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꾼 소비 트렌드, 유통업계의 위기와 기회

최근 유통업계 누굴 만나든 화두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앞으로 뭐 먹고 살아야 할까. 대한상공회의소의 표현을 빌리자면 유통업계에는 ‘변곡점’이 왔다. 이전에도 오프라인은 지고 온라인은 뜨고 있었지만, 그 속도가 이렇게 파괴적이진 않았다. 비대면 소비문화 확산에 따라 기업에겐 위기와 기회 요인이 함께 관측된다. [코로나19 이후 택배시장 변화가 궁금하다면 참고 콘텐츠 : 코로나19는 ‘택배’를 어떻게 바꿨나(feat. 한진)]

아무래도 기회보다는 ‘위기’에 무게추가 쏠린다는 게 대한상공회의측 평가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위기를 회피하고 불확실성을 넘어 ‘기회’를 잡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기회인가. 대한상공회의소가 21일 주최한 <2020 신유통트렌드와 혁신성장 웨비나>에서 공유된 전문가들의 발표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해본다.

60년생이 온다

오프라인은 지고 온라인은 뜬다는 건 너무 뻔한 이야기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그랬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에 그 변화는 더 빨라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 특히나 전문가들은 그동안 이커머스를 사용하지 않았거나 친숙하지 않았던 50~60대, 요컨대 60년생이 코로나19 이후로 대거 신규 이커머스 사용자로 유입됐음을 주목했다.

Nelson HomePanel의 분석에 따르면 2019년 1분기 기준 12.8%였던 온라인 채널 신규 이용자 구매액은 2020년 1월 기준 24.5%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렇게 늘어난 숫자 중 50~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54.1%다.(자료: Nelson HomePanel, 이경희 소장 발표자료 발췌)

이경희 이마트 유통산업연구소장은 발표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이커머스 신규 진입자가 상당히 늘어났다. 전체 온라인 구매액에서 신규 진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 기준 12.8%였는데, 올해 들어서 24.5%로 크게 늘었다”며 “신규 진입자를 연령별로 자세히 뜯어보면 50~60대 중장년층 이상 소비가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종식이 된 이후에도 이렇게 유입된 신규 사용자 상당수가 온라인에 남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유통, 화장품 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자료에 따르면 5월 기준 오프라인 유통사의 매출은 6.1% 역신장했고, 온라인 유통사의 매출은 13.5% 증가하면서 여전히 두자릿수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라며 “온라인 구매 증가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추세였지만, 코로나19 이후 기존 온라인쇼핑에 익숙하지 않았던 50~60대 이상 세대의 온라인 구매를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 평가했다.

코로나19 이후 유통업태별 매출액 성장률 비교(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이베스트투자증권리서치센터 가공)

유통업체들은 새롭게 시장에 유입되는 50~60대를 충성고객으로 만들고자 분주하다. 일례로 코로나19 이후 50~60대에게 친숙한 ‘홈쇼핑’ 채널을 이커머스 영역으로 끌어오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관측된다. 비단 이커머스 업체만의 시도가 아니다.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IT포탈도 신세계, 롯데 등 오프라인 매장 기반의 유통기업도, 전통적인 홈쇼핑 기업도 ‘라이브 커머스’에서 기회를 찾고 신규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오 애널리스트는 “네이버는 2018년부터 이커머스를 강화한다고 나섰지만, 올해 들어서 특히 공격적으로 커머스를 강화하는 모습”이라며 “네이버 브랜드스토어는 백화점과, 네이버 특가창고는 대형마트와, 라이브커머스는 홈쇼핑과, 스마트스토어는 오픈마켓과 다투면서 유통업 전반에서 경쟁을 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며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기 위해 굉장히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가 나타나는 게 코로나19 이후 유통업계에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라 말했다.

연결되는 트렌드는 경계를 넘어선 경쟁이다. 오프라인 기반 유통, 제조기업의 성장동력이 코로나19로 상당 부분 멈춤에 따라서 이커머스에서 새로운 동력을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이에 따라 이커머스에 반드시 연결되는 파생산업 물류의 형태도 변한다. 일례로 대형 계열 화주사의 물량을 기반으로 B2B 기업물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물류업체들이 B2C 이커머스 물류 풀필먼트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내세우면서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준비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의 B마트로 대표되는 이륜차 즉시배달망과 도심 소형 물류거점을 결합한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오 애널리스트는 “온라인 주문 상품은 무조건 실물로 소비자에게 배송돼야 한다. 때문에 오프라인의 온라인 전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류”라며 “아직 물류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춘 업체가 없다고 판단된다. 그렇기에 앞으로 유통업체들의 경쟁 포인트는 보다 효율적이고 빠르게 물류를 활용해나가는 데서 갈릴 것”이라 강조했다.

떠오르는 카테고리

코로나19 이후 떠오르는 카테고리가 있다.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사람들이 자택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음·식료품, 생활용품 관련 카테고리 매출이 크게 늘었다. 감염병 확산 우려로 면역력 증강과 관련된 건강식품 매출이 오른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배달음식, 간편조리식, 건강보조식품 등 거래 증가의 영향으로 5월 기준 음식서비스와 음·식료품 매출은 전년동월대비 77.5%, 33.1% 큰 폭으로 증가했다. 생활용품 매출 또한 38% 늘었는데, 이는 외부활동 자제로 가정내 생활필수품, 집꾸미기 용품 판매가 늘어서라는 통계청의 분석이다.

코로나19 이후로 주로 가정에서 사용하는 홈코노미 카테고리 매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자료: 통계청, 이경희 소장 발표자료 발췌)

이 소장은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취미 관련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 블루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해서 ‘홈가드닝’ 관련 품목인 배양토, 종자 매출이 두자릿수 이상의 숫자를 보이며 성장하고 있으며 가구, 리빙 등 인테리어 용품과 홈트레이닝 관련 용품 매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건강기능식품 소비자의 연령대가 낮아지기도 했다. 면역력에 도움을 준다는 홍삼, 프로바이오틱스, 비타민 관련 제품이 잘 팔리고 있고, 주요 건강기능식품 회사의 영업이익이 두자릿수 이상 신장했다”고 설명했다.

오 애널리스트는 “온라인 판매 카테고리 중 가장 복잡하고, 위험이 커서 마지막으로 침투될 것으로 예상됐던 게 음식료품과 의약품이었다”며 “이 중 의약품은 아직까지 법적으로 온라인 진입에 어려움이 있지만, 음식료품과 같은 경우 시장 가능성을 보고 빠르게 침투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에서 찾는 기회

반면, 외출 및 접촉과 관련된 상품 카테고리인 가방, 패션용품 및 액세서리, 화장품 등의 매출은 오히려 코로나19 확산 이후 역성장한 모습이다. 이커머스 통계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카테고리는 ‘문화 및 레저서비스’, ‘여행 및 교통서비스’로 주로 여행, 레저, 공연관람 등 온라인 티켓 판매와 연결된다.

현시점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거리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면서 패션 카테고리의 매출은 조금씩 회복하는 모습이다. 통계청의 5월 기준 온라인쇼핑 동향조사에 따르면 패션 카테고리는 전월대비 8.6% 거래액이 늘어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복 카테고리 거래액 또한 전월대비 15% 빠르게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션용품 및 액세서리 카테고리의 전년동월 대비 거래액 증감률은 5월 기준 17% 역성장한 모습이다.

2020년 5월 기준 온라인쇼핑 카테고리 거래액 전년동월 대비 증감률. 코로나19 이후 모든 이커머스 카테고리가 성장한 것은 아니다. (자료: 통계청)

감염병 확산으로 인해 온라인 기반의 특정 업태를 제외하고는 경기 불황이 장기화 되고 있다. 소비자의 소비 심리 또한 크게 위축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나타나는 소비 트렌드는 ‘가성비’ 추구다. 하지만 정반대의 성향인 고가 명품 소비가 증가하는 현상 또한 동시에 관측된다. 사람간 접촉이 줄면서 나타나는 우울증 ‘코로나 블루’ 현상을 극복하고자 감정소비, 보상소비, 보복소비 관련 카테고리 매출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이 소장은 “코로나19 이후 경기불황 심화와 실업자 증가 등의 여파로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 성향이 굉장히 뚜렷하게 나온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같은 20~30% 저렴하게 대용량 판매를 하는 창고형 매장은 오히려 코로나 이후 매출 호조세를 맞았다. 당근마켓,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 중고 거래 플랫폼의 급성장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며 “합리적인 가성비 소비의 대치점에선 코로나19 이후의 불안감과 무기력감을 극복하고 달래기 위한 보상소비 경향도 함께 관측된다. 금년 들어서 백화점 명품 매출이 110% 이상 증가했는데, 이는 전체 매출의 30%를 넘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소비 심리 변화는 크게 두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첫 번째는 바이러스와 불황에 맞선 생존을 위한 소비이고, 두 번째는 자기 위안, 정서적 위안을 위한 소비”라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이 두 가지 소비 심리를 만족시키는 업체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오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는 단기적인 온라인 소비 증가 요인에 그치는 게 아니라 소비 패러다임에 변화를 불러올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라며 “가구, 명품 판매 증가와 중고거래 활성화가 모두 재난으로 인해 사람들의 소비 패턴이 바뀌고 있는 모습으로 판단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이 꼽은 코로나19 이후의 소비 트렌드와 유통업체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 키워드(자료: 이경희 소장 발표자료 발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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