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아니하여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자로서 다음 각 호(1. 주로 하나의 사업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 2. 노무를 제공함에 있어서 타인을 사용하지 아니할 것)의 모두에 해당하는 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자(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25조 1항)”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노동자. 한국법은 이들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 부른다. 물류업계에서는 ‘택배기사(택배사업에서 집화 또는 배송 업무를 하는 사람)’와 ‘퀵서비스 라이더(퀵서비스업자로부터 업무를 의뢰받아 배송 업무를 하는 사람)’가 한국법이 정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속하는 직군이다. 그들은 일한 만큼 돈을 번다. 택배기사와 퀵서비스 라이더라면 물건을 옮긴 만큼 돈을 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장단점이 있다. 사용자(업체)가 정한 근로 시간과 장소에 종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다. 능력이 좋다면 일한만큼 돈을 벌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예컨대 택배기사들은 택배업체 본사로부터 받는 배송 물량 외에 별도 집화 물량 영업을 하여 추가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

단점이 있다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모든 것이다. 예컨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한국의 근로자라면 받을 수 있는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예컨대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1년 동안 80% 이상 근무한 이들에게 제공되는 15일의 유급휴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 보장하는 퇴직급여 제도는 이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업체에 종속된 사장님들

문제가 있다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상당수는 업체로부터 종속된 형태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닌 이들이 실제로는 근로자처럼 일을 하고 있고,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비판이 왕왕 나오는 이유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본다.

퀵서비스 라이더 A씨의 출퇴근 시간은 명부에 적혀 관리된다. 그는 매일 ‘출근비’ 명목으로 약 1000원의 돈을 회사에 지불한다. 출근을 하는데 왜 돈을 내는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겠다. 이는 퀵서비스 업체들이 주문 처리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까 ‘공급자’인 배달기사의 출근을 강제하기 위해서 만든 수단이다. 예를 들어 혹한기나 악천후의 날씨에는 퀵서비스 라이더들이 거리에 잘 나오지 않는다. 이 1000원씩 나가는 출근비가 아까워서라도 나오게 하기 위한 업체들의 방안이고, 예전부터 퀵서비스 시장에 존재해온 관례다.

배달대행 라이더 B씨의 출퇴근 시간 또한 업체로부터 관리 받는다. 각 음식점별 라이더가 배정이 되고, 음식점에 픽업 방문하고, 소비자에게 배달 완료하기까지의 시간은 각각 측정이 된다. B씨는 여기서 20분이내 픽업 80% 이상, 40분이내 배달 완료 90% 이상이라는 지표를 할당받는다. 업체는 지표를 잘 맞추지 못한 라이더에게는 최대 배차 제한 3개라는 제한을 부여한다. 만약 지표가 계속 어긋날 경우 세 차례 경고후 퇴사 조치한다. 마찬가지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배달기사가 업체가 요구하는 시간당 서비스 지표를 맞추도록 만들어낸 시스템이다.

국내 한 대형 배달대행업체 지점에 부착된 배송 퀄리티 기준표. 이 업체는 라이더들에게 전하는 규칙 사항을 함께 프린트해 지점 벽에 부착해뒀다. 노무사에게 업체의 해당 규칙 사항을 전해주고 확인해 본 결과 업무 수행과정에 사용자(업체)의 상당한 지휘, 감독이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는 평을 받았다.

배달대행 라이더 C씨는 실제 퇴사 조치를 당했다. 그는 배달 한 건의 픽업시간이 잘 안 맞을 것이라는 판단에 1000원의 픽업 취소 비용을 업체에 내고 배차를 취소했다. 그는 이 한 건의 배차 취소로 인해 발생한 음식점 클레임을 이유로 업체에서 “내일부터 더 이상 일을 나오지 말라”는 내용의 통보를 받았다. C씨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기 때문에 업체는 그를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퇴직급여’는 근로자가 아닌 이들에게 지급되지 않는다.

몇 년 전의 일이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꽤 유명했던 퀵서비스 플랫폼 ‘날도’가 망했고, 그 플랫폼에서 일을 했던 수백명의 퀵서비스 라이더들이 그들이 플랫폼에 선입금한 ‘충전금(적립금)’을 받지 못하게 된 일이 있었다. 70여명의 퀵서비스 라이더들이 그들의 돈을 받기 위해 소송까지 진행했지만, 결국 돈을 받지 못했다. 그들의 근로자성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미지급 충전금을 받은 배달기사는 없었다. 스크린샷은 취재 당시 피해 기사에게 전달 받은 충전금 미지급금 내역이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근로자가 아닌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어둠이다. 여전히 존재하는, 앞으로도 나타날 수 있는 일들이다.

‘근로자’로 인정받은 특고

그런데 최근 근로자로 인정받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사례가 등장했다. 시작은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요기요)의 배달대행 서비스 요기요플러스(운영사: 플라이앤컴퍼니)와 위탁계약을 맺은 배달기사들이 주휴수당과 연장근로수당 등 임금 미지급을 이유로 제기한 진정 사건으로부터다. 고용노동부 서울북부지청은 10월 28일 요기요플러스 배달기사들을 ‘근로자’로 판단했다.

하지만 여기서 모든 배달기사들이 ‘근로자’로 판단된 것은 아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인정 여부는 ‘대법원의 근로자성 판단기준’에 따라야 한다. 구체적인 업무행태, 계약 내용 등을 토대로 개별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으며, 이 사건 외에 다른 배달기사와 사업자의 관계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게 고용노동부측 설명이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6.12.7. 선고 2004다29736 판결)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은 크게 일곱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장재호 공인노무사는 “이 7가지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인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요기요플러스 사례의 경우 아래 판단기준 중에 3) 사용자가 근무시간·장소를 지정하고 노무제공자가 이에 구속받는지(근무시간과 근무 장소 등을 회사에서 지정하고 출퇴근 보고), 4) 노무제공자가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지(회사 소유 오토바이를 배달기사에게 무상으로 대여하면서 유류비 등을 회사가 부담), 5) 보수의 노무대가성 유무와 기본급·고정급 유무(배달기사의 임금을 시급으로 지급) 등을 인정받아서 고용노동부로부터 근로자로 인정받았다.

[참고] 대법원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

1) 사용자가 업무의 내용을 결정하고 업무 수행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2) 취업규칙 등이 적용되는지

3) 사용자가 근무시간·장소를 지정하고 노무제공자가 이에 구속받는지

4) 노무제공자가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지

5) 보수의 노무대가성 유무와 기본급·고정급 유무

6) 노무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상대방에의 전속성 유무와 정도

7)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와 사회보장법상 근로자 지위의 인정 여부

*다만, 7)의 요소가 인정되지 않는다 하여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됨

모든 라이더가 근로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

요기요플러스의 사례처럼 여타 퀵서비스, 배달 라이더들 역시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디지털 특고라 불리는 플랫폼 노동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한 첫 사례로, (고용노동부의) 이번 판단을 환영한다. 다만 이번 판단이 진정을 제기한 5명에게만 한정된 것은 아쉽다”며 “요기요 라이더 중 진정을 제기한 5명의 노동실태만 특수했을 리 만무하다. 다른 플랫폼의 라이더들 역시 마찬가지”라 밝혔다.

실제 많은 라이더들의 업무가 업체들로부터 결정되고, 업무 수행과정에서 지휘·감독을 받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요건 중 하나다. 일부 배달대행업체 지점의 경우는 별도의 ‘취업 규칙’을 공지해서 라이더들의 근로행태를 관리하는 것으로 취재 과정 확인됐다. 이 또한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요건 중 하나다.

하지만 배달 라이더들의 업태에 낮은 근로자성을 보여주는 부분 또한 공존한다는 게 장 노무사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서 현재 많은 배달대행 기사들은 ‘건당 수익’을 받는 구조로 일한다. 그러니까 ‘기본급’, ‘고정급’을 지급받지 않는다. 요기요플러스 배달기사가 근로자로 인정받은 이유 중 하나는 ‘고정 시급’ 지급이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장 노무사는 “특수형태근로자의 근로자성 판단에 있어서 기본급·고정급 요소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 설명했다.

노무제공자가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도 확인이 필요하다. 배달대행기사들은 다양한 형태로 배달용 ‘오토바이’를 구해서 업무에 나선다. 누구는 자가 소유 오토바이를 사용하기도, 또 다른 누군가는 업체로부터 별도로 오토바이를 리스 받아 사용하기도 한다. 업무를 하면서 필요한 ‘유류비’, ‘정비료’를 지불하는 주체가 배달기사인 경우도 있다. 이 경우 ‘근로자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장 노무사의 설명이다. 반면, 요기요플러스의 경우처럼 회사 소유의 오토바이를 무상으로 빌려서 타고 다니고, 유류비 또한 회사에서 지원한다면 배달기사의 근로자성은 높아질 여지가 있다.

디지털 특고, 플랫폼 노동의 그림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플랫폼’의 등장과 함께 디지털화 됐다. 이제는 플랫폼 노동자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우리에게 나타났다. 플랫폼을 통해서 일거리를 받고 자유롭게 일을 하고, 자유롭게 일을 한 만큼 돈을 벌 수 있는 노동자다. 실제 플랫폼 노동 서비스를 운영하는 많은 업체들이 공급자 유입을 위해 공통적으로 내거는 슬로건은 “원하는 요일, 원하는 일수에 자유롭게 일하고 돈을 벌어가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 속의 플랫폼 노동자들은 자유를 잃고 플랫폼에 종속돼 일하는 경우도 왕왕 눈에 띈다. 자유롭게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업체로부터 통제를 받고 일을 한다. 통제를 따르지 않는 플랫폼 노동자가 있다면 플랫폼에서 더 이상 일자리를 얻지 못하게 막아버리기도 한다. 통제와 규범에 따라서 일을 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근로자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때로는 파트타임이 아니라 하루 종일 플랫폼을 통해 돈을 버는 노동자까지 등장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전히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요기요플러스 라이더 진정 결과의 의미를 밝히는 자리에서 “요기요뿐만 아니라 한국의 배달 플랫폼들은 라이더들의 출퇴근을 지휘 감독하고, 라이더의 위치를 관제하여 배달 주문이 많지 않은 지역에 라이더가 위치해 있다면 주문 밀집지역으로 이동하라는 식으로 지휘감독을 한다. 어떤 배달 플랫폼의 경우는 특정 시간 동안 배달업무에 나오지 않으면 벌금을 부가한다. 이런 것을 개인 사업자로 부를 수 있겠느냐”며 “외국의 플랫폼들은 라이더들이 자유롭게 로그인하고 로그아웃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 라이더들에게 지금 일하면 보너스를 더 준다는 식으로 유인한다. 이것이 플랫폼 기업들이 국제적으로 공유하는 질서인데, 한국은 안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