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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켓컬리 ‘택배’ 전략의 거의 모든 것, 일문일답

마켓컬리의 물류자회사 ‘프레시솔루션’이 지난달 26일 국토교통부로부터 택배 화물운송사업자로 지정 받았다. 지금까지 자체 물량만 처리했던 마켓컬리가 본격적으로 외부 업체 물량을 돈을 받아서 배송해주는 3PL(3자물류) 택배 사업에 진출한 것이다. 마켓컬리가 기존 택배업체에 비해서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것은 ‘콜드체인’과 ‘새벽배송’에 특화된 배송 서비스다. [참고 콘텐츠 : 국토부 신규택배업체 공고, “쿠팡 빠지고, 마켓컬리 들어오고”]

당장 마켓컬리는 수도권 신선식품 새벽배송 니즈가 있는 외부업체 물량을 확충하는 데 집중한다. 이를 통해 기존 마켓컬리가 진행하던 자체 물류의 밀도를 올려서 배송 효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마켓컬리는 기존보다 더 높은 효율로 배송을 하고 겸사 택배업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 새롭게 마켓컬리의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화주사는 기존 마켓컬리가 가지고 있던 높은 밀도의 효율을 함께 공유 받으면서 자체적으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보다 저렴한 단가를 가지고 갈 수 있다는 게 마켓컬리측 설명이다.

마켓컬리 장지동 물류센터에서 출차 준비하고 있는 지입차량들

일부 지방에서는 3PL을 통해 새벽배송 냉장 콜드체인 서비스를 테스트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마켓컬리는 택배사업자 인증을 위해 직접 구축한 택배 영업소를 활용하여 대전, 대구, 부산, 세 개 광역시에서 ‘주간 상온 배송 서비스’를 외부 업체에 제공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새벽과 신선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마켓컬리는 ‘택배’를 통해 어떤 큰 청사진을 그리고 있을까. 마켓컬리 택배사업 계획을 총괄하고 있는 강성주 프레시솔루션 대표(마켓컬리 오퍼레이션 리더)와 실무 담당자인 강재규 리더를 만났다. 그들을 통해 마켓컬리가 그리고 있는 택배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청해 들었다.

Q1. 마켓컬리가 택배 사업자로 지정 받은 이유는 무엇인가?

A1(강성주). 현재 새벽배송 시장에는 영업용 번호판을 붙이고 있는 냉장 화물차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렇다고 기존 영업용 번호판이 달린 상온차량을 냉장 화물차로 바꾸는 것도 법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우리처럼 콜드체인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차량을 택배화하기 위해서는 영업용 번호판이 달린 냉장차가 필요하다.

택배사업자로 인정받으면 좋은 점 중 하나는 증차가 용이하다는 것이다. 택배전용 영업용 번호판인 ‘배’ 자 번호판을 받을 수 있다. 이 번호판을 적극 활용해서 직영차량에 붙일 수도 있고, 제휴된 지입차량에도 붙일 수 있어서 시장 확대에 도움이 된다.

Q2. 마켓컬리 물량만 처리하는데도 벅찬 상황 아닌가. 차량에 외부업체 물량을 담을 수 있는 유휴 공간이 있는가.

A2(강재규). 통상 마켓컬리 한 차량에 120~130개 정도의 박스가 들어간다. 꽉 채운다면 180박스, 주문수 기준으로는 75건 이상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차량에 공차율이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지역마다 효율은 다르다. 예를 들어서 서울 강남이나 인천의 청라, 송도 같은 지역은 만차로 출차한다. 반면, 새로 서비스를 오픈하는 지역은 공차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수지타산이 맞나 우선 검증하고 확장을 진행하는 것인데, 이런 지역에 외부업체 물량을 합친다면 마케컬리는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서 집적도를 높이고, 외부업체에는 보다 저렴한 단가에 마켓컬리와 동일한 수준의 콜드체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Q3. 택배기사의 임금구조는 어떻게 짤 계획인가. 마켓컬리 새벽배송 기사처럼 고정급+인센티브 제도를 유지할 것인가.

A3(강재규). 논의하고 있는 부분이다. 마켓컬리는 현재 직영 새벽배송 기사에게 지역별로 차등화된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난이도가 높은 지역은 30건 이상 하면 그때부터 건당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강남처럼 직접도가 생겨서 배송효율이 높은 지역은 35~38건 이상부터 인센티브가 적용된다.

생각하고 있는 것은 마켓컬리 새벽배송 기사처럼 일정 부분 ‘고정급’이 있을 것 같다. 하루에 0개의 물량을 처리했다고, 0원을 주는 구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다.

Q4. 마켓컬리는 2017년 12월 컬리프레시솔루션이라는 이름의 3PL서비스를 하다가 접은 전적이 있다. 현재의 택배사업자 인증과 3PL 사업 진출은 컬리프레시솔루션 론칭 당시와 무엇이 달라졌나.

A4(강재규). 컬리프레시솔루션은 마켓컬리 자체 운영팀을 통해 운영했다. 영업용 번호판을 이미 가지고 있는 냉장차 배송기사를 확충해서 운영을 한 것이다.

그 당시 고민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을 때 배송 캐파(Capacity)를 맞추기가 어려웠다는 점이다. 합법적으로 영업용 번호판을 단 냉탑 차량이 시장에 부족하다. 수요에 맞춰서 빠르게 많은 냉장차 공급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운 구조다.

영업용 번호판을 단 냉장차량 배송기사가 모두 새벽에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서 마트배송을 하는 분도 있고, 급식업체에 배송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것 다 하고 새벽까지 오니까 우리 주문이 후순위로 밀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당장은 3PL 사업을 하기 보다는, 자체물량에 집중하는 것으로 우선순위를 정했다.

A4(강성주). 지금은 조금 다른 것이 컬리프레시솔루션을 운영하던 당시보다 우리 차량이 3배 이상 늘었고, 물류 인프라나 시스템 측면에서도 준비가 됐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어서 과거 마켓컬리의 시스템은 새벽시간에 출차시간이 1회로 고정돼 있었는데, 지금은 여러 번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물류센터에 모인 모든 차량이 새벽 1시에 출차를 하면, 엄청 혼잡하지 않겠나. 물량이 충분히 모인 지역이라면 오후 10시에 차량을 채우고 그냥 출발하는 것이 효율이 나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시스템이 개발되지 않으면 엉키는 부분이 있고, 이제는 우리 시스템도 다회전 출차가 가능해졌다. 영업용 번호판 확충 또한 택배사업자로 인증 받으면 ‘배’ 번호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유연성도 확보됐다.

Q5. 택배사업을 하려면 충족시켜야 하는 조건이 있다. 그 중에서 영업소(택배 대리점)를 30개 이상 갖춰야 하는 조건이 있는데, 마켓컬리는 영업소가 없지 않나?

A5(강성주). 택배사업자 인증을 준비하면서 영업소를 늘렸다. 현재 전국에 마켓컬리 영업소 숫자가 총 36개다. 그 중 직영이 20~30% 정도 된다. 이 영업소는 택배 대리점이 하는 그 역할과 같은 일을 한다. 해당 지역의 물량을 픽업하거나 배송하거나, 자체적으로 물량 영업을 한다는 이야기다.

실제 마켓컬리는 영업소망을 기반으로 대전, 대구, 부산에서 ‘주간 상온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마켓컬리 허브 물류센터에서 재고로 보관하고 있는 상품을 각 영업소로 오전까지 내려서 주간에 배송하는 식이다.

마켓컬리의 택배 서비스가 다른 택배업체와 다른 점은 이 영업소들에도 콜드체인 시스템이 갖춰진다는 것이다. 영업소에서 집하하고 마켓컬리 물류센터까지 보내는 과정 역시 기존 택배업체의 ‘상온’ 시스템에 맞춰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영업소에 거대한 냉장고를 비치하는 것과 같이 콜드체인 시스템도 함께 가져간다.

택배의 허브앤스포크 시스템과 다른 것은 영업소에서 픽업을 하여 터미널로 올리는 구조뿐만 아니라 화주사에서 영업소를 거치지 않고 허브 터미널로 직접 입고하는 방식을 병행한다. 아무래도 신선식품을 다루기 때문에 영업소를 거치면 배송시간 측면에서 비효율적인 부분이 발생할 수 있다. 장지동 마켓컬리 물류센터가 허브 터미널로 활용되고, 내년 가을 김포에 2만7000평짜리 풀필먼트센터가 크게 들어오는데 그러면 배송비 측면에서도 큰 개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6. 차량 증차와 대리점(영업소) 추가 출점 계획은 있는가?

A6(강성주). 한동안은 증차를 하기 보다는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차량의 배송효율을 올리는 데 집중할 것이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3PL 물량을 확충해서 우리 차량의 집적도를 올리려고 한다. 그러다가 연말연초가 되면 증차에 박차를 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영업소 같은 경우 우리가 구축한 36개 영업소가 우선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도 택배사업을 처음 해보는 것이고, 지금까지 냉동냉장식품을 택배로 제대로 한 곳은 국내에 없다고 보면 된다. 일단 우리 영업소가 영업을 잘하고, 서비스를 잘할 필요가 있다.

Q7. 기존 택배업체들도 새벽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CJ대한통운도 하고 있지 않은가. 기존 택배업체의 서비스 대비 마켓컬리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A7(강성주). 우리는 기본적으로 배송 전과정을 100% ‘풀콜드’로 관리한다. 또한 집적도 측면에서 비교가 안 될 것이다. 통상 화주사가 택배업체에 한 박스에 4000원을 줘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택배업체의 구조라면, 우리는 이 가격으로는 진행하면 안 된다. 배송비에서 혁신적인 개선이 진행될 것이다.

마켓컬리가 화주사에게 제시할 비용구조는 한창 세팅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비밀이다. 기본적으로 업체의 규모에 따라 차등화된 단가를 제시하는 것은 기존 택배업체들과 동일할 것이다.

Q8. 향후 택배 영업 전략은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A8(강재규). 일단 마켓컬리가 컬리프레시솔루션을 하던 당시 물량을 맡기던 업체들이 있다. 컬리프레시솔루션 사업을 접으면서 이 업체들과도 헤어졌는데, 다시 만날 수도 있다고 본다. 실제 기존 컬리프레시솔루션을 이용했던 고객 중에서는 마켓컬리에 언제 다시 3PL 사업을 시작하느냐 물어보는 분들도 계신다. 이런 분들이 1차 타겟이다.

2차적으로는 대형 화주사를 확충할 계획이다. 실제 마켓컬리는 택배와 관련하여 새벽배송을 하는 큰 유통회사를 만나기도 했다. 경쟁사이기도 해서 조금은 조심스러웠는데, 그쪽이 우리의 이야기에 많이 공감을 하더라. 배송을 너도 돌리고, 나도 돌리고 해서는 비용 구조 측면에서 답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서로 경쟁을 한다면 ‘상품’과 ‘품질’로 승부를 하고, 배송은 공동화하여 효율을 늘릴 수 있다.

새벽배송이라는 것이 마켓컬리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마켓컬리가 시장 발전에 기여를 해야 된다고 본다. 하지만 함께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고객도 잘 되게 하는 것이 맞다 본다. 이 시장에 몇 군데 함께 성장하고 있는 업체들이 있고, 앞으로도 더 클 것이라 생각한다.

또 다른 것은 새벽배송과 같은 것을 주간에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낮에도 신선배송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현재 대형마트가 하고 있는 시간대를 설정해서 예약배송을 하는 서비스들을 마켓컬리라고 못할 것은 없다.

지금은 공급자들이 알아서 이커머스 업체들의 물류센터에 입고시키는 구조를 택배 영업소를 통해 전 과정 콜드체인 네트워크로 진행을 할 수도 있다. 현재 마켓컬리는 김포 영업소와 마켓컬리 장지동 물류센터간 공급을 11톤 간선차량을 통해서 처리하고 있는데 이 또한 냉장차량으로 진행된다. 이런 풀콜드 물류 역량을 외부업체에까지 공유하는 것이다.

Q9. 요약하자면 마켓컬리가 자랑하는 풀콜드 품질을 외부업체까지 그대로 이전시킨다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맞는가.

A9(강성주).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것은 배송 3PL이다. 풀필먼트 3PL은 아직까지는 계획에 없다. 이 말인즉, 외부업체가 마켓컬리가 자랑하는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를 그대로 공유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재고관리와 상품포장 등 택배 출고 이전의 과정까지 대행해주지는 않는다.

궁극적으로 3PL을 엔드투엔드로 가는 것은 모든 물류하는 유통업체들의 관심사다. 쿠팡도 그럴 것이고, 마켓컬리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3PL 비즈니스는 우선 ‘배송’에만 시작하고, 단계적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A9(강재규). 마켓컬리가 규모를 기반으로 저렴한 가격에 들여오는 신선식품 포장 부자재를 마켓컬리의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는 외부업체에게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것은 가능하고 계획에도 있다. 실제 컬리프레시솔루션 당시 이미 했던 것인데, 우리가 컬리프레시솔루션을 접으면서 많은 외부업체들이 아쉬워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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