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지속 가능한 소재란 무엇인가
지난 9일, 글로벌 디자인그룹이자 사무가구 업체인 스틸케이스(Steelcase)가 홍대 라이즈호텔에서 ITCC(In The Creative Chair) 행사를 개최했다. ITCC는 스틸케이스가 ‘창의성’을 촉진시키고 사람들의 영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2018년부터 열고 있는 토크쇼다. 창의성이라는 공통 주제 안에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연사를 초청하여 이야기를 나눈다. 한국에서는 이번에 처음 열렸다.
한국에서 처음 열린 ITCC의 주제는 ‘소재(Material)’다. 여기서 소재란 다른 말로 원재료다. 예를 들어서 하나의 의자를 만드는 데 나무가 쓰일 수도 있고, 강철이 쓰일 수도 있다. 플라스틱이 사용될 수도 있고, 탄소 섬유를 쓸 수 있고, 조금 이색적이게 벽돌을 사용할 수도 있다. 소재는 제품의 색깔을 결정한다. 궁극적으로 소재는 기존 규범에 도전을 던지는 제품을 만든다. 그렇다면 창의적인 소재는 어떻게 결정할 수 있을까.
요즘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화두다. 단순히 실용적이고 아름답다고 좋은 제품이라 평가 받지 못한다. 환경과 사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제품이 좋은 제품이라 평가 받는다. 무엇인가 파괴하는 것이 아닌 되살리는 제품이다. 지구와 환경, 사람이 함께 공존하는 제품이다.
이에 따라 럭셔리의 정의도 달라진다. 브랜드 가치가, 귀금속과 같은 화려하고 값비싼 소재가 럭셔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전혀 가치가 없다고 생각됐던 소재에서 럭셔리가 만들어진다. 디자이너는 이런 것들을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네 명의 디자이너가 소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ITCC에 모였다. 직물 디자이너인 일레인 얀 링 응(Elaine Yan Ling Ng) 더패브릭랩 창립자, 사무가구 디자이너인 피터 뵈켈(Peter Boeckel) 스틸케이스 아시아태평양지사 디자인 매니저, 건축 디자이너인 오토 응(Otto Ng) 랩(LAAB) 디자인 디렉터, 건축 및 디자인 작가인 캐서린 쇼(Catherine Shaw)다. 그들이 창의적인, 지속 가능한 소재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오토
철거된 홍콩 완차이 부두에서 50년 동안 침식된 목재를 건져냈습니다. 그 때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었습니다. 썩은 나무 소재는 바다색을 띄었고, 굉장히 아름다웠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사용한 소재는 도시의 쓰레기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쓰레기를 예술로 승화시켰습니다. 나무의 아름다운 곡선을 이용해서 테이블을 만들었습니다. 영구적인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나무 안에 거품을 집어넣는 작업이 간단하지만 않았습니다. 많은 실험을 거쳤습니다. 그 중 하나가 투명한 큐브 안에서 소재를 마감하는 겁니다. 일부 재료는 썩었고, 거기서 나오는 오염 물질 또한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노란색 송진. 그 송진에 파란색을 입혔는데, 서로 만나 초록색을 만들더군요. 그것 또한 바다색입니다.
이 모든 도전과 시도가 새로운 발견을 위한 하나의 여정입니다. 우리는 부둣가에서 여객선을 기다리는 상상을 했습니다. 그런 상상을 실험하면서 구체화했습니다.
일레인
일반적으로 전혀 사용되지 않는 소재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달걀은 어떨까요? 우리는 그 알을 가지고 실험을 합니다. 기능성 있는 제품을 만듭니다. 여태까지 쓰레기라 간과했던 물질입니다. 하지만 그런 소재가 오히려 ‘럭셔리’와 접목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럭셔리는 브랜드 제품이 아닙니다. 골드, 실버, 다이아몬드가 아닙니다. 제작자가 얼마나 많은 정성과 시간을 들이는가. 장인 정신과 문화가 들어가는 것이 럭셔리입니다.
이런 사고가 더 중요해진 시대가 온 것 같습니다. 과거 버려진 플라스틱병은 그저 쓰레기로 취급됐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소재로 운동화와 같은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인간은 계속해서 새로운 소재에 대해 도전하고 개발 합니다. 그런 행동 자체가 럭셔리입니다.
피터
일레인의 말에 첨언합니다. 어떤 소재는 우리 사회에서 버려지고 있지만, 사실 버려지지 않아도 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홍콩에선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말자는 운동이 인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저는 플라스틱 병처럼 버려지는 소재를 모아서 뭔가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실제 소재의 재활용과 관련된 프로젝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토
홍콩에선 버려진 플라스틱을 모아 거품을 만들어서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으로 씁니다. 크리스마스가 끝나면 그 장식들을 모아서 납작하게 ‘카펫’으로 만듭니다. 스톡홀름에서는 페트병에 나노 테크를 적용하여 투명한 목재재질로 건축현장에서 사용합니다. 하나의 소재의 모양새를 바꾸면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캐서린
사람들이 변하고 있습니다. 다 사용하고 버려진 제품들이 어디로 가는지 알고 싶어 합니다. 사용하던 의자를 버리면 이게 어떻게 되는지 자문합니다. 디자이너나 제조회사에 질문합니다. 제조업체들은 대량생산을 시작할 때부터 고객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계란껍질이 쓰레기장에 버려지는지 알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놀랄 겁니다. 수백만톤이 버려지고 있는 깃털도 그렇습니다. 그냥 버리면 안 되냐고 생각하는 소재들도 자연 속에서 썩고 다시 활용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대량생산의 효율뿐만 아니라 럭셔리가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나아가야 합니다.
오토
누군가는 버려지는 소재를 사용해서 무엇인가를 만들면 왜 돈을 내야 되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개념을 바꿨습니다. 썩은 나무를 건져내서 아름다운 가구를 만들어냈습니다.
이처럼 페트병과 같은 폐기물을 모아서 쓰임새 있는 제품으로 만드는 공정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제조공정은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고 개선됐을 때 기존보다 한 단계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피터
공감합니다. 많은 산업에서 새로운 소재 발견을 고민합니다. 어떤 소재는 너무 비싸서 대량 생산을 하지 않습니다만, 회사 차원에서 고민할 시기가 왔습니다. 예를 들어서 휴대폰. 사람들이 신제품 휴대전화를 구매했을 때 그동안 사용했던 휴대폰은 쓰임새 있는 곳에 재판매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들인 휴대전화를 분해해서 새로운 용도로 재활용할 수도 있을 겁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