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인덕션 카메라를 받아들여야 할 때

설마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이폰이 사각형 카메라 범프를 탑재하며 인류의 절반쯤을 절망에 빠뜨릴 때까지만 해도 아이폰을 안 사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헛된 희망이었다.

카메라밖에 안 보인다

2월 언팩 행사를 앞두고 있는 갤럭시 시리즈의 카메라 범프 탑재는 확실해보인다. 이미 여러 유출에 의해 직사각형 형태의 카메라 범프가 탑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카메라는 총 4개, 나머지는 플래시라이트와 센서이며, 카메라 4개 중 하나는 깊이를 파악하는 ToF센서다. 제품은 갤럭시S20 5G, 갤럭시S20 플러스 5G, 갤럭시S20 울트라 5G 3종이며, 각각 6.2인치, 6.7인치, 6.9인치로 예상되고 있다. 울트라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 간 차이는 이미 많이 알려진 1억8백만화소 카메라의 여부다.

유출된 갤럭시S20의 형태(출처=slashleaks)

그러나 더 중요한 건 카메라 범프를 탑재했다는 것이다. 카메라가 세개 뿐이라는 건 직사각형 범프를 탑재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의미하지만 그런 희망은 없었다.

유출된 갤럭시S20 시리즈 제원(출처=slashleaks)

카메라 범프를 탑재하려는 이유로 1억8백만 화소의 카메라를 들 수도 있다. 이 카메라 센서의 전체 크기는 엄지손톱보다도 크며 렌즈 역시 압도적으로 크다. 따라서 카메라를 탑재할 영역을 확보해야 하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직사각형 카메라 범프가 이 카메라를 탑재하기 좋은 방식인 것도 맞다. 그러나 샤오미는 이미 이 카메라를 수직 형태로 넣은 바 있다. 엔지니어링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의미다.

샤오미의 108MP 카메라 탑재 스마트폰 CC9, 해외 판매명은 친숙한 Mi 노트 10이다

또한, 만약 괴물 카메라가 범프 탑재의 이유라면 다른 갤럭시S20에는 카메라 범프를 탑재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해야만 했을 것이다. 이유는 트리플 카메라도 아닌 아이폰 11에 인덕션 카메라 형태의 모듈이 탑재된 것과 동일하다. 11 프로와 프로 맥스, 갤럭시S20 울트라는 같은 제품군 중 고가에 해당한다. 고가에 해당하는 제품이 상대적 저가 제품보다 외관의 매력이 떨어지면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애플과 삼성 모두 멀쩡한 제품까지 안 멀쩡하게 만드는 방법을 선택했다. 애플과 삼성은 평등주의자다.

아이폰 11은 듀얼 카메라지만 프로 버전보다 더 예쁘면 안 되는 특성때문에 굳이 저렇게 티를 내야만 했다

수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화웨이마저 카메라 범프를 들고나왔다. 사실 화웨이는 사각형 카메라 범프를 가장 먼저 시도한 회사다. 메이트20 프로에서 라이카 렌즈를 달고 세개의 카메라를 선보인 바 있다. 그리고 이 범프는 상단 중앙에 위치했다. 중앙에 위치했기 때문에 그나마 이물감이 적다.

전혀 이상하지 않은 메이트20 프로의 카메라 위치

그런 화웨이도 카메라 범프의 대유행을 피해가지 않았다. @Evleaks에 의해 유출된 P40 프로는 총 5개의 렌즈를 탑재한 제품이다. 이중 하나는 ToF 센서가 될 것이므로 총 4개의 렌즈를 탑재한 셈인데, 사각형 형태의 렌즈가 눈에 띈다. 이 사각형 렌즈는 P30 프로나 오포의 제품에 이미 탑재된 바 있는 것으로, 튀어나오지 않게 만들어도 광학 줌 기능을 실행할 수 있다. 그나마 화웨이가 다른 업체와 다른 점은 P40의 일반 버전에는 카메라 범프를 탑재하지 않을 예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화웨이는 구글 서비스를 탑재하지 않을 것이고 자체 개발 오픈소스 안드로이드 OS인 하모니 OS를 탑재할 것이며, 따라서 국내에서 화웨이 폰을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화웨이의 새 폰은 앞은 갤럭시S10, 뒤는 인덕션렌지처럼 생겼다

삼성, 애플, 화웨이를 합치면 전 세계 점유율 절반을 넘는다. 그 뒤는 샤오미, 오포, 비보다. 중국의 세 회사는 아시다시피 아이폰을 따라 만드는 걸 좋아한다. 점유율은 높지 않지만 좋은 폰을 만드는 구글도 있다. 그리고 그 구글도 카메라 범프를 탑재했다. 그러니까 이제 희망은 없다.

카메라 범프가 문제인 이유는 스마트폰 후면의 균형미와 조형미를 깨뜨리기 때문이다. 완벽한 대칭에서 오는 안정감을 버린 업체들은 앞으로 소재의 매력이나 카메라의 성능으로만 어필해야 한다. 과거에 아이폰 사용자들은 이러한 아름다움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어쩐지 이들은 최근 모두 입을 다물고 있다.

이 시점에서 LG를 재평가해야 한다. 지난해의 LG 플래그십이었던 G8 ThinQ는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하면서 카메라 범프는커녕 튀어나오지도 않게 만든 바 있다. 그러면서 특별히 폰이 두껍지도 않았다. 카메라가 튀어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엔지니어링에 많은 공을 쏟은 것이다. 그러나 정맥인증과 후면 지문인식, 굳이 있어야 할 필요가 없었던 노치 등 쓸모없는 부분이 많았던 것이 아쉽다.

G8의 분해 이미지, 카메라를 좋은 위치에 꼭 맞게 넣은 것이 만족스럽다(출처=JerryRigEverything 유튜브)

G9 역시 카메라 범프가 아닌 가로형 카메라 모듈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출 렌더링을 보면 스마트폰이 조금 심심한 편인데 더 용기를 내서 범프가 싫은 사용자층을 흡수하길 바란다. 우리에게 남은 건 LG뿐이다.

LG G9의 유출 렌더링(출처=@Onleaks)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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