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왜 타다에 무죄를 내렸나

법원의 판단으로 타다의 숨통이 트였다. 19일 열린 타다의 불법 여부를 가르는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타다의 손을 들어줬다. 판사는 검사의 공소 내용을 조목조목 짚으며 타다에 불법성이 없거나, 혹은 불법성이 있더라도 피고인의 고의성이 없음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가 무죄 선고를 받고 나온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전제, 죄형 법정주의

죄형법정주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 법규가 엄격해야하고, 피고인이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 해석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는 것으로, 허용되지 아니하며…(중략)… (타다의 경우는) 비전형의 혼합계약에 의해 행해진 것인데 전용 계약의 요소들이 양립하면서 법적 효력이 부여될 수 있으므로 객관적 의미를 있는 그대로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판결문 일부 발췌

죄형 법정주의는 “어떤 행위가 범죄로 처벌되기 위해서는 행위 이전에 미리 성문의 법률로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타다 논란에 있어 가장 첨예했던 부분은 법 조문을 글자 그대로 해석할 것이냐, 아니면 입법 취지를 반영해 해석할 것이냐였다. 타다 측은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의 렌터카는 운전자를 알선 할 수 있도록 한 여객운수법의 예외조항을 근거로 사업을 시작했다. 법조항을 근거로 했으니 합법이라 본 것이다. 그러나 택시업계는 해당 조항의 입법 취지가 관광 목적에 한정한 것이라 타다가 불법이라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문에서 해당 사안과 관련한 여객 운수법의 시행령 변천사를 읊으며, 시행령을 법 조항 그대로 해석해야함을 강조하며 법취지를 근거로 지나치게 확장해석 하는 것을 경계했다.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법 취지를) 확장 해석하는 것은 죄형 법정주의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선을 그은 것은 이 때문이다.

타다를 ‘초단기 렌트카’로 봤다

타다 서비스는 타다 이용자의 직접 운전 없이 이동 편의를 높이기 위한  분단위 예약 호출로, 피고인 쏘카가 알선하여 타다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승합차를 타다 이용자가필요한 시간에 임차, 렌트하는 일련의 계약관계가 피고인 VCNC의 모빌리티 플랫폼에서 연결되어 구현되는 모바일 앱 기반 렌터카 서비스이고, 타다 이용자와 피고인 쏘카 사이에 전자적으로 초단기 임대차 계약이 성립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판결문 일부 발췌

이날 재판 선고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표현은 “초단기 렌트카”였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타다를 렌트카가 아닌 유사 콜택시라고 주장했다. 기존의 무면허 콜택시 영업 사건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본 것이다. 특히 타다를 쓰는 이용자가 자신이 차량을 렌트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법원은 달랐다. 타다를 모빌리티 플랫폼에서 쏘카와 이용자가 분 단위로 전자 계약하는 초단기 승합차 임대차 서비스라 인정했다.

이 사건은 자동차 대여 사업자인 쏘카가 타다 앱을 통해 타다 드라이버와 매칭된 호출자의 목적지로 (차량을) 이동하는 것은 임대차 계약의 이행과 이에 부수해 타다 이용자의 편익을 위한 운전자 알선일 뿐, 자동차 운송 계약 관계에서 여객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즉, 타다 이용자는 호출로 쏘카와의 승합차 임대차 계약에 따라 초단기 렌트한 타다 승합차의 인도를 요구한 지위에 있을 뿐, 자동차 운송계약에 따라 운송되는 여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수요에 의한, 자동차 사업자의 유상여객운송의 면허 없는 다인승 콜택시 영업 뿐만 아니라 타다 서비스와 같이 운전자 알선이 허용되는 범위의 승용차 임대차까지 포함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에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 형벌 법규를 지나치게 확장, 또는 유추 해석하여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한다.  -판결문 일부 발췌

재판부는 타다 이용자를 여객 운수법의 ‘여객’이 아니라, 단순히 기사 딸린 렌터카를 짧게 빌린 이용자라 본 것이다.

국토부는 처음부터 타다 서비스를 인정했다

(타다) 출시 전에 로펌으로부터 적법성 검토를 거친 점, 2018년 9월에 국토부 담당 주무관들과 회의, 전화, 이메일,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하여 타다 서비스 출시, 현황 등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위법성에 대해 부정적 논의나 행정지도가 없었던 점, 타다 서비스 외에 유사한 서비스와 관련한 민원 회신에서는 운전자의 대여, 영업, 회기지역으로 올 때 일정지역에 대기하는 행위 등이 (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본 점, 타다 서비스에 대한 행정처분이 없었으며 서울특별시도 단속 행정처분을 하지 않은 점.  -판결문 일부 발췌

재판부는 쏘카가 VCNC를 인수하고 타다 서비스를 기획할 때부터 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또,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타다에 법 위반 시그널을 보내지 않았고, 지속적인 논의 과정을 거치면서 서비스를 키우도록 내버려뒀다는 점에서 해당 사업이 불법이 아니라고 해석했다.

타다 이용은 시장의 선택

택시 요금이 18.6% 인상하고, 서울 개인 및 법인 택시의 운행 건수가 11.3% 감소했어도 매출은 3.5% 증가했다는 점, 타다 서비스가 출시된 후 1년여가 넘은 현재까지 적자인 점, 택시보다 비싼 요금을 지출하고도 타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증가하는 것은 시장의 선택인 점 등을 비추어 보면 승차공유가 각종 경제 체제를 막론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수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판결문 일부 발췌

타다의 이용자가 늘어나는 것이 시장의 선택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타다의 요금이 일반 택시에 비해 약 20%가 비싸지만 이를 이용한다는 것은 택시와는 또 다른 부문에서 경쟁력이 있는 걸로 해석했다. 또, 타다 출시 이후 택시 업계의 매출 증감 그래프에서 전체 운행건수는 줄었지만 매출이 늘어난 것을 보아 타다의 운행이 택시에 경제적으로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재웅, 박재욱 무죄

우버 사태를 거치면서 사회적 합의가 어려운 대한민국에서 리스크를 감수하고, 여객운수법을 검토해 허용 범위를 테스트하며 그 범위 내에서 혁신의 (높은) 단계보다 낮은 수준으로 서비스 플랫폼을 설계해 시장에 출시한 것만으로 피고인 이재웅과 박재욱이  (불법을) 공모하였다고 보기에 부족하다.  -판결문 일부 발췌

우버, 카풀 등 그동안 나온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이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은 환경을 지적했다.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가 택시 업계의 반대에 부딪힐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어찌됐든 법 조항 안에서 가능성을 모색한 것이라고 봤다. 즉, 시도 자체로 처벌 받을 수는 없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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