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0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CES에는 수천개의 기업이 참여하지만 단연 돋보이는 두 기업은 국내의 LG와 삼성이다. 이 두 기업은 거대한 부스와 예술품을 연상케 하는 디스플레이로 자사 제품을 홍보한다. 흔히 ‘CES의 주인공은 삼성과 LG’라는 말도 나올 정도다. 두 기업 모두 부스 디자인을 잘 하고 여타 외국 업체들보다 설명에도 많은 공을 들인다.

그러나 2019년의 두 회사는 사이가 좋지 못했다. 2019년 9월, 두 업체는 상대 업체의 TV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으로 혈전을 벌였다. LG전자는 “삼성전자 8K TV는 사실상 4K다(기사링크 클릭)”라고 강하게 비판했으며, 이에 삼성전자는 “그 측정방식은 너무 오래된 것”이라며 “눈으로 직접 보는 게 더 정확하다(기사링크 클릭)”고 반박했다. LG전자는 이후 “QLED는 LCD TV면서 LED인 척한다”며 공정위에 과장광고로 제소했고, 삼성전자는 “LG전자의 OLED는 번인 문제가 있다”며 공격했다. 피튀기는 전장인 셈이다.

그러나 소비자에게는 더없이 좋은 선택이 기다리고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가 각각 문제점을 지적하자 각 업체는 그 문제점을 거의 수정한 상태의 제품을 CES 2020에 들고나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LG전자에게 “CM값이 형편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CM값은 디스플레이 평가 기준을 만드는 ICDM(International Committee for Display Metrology)이 디스플레이를 평가하는 기준이다. 디스플레이에 흰색 줄과 검은색 줄을 나타내고, (흰색 라인의 밝기-검은색 라인의 밝기)/(흰색 라인의 밝기+검은색 라인의 밝기)의 방법으로 계산한다. 보통 50%가 넘어야 쓸만하고 90%는 되어야 훌륭하다고 한다. 가로와 세로를 따로 측정하는데, 지난해 삼성전자 TV의 세로는 91%로 매우 우수, 가로는 12%로 매우 떨어졌다.

LG전자가 보여준 삼성 TV의 픽셀 구조, 위(2018년 모델)가 선명한 데 반해 아래(2019년 모델)는 흐리다는 주장이다

LG전자는 이부분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을 했으며, 삼성전자는 “8K QLED TV는 새로운 디스플레이라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야 하니 CM 값은 무의미하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ICDM의 기준은 흑백TV 시절의 것이라 현재 TV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2016년, 삼성전자는 CM값이 떨어진다며 LG전자를 비판한 적이 있다.

삼성전자는 이 CM값을 해결한 상태로 CES에 등장한다. CES를 주관하는 CTA(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 미국가전협회)는 지난 9월, 인증기준을 CM값 50% 이상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는 CM값을 디스플레이 기준으로 삼는 ICDM의 표준규격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CTA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해도 CES에 참가할 수는 있지만 CTA가 인증하는 8K UHD 로고는 달 수 없다. 삼성전자 8K TV의 CM값이 얼마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삼성전자는 이 인증을 받았으므로 최소 50% 이상은 만족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 인증을 받았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는 않다. 홍보를 해버리면 지난해 LG에게 받았던 비판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삼성전자는 시연에서 신문을 스캔 후 LG전자 TV에 띄우며 ‘실제 눈으로 보기엔 삼성전자 TV가 훨씬 뛰어나다’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8K 협회(8K Association)의 8K 인증을 받기도 했다. 8K 협회의 인증 조건에는 해상도, 밝기(600니트 이상), HDMI 2.1, HEVC 코덱 탑재 등의 기준이 있다. 문제는 8K 협회를 주도해서 설립한 회사가 삼성전자라는 것이다. 8K 협회를 삼성전자가 주도했다고 해서 협회의 기준이 별로인 것이 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사전에 미리 알고 준비할 수 있을 정도의 도움은 될 것이다.

LG전자가 제소했던 ‘QLED’ 명칭은 그대로 가져가는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TV는 진정한 의미의 QLED가 아닌 LCD TV”라고 비판한 바 있다. LG전자가 말하는 QLED는 Quantum dot Light Emitting Diode(양자점발광다이오드)로, 아직 개발되지 않은 디스플레이다. OLED와 방식은 다르지만 OLED의 미래로 불리고 있는 방식이다. 삼성전자가 말하는 QLED는 퀀텀닷 필름을 백라이트에 입힌 것으로, 원리로만 따지면 LCD, 광원은 LED다. 즉, LCD에서 사전적 의미의 QLED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제품으로 생각하면 된다. LG전자는 이점을 문제삼았는데, 해외에서는 이미 QLED TV에 대한 마케팅 승인을 받은 상황이므로 삼성전자가 CES에서 QLED 이름을 쓰지 못할 이유는 없다. 다만 LG전자에 의해 계속해서 비판을 받을 것이며, 소비자들도 이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구매하는 것이 좋다. 삼성전자의 QLED는 LG전자와 사전적 기준으로는 ‘QD-LCD’ 혹은 ‘퀀텀닷 LCD’임을 인지하자. 삼성전자는 LG OLED를 비판하며 ‘번인(burn-in)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번인은 스스로 빛을 내는 OLED가 한 자리에서 너무 뜨겁게 열을 내다보면 타버려 자국이 남는 것을 말한다. 이는 OLED의 단점이다. 따라서 “QLED(QD-LCD)는 번인 걱정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해당 제품이 LCD임을 밝히는 꼴이 되버리는 것이다.

이런 카피는 광고기도 하지만 자가당착이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것은 ‘실제로 봤을 때 더 뛰어나다’는 것과, HEVC 코덱 선탑재. 업스케일링용의 프로세서, 색상 재현력 등이다. 이 부분들에서 삼성전자가 LG 외의 다른 기업들 대비 강점이 있는 건 사실이다. 사실 가장 큰 강점은 ‘삼성’이라는 브랜드일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외에도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 등을 선보일 예정이나 마이크로LED는 현재 기술 단가가 너무 높은 관계로 소비자용 제품은 출시될 수 없다.

삼성전자의 QLED TV는 지난 해처럼 97/91/75/65인치 8K QLED TV를 선보일 예정이며 비슷한 크기의 4K TV도 공개할 예정이다.

 

LG전자

지난 해 두 기업의 싸움이 마치 싸움처럼 보였지만 일방적으로 LG가 공격하는 모습이었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비판한 LG TV의 단점은 많지 않다. ‘실제로 봤을 땐 우리가 낫다’는 건 공허한 이야기다. 각 업체가 브리핑 시 자신의 TV에 더 유리한 이미지를 선보였기 때문. 그러나 당시 전자현미경까지 동원한 LG가 조금 더 우세하다는 평이었다.

LG전자의 올해 TV는 따라서 강점을 더 극대화한 제품이다. 제품명부터 ‘리얼 8K’로 공격적이다. CM값을 올해도 90% 이상(수평 90%, 수직 91%) 만족시켜 CTA의 8K UHD 인증을 받았다.

프로세서의 경우 AI 딥러닝 기능을 갖춘 알파9 3세대를 탑재했다. 이부분은 삼성전자와 비슷하다. 이외에도 8K 협회의 인증은 받지 않았지만 8K 협회가 제시하는 HDMI 2.1 포트 탑재 등도 만족시키고 있다. 지난 해 삼성전자에 의해 가장 크게 비판받은 것은 HEVC 코덱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LG전자는 HEVC 코덱 영상을 실행할 수 있는 별도의 하드웨어인 ‘업그레이더’를 가정 방문 및 설치한다는 것을 발표했다. HEVC 코덱이 8K 재생에 주요 코덱임을 인정한 것이다. 2020년 신제품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없다. HEVC를 아예 내장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AV1, VP9 등 기존에 사용하던 코덱도 여전히 탑재된다. 따라서 기술적인 단점은 거의 해결된 셈이다. LG는 88형/77형 시그니처 올레드 8K, 75형/65형 LG 나노셀 8K를 선보인다.

 

소비자들은 어떤 TV를 주목해야 할까

LCD(삼성전자의 QLED)와 OLED의 궁극적인 차이는 블랙 컬러의 표현력에서 갈린다. LCD는 빛을 가려 검은색을 만드는 반면, 스스로 빛을 내는 OLED 소자는 검은색을 표현할 때 그 부분의 소자만 빛을 꺼버린다. 스마트폰에서 ‘올웨이즈온’ 같은 검은 화면에 흰 컬러의 시계를 띄워놓아도 배터리를 많이 소모하지 않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이경우 흰 글자를 표현하는 소자만 에너지를 사용한다. 따라서 깊은 어둠을 표현하는 데 OLED만의 강점이 있다. 검은색이 좋으면 화면이 풍부해지고 깊어진다.

삼성전자가 내세우는 강점은 색상 재현력이다. 실제로 이부분에 강점이 있다. 어두운 화면을 볼일이 별로 없다면 삼성전자의 TV가 보기에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또한, LCD도 세팅에 따라 OLED에 가까운 컬러감과 명암비를 나타내기도 한다. 아이폰11과 아이폰11 Pro/Pro Max는 각각 LCD와 OLED로 만드는데 실물로 보면 두 스크린의 색상차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세팅값에 따라 LCD도 좋은 화면처럼 보일 수는 있다. 완전히 동일한 수준은 아니지만 비슷한 수준까지는 느끼게 만들 수 있다.

어느 TV가 더 보기 좋은지는 CES가 지나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샵에 들러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보여지는 화면은 각 TV에 유리한 쪽으로 세팅이 돼있다. 따라서 하이마트나 대형마트 가전 코너 등 두 브랜드의 TV를 동시에 틀어 비교할 수 있는 오프라인 샵에서 확인하는 것이 더 좋다. 이중 더 마음에 드는 색감을 고르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소비자에게는 기술적 우위보다 가격이 더 큰 매력일 수도 있다. 따라서 가격과 마음에 드는 색감을 조합해 구매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두 TV는 기술적 차이와 장단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지난 해에 비해 두 TV는 강점은 그대로, 단점은 보완된 상태다. 소비자에게는 좋은 선택만이 남았다. 물론 두 TV는 비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