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리 장전이라 이야기 되는 캘리포니아 AB5법 발효가 임박했다. 이번에 다루는 내용은 앞서 미국의 플랫폼 노동 환경을 다뤘던 글(코앞 닥친 AB5법의 의미, 우버 노동자들은 안녕했을까)과 이어진다. 한국의 공유경제, 플랫폼 노동자들은 지금 안녕한가. 사단법인 오픈넷과 고려대 미국법센터가 16일 주최한 토론회에 참여한 패널들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공유경제의 양면성

공유경제에는 임시직 경제(Gig economy)라는 이름의 양면성이 있다. 한 편에서는 유휴자원에 부가가치를 넣어서 시장을 혁신하는 촉매로 평가 받는다. 다른 한 편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성하여 사회 불평등을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함께 나온다.

공유경제를 결정하는 기준 하나는 ‘유휴 자원’이다. 기존 사용되지 않던 잉여 자원을 누군가에게 공유하여 부가 가치를 만들었다면 공유경제라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승차 공유를 예로 들어 본다. 서울에서 일산으로 이동하는 차가 한 대 있다. 차량엔 운전자석을 제외한 좌석이 비어있다. 이 좌석에 일산으로 이동하는 또 다른 누군가가 탑승한다. 어차피 이동하는 시간, 비어있는 공간에 가치가 들어섰다면 공유경제에 가깝다.

김공회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유경제란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인적, 물적 유휴 자원을 필요한 사람에게 한시적으로 내주는 경제 활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공유경제 환경에서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정보 비대칭 환경에서 만나 예기치 못한 이로운 효과가 만들어 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의 공유경제, 그러니까 플랫폼이라 불리는 ‘온라인 가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공유경제는 공유가 빠진 그냥 ‘경제’에 가깝다는 의견이 함께 등장한다.

다시 한 번 승차공유를 예로 든다. 마찬가지로 운전자석을 제외하고 좌석이 비어있는 차량이 한 대 있다. 이 차량은 특별한 목적지가 없다. 승객이 많은 밀집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배회한다. 그러다가 승객을 만나면 그들이 원하는 목적지로 이동한다. 이 차량은 택시와 같은 일을 한다. 하지만 이들은 택시기사가 아니다.

김 교수는 “공유경제는 공유가 빠진 경제가 됐다. 공유경제 플랫폼들이 노동자를 고용하는 통상의 자본주의 기업과 같은 업태를 보인다”며 “초기 노동자들이 승차 공유 플랫폼에 자가 차량을 가지고 참여했다면 지금은 그냥 맨 몸으로 들어와 업체의 차량을 이용한다. 이 때 공유되는 것은 노동자의 남는 시간과 노동력인데, 이는 초기 자본주의에서 분리된 빈털터리 대중에서 나타났던 모습”이라 설명했다.

그레고리 스타인(Gregory M. Stein) 테네시 주립대 로스쿨 교수는 “공유경제라는 명칭이 적합한지 잘 모르겠다”며 “공유란 무료로 제공될 때 붙는 이름인데 공유경제에서는 보통 돈을 받고 특정 자원을 일시 제공한다. 이 경우 ‘임대경제’나 ‘대여경제’라는 말을 쓰는 것이 더 적합하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공유경제의 그림자, 불완전 고용

공유경제의 대두와 함께 제기되는 문제점은 ‘불완전 고용’의 확산이다. 공유경제가 ‘임시직 경제’라는 다른 이름을 얻게 된 집적적인 배경이다. 비판이 나오게 된 두 번째 배경에는 공유경제를 활용한 플랫폼 기업의 ‘통제’가 있다. 플랫폼이 단순히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만’ 하는 것을 넘어 직접 노동자를 지휘하고 통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한국에서도 업체가 요구하는 기준과 실적에 따라 움직이는 노동자들이 있다. 직접적인 노동시간을 통제 받기도 한다. 업체(사용자)의 지휘와 통제는 노동자들이 근로자성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근로자가 아니다. 한국법에선 ‘특수형태 근로자’라 이들을 정의한다. 배달기사, 택배기사, 화물차 기사, 대리기사 등 운수업 종사자들이 여기 속한다. [참고 콘텐츠: 플랫폼 노동자의 어둠, 근로자가 되고 싶은 사장님들]

김환민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청년을지로분과위원회 위원은 3개월 동안 요기요플러스, 배민라이더스, 쿠팡이츠, 우버이츠 등 배달 플랫폼 노동자로 일한 경험을 풀었다. 김 위원은 “플랫폼마다 다르지만 배달기사는 통상 오전 10시에 일을 시작해서 늦은 자정에 일을 끝낸다. 의무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 최소 근무 시간은 존재하지만 일을 그만해야 하는 최대 근무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배달기사는 하루에 14시간을 일을 할 수도 있고, 하루 종일 일을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배달기사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연장 근로 및 주휴 수당, 휴일과 휴식 시간, 퇴직금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기업이 더 저렴하게 노동자를 사용하기 위해서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함께 나온다. 김 위원은 “통상 3000원씩 받는 배달비로 최저시급 수준의 임금을 벌기 위해서는 한 시간에 4건 이상의 배달을 해야 한다. 그래서 배달기사에게 과속과 신호위반, 묶음배달은 일상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한 시간에 2건이나 할 수 있을까 싶다”며 “이는 기업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을 노동자에게 전가한 셈이나 다름없다”고 이야기하며 제도적 균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한국의 배달기사들을 향한 지휘 감독과 통제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며 “하지만 사용자가 불분명해진 고용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책임은 자기 노동을 상품으로 파는 노동자들이 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유경제가 일자리를 늘린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는데, 일부 늘릴 수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원래 배달일을 하던 사람들이 여전히 배달일을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에게 일을 주는 시스템이 바뀌는 것 뿐”이라 비판했다.

AB5법이 노동계에 던진 의미

최근 이례적으로 근로자로 인정받은 배달기사 사례가 한국에서 나왔다. 고용노동부가 플라이앤컴퍼니(요기요플러스 운영)와 위탁계약을 맺은 배달기사들이 주휴수당, 연장근로수당 등 임금 미지급을 이유로 제기한 진정사건에 대해 플라이앤컴퍼니 소속 배달기사들을 근로자로 판단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가 모든 배달기사를 ‘근로자’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이번 사안의 경우 고용노동부는 1) 배달기사의 임금을 시급으로 지급, 2) 회사 소유 오토바이를 배달기사에게 무상으로 대여하면서 유류비 등을 회사가 부담, 3) 근무시간·근무장소 등을 회사에서 지정하고 출·퇴근 보고 등을 근로자 산정의 이유로 언급했다. 이는 일반적인 배달대행 기사의 업무 실태와 다르고, 그렇기에 모든 배달기사와 사업자의 관계를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게 고용노동부 입장이다.

현재의 한국법은 노동자의 근로자성 판단을 ‘노동자’에게 맡기고 있다. 만약 노동자가 업체와 장기전에 들어간다면 싸울 여력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대부분의 특수형태 근로자들은 하루하루 돈을 벌어서 생계를 이어 간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청이나 법원에 방문하기 위해 사용하는 며칠, 몇달은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비용이 된다. 결국 지쳐서 포기하는 노동자가 나온다.

여기서 캘리포니아 AB5법의 의미를 찾는 노동계의 목소리가 있다. AB5법은 근로자성 판단의 주체를 노동자가 아닌 기업이 하도록 성문화했다. 노동자의 근로 형태가 법이 정하는 세 가지 조건(ABC 테스트)에 맞지 않는다면 기업은 그를 ‘정규직 근로자’로 고용해야 한다. 한국법도 이와 같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원장(변호사)은 “특수형태 근로자에 속하는 대리운전, 퀵서비스, 배달대행기사들은 전속성을 바탕으로 고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입법적 보완이 분명 필요하다”며 “하지만 실제 법원에서 노동자들은 그들의 근로자성을 증명하기 위해 대법원이 제시한 10가지 요소를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번 AB5 법 발효는 그런 측면에서 고무적인 변화를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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