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비용 증가시키는 상호접속고시 개정하라”

웬만해서는 한목소리를 내지 않을 것 같은 국내외 인터넷 기업이 손을 잡았다. 망 이용료와 관련해 논란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는 ‘상호접속 고시’를 개정하라는데 뜻을 모았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구글, 네이버, 넷플릭스, 왓챠, 카카오, 티빙, 페이스북 등 스타트업과 국내외 콘텐츠 제공업체(CP)들은 26일 성명을 내고 “망 비용 증가는 IT산업의 국제경쟁력 약화와 이용자의 이중부담을 초래한다”며 “하루빨리 상호접속고시를 개정해달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문제 삼는 상호접속고시(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는 지난 2016년 개정된 것이다. 동등한 수준의 망사업자(통신사)들이 상호 간의 데이터 전송에 따른 비용을 정산하지 않는 무정산 원칙을 폐기하고, 데이터 발신자의 부담으로 정산하도록 정하면서 CP들의 망 이용료가 오르는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측은 지금의 상호접속고시를 놓고 “정부가 세계에서 유례없이 통신사 간 상호정산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통신사가 IT 기업의 망 비용을 지속해서 상승시킬 수 있는 우월적 지위를 고착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페이스북과 방송통신위원회의 다툼에서 법원이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같은 주장이 더 힘을 받고 있다. 앞서 지난 22일 페이스북이 국내 접속 속도를 떨어뜨렸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위원회가 물린 과징금 처분에 반발해 낸 행정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이 원고인 페이스북의 승소를 판결했다. 만약 법원이 방통위의 손을 들어줬다면, 이 판결은 통신사가 망 이용료를 올리는데 적합한 근거로 쓰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방통위, 법정에서 페이스북에 완패했다]

코스포 측은 망 중립성과 망 상호접속 문제를 다루는 국제 비정부기구인 PCH(Packet Clearing House)가 2016년 148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근거로 99.98%의 인터넷 협정이 무정산 방식이었으며, 오직 0.02%만이 상호정산 방식을 채택했다고 설명한다.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상호접속고시와 과점 상태인 국내의 망 산업이 결합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망 비용이 증가하는 나라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가뜩이나 높았던 망 비용이 상호접속고시 개정 이후 더욱 증가하여 국내 CP의 망 비용 부담문제가 불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다가오는 5G 시대에 망 비용 부담 증가는 새로운 데이터 불평등을 가져올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은 4차산업혁명의 중요 분야 중 하나인데 이러한 서비스는 고화질 대용량 영상 전송이 수반되기 때문에, 과도한 망 비용을 안고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국내 IT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현재 VR과 AR 서비스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오히려 통신사 혹은 통신사 계열의 기업뿐”이라며 “통신사가 망 비용을 내부화하는 우월적 지위로 콘텐츠 산업에 진출하게 되면 공정경쟁의 원칙은 깨지고 관련 산업의 경쟁력도 저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망 비용의 지속적 상승구조가 결국에는 이용자의 부담 증가로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클라우드, 모바일 동영상 시청 등 인터넷 서비스가 일상화된 시대에 망 비용의 증가는 서비스 비용의 증가로 이어지고, 이용자들의 일상의 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코스포 측은 “정부는 역차별 해소를 명분으로 망 이용 계약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이는 오히려 국내 CP에게 부과되어 온 부당한 망 이용 대가를 정당화하고 고착시킬 것”이라며 “망 비용의 지속적 상승구조를 초래하는 현행 상호접속고시를 국제적 기준에 맞게 개정해야 국내에서 혁신적인 정보기술 서비스들이 다양하게 등장하여 성장할 수 있고 이용자들도 더 나은 서비스를 선택할 기회를 보장받는다”고 주장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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