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가 말하는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평소 생각을 꾹꾹 눌러 담고 사는 사람은 어떤 질문에도 크게 당황하지 않고, 상대편이 이해할만한 답을 꺼낸다. 밀리의서재를 통해 7년만의 신작, ‘작별인사’를 내놓은 김영하 작가가 그랬다.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출판기념 간담회에서 그는, 인간다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결국 자기와 다른 존재를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느냐, 포용할 수 있느냐, 연대하고 공감할 수 있느냐에 따라 드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하 작가가 밀리의서재를 통해 7년 만의 신간 ‘작별인사’를 출간했다. 작별인사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어느 소년의 성장담이다.

■ 무엇이 인간다움을 만드나

인간다움이나 연대는 책의 중요한 주제이자 김 작가의 화두다. 소설에는 인간처럼 만들어진 휴머노이드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인간과 비슷하지만, 같은 것이 아니므로 ‘가짜’라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이 가짜, 혹은 진짜들은 갑자기 던져진 충격적인 낯선 환경에서 연대하며 성장한다. 인공지능이나 휴머노이드 같은 기술적 소재는, 무엇이 인간다운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적절한 장치다.

“독자들이 이 소설을 읽고 어떤 감정을 느꼈다면 미래를 엿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비유로 막연하게 받아들여서일 것이다. 어디까지를 인간으로 볼 것이냐 받아들일 것이냐의 문제가 저는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연대가 인간성을 가르는 하나의 기준이라면, 최근의 전염병 사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김 작가에 따르면 “전염병에 걸린 사람을 받아들일 것이냐 자기나라로 추방할 것이냐”의 결정은 곧 그 사람을 “인간으로 받아들일 것이냐 말 것이냐”와 같다. 전염병에 걸린 환자를 격리시키는 것은 공중보건을 위해서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사회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이들이 겪을 공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공동체의 연결망에서 완전히 지워진 개인을, 사회는 인간으로 보고 있는 것일까를 김 작가는 고민한다.

밀리의서재를 통해 선출간된 ‘작별인사’. 밀리의서재는 두 달에 한 번씩 선출간 종이책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월정액 전자책 서비스에 묶어 판매한다.

연대의 측면에서, 작가들의 이상문학상 수상 거부와 관련해 “온 마음으로 지지한다”는 발언도 했다. 이상문학상 사태는, 수상작의 저작권을 3년간 양도하고 이후 작가가 단편집을 내더라도 표제작으로 삼을 수 없다”는 주최 출판사 문학사상의 요구에 작가들이 반기를 들고 상을 거부한 상황을 말한다.

김 작가는 사태의 본질적인 측면이 예술가의 지위가 불안정하고 약하기 때문에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에 있다고 봤다. 따라서 예술인들이 스스로 단결할 수 있는 지위를 부여하고, 노동조합과 같은 길드를 만들어 단결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예술인 권리보장법을 20대 국회가 마감하기 전에 통과시켜 달라”고 촉구했는데, 법제화를 통해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김영하는 왜

7년 만의 신작을 오랫동안 함께한 문학동네가 아닌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 서재’를 통해 내는 것과 관련해서는 새로운 시도와 플랫폼의 증가가 가져오는 선순환을 강조했다.

200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 김영하는, 1996년 장편 데뷔를 당시 새로운 플랫폼으로 주목받던 신진 출판사 ‘문학동네’에서 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출판계는 문학과지성사와 창작과비평이 장악한 동네였고, 따라서 신인들의 등용문도 지금보다 좁았다.

“문학동네라는 플레이어가 나왔고, 젊은 작가들이 대거 문학동네로 이동했다. 나는 신인이므로, 신선한 문학동네로 갔다. 문학동네가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출판계에 불러온 여러 바람이 있다. 선인세를 준다거나 계약서를 쓰는 것 등은 당시에 놀라운 파격이었다.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하면서 기존 출판사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밀리의서재와 같은 전자책 플랫폼도 같은 견지에서 봤다. 새로운 출판 유통 플레이어들이 당시의 청년 출판사인 문학동네와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책이 계속해 새롭고 다양하게 출판되는 것이 여러 형태의 독서 경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이와 관련해 “시장의 플레이어가 많아지면 기존에 안이하게 관행적으로 해왔던 스탠다드를 바꿀 수 있어 작가들에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 책은 밀리의서재를 통해 선 출간, 석달 간 단독 공개된다. 김 작가는 자신에게 이번 출간이 모험이면서도, 새로운 것을 조금 더 대담하게 써볼 수 있는 도전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밀리의 서재 구독 서비스가 일종의 회원제이므로 더 대담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것들이 소설의 내용이나 주제를 선택하는 데 용기를 줬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좋은 이야기는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똑같이 사랑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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