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신규 택배업체 공고, “쿠팡 빠지고, 마켓컬리 들어오고”

국토교통부가 26일 관보를 통해 택배 운송사업자가 갖추어야 할 시설 및 장비기준을 충족하고 있는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자를 공지했다. 크게 달라진 것은 두 개다. 마켓컬리의 물류자회사 ‘프레시솔루션(대표: 강성주 마켓컬리 오퍼레이션 리더)’이 새롭게 택배사업자로 지정 받았다. 지난해 9월 신규 택배사업자로 지정 받았던 쿠팡의 물류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는 명단에서 빠졌다.

국토교통부 문건에 적시된 오늘자 택배사업자 명단. 관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6개였던 택배업체는 18개 업체로 늘어났다. 프레시솔루션(마켓컬리 자회사), 로지스링크, 한샘서비스원 3개 업체가 신규 택배 운송사업자로 지정됐고, 지난해 택배사업자로 지정 받았던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는 택배사업자 명단에서 빠졌다.

마켓컬리는 이번 택배사업자 지정을 통해 자체 차량과 전속 운송계약을 체결한 개인(지입차량)에 택배용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화물차 증차 규제와 상관없이, 택배전용 영업용 번호판(노란색 ‘배’ 번호판)을 발급 받아서 사업 외연을 확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 마켓컬리의 물류는 ‘자체 물량’을 처리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는 마켓컬리의 배송차량의 번호판이 하얀색 ‘자가용 번호판’인 이유와도 연결된다. 마켓컬리는 모든 상품을 직매입해서 판매한다. 한국법에서 규정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이란 다른 사람의 요구에 응하여 화물자동차를 사용하여 화물을 유상으로 운송하는 사업인데, 마켓컬리는 직접 구입한 마켓컬리의 화물을 운송하기 때문에 화물자동차운수사업이 아니었다. 이는 쿠팡의 로켓배송 차량 번호판이 ‘하얀색’인 이유와 같다.

마켓컬리는 이번 택배사업자 지정으로 인해, 신규로 택배전용 영업용 번호판(배 번호판)을 발급받을 수 있게 됐다. 기존 외부 업체의 물량을 처리할 수 없었던 마켓컬리 새벽배송 차량의 하얀색 번호판이 순차적으로 교체될 전망이다.

마켓컬리 “신선택배 사업 진출”

마켓컬리는 이번 택배사업자 지정을 통해 신선물류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있는 외부 화주를 대상으로 물류 서비스 사업을 확장한다. 마켓컬리는 현재 크게 3개의 신선 물류센터(장지동, 죽전, 남양주 냉동전용)를 운영하고 있고, 내년 서부권 김포 물류센터를 추가 오픈할 계획이다. 마켓컬리는 하루 최대 700대(직영 100여대)의 냉장냉동 차량을 가동하고 있다.

기존 택배업체와 다른 차별점은 마켓컬리가 자랑하는 ‘풀콜드’다. 상온 상품을 다루도록 인프라가 설계된 택배업체와 달리, 마켓컬리는 상품 입고부터 고객 전달까지 신선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인프라를 자랑한다.

마켓컬리의 신선택배 사업 진출은 2017년 12월 마켓컬리가 론칭했다가 접었던 3PL(3자물류) 사업 ‘컬리프레시솔루션(KFS)’의 부활을 의미한다. 당시 마켓컬리는 너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자사 물량을 처리하는 것에 집중한다는 이유로 KFS 사업을 사실상 철수했다.

이번에 마켓컬리는 새벽배송뿐만 아니라, ‘주간배송’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벽 시간에는 마켓컬리의 자체 물량을 최대한 처리하고, 주간에는 신선배송 니즈가 있는 외부업체 물량을 배송한다. 마켓컬리 입장에서는 주간에 쉬고 있던 유휴차량을 가동하여 추가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운전하는 사람만 바꾸면 된다.

첨언하자면, 이미 새벽배송 시장에서는 주간과 새벽 업무를 모두 하는 ‘투잡 기사’가 많았다. 배송기사들이 자체 구비한 냉동냉장차량을 활용하여 낮에는 마트 배송을, 밤에는 새벽 배송을 하는 식이다. 한 새벽배송기사는 “주변에 투잡을 하고 있는 새벽배송기사가 상당히 많다”며 “(자신도) 지금은 전업을 하고 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간에는 급식업체 배송을 하는 식으로 투잡을 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쿠팡 “택배사업자 재도전 할 것”

쿠팡은 이번 국토부 발표에서 택배사업자 지정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택배사업자를 자진 반납한 것”이라 설명했다. 쿠팡이 택배사업자를 자진 반납한 이유는 과거 마켓컬리가 컬리프레시솔루션을 철수한 이유와 같다. 늘어나고 있는 내부 물량을 처리하느냐, 외부 물량을 다룰 수 있는 여력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쿠팡측 설명이다.

쿠팡이 대구에서 전기차 기반 택배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한지 어언 1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쿠팡 로켓배송 차량의 번호판은 대부분 하얀색 자가용 번호판인 것으로 확인된다.

쿠팡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쿠팡은 하루 평균 200만개의 상품을 출고시키고 있다. 약 48%의 시장점유율로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택배업체 CJ대한통운이 하루 평균 300~400만 상자를 출고시키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이 숫자만 봐서 쿠팡은 시장점유율 12%대로 2, 3위를 경쟁하고 있는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비슷한 수준의 물량을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쿠팡은 ‘상품 개수’, 택배업체들은 ‘박스수’로 통계를 산정하기 때문에 동일 선상에서 비교는 어렵다. 그러나 쿠팡이 자체 물량만으로 웬만한 중소택배업체들이 다루는 수준의 물량은 이미 한참 전에 넘어선 것으로 해석된다.

택배 사업자 기준 미달로 탈락하는 것이 아닌, 자진 반납한 사례가 나온 것은 이번 쿠팡 사례가 처음이다. 어쨌든 쿠팡은 택배사업에 대한 욕심은 버리지 않았다. 쿠팡 관계자는 “분명한 것은 향후 준비가 끝나면 다시 택배사업자 신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의 택배 운송사업자 요건 충족 확인은 ‘사업용 택배차량 공급’, 그러니까 배자 번호판 공급을 위한 일련의 절차에 해당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인정받은 택배 운송사업자는 택배 배송을 위한 택배용 화물자동차를 공급받을 수 있게 돼 합법적이고 안정적인 택배 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제공하게 될 것”이라 밝혔다. 국토교통부가 밝히는 택배 운송사업자로 인정받고자 하는 업체가 갖춰야 할 시설 및 장비 기준은 다음과 같다.

*참고 「택배용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허가 요령」(고시)

시설

– 영업소 : 전국 5이상의 시·도에 총 30개소 이상 운영

– 화물분류시설 : 3,000㎡ 이상 1개소 포함, 전체 3개소 이상 운영

– 화물취급소 : 화물 상·하차 및 보관용으로 영업소 수 이상 설치

– 전산망시설 : 화물추적 및 영업소 등과 운송 네트워크 관리 가능

장비

– 차량 : 1.5톤 미만 사업용 차량 100대 이상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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