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바치는 게임 찬가, 하지만…

“우리 게임 산업은 짧은 기간에 눈부시게 성장했다. 매출은 해마다 늘어 지난해 13조원을 돌파했다. K팝, K드라마를 합친 수출액보다 크고, 전체 콘텐츠 수출액의 절반을 넘어섰다. 게임은 당당한 한류 콘텐츠다. 정부는 (게임인) 여러분의 도전을 응원한다. 개발과 창업에 대한 규제를  줄이고 지원을 늘릴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

“우리의 미래에는 게임이 문화의 중심이 될 것이다. 아니, 문화 그 자체가 될 것이다. 게임 창작자나 게임 이용자 여러분이 문화의 중심에 있다는 면에서 담대하게, 강하게, 자랑스럽게 나아갈 필요가 있다. 게임 창작자 여러분이야말로 문화를 만들어갈 자랑스럽고 존경받을만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문화체육부장관으로 이 자리에 왔으니, 내 다짐뿐만 아니라 문화체육부장관으로서 다짐을 말하겠다. 앞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게임에 대한 공격적인 지원은 계속된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게임대상 시상식에 장관님이 오랫동안 못 왔는데 오랜만에 박양우 장관님이 왔다. 박수를 쳐달라. 내년도에 즐거운 상상을 해보고 싶다. 내년 (지스타에는) 총리랑 같이 와달라. 정부와 국회에서도 조승래 의원을 포함, 게임포럼 의원들이 게임을 응원하며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간 게임업계 가장 큰 축제인 ‘지스타’가 부산 벡스코에서 14일 개막했다. 전날 저녁, 올 한 해 가장 인기 있었던 게임, 혹은 족적을 남긴 게임을 골라 상을 주는 ‘게임 대상’ 시상식이 있었다. 이 자리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영상으로 축전을 띄웠고, 오랜만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하는 등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웹젠 의장 출신인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회에서 게임포럼 활동을 하는 같은 당 조승래 의원도 자리했다.

박양우 장관이 게임 대상 시상식에 참석, 시상에 앞서 발언을 하고 있다.

 

박양우 장관의 등판에, 시상식에 고무된 분위기가 읽혔다. 2015년 김종덕 장관 이후, 4년만에 첫 장관 참석이다. 박 장관은 시상대에 올라 올해 지스타의 슬로건인 “우리의 게임은 계속 된다”를 인용, “앞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게임에 대한 공격적인 지원은 계속된다”고 말해 환호를 받았다.

그러나 이 총리와 박 장관, 그리고 의원들의 발언이 무색하게 올해 게임업계는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가장 크게 우려되는 점은 역시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 장애’ 질병 분류 통과다.  결정이 나면서 우리 보건당국도 관련 정책을 준비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계임업계의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관련기사: WHO, ‘게임장애’ 질병분류에 만장일치 통과]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할 경우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질 가능성이 큰데다, 게임이용장애와 관련한 확실한 기준이나 근거가 없는데 이를 질병화하면서 게임 이용자를 잠재적 환자로 보게 될 위험도 생긴다. 질병을 유도할 수 있는 산업으로 낙인이 찍히는 만큼 관련한 규제도 생길 수 있으며, 인재수급이 어려워져 결과적으로 산업 자체가 위축될 수도 있다. 게임 업계는 상황을 심각하게 판단하고, 목소리를 내기 위한 창구로 ‘게임질병코드 공동대책위원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현재는 국무조정실 관할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 문제를 논의할 민관협의체를 마련, 회의를 이어가는 중이다.

중국 판호 발급도 심각한 문제다. 중국 정부는 자국에서 새로 출시되는 게임에 ‘판호’를 내줘 판매를 허가한다. 판호가 없으면 신작을 유통할 수 없다. 중국 정부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를 발급해 오지 않고 있다. 그동안 신작 출시를 준비만 하고 있다 때를 놓친 게임들도 많다. 정부가 게임업계를 도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판호가 활발히 허가가 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이날, 시상식에서 ‘달빛조각사’로 게임대상 최우수상을 받은 최관우 엑스엘게임즈 공동대표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시상자로 나선 박양우 장관은 최 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10여년간 국회의원과 장관이 시상식의 처음부터 끝까지 쭉 자리를 같이 해준 게 처음인 것 같다.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향한 사회의 압박과 시선은 게속되고 있다. 게임은 이미 명확한 대중문화와 스포츠로 이미자리 잡았다. 어느 누구도 부정 못하는 사실이다. 게임이이제는 문화가 아니라 예술로 인정받는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

박 장관도 게임 활성화를 위한 의지를 보였다. 미래 신성장 동력 게임 산업을 위해 내년 초 게임산업 중장기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불필요한 규제는 사업자 시선에서 검토하고, 게임 이용자를 위한 사업을 법령에 반영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을 내놓겠다고도 말했다.

박 장관은 “게임은 질병이 아닌 건전한 여가 문화”라며 “정부는 게임산업진흥법을 전면 개정하고 게임업계가 성장과 도전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등든한 동반자가 되겠다”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의 말이 잔칫날 주례사로 머물지 않길 바라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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