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칭 2년만에 한국 1위 패션 쇼핑앱 만든 에이블리의 비결
요즘 잘 나가는 패션 쇼핑앱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단연 ‘에이블리’다. 2018년 3월 만들어진 신생앱이 불과 2년 사이 지그재그, 무신사, 브랜디 등 먼저 창업한 패션 커머스들의 위치를 위협하고 있다. 에이블리의 2018년 말 기준 월거래액은 20억원, 2019년 말 기준 월거래액은 220억원이다. 불과 1년 사이 11배의 성장을 만들었다.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에이블리는 2020년 1월 이후 안드로이드 MAU(월순방문자수) 기준 1위 패션 쇼핑앱이 됐다. 에이블리의 최근 MAU는 280만명, 누적 앱 다운로드수는 1000만을 돌파했다. 2019년 기준 거래액은 1100억원이며, 2월 기준 거래액은 230억원을 넘었다.
무엇이 빠른 시간 안에 에이블리의 급성장을 만들었을까. 궁금해서 에이블리 강석훈 대표를 만났다. 그를 통해 에이블리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분기마다 갱신하는 빠른 성장의 비결을 들었다. 요약하자면 에이블리의 성장은 ‘물류’와 ‘데이터’가 만들었다. 에이블리의 전신인 여성 패션 쇼핑몰 시절부터 구축한 물류 네트워크가 그대로 에이블리까지 이어져 핵심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
특히나 에이블리가 강조하는 경쟁력은 물류보다는 ‘테크’다. 그 중에서도 ‘데이터 기반 추천 서비스’다. 조금은 IT스러운 이 커머스 업체, 궁금하다. 본격적으로 강석훈 에이블리 대표의 이야기를 정리한다.
왓챠에서 만든 인연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예요. ‘왓챠’라는 영화 추천 서비스를 현 박태훈 대표, 당시 CTO를 맡았던 오경윤님 등과 함께 공동창업 했습니다. 4~5년 정도 재밌게 일했는데 2014년이었나 회사의 미래에 대한 생각이 조금 갈렸어요. 박태훈 대표는 영화 추천 서비스를 기반으로 실제 영화를 보여주는 서비스까지 확장하고 싶어했죠.
저는 일관되게 ‘취향 포탈’을 만들자는 주장을 했어요. 영화뿐만 아니라 도서, 드라마,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로 추천 서비스를 확장하고 싶었습니다. 왓챠를 한국인의 콘텐츠 취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회사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 제 생각이었는데 의견 조율이 잘 안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왓챠 공동창업자 2명과 함께 회사를 나가게 됐습니다. 퇴사를 했지만 왓챠는 지금도 주주로 남아 계속해서 응원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회사를 나와서 바로 사업을 하지는 않았고요. 왓챠를 나온 3명이 각자 흩어져 재충전을 하다가 만든 게 에이블리의 전신인 ‘반할라’라고 하는 여성 패션 쇼핑몰이에요. 그 사업을 2017년 겨울까지 3년 가까이 운영했습니다.
여성 패션 쇼핑몰 창업기
잘 됐냐고요? 하하, 엄청 힘들었어요. 몇 가지 포인트가 있었는데요. 먼저, 패션 쇼핑몰 판매의 축이었던 ‘화보 판매 트렌드’가 끝물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보 판매가 무엇이냐면 패션 쇼핑몰들은 판매하는 상품을 예쁜 모델에게 입혀서 화보를 찍습니다. 그 화보를 본 여성 고객들이 ‘나도 이걸 입으면 이렇게 예뻐질 수 있겠지’ 생각하면서 구매하도록 하는 거예요.
근데 사람들이 더 이상 화보를 믿지 않는 것 같았어요. 모델이 고객의 모습을 반영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죠. 그들과 동떨어진 모델을 보면서 오히려 거리감만 점점 더 크게 느꼈다고 생각합니다. 그 와중 반할라가 화보 촬영에 들이는 비용과 시간은 만만찮았죠.
시장의 한계도 명확해 보였어요. 반할라는 잘 나갔을 때 연매출 180억원 정도를 만들었어요. 이게 한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성 패션 쇼핑몰이 개인 사업자가 하기엔 좋은 사업이지만 우리가 이것으로 나이키와 같은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해보니 막막하더라고요. 너무 멀게 보였어요.
마지막 이유는 우리 팀이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전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팀은 왓챠를 하면서 IT를 했던 팀입니다. 저도 경영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IT를 정말 좋아해요. 근데 우리 사업은 전혀 IT스럽지 않은 패션 비즈니스였죠. 지금 상태로 만족하기에는 우리 팀이 가지고 있는 역량이 너무나 아까웠어요.
우리에게 선택지는 두 개였죠. 그냥 지금 사업을 계속하면서 소소하게 돈을 벌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사업을 하던가. 앞서 말한 이유들로 경영진들과 함께 고민 하다가 2017년 11월, 논의 끝에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마켓을 위한 마켓플레이스의 탄생
불안감도 컸는데 그래도 한 번 해보기로 했어요. 아까 전에 180억 정도가 패션 쇼핑몰의 시장 한계라는 이야기를 했었죠? 하지만 ‘온라인 패션 시장’만 놓고 본다면 그 규모는 엄청납니다. 개별 소호(SOHO) 몰의 거래액만 집계해도 그 규모는 엄청난데, 이것을 포괄하는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은 그야말로 눈이 부십니다. 그 안에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첫 번째 결정은 화보 판매를 버리자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개인들이 패션 상품을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 올리고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트렌드가 보였어요. 그러다가 마음이 맞으면 개인이 SNS상에서 고객과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판매까지 하는 것이었죠. 여성분들은 ‘마켓’이라는 표현을 쓰더라고요. ‘블로그마켓’이라는 말도 이 때 나왔고요.
이거다 싶었습니다. 온라인으로 패션 상품을 소비하는 트렌드는 변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 와중 모델 화보를 촬영해서 판매하는 트렌드는 지고 개인과 개인이 공감하며 소통하면서 판매하는 방식이 떠오릅니다. 그렇게 반할라 쇼핑몰 껍데기를 전부 바꿔서 에이블리의 앱과 웹을 만듭니다.
에이블리는 개인 언니와 블로그마켓들이 판매하고 있는 상품을 한 곳에 모아놓고 싶었어요. 우리에게 있어 반할라와 에이블리를 가르는 중요한 변화는 상품 썸네일 아래에 판매자의 프로필 이미지를 넣어둔 겁니다. 왜 그랬냐면 에이블리 앱에 소비자가 들어왔을 때 에이블리가 판매한다는 느낌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마치 개인 마켓에서 소비한다는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살아있는 ‘뒷단’의 가치가 풀필먼트로
반할라가 에이블리로 변신했지만, 우리의 ‘뒷단’은 그대로 살아남았습니다. 반할라는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옷을 사입하여 직접 판매하던 업체였기 때문에 그 때의 사입 물류 네트워크가 그대로 에이블리까지 이어진 거예요. 당연히 에이블리 사업 구상에도 그 모델이 녹았죠.
요컨대 소비자와 접촉하는 앞단에는 ‘개인 인플루언서’를 배치합니다. 우리는 그 분들에게 팔고 싶은 옷을 보내줍니다. 그러면 인플루언서들이 마치 그 옷을 ‘셀카처럼’ 찍어서 에이블리에 올립니다. 그렇게 판매된 상품을 우리가 반할라 시절부터 운영했던 사입팀이 동대문에서 대신 구매해서 소비자에게 보내줘요. 그렇게 판매가 되면 매출의 5~10%를 개인 인플루언서가 가져갑니다.
반응은 엄청났어요. 우리는 에이블리 앱론칭 첫달 4억원 가량의 매출을 만들었습니다. 기존 인플루언서들은 그들이 보유한 팔로워의 관심사를 어떻게 돈으로 전환시킬지 고민이 많았는데, 그게 가능해진 거예요. 우리가 보내준 옷을 사진 찍어서 올리고 관심을 갖는 팔로워들에게 “에이블리에 가서 사세요~”라고 안내하는 거예요.
고객단에서도 호응은 좋았어요. ‘이 언니는 어디 있는 사람이지?’, ‘쇼핑몰 하던 언니는 아닌데 예쁘다’, ‘나랑 비슷하게 옷을 입네’, ‘옷을 화보처럼 찍는 것이 아니라 일상 사진처럼 찍는구나’ 같은 반응이 나왔습니다.
판매자와 고객 양쪽에서 호응이 높으니 이건 좀 각 잡고 해야 될 것 같았어요. 우리가 정말 하고 싶었던 IT 기반의 커머스 혁신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왓챠에서 함께 일을 했던 동료들에게 제안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네이티브앱이 2018년 3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우리는 에이블리 초창기 구축했던 이 비즈니스 모델을 ‘에이블리 파트너스’라고 명명하고 2018년 4월부터 본격화 합니다. 우리는 개인 판매자들에게 귀찮음이 되는 ‘물류’와 ‘CS’ 전반을 풀필먼트화 했습니다. 누구나 셀카만 찍어서 에이블리에 올린다면 나머지는 우리가 전부 대행하는 구조입니다. 그러면 판매자들이 마치 유튜브를 하듯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이죠.
에이블리 파트너스를 오픈하면서 우리는 단순히 인스타그래머, 인플루언서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누구나 에이블리 판매자로 참가할 수 있도록 열어버립니다. 그렇게 현시점 에이블리 파트너스 모델에 입점한 판매자가 약 2500명입니다. 이 분들 중에서는 블로그마켓을 하던 개인 인플루언서도 있지만, 주부, 대학생, 옷가게 알바 등등 일반인들도 다양합니다.
언젠가 블로그마켓 출신의 한 에이블리 파트너스 판매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블로그마켓을 할 때만 해도 장사를 크게 못했다고요. 사입도 힘들고, 포장은 어머니와 둘이 했는데 하다 보면 지쳐서 쓰러질 것 같고, 고객 전화 받다보면 미쳐버릴 것 같다고요. 그런데 이걸 에이블리가 다 해준다고 하니 이 분 입장에선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마켓플레이스의 가치
에이블리에 가치를 느끼고 들어오는 판매자가 늘어나다보니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셀러오션이라는 판매자 커뮤니티가 있는데 거기서 에이블리가 엄청난 회자가 됩니다. 외부 셀러 문의가 꾸준히 늘어나기 시작해요. 그러면서 생긴 새로운 문의가 있으니 ‘에이블리의 풀필먼트를 쓰지 않고 단순 입점을 할 수는 없느냐’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2019년 3월 ‘에이블리 셀러스’라는 모델을 만듭니다. 판매자 중에서는 물류와 CS팀을 직접 운영하는 곳들도 있어요. 물류와 CS를 직접 할 수 있다면 굳이 에이블리의 파트너스를 쓰지 않아도 에이블리에 입점만 해서 알아서 판매를 하도록 열어준 것이죠.
‘에이블리 셀러스’ 모델로 입점하는 분들에게 에이블리가 받는 수수료는 ‘0%’입니다. 3.96%의 결제 수수료만 받는데 이건 PG사에 지급하는 것이니 우리가 남기는 건 아니죠. 우리가 공짜 수수료 정책을 내건 이유는 에이블리 셀러스 판매자들이 장사가 잘돼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수익 모델인 에이블리 파트너스로 옮기는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에요. 자연스럽게 우리 풀필먼트로 유입시키는 그림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게 적중한 것이죠. 실제 옮기는 분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먼저 다른 판매채널에 상품을 판매하다가 ‘에이블리 셀러스’에 입점한 분인데 매출이 너무 빠르게 올라가는 겁니다. 결국 물량을 감당하지 못해서 에이블리로 나가는 물량은 에이블리가 대신 해달라고 맡기는 것이죠. 그렇게 작년만 수백명 정도가 에이블리 셀러스에서 ‘파트너스’ 모델로 전환했어요. 현시점 에이블리 판매자의 비중은 에이블리 셀러스가 60%, 에이블리 파트너스가 40% 정도입니다.
연결을 만드는 ‘개인화 추천’
더 많은 판매자를 에이블리로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중요한 두 가지 축이 있습니다. 하나는 진짜 많은 소비자가 에이블리 장터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판매자의 컨셉에 맞는 고객을 만날 수 있게 됩니다. 두 번째가 중요한 데, 그렇게 컨셉에 맞는 고객에게 판매자의 상품을 적절하게 노출해줘야 합니다. 아무리 고객이 많은 앱이더라도 노출이 안 되면 말짱 꽝입니다.
실제 재밌는 지표가 있는데 에이블리 판매자 중 1위를 하고 있는 사람이 만드는 거래액이 우리 전체 월간 거래액의 3%밖에 안돼요. 보통 이커머스 플랫폼은 상위 20%가 80%의 매출을 만드는 ‘파레토 법칙’을 따르는 데 우리는 아닌 것이죠. 왜냐하면 에이블리는 특정 소비자가 선호하는 컨셉에 맞는 판매자를 잘 연결해주기 때문입니다.
극단적인 예로 우리 앱 메인 페이지는 패션 쇼핑앱 중 이례적으로 ‘개인화’가 됐어요. 들어오는 사람마다 메인 화면에 노출되는 결과가 다릅니다. 각자의 취향과 선호 데이터에 따라서 상품을 노출시켜주는 것이죠. 광고비를 내면 메인 페이지에 올려준다던가, 사람 MD가 관계에 따라 메인 페이지에 상품을 올리는 방식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여 쓰지 않았습니다.
에이블리는 이렇게 컨셉이 맞는 적절한 소비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는 수단으로 ‘테크’를 활용해요. 왓챠의 개인화 알고리즘과 UX를 담당하던 CTO를 포함해서 핵심 개발자를 에이블리로 영입한 이유가 여기 있어요. 이 분들이 하는 일은 간단해요. 에이블리를 쓰고 있는 소비자와 판매자를 잘 연결해주는 것이죠.
추천을 위한 핵심 역량 ‘데이터’
좋은 추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선 크게 두 가지 역량이 필요하다고 봐요. 하나는 좋은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이고요. 또 중요한 것은 ‘데이터 취합’이예요. 어떤 데이터를 모으느냐. 에이블리는 ‘상품찜’ 데이터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특정 고객 한 명이 선호하는 상품 데이터가 곧 ‘상품찜’이라 생각합니다. 왓챠에서 영화 평가를 유도해서 특정인이 선호하는 영화 추천을 위한 기반 데이터를 모았듯, 에이블리는 상품찜 평가를 유도하여 사용자의 패션 선호 데이터를 모으고 있어요. 현재 에이블리에는 한 달에만 상품찜 데이터 1000만개 이상이 쌓이고 있어요. 아마 올해 중순쯤에는 한 달에 1억개 이상의 데이터가 쌓일 것 같아요.
또 중요하게 보는 데이터는 상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메타 데이터에요. 예를 들어서 상품 사진과 해당 상품을 묘사하는 텍스트 설명, 어떤 판매자가 판매하고 있는지, 특정 판매자의 체형 정보는 어떠한지 수집합니다.
이렇게 우리 고객이 만든 패션 선호 데이터와 상품의 메타 데이터를 연결하면 굉장히 재밌는 결과가 나와요. 예컨대 어떤 고객이 어떤 판매자를 좋아하는지, 어떤 고객이 선호하는 사진은 무엇인지 알 수 있죠. 이런 데이터를 조합하면 우리는 우리 고객의 ‘패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어요.
이를 기반으로 올해 에이블리가 집중하고 싶은 키워드는 크게 세 가지에요. 하나는 카테고리 확장. 여성 패션 라이프스타일을 지원하는 패션 상품 외의 다양한 상품군을 구비할 것입니다. 에이블리가 향후에도 여성 사용자의 패션 라이프스타일을 데이터로 쌓아나간다면 앞으로 어떤 다른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 기대가 돼요. 아마 여성의 라이프스타일을 설계할 수 있는 서비스 업체가 되지 않을까요? 단순히 패션 상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과 악세사리를 포함하여 여성의 인생 전반을 지원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두 번째는 테크. 우리가 보유한 기술을 보다 강력하게 만들 것입니다. 말씀 드렸던 추천 서비스와 함께 중요한 꼭지 중 하나가 ‘자동화’입니다. 에이블리 판매자 중에는 판매를 하지 않았던 초보들이 많아요. 셀카까지는 찍더라도, 어떻게 상품 상세 페이지를 만들고 썸네일을 설정해야 잘 팔릴지 모릅니다. 그런 이들을 위해 에이블리는 상품 판매 가이드 도구를 도입했어요. 에이블리 알고리즘이 특정 사용자의 선호 데이터를 파악하여 썸네일 구성이나 상품 보정을 지원하는 것이죠.
모두가 에이블리 하는 세상
마지막 하나가 ‘체인플랫폼’입니다. 내부에서 붙인 용어인데 기존 에이블리가 동대문 도매상과 소매를 연결하던 것을 넘어서 제조와 소매를 연결하거나 제조와 도매를 연결할 거예요. 예를 들어서 중국 광저우의 의류생산 공장, 인도네시아의 인테리어소품 공장, 한국의 이불공장 등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공장들을 그들이 만드는 상품을 더 잘 팔 수 있는 판매자와 연결해주는 것이죠. 먼저 ‘국내 공장’ 중심으로 연결을 시작할까 합니다. 에이블리 판매자가 관리자 시스템에서 탁탁 클릭하면 그들이 원하는 공장들의 리스트를 보고 바로 섭외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체인 플랫폼과 관련된 또 다른 큰 사업은 부산과 서울에 오프라인 쇼룸을 굉장히 크게 만드는 겁니다. 이 쇼룸은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이 에이블리에서 판매하도록 유인하는 ‘판매 거점’이 될 거예요. 예를 들어서 이런 겁니다. 부산대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이 에이블리 쇼룸에 가서 진열된 옷들을 구경해요. 그 옷들을 실제 입어보고 코디를 해서 쇼룸 윗층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셀카를 찍습니다. 그렇게 찍은 셀카는 쇼룸 내부에 비치된 컴퓨터를 통해 바로 에이블리에 올리고 집에 가는 거예요. 그렇게 올린 옷이 실제 팔리면 한 달에 한 번씩 학생의 통장에 정산분이 꽂히는 것이죠.
이 오프라인 쇼룸은 판매자뿐만 제조, 브랜드 업체의 C2C 판매 거점으로도 의미가 있어요. 예를 들어서 나이키에서 에어맥스 신상이 나왔다고 해요. 그들은 이 상품을 어떻게 ‘개인 판매자’에게 팔게 만들지 고민할 거예요. 그 때 에이블리 오프라인 쇼룸을 홍보 거점으로 이용하면 됩니다. 그러면 단순히 동대문 패션뿐만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 상품을 공간을 매개로 지역의 개인 판매자들과 연결해줄 수 있게 돼요. 우리는 대학생들이 공강 시간에 ‘어디갈까? 에이블리 갈래!’라고 말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서울,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 주요 거점에 이걸 만드는 것이 제 꿈이에요.
장차 체인 플랫폼으로 글로벌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그림도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 권역 여성분들이 한국의 패션 아이템 선호도가 굉장히 높아요. 최근에는 일본 소비자들로부터 에이블리 구매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데요. 그래서 우리도 일본어로 된 앱을 준비하고자 합니다. 올해 하반기 일본뿐만 아니라 동남아권역 해외진출까지 검토하고 있어요. 현지 고객이 에이블리 상품을 구매하면 한국에서 역직구 형태로 현지 고객까지 배송을 하는 것이죠.
그렇게 가볍게 시작하면서 활성화가 되면 현지에 물류센터를 만들고, 현지 셀러풀까지 구축하는 방법으로 사업을 구상하고 있어요. 실제 언젠가 알제리에 있는 한 인플루언서 여성이 에이블리에 입점하여 판매하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온 적이 있습니다. 당장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답변했지만, 관련 사업은 차차 만들어나가려고 해요. 먼저 한국 판매자를 글로벌 소비자와 연결해주는 것부터 확장을 준비하는 단계에요. 한국 판매자들의 스타일과 역량은 확실히 파괴적입니다. 우리는 체인 플랫폼으로 그들을 위한 연결망을 만들 겁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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