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의 새 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G3 이후 이런 관심은 처음이다. 그러나 LG폰이 되기를 거부했던 벨벳은 결국 LG폰이 되었다.

‘회장님 폰’으로 출발했던 G시리즈의 처음은 훌륭했다. G 시리즈와 G Pro 시리즈는 미니멀하며 무심한 외관을 갖고 있었다. G2는 배불뚝이 항아리 같은 모습이었는데, G3에서 다시 미니멀함을 찾았다.

G시리즈 프로 버전인 옵티머스 G Pro

문제는 G4다. LG G4는 2015년 출시된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이때 갤럭시 S6를 내놓으며 디자인의 분기점을 맞는다. LG전자와 삼성전자의 디자인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한 해가 2015~2016년이다. 이때의 갤럭시 S 디자인 변화를 보면 두 업체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갤럭시 S의 큰 디자인 분기점은 2번 정도다. 갤럭시 S1~S4까지는 비교적 무난했으며, 그중 조약돌 디자인을 선보인 갤럭시 S3는 완벽하진 않더라도 신선했다.

이때는 갤럭시 S III로 표기했다

참사는 갤럭시 S5에서 벌어졌다. 플라스틱을 세공해 가죽처럼 만든 타공 디자인은 대일밴드 같다며 외신에게 집중 포격을 당했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아재 디자인이다. 국내에서도 사용자 만족도에서 전반적인 점수는 높았지만 디자인 만족도는 거의 최하점을 받았다. 거기다 당시 갤럭시 폰의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던 장동훈 부사장은 “수백 개 시안 중 선택한 명품”, “명품 숍에 가면 이런 디자인이 트렌드”와 같은 말로 민심에 불을 지른다.

갤럭시 S5 관련 이미지 중 가장 유명한 이미지다

컬러감도 굉장하다

자신만만하던 장동훈 부사장의 디자인 팀장 직책은 갤럭시 S5 발매 한 달 후 이민혁 부사장으로 교체됐다. 갤럭시 S6는 이후 금속과 유리를 강조하는 모던한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S6에서 등장한 엣지 디스플레이 활용도를 높이는 깊은 블랙 컬러는 S7에서 등장했고 이 유산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후 베젤을 점차 줄여 갤럭시 S10에 이르러 베젤이 거의 없는 수준에 다다른다.

갤럭시 S7 엣지

갤럭시 S10

LG는 삼성이 고난을 겪은 2014년 1년 뒤인 2015년, G4에 가죽 커버를 끼워주는 대참사를 벌인다. 갤럭시 S4급의 참사였다. 이때부터 LG 모바일사업부는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이때부터 가죽과 카본파이버 패턴은 금기가 됐다

삼성이 현재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수립하기 무렵인 2016년, LG는 G5를 모던하게 내놓으며 자신감을 회복하나 했지만 G6부터의 LG는 무난함만을 강조한 폰을 내세우게 된다. 그러다 나온 G7은 심심한 생김새에 놀이공원 풍선색을 도입하는 악수를 둔다. 그러나 화제가 되기에는 사람들은 이미 LG폰에 관심이 없었다.

꽁무니에서 헬륨이 나올 것만 같다

벨벳은 LG가 새롭게 추진하는 디자인 아이덴티티다. 다른 제조사와 다르게 돌출형-사각형 카메라 모듈을 사용하지 않고 본체 안에 카메라를 넣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그러나 벨벳에서도 G 시리즈의 잔향이 느껴진다. 중국에서 대히트하고 한국까지 들어온 오로라 컬러를 사용하며 또다시 놀이공원 풍선 룩이 돼버렸다. 이를테면 완전한 탈피를 거듭한 새로운 폰인줄 알았더니 과도기적 디자인이었던 것이다.

벨벳의 외관에서는 사라진 LG의 자신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LG가 이번에 사용한 그린은 BMW 미니가 주로 사용하는 브리티시 그린에 가깝다. 침착하고 고급스러운 컬러다. 전면에서는 노치가 사라지지 못하고 카메라 컷아웃이 아닌 물방울 노치가 적용된 것이 아쉽다. 그러나 이 제품이 플래그십이 아닌 중가 제품임은 감안해야 한다.

한국 소비자가 살만한 폰이 갤럭시와 아이폰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LG의 새 시도는 환영할만하다. 부디 벨벳으로 살아난 자신감이 플래그십 제품에도 이어지길 바라야 하겠다.

벨벳 폰은 5월에 출시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