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신선식품 이커머스 업체인 마켓컬리의 물류센터엔 최첨단 자동화 설비가 없다. 마켓컬리 관계자에 따르면 이따금 물류센터에 취재 방문한 기자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유튜브에서 본 아마존 물류센터랑 마켓컬리 물류센터랑 조금 다른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에는 1000억원, 2000억원 들여서 대단한 물류센터 지은 업체들이 많은데, 여긴 왜 이런가요?”

마켓컬리 장지동 물류센터 전경. 겉만 봐서는 흔한 까대기 물류센터의 그 모습이라 볼 수 있다.

그 질문에 대한 마켓컬리의 답부터 시작한다. 강성주 마켓컬리 오퍼레이션리더는 27일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이 주최한 물류 세미나(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물류센터 자동화에 대해선)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마켓컬리는 나름의 논리와 비전을 가지고 자본 투자를 했고, 돌이켜보더라도 잘못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사실 우리가 똑똑해서 그랬다기 보다는 1000억원, 2000억원 씩 투자할 돈이 마켓컬리에 없었어요. 우리가 가진 돈으로 어떻게든 해야 했죠”

어디에든 있는 마켓컬리의 DAS

마켓컬리 물류센터에는 컨베이어 벨트가 없다. DAS(Digital Assorting System)라고 하는 분류 지원 시스템이 있을 뿐이다. 강 리더의 표현을 빌리더라도 DAS는 혁신적인 시스템이 아니다. 어느 물류센터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거다. 비슷한 용도로 설치되는 대체재로는 DPS(Digital Picking System)가 있는데, 역시나 새벽배송을 하고 있는 SSG닷컴(이마트몰) 물류센터는 DAS가 아닌 DPS를 쓰고 있으니 참고하자. 여긴 컨베이어벨트도 있다.

다시 돌아와서 마켓컬리의 DAS 방식이란 다른 말로는 총량피킹(Batch Picking)이라 불린다. DPS가 상품을 품목별로 하나하나 출고시킨다면, DAS는 한 번에 여러 품목을 박스에 담아 출고시키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마켓컬리가 DPS가 아닌 DAS 방식을 사용한 이유는 새벽배송 마감 시간인 오후 11시 즈음해서 새벽배송 주문 대부분이 휘몰아치기 때문이다. 강 리더는 “실제로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 마켓컬리 주문의 약 30%가 몰아치기도 하며, 그보다 더 많이 나올 때도 있다”며 “이 숫자를 DPS와 컨베이어벨트를 활용하여 처리하기에는 속도가 나오지 않는다. 컨베이어벨트를 주문이 없다고 천천히 돌리고, 주문이 많이 나온다고 속도를 몇 배 높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DAS를 사용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마켓컬리의 DAS. 상품의 바코드를 찍으면 해당 상품이 들어갈 수량이 바구니 아래의 디지털 표시등이 점멸된다. 해당 상품을 바구니에 다 넣고 점멸등을 누르면 완료 처리돼 다음 상품을 바구니에 넣을 수 있다. 이렇게 바구니에 넣어진 여러 상품을 짧은 시간 안에 고객별로 소분, 합포하는 것이 마켓컬리 물류 운영의 핵심역량이 된다.

마켓컬리가 ‘오카도’와 같은 그리드(Grid) 로봇피킹 시스템을 알아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알아봤으나, 엄청나게 비쌌다고 한다. 더욱이 오카도의 로봇피킹은 당일입고, 당일출고 되는 하루살이 상품이 많은 마켓컬리 물류센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는 게 마켓컬리의 판단이다. 로봇을 시켜서 특정 그리드에 상품을 입고시키고, 다시 출고시키는 시간이 효율적이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 마켓컬리 물류센터에 입고된 상품 중에는 당일 출고되기 때문에 랙에 입고를 시키지 않고 박스 단위로 쌓아놓는 상품이 많다. (엄청나게 비싸다고 하는 오카도 그리드 시스템은 아래 영상을 참고하자.)

강 리더는 “언젠가 해외투자자 한 명이 우리 DAS에 여러 작업자들이 달라붙어서 상품을 옮기는 것을 보고 ‘편안해졌다’는 말을 하더라.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들의 돈을 수백억, 수천억 화려한 물류센터 설비에 투자하는 업체보다는 화려하진 않더라도 상황에 따라 효율적인 운영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마켓컬리의 모습이 좀 더 편해 보이지 않았나 싶다”며 “실제 마켓컬리의 CAPEX(Capital expenditures, 미래 이윤창출을 위해 지출된 비용)비중은 제가 알기로 5% 이하다. 만약 그 비중을 더 높였으면 현재보다 인건비가 줄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효율을 만드는 것은 ‘데이터’

마켓컬리가 여타 물류센터와 다를 바 없는 물류 운영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켓컬리가 밝힌 성과는 눈부시다. 강 리더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마켓컬리의 서비스 정확도는 98~99%에 달한다. 부족한 1~2%에는 폐기율, 미출, 오출, 배송 지연(오전 7시 이후 배송) 등이 영향을 줬다. 이것을 100%로 만드는 것이 마켓컬리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한다. 강 리더에 따르면 마켓컬리는 현재 직매입 하고 팔리지 않는 상품은 전량 폐기한다고 한다.

강 리더는 “많은 신선식품 이커머스 업체들이 벤치마킹했다고 알려진 오카도의 연간보고서를 보면 정시배송 안 될 확률이 5% 가까이 나온다. 하루 2만건 배송한다고 치면 거의 1000건이 지연배송이라는 이야기”라며 “하지만 마켓컬리는 시스템이 오류가 나거나 다운되지 않는 한 지연배송 없이 99%가까운 서비스 정확도를 자랑한다. 그야말로 빈곤이 서비스 품질에 대한 집착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켓컬리의 물류 효율을 만드는 수단은 ‘데이터’다. 마켓컬리에는 팜투테이블(Farm to Table)이라는 개념이 있다. 농장에서 고객까지 전달하는 과정이 마켓컬리가 최적화하길 원하는 가치사슬이자, 운영 프로세스라는 것이다. 마켓컬리는 이 프로세스를 24시간 안에 처리한다. 예컨대 고객 배송일 기준 D-1일 오전에 채취된 완도산 전복은 당일 오후에 마켓컬리 물류센터에 입고가 된다. 그리고 다음날(D-day) 새벽에 고객에게 전달된다.

이 프로세스가 가능한 이유는 마켓컬리가 생산을 시작하기 전부터 고객 주문을 예측하여 발주를 하고, 재고가 없는 상태에서 고객 주문을 받아버리기 때문이다. 이미 몇 차례 언론에 알려지기도 한 데이터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반 자동발주 프로그램 ‘데이터 물어다주는 멍멍이’가 그 역할을 한다. 강 리더에 따르면 멍멍이는 특정 상품은 얼마나 주문해야 폐기율이 줄어들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을 가이드 해준다. 무조건 자동발주는 아니고, 사람이 멍멍이의 결정을 상황에 따라 거부할 수도 있다. 그렇게 전복은 D-2일에 예측 발주되고, D-2일 밤 10시부터는 마켓컬리 물류센터에 재고조차 없는 전복이 이미 고객에게 판매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마켓컬리의 Farm to Table 개념도(사진: 강성주 리더 발표자료)

물론 마켓컬리의 데이터 관리 시스템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특히 최근 전지현 모델 광고 이후 잦은 품절(Shortage)에 대한 여러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강 리더는 “소비자 쇼핑경험만 생각하면 품절율을 0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을 수 있겠지만, 그러면 그만큼 폐기가 엄청나게 늘어나는 반대급부가 있다”며 “마켓컬리에 상품을 공급하는 생산자와 마켓컬리를 위해 무엇이 좋은가 고민해봤을 때 그것(폐기를 늘리는 결정)은 아닌 것 같다. 마켓컬리는 밤 10시를 기준으로 품절 기준을 살펴보고 관리를 하는데, 몇몇 언론이 우려하는 만큼 걱정할만한 숫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급망의 ‘뒷단’을 혁신하라

마켓컬리의 비전은 공급사슬(가치사슬)의 앞단, 그러니까 ‘라스트마일 물류’에 있지 않다. 강 리더의 말을 빌리자면 ‘무인 자동화 로봇이 아파트 문을 열고 배송을 해주는 것’은 마켓컬리의 비전이 아니다. 오히려 마켓컬리는 공급사슬의 뒷단, 그러니까 생산자를 지원하는 ‘기술’을 혁신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서 마켓컬리가 판매하는 상품 중에는 ‘동물복지 유정란’이 있다. 동물복지 유정란이란 쉽게 말해서 우리에 갇히지 않은 닭이 농장을 자유롭게 뛰어 다니면서 낳은 달걀이다. 이렇게 낳은 달걀이 얼마나 더 맛있고 몸에 좋은가는 차치하고서라도, 문제가 하나 있었다면 QC(Quality Control)의 어려움이었다. 닭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알을 낳다 보니까, 달걀이 놓인 위치를 특정하기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작업자가 산란한지 오래된 달걀을 수집하는 경우도 있었다.

마켓컬리에서 판매되고 있는 동물복지 유정란(사진: 마켓컬리)

마켓컬리는 이런 상황에서 닭의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는 칩을 싣고 트래킹을 하면 ‘신선한 달걀’을 수집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봤다. 강 리더에 따르면 닭이 움직이지 않을 때는 배변을 할 때와 알을 낳을 때밖에 없기 때문에 닭이 멈춰있는 위치를 중심으로 ‘달걀을 낳은 장소’를 트래킹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이는 생산자가 더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술이고, 자연히 마켓컬리의 고객은 더 좋은 상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강 리더는 “마켓컬리는 여력이 있을 때마다 1차 산업인 농업, 축산업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면서 생산자와 윈윈(win-win) 구조를 만들고 싶다. 동시에 식품을 소비하는 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만들어가고 싶다”며 “마켓컬리가 생각하는 혁신은 유통업계에 흔히 이야기 하는 드론이나 인공지능 기술이 무엇을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다. 마켓컬리가 생각하는 혁신이란 품질에 대한 집착이다.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똑같은 실수는 두 번 이상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