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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리] FSS가 전하는 이커머스 물류의 핵심 ‘시스템’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3월부터 공개되기 시작한 네이버 풀필먼트 투자 행보의 마지막을 장식한 업체가 있으니 FSS(Fulfillment Sharing Service)다. 투자 발표는 제일 늦었지만 실제 투자가 진행된 시점은 먼저 투자 발표가 된 위킵, 두손컴퍼니, 신상마켓(딜리셔스)와 동일한 3월에 진행됐다.

네이버가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여러 물류업체의 서비스를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와 연결하고자 하는 상황. 얼핏 보기엔 비슷해 보이는 네이버가 투자한 여러 업체의 전략을 확인함으로 향후 네이버 풀필먼트가 나아갈 방향을 일면 확인할 수 있다.

그 중 FSS는 ‘시스템’에 방점을 찍은 업체다. 전체 조직원 35명 중 개발자는 20명 이상. 50% 이상의 개발자 비중을 보인다. FSS는 개발자 인력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를 자랑한다. 이마트 온라인팀, 신세계그룹 전략실에서 이커머스 물류 시스템을 설계했고, 티몬의 직매입 유통사업 슈퍼마트 총괄로도 근무한 홍종욱 FSS 대표의 경험을 살렸다. 비용 부담을 이유로 인하우스 개발자를 두지 않거나, 시스템을 구비하더라도 외부 업체의 것을 도입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여타 3PL업체들과는 다른 방향이다.

FSS가 강조하는 ‘시스템’은 무엇이 다를까. 기존 B2B 기업물류와는 호환되지 않는다는 B2C 이커머스 물류에 적합한 시스템이란 무엇일까. 본격적으로 홍종욱 대표와 이야기를 나눠본다.

Q1. 아무래도 네이버 투자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투자 유치 이후 FSS의 청사진은 무엇인지요.

우리가 집중하고자 하는 방향은 본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통처럼 이종의 영역에 뛰어드는 것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당장 관심 있는 것은 해외 물류거점 확보입니다. 하반기 중 베트남과 일본에 ‘물류센터’를 열고자 합니다. 국내에서 우리 창고를 이용하는 판매자 중에서도 해외 판매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 분들이 아마존의 FBA(Fulfillment By Amazon)처럼 해외 현지 물류센터까지 입고만 해놓으면 해외 마켓플레이스 주문 이후 물류는 FSS가 알아서 처리해주는 방법으로 가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외 플랫폼과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FSS는 하반기 동남아시아 마켓플레이스 쇼피(Shopee)와 연동하여 해외 판매 고객의 물류를 지원하는 서비스를 하려고 합니다. 나아가 미국, 캐나다 등 더 많은 국가까지 FSS 물류센터를 여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 FSS 시스템을 글로벌 버전으로 번역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2. 이커머스 물류를 처리해준다는 경쟁사들이 참 많습니다. FSS가 그들에 비해 갖는 경쟁 우위는 무엇이라 보시는지요.

FSS의 특장점은 ‘온라인 특화 물류’입니다. 여기서 온라인에 특화된 물류란 ‘온라인상에서 완결성’을 가지는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기존 물류업체 아웃소싱을 사용할 경우 이커머스 화주들은 정산서와 세금계산서가 오가는 과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습니다. FSS엔 이런 일이 없습니다. 먼저, FSS는 판매자들이 굳이 물류사가 요구하는 엑셀파일을 다운받아서 작성, 전달해주지 않아도 알아서 주문을 수집하고 물류를 처리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고객사에게 제공되는 물류 서비스는 ‘정액제’로 운영하며, 대시보드(Dashboard)를 통해 서비스 사용현황과 그에 따른 비용은 얼마인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월말에 자동으로 카드 결제가 되는 구조입니다.

FSS 물류 관리 시스템 FMS(Fulfillment Management System) 대시보드 화면(자료: FSS)

고객사는 시스템을 통해 물류센터에 입고한 물량은 얼마나 되는지, 얼마나 많은 상품을 보관하고 있는지 셀(1셀=1파렛트) 단위로 확인 가능합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택배요금 변동 추이, 유통기한 임박 상품이나 품절 상품 등의 데이터를 고객사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노출해줍니다. 고객이 더 편하게 물류 운영 현황을 파악, 관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외에도 챗봇 시스템도 오픈하려고 준비 중인데 고객 화주사 문의가 들어오면 자주 들어오는 질문은 챗봇이 응대 하면서 여기에 사람 상담사를 붙이는 구조를 만들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를 IT 물류 플랫폼이자 서비스 기업이라 정의합니다.

Q3. 물류기업보다 서비스 기업이라 정의한다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FSS가 생각하는 ‘서비스’란 무엇인가요?

제가 생각하기에 서비스 회사는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2018년 2월 처음 FSS를 창업하게 된 이유 또한 중소형 판매자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시 중소 판매자들은 기존 3PL업체를 찾아가면 물량이 적다는 이유로 거절당했고, 혹여 맡아주더라도 운영 측면의 또 다른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물류비는 어디를 가든 바가지 쓰기 십상이었습니다.

FSS는 그래서 하루에 단 한 건의 상품을 출고하는 고객들도 이용할 수 있는 물류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우리의 가격 정책(Pricing)은 하루 5000~1만건을 출고하는 고객 입장에선 비싸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하루 1~100건 이하의 출고를 하는 소형 화주들은 그 어떤 물류업체에 맡겨도 이것보다 싸게 맡길 수 없도록 비용을 설정했습니다.

투명한 단가표가 FSS가 내거는 큰 강점 중 하나다.

어떻게 보면 FSS는 고객의 성장에 선투자를 하는 것입니다. 고객사는 우리 시스템을 생애 주기에 따라 계속 사용하면서 판매, 영업에만 신경 쓸 수 있게 됩니다. FSS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뿐만 아니라 고도몰과 같은 쇼핑몰 구축 솔루션, 사방넷과 같은 복수채널 입점관리 솔루션과 제휴하고 하반기 신세계아이앤씨와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연동을 계획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처음 고객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상품 판매를 시작하고 이후 자연스럽게 상품 판매처가 늘어나고, 자사몰을 만들고, 규모가 커지면 ERP까지 구축하게 되는 그 과정에서 FSS 하나만 사용하더라도 계속해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연동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고객사의 물량이 증가한다면 디스카운트를 받을 수 있는 구조도 함께 만들었습니다.

Q4. 모든 물류 시스템의 숙제는 정물일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FSS는 어떻게 전산과 실물 재고가 맞지 않는 숙제를 해결하나요?

과거 제가 신세계와 같은 대기업에 근무했을 때와는 다릅니다. 대기업에 들어오는 공급사의 입고 물량은 대개는 수량을 잘 맞춰서 들어옵니다. 혹여 안 맞더라도 추후 업체와 이야기해서 잘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중소업체 입고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량이 안 맞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컨대 박스에는 50개 상품이 들어있다고 표기돼있는데, 실제 뜯어보면 47개만 들어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은 바코드화입니다. 물론 바코드를 붙이지 않아도 상품이 나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반품이 들어오는 순간 우리는 상품을 찾지 못합니다. 이걸 고객사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특히나 처음 하는 초보 판매자 분들이 많이 오시다보니 ‘바코드는 어떻게 만들 수 있어요?’, ‘마음대로 만들면 되나요?’, ‘왜 있어야 되나요?’ 등의 질문에 하나하나 설명해 드릴 필요가 있었습니다.

바코드는 기본적으로 FSS가 작업해주는 것을 써도 됩니다. 외부에서 만들고 싶은 고객사가 있다면 어디에서 만들 수 있는지 FSS가 가이드 해줍니다. 고객사의 판매 상품에 따라서 박스 안에 있는 내품까지 바코드화가 필요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상품을 봉지 단위로 팔기 위해서는 봉지 단위의 바코드화가 필요합니다. 경우에 따라 다른 케이스를 고려하여 FSS는 고객사가 최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전해줍니다.

또 하나의 방법은 ‘전수검사’입니다. 최대한 입고 시점에 들어오는 상품의 실물 수량을 확인하여 전산 수량과 일치하게 만듭니다.

많은 물류센터 사업자가 같은 상품이라면 동일한 로케이션(위치)에 보관을 합니다. 이 방법을 쓸 경우 반품 상품이 섞인다면 유통기한별 수량이 전산과 실물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합니다. ‘선입선출(먼저 들어온 상품이 먼저 출고되는 것)’이 되면 좋겠지만, 어제 들어온 상품보다 오늘 들어온 상품이 유통기한이 짧지 말란 법이 없기도 합니다.

이 때 유통기한과 제조일자가 다른 상품은 한 로케이션에 넣지 않는 것이 노하우입니다. 이후 FSS는 고객사가 ‘선입선출’ 혹은 ‘후입선출(나중에 들어온 상품이 먼저 출고되는 것)’을 시스템상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합니다. 무조건 최근 생산된 상품을 보내도록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은 30일, 90일 등 제한을 정해서 출고를 막는 것도 가능합니다. 실물이 있어도 고객이 주문했을 때 특정 유통기한이 걸리면 시스템상에서 처리가 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특정 판매채널에 특정 기간에만 출고되도록 설정도 가능합니다. 시스템상에서 온도 관리도 가능한데, 이를 기반으로 조만간 냉동냉장 상품도 취급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5. 물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아무래도 ‘표준화’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다루는 상품 특성에 따라 ‘커스터마이징’을 요구하는 고객 또한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사이 균형은 어떻게 맞추나요?

FSS의 모토는 고객이 원하는 커스터마이징 요청 사항이 있으면 웬만하면 다 해드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계산 또한 확실히 합니다. 물류는 상품 판매처럼 20~40%씩 이익을 남기는 장사가 아닙니다. 굉장히 박한 마진 안에서 출혈을 감당하고 서비스를 해드린다면 결국 전체 서비스 품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추가적으로 공수가 드는 작업을 한다면 추가 비용을 받습니다.

FSS홈페이지에서 받을 수 있는 스마트 추천 견적. 화주사가 취급하는 상품의 부피, 무게, 커스터마이징 요청 상황에 따라서 서로 다른 가견적을 즉각 확인할 수 있다.

실제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서 FSS 시스템의 기능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네이버에 ‘어버이날 선물세트’를 파는 고객이 있습니다. 이 선물세트는 카네이션과 편지지와 스티커, 제습제와 같은 물류센터에 보관된 서로 다른 4개의 상품이 함께 포장돼 구성됩니다. 고객 입장에서 이 상품은 ‘하나’의 선물세트를 구매하는 것이 되겠지만, 고객 눈에 보이지 않는 물류센터에서는 서로 다른 상품 4개를 하나의 상품처럼 매칭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FSS는 이럴 때 고객사가 스스로 매칭테이블을 만들어서 전달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된 이 상품코드는 서로 다른 A, B, C, D 상품을 합쳐서 포장해야 된다는 것을 시스템상으로 알려주는 방법입니다.

만약 고객사가 포장 방법까지 새롭게 요구한다면 우리는 ‘유통가공’이라고 해서 따로 뺍니다. 이 경우 작업자의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 고객이 요구하는 포장법에 대한 ‘동영상’ 파일을 명확하게 받습니다. 혹여 작업자가 교체되더라도 영상을 매뉴얼로 활용하여 포장 방법이 최대한 전수되게 하는 것이죠.

사실 처음엔 이런 것을 물류센터에서 전부 일일이 손으로 작업했습니다. 시스템에서는 물류센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몰랐죠. 이걸 하나씩 고객 요청사항을 반영하면서 시스템에 붙이는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6. 소프트웨어 이야기를 주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물류센터 하드웨어 자동화 설비 관련된 FSS의 진행 방향이 있다면 알고 싶습니다.

자동화는 하고 싶습니다. 이미 FSS 물류센터에 ‘추종 로봇’은 들어왔습니다. 트위니(Twinny)라는 회사가 정부 R&D를 통해 개발한 ‘따르고’라는 자율주행 로봇인데 이게 물류센터 안에서 작업자를 따라 다닙니다. 이걸 도입하면 피킹 작업자는 두 손 자유롭게 PDA만 보면서 피킹 작업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복수 로봇의 추종 주행도 가능한데, 테스트는 한 대씩 돌리고 있습니다. 이후에도 다양한 로봇을 물류현장에 도입, 테스트하려고 합니다.

FSS가 물류센터에 도입한 추종로봇 ‘따르고’. 기존 물류센터에서 피킹 작업자가 끌고 다니던 핸드카트의 역할을 대체하는 제품이다.(사진 : 트위니)

다만 SSG닷컴 물류센터에 들어간 자동화 셔틀과 같은 GTP(Goods to Person) 방식의 시스템을 FSS 물류센터에 도입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선 잘 모르겠습니다. 이게 자가 물류를 하는 물류센터에는 어울릴 수 있습니다. AS/RS나 셔틀 같은 자동화 설비는 기본적으로 취급하는 상품이 정해지고, 그 상품의 입출고 빈도에 따라서 보관 공간을 할당합니다. 상품 부피, 상품의 출고 단위도 고려해야 합니다. 들어가고 나가는 상품이 어느 정도 확정돼 있는 자가 물류센터에서는 이게 가능합니다.

하지만 저희 같은 남의 상품을 다루는 3PL 회사 입장에선 뭐가 많이 팔릴지 예측이 안 됩니다. 어떤 상품이 들어올지 알 수도 없고요. 그러다 보니 AS/RS나 셔틀 같은 자동화 설비를 설치한다고 하더라도 효율적인 상품 보관 위치 할당이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비용 또한 부담입니다. 자가 물류가 효율은 좋지만 주문당 물류비는 높은 편입니다. 신세계의 자동화 셔틀이 분당 200m, 400m 이동할 수 있다고 하는 데 셔틀 속도가 2배가 되면 물류비는 2배가 아닌 몇 배의 비용이 튀어나올 수 있습니다. FSS를 이용하는 중소 고객사가 그렇게 높은 물류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FSS는 기본적으로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대비 수익)가 나오는 시스템을 중심으로 도입하고자 합니다. FSS 물류센터에는 DPS(Digital Picking System)가 들어와 있지만, 사실 이것을 사용할만한 고객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DAS(Digital Assorting System)가 더 효율을 만들 수 있지 않은지 테스트 해보고자 설비 도입을 준비중입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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