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암흑기에 등장한 한줄기 빛, LG폰 렌더링

사람의 눈에는 필터가 있어서 원래라면 보여야 하는 것들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주로 사랑할 때. 그래서 아이폰 팬보이에게도 필터가 하나 더 있다. 인덕션 카메라와 노치가 예뻐 보이는 필터.

아이폰의 스퀘어 카메라 모듈은 어이없는 유행을 창조했다. 제조사 대부분이 ‘이렇게 해도 되는구나’ 싶었는지, 모두가 크고 아름답지 않고 균형미를 파괴하는 카메라 모듈을 달고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아이폰이 최초는 아니다. 화웨이가 먼저 파괴했다.

화웨이 메이트20 프로
아이폰 11 프로

물론 모든 제품디자인에서 균형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균형미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추구하게 되는 감각이다. 따라서 우리는 기울어진 액자를 바로잡게 되는 것이다. 균형미는 주로 대칭이나 안정적인 구도 등으로 예술 작품에 적용돼 있다.

피에트로 페루지노의 ‘The Galitzin Triptych’

사람들이 좋아하는 예술 영화에서도 대칭은 꽤나 자주 등장한다. 영화계에서 대칭의 달인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웨스 앤더슨 감독이다.

대칭도 조형미도 깨져버린 폰들이 플래그십 이름을 달고 속출하는 2020년은 대 스마트폰 디자인 암흑기다. 더 문제는 이 폰들의 대안이 딱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스마트폰 브랜드는 두개뿐이고, 아이폰을 포함해도 세개뿐이다. 이중 사람들이 즐겨 쓰는 브랜드는 단 두개뿐. 그 두 브랜드가 경쟁하듯 패밀리룩으로 카메라 모듈을 들고나오면 다른 선택지가 없다.

이 처참한 시대에 한줄기 빛 같은 기업이 있는데, 이제는 왠지 사람들이 주목하지도 않는 LG다. LG전자가 해외 대상으로 공개한 V60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4800만 화소 카메라를 지원하면서도 격정적이지 않은 카메라 모듈, 놀이공원 풍선 컬러를 벗어난 고급스러운 색감, 최소한으로 차지한 물방울 노치 등에서 LG 폰에서 볼 수 없던 디자인 언어의 완결성이 엿보인다.

LG전자 V60 ThinQ

LG전자가 새롭게 공개한 새 폰의 디자인 렌더링은 V60 씽큐와는 또 다른 LG의 새로운 디자인 역사가 엿보인다.

우선은 카메라에서 다른 기업과의 차이를 엿볼 수 있다. 제품이 출시돼봐야 알겠지만 일단은 모듈 하나의 형태가 아니라 각 렌즈를 따로 넣었다. 숨은 모듈일 확률이 있다. 렌즈는 총 세개이며 나머지 원은 플래시라고 한다. LG전자 측 설명으로는 카메라 하나는 돌출, 나머지 카메라들은 후면 전체를 덮는 유리 속으로 배치됐다고 한다. 이 경우 후면 유리 아래 소재를 정밀하게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메인 카메라는 추세에 맞춰 4800만화소 이상을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화웨이가 P시리즈에 느낌표 형태의 카메라를 탑재한 것과 유사한데, 그것보다 더 적극적으로 소재를 갈고 닦은 형태다.

화웨이 P20 프로

폰 전체는 ‘3D 아크 디자인’을 적용했다고 한다. 처음엔 삼성이, 이제는 화웨이, 샤오미 등 대부분의 메이저 제조사들이 도입하고 있는 엣지 디자인과 유사하다. 후면 역시 둥글게 깎여 있어 하단에서 보면 타원형으로 보인다.

LG전자가 공개한 이번 스마트폰은, V나 G 시리즈가 아닌 새로운 제품군의 외형이다. 인지도가 있지만 판매량은 떨어지는 두 시리즈가 아닌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LG전자의 의지가 돋보인다.

안심은 이르다. LG전자는 항상 새로운 시리즈를 구축한 뒤 다른 제조사의 강세에 휘둘려 각 폰이 가진 매력을 살리지 못하고 자신감을 잃어왔다. 예를 들어 V시리즈와 G시리즈는 강점으로 내세우는 사운드, 마이크, 스피커 등의 특성이 동일하다. 외모에서만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려면 그 폰만의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갤럭시의 깡패 스펙과 나날이 발전하는 전면 디자인, 아이폰 특유의 물성과 애플 생태계, 샤오미의 가성비, 화웨이의 국적 등 메이저 브랜드는 그 나름의 특성이 있다. LG 새 폰의 무언가는 무엇인가.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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