here)나 인텔이 거액을 투자한 모빌아이(Mobileye)가 선두주자다. 국내에서도 현대엠엔소프트와 네이버 등이 고정밀 지도를 만든다.
그런데 이런 지도는 하늘에서 그냥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도로상황과 주변 지형을 오차범위 10~20cm 이내로 정교하게 측정할 수 있는 장비가 필요하다. 이게 어느 정도 정확도인지 잘 모르겠다면, 기존의 내비게이션 지도보다 10배 정도 더 정확한 수치라고 보면 된다. 고정밀 지도를 만드는 회사들은 이같은 데이터를 얻기 위해 모바일 맵핑 시스템(MMS, Mobile Mapping System)이라는 수억원 짜리 장비를 작업에 투입한다. 가끔 도로나 TV에서 지붕 위에 레이더 같은 장비를 달고 다니는 차량을 발견한다면, 그 장비가 MMS다.
티아이랩(TI·Lab)은 카메라와 라이다 등의 센서를 조합해 MMS를 만들고, 이 장비가 잘 돌아가도록 최적화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티아이랩은 고정밀 지도 시장의 발전성을 높게 봤다. 맥킨지는 2020년까지 자동차용 지도 데이터 시장의 규모가 대략 231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 전망했다. 고정밀 지도 수요가 커지면 MMS 시장도 당연히 늘어난다. 또 다른 시장조사 업체인 마켓리서치퓨처에 따르면 2023년에 MMS 시장이 36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와 IT 회사들이 모두 뛰어들고 있는데다, 자율주행 산업은 앞으로 계속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규모 수치로 보면 알겠지만, MMS 기업은 자율주행 부문의 핵심 구성원이다. 그러나 일반에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다. 티아이랩을 설립한 신진수 대표를 만나 MMS 시장 상황과 경쟁력, 비전 등을 물었다.
MMS가 왜 중요한가?
MMS는 고정밀 지도를 만드는 데 필요하다. 기존에도 항공사진이나 GPS 등으로 고정밀 지도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방법으로 수집한 데이터로는 터널이나 도심 같은 곳의 도로를 그리기 어렵다. 그런 한계 때문에 장비를 실은 차량을 직접 구축해 운영할 필요가 생겼다.
그렇게까지 아주 정밀한 데이터가 왜 필요할까?
혹시 모를 어떤 사고도 막기 위함이다. 자율주행차가 도로의 아주 상세한 상황을 알아야지 갑자기 튀오나오는 변수에도 안전한 판단을 할 수 있다. 또, 이런 고정밀 지도는 자율주행 뿐만 아니라 시설물 관리에도 쓰인다. 재난재해가 있을때 가스관 등의 지상 좌표를 정확하게 알아야지 사고를 막을 수 있다. 공간 정보 인프라로서 활용도도 높은게 고정밀 지도다.
MMS 시장에는 어떤 플레이어들이 있나?
지도로 유명한 히어도 MMS 회사를 인수했다. 히어는 현재 전세계에 수백대 MMS를 돌리며 지리정보를 습득하고 있다. 국내에도 이 장비와 지도가 들어온다. 또, 톰톰(TomTom)이라는 회사도 미국 전역의 지도 정보를 커버하는 데만 200대가 넘는 MMS를 운영한다. 국내외로 MMS를 잘 하고 있는 곳들이 있다.
말씀하신 것처럼 MMS 시장에는 이미 잘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는데 티아이랩은 어떤 경쟁력을 가졌나?
MMS는 그 안에 들어가는 중요한 센서들을 잘 동기화해 데이터를 정확하게 수집하도록 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원하는 포인트 클라우드(3D 사진을 얻기 위한 위치 정보) 들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모두 필요하다. 서로 다른 센서에서 각자 데이터를 뽑아내 하나의 새로운 데이터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작업을 그동안 외산 소프트웨어에 의존해왔다. 티아이랩은 이 솔루션을 자체개발해 국산화했다.
지도를 만드는 곳에서는 MMS 장비의 국적이 중요할 것 같진 않다. 국산여부보다는 정확도가 높아야 쓰는 것 아닌가?
MMS 시장도 2006년 즈음에 만들어져 벌써 10년이 넘게 발전을 해왔다. 국내 솔루션도 국외 솔루션과 성능은 대동소이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가격경쟁이다. 해외 제품은 가격이 비싸다. 얼마나 믿을 수 있는 장비를 보다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느냐에서 경쟁력이 생긴다.
또 하나의 경쟁력은 믿을만한 레퍼런스다. 우리는 현대자동차의 내비게이션 데이터를 만드는 현대엠엔소프트에 솔루션을 납품하고 있다. 검증된 레퍼런스를 갖고 있다는 것이 티아이랩이 가진 강점이다.
가격 경쟁력은 어떻게 되나?
해외 솔루션의 절반 정도라고 보면 된다. 장비 가격대가 워낙 비싸다 보니, 처음에 소비자가 살 수 있는 수준을 기준으로 맞춰 만들어 보려 했다. 해외는 보통 5억~6억원대에 장비가 팔린다.
들어가는 부품들이 고가인데 어떻게 장비 가격을 낮췄나?
센서를 제외하고는 모두 자체 제작을 한다.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가능성은 여기에서 나온다. 안정적인 제품 판매처를 확보하고 있는 것도 가격을 조절할 수 있게 하는 여지를 준다.
B2B 시장에서는 역시 빨리 고객사를 확보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티아이랩은 스타트업인데, 그게 어떻게 가능했나?
고객사들에서는 몇몇 업체에 장비 테스트를 요청한다. 그때 티아이랩만 테스트를 통과했다. 한여름이나 한겨울 같은 환경에서 장비를 구동해보고 문제가 없는지나, 터널이나 고가 밑을 통과할 때도 장비가 제대로 작동해 데이터 정확도가 높은지 등을 확인해보는 것이다
글로벌로는 히어 같은 기업이 있는데, 국외 진출도 생각하나?
물론이다. 회사를 처음 만들 때부터 톰톰 같은 회사를 목표로 했다. 그러나 우리 혼자 나가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고객사와 같이 하면 좋겠다고 판단했다. 현대엠엔소프트가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미국에서 지도 데이터 구축을 했는데, 이때 우리 장비가 함께 나갔다. 이런 식으로 해외 진출이 가능할 거라고 본다.
자율주행센터에 입주해 있는 이유가 있나. 어떤 피드백을 받나?
측량용 GPS는 위치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에 상시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또 비싸다. 센터 안에서는 이걸 사용할 수 있다. 또, 앞으로 필요한 기술이나 요구사항 같은 것을 듣는 것만으로도 그에 맞춰 대비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어떤 요구사항인가?
자율주행을 하면서 운전하는 것만 생각했다. 그런데 운전의 끝은 주차다. 자율주행차가 주차장까지 내려가서 자연스럽게 주차하는 것까지 연구해야 한다. 마지막에 사람이 자율주행차를 인계받아 주차를 해야한다면 이상하지 않나? 이런 요구 때문에 실내 지도를 구축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앞으로 MMS 관련 기술이 어떻게 발전할 것이라고 보나?
더 정확해질 것 같고, 지하탐사 등 다양한 센서들이 융복합될 것이 예상된다. 회사 입장에서는 그런 새로운 센서에 대한 전문 기술을 취득해야 한다. 또, 자율주행차와 관련해서 인공지능(AI)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이를 지도 데이터에 접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어떤 인공지능 기술을 말하는 건가?
자율주행자동차용 시뮬레이터를 만들고, 자동차 주변 영상과 환경을 리얼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관련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제 관련 AI 기술이 저렴해질 것으로 보여 들어갈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눈여겨 보는 기술이 있나?
지표투과레이더(GPR, Ground Penetrating Radar)다. 지하에 있는 관로를 찾는 장비인데, 이걸 MMS와 접목하면 관로와 지상 시설물 간 관계를 정확하게 지도화할 수 있다.
장기적 비전은 무엇인가?
고객사와 함께 해외에 나가는 것이 첫 목표다. 해외 고객과도 직접 만나고 싶은 생각이 있다. 기술적으로는 추가적으로 필요한 다양한 센서를 공부해 융복합하려 한다. 자율주행차를 위한 실내 지도도 디지털 트윈이란 이름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그쪽 역시 우리가 바라보는 방향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