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의 2019년 실적이 3일 공시됐다. 매출은 4289억원으로 전년(1571억원) 대비 2.7배 증가했다. 거대 기업들의 새벽배송 진입 등 경쟁이 본격화된 시점에서 만든 성과다. 마켓컬리의 영업손실은 986억원으로 전년(337억원) 대비 2.9배가량 증가했다. 신규 고객 획득 및 물류 역량 확보를 위한 투자가 영업손실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2019년은 마켓컬리에게 분명한 악재가 가시화된 한 해였다. 신세계와 롯데, 쿠팡을 위시한 온오프라인을 막론한 대형 유통업체들이 마켓컬리의 주력 서비스였던 ‘새벽배송’ 시장으로 파상 공세를 펼쳤다. SSG닷컴은 2019년 6월 전날 자정까지 주문을 마치면 다음날 새벽 3시부터 6시 사이 제품을 배송하는 서비스로 타임라인을 확장했다. 롯데쇼핑은 2019년 9월 롯데홈쇼핑에 새벽배송 전문관 ‘새롯배송’을 오픈했다. 한 편에서는 쿠팡이 ‘로켓프레시’를 위시하여 2018년 말부터 새벽배송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경쟁업체인 배민찬은 대기업의 새벽배송 시장 진출 등 경쟁 격화를 이유로 2019년 2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업계에서는 마켓컬리의 성장세가 치고 오는 경쟁사들의 시장 잠식으로 주춤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마켓컬리의 물류 자동화 수준은 신세계나 롯데에 비할 바가 못 됐다. 전자동 셔틀(Shuttle)이나 그리드 로봇이 물건을 피킹하는 신세계, 롯데와 달리 마켓컬리의 물류센터는 사람 중심 까대기가 중심이 됐다. 마켓컬리가 자동화 물류 투자를 검토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그들에겐 돈이 없었다. [참고 콘텐츠 : 마켓컬리 물류센터가 원시적이라고?]

위에서부터 SSG닷컴 김포 물류센터, 롯데슈퍼 의왕 물류센터, 마켓컬리 장지동 물류센터. 마켓컬리는 사람 까대기가 중심이 되는 물류센터로 로봇 중심 물류센터보다 많은 물량을 출고하고 있다.

하지만 마켓컬리는 성장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7배 증가했고, 회원수는 2019년 말 기준 390만명으로 전년(140만명) 대비 2.7배 늘었다. 신규 구매 회원 중 61.2%가 마켓컬리 상품을 재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1년간 배송된 총 판매 상품 수도 8350만개로 2018년(2760만개) 대비 3.1배 증가했다. 마켓컬리에서 신선식품을 반복 구매하는 충성고객들이 함께 구매할 법한 상품 구색으로 리빙, 가전제품 등 비식품까지 판매 카테고리를 확장했다. 2019년 1월부터 10월까지 마켓컬리 비식품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9% 증가했으며, 전체 매출의 약 20%를 차지한다. 현시점 마켓컬리가 판매하고 있는 제품 구색수(SKU, Stock Keeping Units)는 1만여개 이상이다.

이에 따라 마켓컬리의 물류도 바빠졌다. 마켓컬리의 포장 단위 출고량은 2019년 2300만개로 2018년(788만개) 대비 2.9배 증가했다. 마켓컬리의 하루 출고량은 현시점 기준으로 하루 5만개 수준이다. SSG닷컴이 2019년 12월 서울 전지역 새벽배송 확장을 밝히면서 밝힌 하루 출고량이 5000건이었다. 이 숫자가 새해부터 1만건인 두 배로 늘어날 것이고, 2020년 말까지는 총 2만건까지 확대한다는 게 신세계의 계획이다. 마켓컬리의 하루 출고량은 한참 전인 2019년 8월 기준 2~4만개를 오르내렸다. 2019년 쿠팡의 파상공세는 무서웠지만,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은 마켓컬리에게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늘어난 물량을 처리하고자 마켓컬리의 물류에는 많은 투자가 진행됐다. 2018년 3개의 물류센터를 운영하던 것을 2019년 추가로 3개의 센터를 더 오픈했다. 추가 오픈한 센터를 포함한 2019년 말 물류센터의 전체 면적은 2018년 대비 4.9배 증가했다. 2019년 마켓컬리의 영업손실이 크게 늘어난 이유를 여기서 일부 찾을 수 있다.

마켓컬리 성과 정리(자료: 마켓컬리)

마켓컬리의 경쟁력?

마켓컬리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그들의 성장을 만든 경쟁력으로 ‘물류’와 ‘상품’을 꼽았다. 여기서 물류란 산지부터 배송지까지 배송 과정에서 신선을 유지한다는 ‘풀콜드’다. 상온이 아닌 냉장냉동차량을 통해 배송을 완료하는 이커머스 업체는 찾기 힘들다는 마켓컬리측 설명이다.

마켓컬리가 강조하는 핵심 경쟁력은 물류보다는 ‘상품’이다. 결국 물류 역량을 확충하고자 하는 이유도 산지부터 고객까지 변하지 않는 상품 품질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게 컬리측의 설명이다. 컬리 관계자는 “마켓컬리에 들어오는 모든 입점 상품은 매주 열리는 상품위원회를 통해 가격부터 품질까지 모든 면을 꼼꼼하게 검수한다”며 “특히 김슬아 대표가 모든 상품의 맛을 직접 볼 정도로 꼼꼼히 검수하는 데 이것이 우리의 차별점이자 경쟁력을 만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켓컬리는 2020년 전략 키워드로 ‘PB 상품 라인업 확대’, ‘회원수 확대’, ‘물류 강화’를 꼽았다. 고객이 매일매일 소비하는 우유, 식빵과 같은 품목(‘다이어리 제품’이라 부른다.)을 시작으로 점차 더 많은 소비자들이 찾는 HMR까지 PB라인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컬리 관계자는 “높은 수준의 변하지 않는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프리미엄 PB 확장뿐만 아니라 경쟁력 있는 가격이 중요한 소비자층도 소구할 수 있는 PB라인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 많은 회원의 주문량을 처리할 수 있는 ‘물류’ 역량 강화도 준비하고 있다. 컬리 관계자는 “이미 계획하고 있는 물류 투자가 있다”며 “올해 하반기 기존 물량 대비 2배 이상을 처리할 수 있는 풀필먼트 센터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컬리 김슬아 대표는 “컬리의 고객들은 마켓컬리를 이용하는 것을 넘어 사랑해 주신다”며 “이러한 고객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컬리는 더 좋은 서비스를 더 오랫동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속가능한 유통을 위한 다양한 투자를 기반으로 2020년에도 높이 성장해 고객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 하겠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