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리프트 등 미국 플랫폼 노동자 생태계에 큰 변화를 가지고 올 것으로 예상되는 캘리포니아 AB5(Assembly Bill No.5) 법안이 오는 2020년 1월 1일 발효된다. 개빈 뉴섬(Gavin Christopher Newsom)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지난 9월 서명한 AB5법은 독립 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s)와 정규직 근로자의 분류 규정을 강화, 성문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AB5법에 따르면 고용주가 노동자를 고용할 경우 ABC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만약 이 사항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노동자는 ‘정규직 근로자’로 인정받는다. AB5법이 명문화한 ABC 테스트는 아래와 같다.

(A) 회사의 지휘와 통제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Is free from the control and direction of the company in performing work, both practically and in the contractual agreement between the parties; and

(B) 회사의 주요 사업이 아닌 부분에서 일을 해야 한다.

Performs work that is outside the usual course of the company’s business; and

(C) 회사의 업무와 독립적인 직업 또는 사업에 종사해야 한다.

Is customarily engaged in an independently established trade, occupation, or business of the same nature as the work performed for the company.

AB5 법안에 따라서 그동안 미국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플랫폼 노동자들은 근로자성을 인정받게 된다. 당장 우버와 리프트와 같은 여객운수 플랫폼에서 일해 온 운수 노동자들과 인스타카트, 포스트메이츠 등에서 일해 온 배달기사들이 법의 적용대상이 된다. 이들은 그 동안 독립 계약자였기 때문에 적용받지 못했던 상해 및 실업보험, 유급휴직, 초과 근로수당, 최저임금, 의료보조금 등 노동법의 적용과 보호를 받게 된다.

당장 미국 플랫폼 업계는 노동환경 변화에 따른 비용 증가가 필연처럼 다가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변화의 움직임을 막고자 로비를 진행하는 업체들의 움직임이 관측된다. 한 편에서는 그런 업체들의 움직임을 막기 위한 노동조합 측의 움직임 또한 분주하다.

코앞으로 다가온 AB5 법 발효. 이 법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어떤 배경이 있었을까. 앞으로 어떤 변화가 다가올 것인가. 사단법인 오픈넷과 고려대학교 미국법센터가 16일 주최한 토론회에서 비나 뒤발(Veena Dubal) 캘리포니아대학교 헤이스팅스법대 교수가 AB5법의 배경과 의미를 전했다. 아래는 비나 뒤발 교수의 발언을 정리했다.

화상 회의로 토론회에 참여, 발언하는 비나 뒤발 교수

누가 우버에서 일하는가

저는 UC버클리에서 인류학을 전공한 법학대학원 교수입니다. 지난 10년 이상 샌프란시스코 택시산업에 대한 연구를 해왔습니다. 지난 3년 동안은 우버 연구 프로젝트를 맡았습니다. 연구를 위해 100명 이상의 우버 드라이버들과 인터뷰를 했고, 리프트 연합과의 연구도 병행했습니다. 택시가 우버로 바뀌는 전환기에 대한 연구를 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일하는 우버와 리프트 드라이버에 대한 이야기부터 전합니다. 샌프란시스코 우버 드라이버는 대부분 이민자 혹은 유색인종입니다. 우버와 리프트 드라이버는 대부분 ‘자차’를 이용하지 않습니다. 우버 혹은 제 3자 사업자를 통해 차량을 대여하여 운행을 합니다.

대부분의 우버 드라이버가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파트타임으로 일한다고는 하지만 부가 소득을 올리고자 일하는 이들은 아닙니다. 이들은 우버를 통해 겨우 가계 재정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돈을 법니다. ‘파트타임’이라곤 하지만 대부분 적극적으로 일하는 노동자라는 것을 꼭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왜 그들은 흔들리는가

우버 드라이버는 대부분 위태위태한 근로 환경에서 일을 합니다. 우버 드라이버 중에서 고작 4%만이 1년 후에도 계속해서 일을 합니다. 많이들 다른 직업을 찾아 이동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비단 우버뿐만 아니라 리프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왜 위태로운 환경에서 일을 하는가. 1945년 이후에 미국에 복지 개념이 도입되면서 두 가지 형태의 근로자가 생겼습니다. 하나는 정규직 근로자입니다. 근로자로 보상을 받고 급여를 지급 받습니다. 실직하면 실업급여도 받습니다. 조직 차원의 교섭권도 제대로 누릴 수 있습니다.

다른 형태는 독립 계약자입니다. 이들은 ‘특수 근로자’라고도 부릅니다. 이들은 최저임금이나 산재 보상과 같은 근로자의 권리를 제대로 받지 못합니다. 우버나 리프트와 같은 플랫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정규직 근로자라면 이들의 근로 환경은 문제가 됩니다. 하지만 독립 계약자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왜 독립 계약자 형태의 일자리가 확산됐을까요. 미국은 ‘일’을 해야 살 수 있는 곳입니다. 한국과 달리 국민 건강보험이 있는 나라가 아닙니다. 복지 프로그램을 받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 조건 중 하나는 일을 하거나 구직 중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인들이 사회적 안정을 얻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합니다. 거기에 더해서 특정 근로자 조건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플랫폼 성장의 그림자

우버와 리프트가 처음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업을 개시하던 시절. 그 당시는 미국 경제 대공황 시기였습니다. 실업률이 천정부지 치솟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좌파든, 우파든, 어떻게든 실업률을 줄이고자 하는 목표를 공유했습니다. 그래서 우버, 리프트와 같은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우버와 리프트는 쉽게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을 정부에 어필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이 기업들을 볼 수밖에 없었고, 그들이 규제를 받지 않고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하지만 우버와 리프트가 만든 것은 ‘직업’보다는 커뮤니티였습니다. 직접 고용하지 않고 사람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이들은 알고리즘을 통해 노동자를 통제하고 지시합니다. 독단적이고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을 종료할 힘 또한 있습니다. 그들의 플랫폼에 흐르는 소비자 데이터를 취합하여 개인적으로 활용해서 제 3자에게 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플랫폼 기업들이 만든 노동 구조는 모든 책임을 기업이 아닌 노동자가 떠안고 있습니다. 노동자가 차도 리스하고, 보험료도 내고, 주유소 가서 기름값도 내고, 휴대폰 요금도 지불하는데 노동자에게 결정권은 없습니다. 한 예로 노동자는 가격을 결정하지 못합니다. 플랫폼이 개인화된 가격 알고리즘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플랫폼 기업은 ‘가격의 탄력성(Dynamic Pricing)’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근로자는 탄력성과 관계없이 가격에 따라서 근로시간을 결정합니다. 어떤 사람은 일주일에 60시간 이상 일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대도시인 샌프란시스코에서 일하더라도 최저시급이 안 되는 돈을 받는 근로자가 많습니다. 서비스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드라이버가 아니라 주변 기사와의 경쟁입니다.

우버와 리프트뿐만 아니라 도어대시, 포스트메이츠, 인스타카트, 핸디까지. 최근 독립 계약자는 ‘호출 근로자’ 혹은 ‘플랫폼 노동자’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두 가지 근로 형태 모두 독립적 계약을 맺습니다. 지금까지 플랫폼 노동자가 미국 전체 노동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플랫폼 노동자의 비중은 점점 더 커질 것입니다. 그리고 운수사업뿐만 아니라 여러 서비스 경제에서 같은 형태로 재생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 경제의 빈곤과 불평등은 극대화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합니다.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시위하는 우버 노동자들(사진: flickr)

독립 계약자는 분류될 수 있는가

최근 들어서 변화가 감지됩니다. 독립 계약자를 분류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습니다. 이런 현상을 이해해야지 최근 등장한 AB5 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업무 계약사항, 실제로 고용기업의 통제 및 근로 지시가 얼마나 가해지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기업이 노동자를 더 많이 통제하고 지시할수록 그만큼 ‘근로자성’을 인정받게 됩니다. 이것을 ‘법적인 근로자성 판단’이라고 합니다. 사용자(업체)나 근로자가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 기준이 마련돼 있습니다.

문제는 이 기준으로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더 많은 통제나 지시를 파악하는 기준이 굉장히 주관적이라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똑같은 형태의 근무를 하는, 예를 들어서 페덱스에서 배송일을 하고 있는 ‘독립적 계약자’를 두고서 어디에서는 ‘근로자’라 판단하고, 다른 곳에서는 ‘독립 계약자’라고 판단합니다.

두 번째 문제점은 실제 근로자로 판단되더라도 ‘이행’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법원이 업체가 근로자를 통제하고 지시하고 있으니 이 사람은 독립적 계약자가 아닌 ‘근로자’라고 판단하더라도, 기업은 그 판단 기준을 충분히 피해갈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통제하지 않겠다”고 하면 되니까요.

이 문제점이 드러난 실제 판례(ALEXANDER v. FEDEX GROUND PACKAGE SYSTEM INC)가 있습니다. 이 판례는 페덱스 배송기사가 근로자가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페덱스는 이후 판례를 인용해서 근로 계약서를 바꿔버렸습니다. 결국에는 페덱스를 고소한 배송기사가 더 나쁜 고용 환경에서 일하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페덱스는 법을 완전히 비껴갔고 배송기사는 계속해서 독립 계약자가 됐습니다.

AB5법의 의미

캘리포니아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앞서 이야기했듯 기업이 근로자에게 통제와 지시를 얼마나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노동자 입장에서 봤을 때 근로자인가가 더 중요합니다.

AB5법이 명문한 ABC 테스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B’입니다. B란 회사의 주요 사업이 아닌 부분에서 근로자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제가 리테일업을 하고 있는 사업자라고 합시다. 이 때 제가 고용한 사람이 ‘리테일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사람은 근로자가 됩니다. 반대로 제가 고용한 사람이 ‘배관공’이라면 독립적 계약자라 볼 수 있습니다. 배관공은 리테일 업무와 크게 상관이 없으니까요.

이런 결과가 나오자 기존 긱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었던 플랫폼 기업들, 특히 택시사업자들이 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성공적으로 법이 정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판례를 뒤집기에는 현재까지 캘리포니아 AB5 법은 굉장히 기술회사에 비친화적입니다. 그런 요건들을 성문화한 법입니다.

오는 1월 1일. 캘리포니아에서는 긱 노동자라고 불리는 플랫폼 노동자가 근로자로 인정받을 것입니다. 기업이 어떤 마술을 부려서 우리 회사만은 예외라고 주장하는 상황이 나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 법의 예외를 만들기 위해서 수천만 달러의 로비가 진행되고 있지만, 미국의 여러 주 관계자들과 노동조합이 이를 적극 방어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가장 슬픈 것은 ‘택시 산업’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거라는 겁니다. 택시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간신히 이윤을 맞추고 있습니다. 현재의 택시산업 구조는 굉장히 지속 불가능한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들이 우버나 리프트처럼 벤처캐피탈 자본을 모을 수도 없고, 그런 사업 또한 아닙니다. 그러다보면 종국에는 택시 사업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프롤로그

미국 캘리포니아의 이야기를 장황하게 했지만, 어딘가 한국의 그 냄새가 난다. 한국에서는 ‘특수형태 근로자’라 불리는 이들. 운수사업 종사자들, 택배기사 및 화물운송기사, 이륜차 퀵서비스 및 배달대행 라이더들이다. 이 날 토론회에서는 한국의 플랫폼 노동자 환경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오갔다. 다음 글에는 미국이 아닌 한국의 이야기를 전한다.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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