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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게임업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뉴스는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의 넥슨 합류 소식이다. 넥슨의 공식적인 답은 “(허 대표가 합류하는지) 모른다”인데, 게임업계에서는 이미 “허 대표의 사무실이 넥슨에 마련되어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허 대표의 합류가 맞다면, 곧 넥슨이 공식 발표를 할 터이다.

각종 보도와 게임 업계에 따르면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가 허 대표를 넥슨 경영진으로 합류시키기로 결정하고 영입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 측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 않고 있지만, 여러 보도와 업계 여러 관계자의 의견을 종합하면 허 대표의 합류는 이미 결정됐고, 현재는 직책과 합류 시기를 조율 중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궁금한 것은 두 가지다. 왜 허민일까? 지금 김 대표가 넥슨의 구원투수를 부른 까닭은 무엇일까?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왼쪽)와 김정주 NXC 대표

 

허 대표는 지금 넥슨의 돈줄인 ‘던전앤파이터’의 네오플 창립자이자, 소셜커머스 위메프를 만든 장본인이다. 큰 성공을 거둬봤고, 지금도 게임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다. 위메프라는 소셜커머스를 만들고 야구단 구단주로 활동하며 외도를 한 것 같지만 그사이 원더홀딩스와 원더피플을 설립해 계속 게임을 만들어왔다. 허 대표가 원더피플을 만들면서 밝힌 목표는 “10년 안에 DAU(일간 이용자) 10억명인 게임을 가진 회사로 만들어보자”였다.

김정주 대표와 허민 대표 사이가 각별해진 것은  2008년 넥슨이 네오플을 인수하면서부터다. 당시 네오플은 500억원 정도의 연매출을 내던 회사인데 김 대표가 통 크게도 3800억원을 베팅하면서 화제가 됐었다. 넥슨의 품에 안긴 네오플은 이후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의 흥행을 일궈내며 훌륭한 캐시카우가 됐다. 이뿐 아니다. 김 대표는 지난 2015년, NXC를 통해 허 대표가 100% 지분을 가진 위메프에 1000억원을 투자하며 지분의 10.6%를 확보했다. 확실하게 믿는 이에 계속해 투자를 해온 것이다.

김 대표가 넥슨의 직접 운영에서 손을 뗀 이후, 김 대표의 관심은 게임을 벗어나 있었다는 것이 넥슨 안팎의 이야기다. 최근에는 블록체인에 관심을 표해 왔고, 넥슨을 매각하겠다는 결정을 하고 나서는 글로벌로 무언가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낳아 왔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시장에서 넥슨의 가치가 생각 만큼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알았다. 김 대표로서는 크게 실망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넥슨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쇄신이다. 그래서 자신이 평소에 믿고 있고, 또 게임을 잘 아는 이를 불러들이려 했고 그 적임자를 허민으로 봤다는 이야기다.

허 대표가 넥슨에 합류하면 신작을 개발하는 총괄 자리에 올라 넥슨의 몸값을 올리는데 치중할 가능성이 커보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직책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신작에서 크게 성과를 내지 못한 개발진이나 경영진을 독려하고 재편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있다.

김정주 대표는 공식 자리에서 “넥슨에 신작이 없다”는 개탄을 한 적이 있다. 지난 2014년에 열린 넥슨개발자대회(NDC)의 CEO 대담 자리에서다. 당시 김 대표는 “2003년 카트라이더와 2004년 마비노기 이후 10년 동안 그렇다할 신작 게임이 없었다”고 말했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도 그 사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엑스’나 ‘히트’ 같은 모바일 게임이 일부 선전했으나 넥슨을 먹여살릴 수 있을 만큼, 혹은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 만큼의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물론, 넥슨 내부에서도 현실에 대한 인식은 있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도 쇄신안을 준비하던 중이었다. 모바일 게임과 온라인 게임 사업부를 통합하는 등의 조직 쇄신안을 만들었었으나 채택되지 않고 표류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매각이 불발되면서, 김 대표는 내부로부터의 쇄신을 확신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넥슨 개발 조직은 창업 초창기 멤버들이 아직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 아무리 대표가 바뀐다고 한들, 내부에서 칼자루를 쥐고 조직을 개편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이야기다. 결과적으로 넥슨 안에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외부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의중일 수 있다. 게다가 허민 대표는 이미 성공을 거뒀고, 재력도 있다. 누구의 눈치를 볼 것 없이 넥슨을 새로운 실험대에 올릴 수 있다.

이정헌 대표가 부임했을 때도, 새 대표와 대면 자리에서 김 대표는 “회사 매출이 2조원 대인데, 무엇을 할 것인지”를 물었다고 했다. 그리고는 “정말 회사가 변하려고 한다면, 지금보다 매출이 한 10분의 1, 100분의 1정도 되면 변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고도 했다. 당시 이 대표는 이 이야기를 “모든 고정관념이나 압박을 내려놓고 원점에서 생각하라는 뜻”으로 풀이했었다.

고정관념을 깬다는 측면에서, 허 대표는 유명하다. 네오플을 팔고는 음악을 공부하러 버클리 음대로 유학을 갔고, 이후에는 돌연 야구선수를 준비하며 구단을 맡아 경영했다.  자신이 한다고 한 일에 대해서는 못 해낸 것이 없다는 자신감도 대단하다. 이 때문에 쇄신을 맡길 인물로 허 대표가 적절하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이렇게 넥슨의 체질을 개선한 후, 넥슨의 매각을 재추진하려 한다는 관측도 있다. 허민을 끌어들여 기업 가치를 제고한 후 재매각에 나설 것이란 뜻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허 대표의 영입을 위해 위메프나 원더홀딩스의 지분을 사들인다, 지분 스와프를 한다는 등의 ‘설’이 돌기도 했다. 시장에 떠도는 이야기라 구체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김정주 대표가 엔씨소프트를 인수하려 했던 이유가 엔씨의 개발 문화를 가져 오고 싶어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듯, 허민 대표가 가진 개발 DNA를 넥슨에 심겠다는 의중이 깔려 있을 수 있다.

어쨌든, 넥슨은 허민이 집도하는 수술대에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성공한 신작의 부재라는 오랜 늪을 새로운 경영진 합류로 건널 수 있을지, 주목해봐야 할 일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