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그동안 ‘구원 투수’ 등으로 묘사됐던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의 합류를, 소문이 돈 지 한 달여 만에 공식화했다. 원더홀딩스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대신, 허 대표가 게임 개발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넥슨은 9일 원더홀딩스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 신주인수 방식으로 지분을 확보하고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구축키로 했다고 밝혔다. 원더홀딩스는 e커머스 플랫폼인 ‘위메프’와 게임 개발사 ‘원더피플’ ‘에이스톰’ 등을 소유한 지주회사인데, 넥슨이 3500억원을 들여 지분의 11.1%를 사들인다. 넥슨은 원더홀딩스 산하 게임개발사인 원더피플과 에이스톰의 게임 개발과 라이브 서비스에 협력하고, 허민 대표는 외부 고문으로 넥슨의 전반적인 게임 개발에 참여한다.

이번 투자는, 넥슨의 창업자인 김정주 엔엑스씨 대표가 허 대표를 얼마나 신임하는지를 알게 하는 대목이다. 김 대표는 이전에도 허 대표를 믿고 두 번의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앞서  ‘던전앤파이터’의 네오플을 3800억원을 주고 허 대표로부터 사들였고, 또 원더홀딩스의 자회사 위메프에도 10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그 네오플은, 지금 넥슨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캐시카우가 됐다.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왼쪽)와 김정주 NXC 대표

허 대표의 합류, 특히 게임 개발 참여는 예정되어 있던 수순이다. 공식 발표는 ‘게임 개발 참여’ 지만, 사실상 그가 맡을 역할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김정주 대표가 그를 단순히 ‘고문’으로 영입했을 리는 만무하다. 허 대표에게 큰 베팅을 한 것 외에도, 합류 직전에 이미 조직 개편을 일부 시행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허 대표가 원하는 대로 조직을 끌어갈 수 있도록 미리 판을 짜놓았다는 얘기다.

[관련기사: 허민, 넥슨을 수술대에 올릴 것인가]

지난 몇 달간 넥슨의 움직임은 숨 가빴다. 매각이 불발된 이후, 넥슨 내부에서는 PC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 사업부문을 통합하고, 대표적으로는 정상원 부사장이 맡았던 ‘페리아 연대기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개발 중단시키는 일등이 벌어졌다. 이후 넥슨의 개발을 총괄해왔던 정 부사장이 사임했다. 정 부사장은 그동안 개발진 축소 등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왔던 인사로, 만약 조직개편을 책임지고 허 대표가 합류한다면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인물이다.

이 말인 즉슨, 허 대표가 넥슨 내부에서 큰 부딪힘 없이 일을 할 환경이 마련됐다는 뜻이다. 다만 아직까지 ‘개발 참여’ 외에는 허 대표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할지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가능성은 두 가지다. 넥슨 개발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 던전앤파이터에 이은 새로운 캐시카우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넥슨의 매각이 불발된 것이 ‘회사 가치 하락’ 때문이라면, 신작 등의 성공으로 회사 가치를 끌어올리는데 허민 대표가 역할할 수 있는 것이다.

허 대표의 합류와관련해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원더홀딩스의 자회사들은 게임 및 e커머스 등 다방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며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어 넥슨이 추구하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며 “특히 게임에 대한 허민 대표의 높은 열정과 통찰력은 앞으로 넥슨의 차별화된 경쟁력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디른 하나의 가능성은 구조조정 칼잡이로서 역할이다. 넥슨 내부에서도 ‘구조조정이 이미 시작됐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페리아 연대기뿐만 아니다. 서비스 중이거나 개발 중인 프로젝트가 여럿 엎어졌다. 그러나, 허민 대표가 굳이 악역을 맡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허 대표가 칼자루를 쥘 지 아닐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그러나 만약 칼자루를 쥔다면 그 과정이 순조롭지는 않을 것 같다. 넥슨 조직원들의 고용안정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3일, 넥슨의 노조 스타팅포인트가 연 집회에는 600여명의 조합원이 참여, ‘고용안정에 대한 회사의 확답’을 촉구하기도 했다. 배수찬 넥슨 노조 지회장은 이날 “프로젝트 종료 이후 (넥슨 개발자들이) 면접을 보는데, 정규직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