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가 10일 쿠팡과 주유소 기반 물류 거점 구축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는 유휴 주유소 공간을 쿠팡의 로켓배송 거점으로 제공한다. 우선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현대오일뱅크 주유소에서 시범운영을 진행해 효율성을 분석하고, 향후 전국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개념은 간단하다. 주유소가 문을 닫는 늦은 밤과 새벽시간 이후 주유소 공간이 물류거점이 된다. 쿠팡의 로켓배송 익일배송 마감시간은 자정이다. 그리고 로켓배송 상품은 쿠팡 메가물류센터에 ‘재고’로 보관돼 있다. 마감시간 전까지 들어온 주문을 간선 화물차량에 태워서 메가물류센터에서 제휴된 현대오일뱅크 주유소까지 늦은 밤과 새벽시간을 활용해서 옮긴다. 그 상품을 쿠팡의 배송기사 쿠팡맨이 방문, 픽업하여 고객까지 배송하는 개념이다. 그러니까 쿠팡이 이미 전국에 50~60개 운영하고 있는 지역 물류거점 ‘캠프’의 역할을 주유소가 맡는 개념이다.

쿠팡의 주유소 거점 활용에는 부가적인 비용이 투하된다. 당장 현대오일뱅크 주유소에 지급하는 임대료뿐만 아니라 간선차량의 추가 방문 비용, 현장에서 상하차를 담당할 인건비까지 추가될 수 있다는 물류업계 관계자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이 주유소 거점을 활용하는 이유는 있다. 쿠팡에 따르면 ‘양사간 효율성’을 만들기 위해서다.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를 운영하지 않는 시간에 부가적인 임대수익을 만들 수 있고, 쿠팡은 캠프보다 가까운 주유소를 활용해서 배송 시간의 효율을 만든다는 설명이다.

쿠팡 관계자는 “캠프가 아무리 도심에 있더라도, 쿠팡맨이 그곳까지 픽업을 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존재한다”며 “주유소는 주요 도심 거점에 깔려있으니, 쿠팡맨이 그곳에서 픽업을 다시 한다면 캠프까지 가는 거리보다 짧아서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쿠팡에 따르면 시범운영 기간 동안 현대오일뱅크의 주유소 거점은 ‘쿠팡맨’의 ‘로켓배송’ 거점으로 활용된다. 주유소의 유휴시간인 새벽시간을 활용하는 만큼, ‘새벽배송’과 ‘익일배송’ 거점으로 활용 가능하다고 해석된다. 다만, 주유소에 냉장냉동 보관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는 않아서 ‘신선식품’ 배송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주유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쿠팡은 현대오일뱅크뿐만 아니라 최근 서울 송파구에서 에쓰오일 주유소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한 바 있다. 이 때는 쿠팡의 일반인 자가용을 통한 크라우드소싱 물류 서비스인 ‘쿠팡플렉스’의 시범배송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유소 거점, 의미 있나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뿐만 아니라 주요 주유소 업체들이 주유소 공간의 ‘물류’ 활용에 관심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실제 시장 1, 2위 주유소업체인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홈픽(업체명: 줌마)과 제휴해서 택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양사가 추진하는 주유소 물류 허브화 계획의 일환이다. 주유소측은 홈픽으로부터 달마다 임대료를 지불받는다. 홈픽은 주유소 거점을 픽업 및 배송거점으로 활용하여 매출을 만든다. 기존 택배업체는 제공하기 어려운 ‘시간지정 픽업’이 홈픽이 내세우는 강점이다. [참고 콘텐츠: 돈 안되는 C2C택배의 돈 되는 구멍’ feat 주유소]

GS칼텍스 주유소에 주차된 홈픽 픽업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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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뜨고 있는 주유소의 물류거점 활용의 효율성에 대해서는 물류업계의 의견이 갈린다. 효율적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는 반면, 비용만 늘리는 비효율적인 운영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함께 나온다.

주유소 거점, 의미 있다!

먼저 효율적이라는 의견. 주유소 거점이 마이크로 물류거점으로 의미가 있다는 의견이다. 대형 물류센터가 밀집된 경기도 군포나 이천, 하다못해 서울 동남권 물류센터가 위치한 송파구 ‘장지동’ 같은 지역에서 고객에게 배송을 하더라도 시간 효율을 만들기는 어려운데, 이 때 주유소 거점이 활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영민 줌마 대표는 “하루에 여러 차례 물류센터에 방문하여 상품을 픽업하여 배송하는 업체가 있다면, 물류센터와 배송기사에게 분배된 배송권역 사이의 거리가 시간 효율에 영향을 준다”며 “주유소와 같은 마이크로 물류거점에 재고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만 있다면, 배송기사들은 늘 가까운 거점에서 상품을 픽업해서 다회전 배송을 할 수 있는 훨씬 효율이 좋은 구조로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벽배송을 운영하는 업체 마켓컬리가 서부권역(김포)에 2만7000평 규모의 신규 물류센터를 내년 오픈하고자 준비하고 있는 이유도 거점 추가로 ‘시간 효율’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강성주 마켓컬리 오퍼레이션리더는 “마켓컬리가 장지동에 물류센터가 있긴 하지만, 서울 송파구에 비해 인천 청라 지역의 배송효율은 낮을 수밖에 없다. 송파에서 상품을 포장해서 청라까지 보내는 것은 굉장히 먼 거리”라며 “마켓컬리 김포 물류센터가 오픈되고 그쪽에서 상품을 분류해서 배송하는 식으로 운영한다면, 인천과 경기 고양시와 김포시,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의 배송효율이 크게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주유소 거점, 글쎄…

주유소 물류 거점 효율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먼저 주유소의 유휴 공간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다는 의견이다. 11톤 간선 화물차량이든, 1.5톤 택배차량이든 주유소에는 차량을 댈 수 있는 도크(Dock)가 있지 않다. 때문에 상하차 효율도 물류센터 대비 떨어질 것이라는 관계자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한정된 공간으로 적은 SKU(Stock Keeping Units)와 상품구색을 갖출 수밖에 없어 ‘밀도의 경제’가 나오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대형물류업체 관계자는 “주유소에 펼쳐지는 상품 데이터 관리가 잘 진행돼야 되는데 그것이 어려워 보이고, 혹여 주유소에 비치된 재고가 완전히 소진되지 않았을 때 재고를 물류센터로 다시 가지고 오는 ‘역물류’ 비용도 부담이 될 것”이라며 “특히나 웬만한 대형 유통화주사는 배송 밀도가 만들어진 서울수도권 인근 지역에 메가물류센터를 갖추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별도로 비용을 투하해서 거점을 만들만큼 경제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직영점이 아닌 주유소에 대한 통제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가맹 주유소인 경우 주유소 업체 본사가 아니라 가맹사업자가 곧 의사결정권자가 된다. 그런 가맹사업자가 자신의 개인사업장에 화물차가 드나들고, 상품박스가 쌓이는 것을 반길지 의문이라는 이야기다. 도심물류 거점을 운영하는 한 물류업체의 대표는 “만약 직영 주유소만 거점으로 활용한다면 거리당 효율을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그렇다고 가맹 주유소를 일일이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어쨌든 쿠팡은 지금까지 물류업계의 숱한 의구심들을 돌파해온 기업이다. ‘로켓배송’조차도 많은 대형 택배업체 관계자들로부터 ‘망할 비즈니스’라고 평가돼왔다. 그랬던 쿠팡은 아직까지 망하지 않았고, 로켓배송은 현재의 쿠팡의 성장을 만든 비즈니스 모델로 평가 받는다.

지금은 의문을 같이 몰고 오는 쿠팡의 주유소 거점 활용 모델이 앞으로 물류업계에 어떤 파급을 만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