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와의 법정 다툼에서 완승을 거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22일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청구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인터넷 업계와 통신업계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망비용을 둘러싸고 통신업계와 인터넷 서비스 업체 사이에 갈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무게의 추가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건 개요

이번 사건은 2016년말부터 2017년 초까지 페이스북이 SK(SK텔레콤, SK브로드밴드)와 LGU+의 접속경로를 바꾸면서 시작됐다. 원래 SK와 LGU+는 KT로부터 페이스북 데이터를 받았다. KT가 일종의 국제공항 역할을 한 것이다. 해외에 있는 페이스북 서버의 데이터가 KT를 통해 한국에 들어오고, SK와 LG U+는 KT 목동 데이터센터에 있는 페이스북 캐시서버로부터 데이터를 가져다가 자사 고객에 전달했다. 페이스북은 국제공항 격인 KT에 일정 비용을 지불했다.

이 때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KT, SK, LG U+ 등 동등한 지위를 가진 통신사(peering)는 서로 주고받는 데이터에 대해 비용을 정산하지 않도록 하는 규정(상호접속고시)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6년 상호접속고시가 변경되면서 이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 새로운 상호접속고시는 동등한 지위의 통신사라도 데이터를 보내는 쪽에서 비용을 내도록 했다. 마치 전화를 건 사람이 전화요금을 내는 것과 유사한 시스템이다.

KT는 국제공항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들어온 데이터를 SKT와 LG U+에 보내는 일이 많다. 결국 상호접속고시의 변경으로 KT의 비용부담이 늘어났다. KT는 이에 페이스북에 추가비용을 요구했고, 페이스북은 SK와 LG U+의 접속경로를 홍콩으로 바꿨다. 문제는 SK와 홍콩 IDC 간 네트워크 용량에 한계(80Gbps)가 있었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의 접속경로를 바꿈에 따라 한계 용량을 넘었고, SK브로드밴드의 일부 트래픽이 다른 나라를 우회하면서 병목현상이 발생했다. LG유플러스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페이스북의 주장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접속경로를 바꿨다고 해서 속도가 느려질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실제 SK나 LG유플러스의 해외 네트워크 용량이 충분했다면 이용자의 체감 속도는 느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페이스북 측에 물었다. 지난 해 3월 페이스북이 서버 접속 경로를 바꿔 이용자에게 불편을 초래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9600만원을 물렸다. ‘접속경로 변경’이라는 행위를 한 주체가 페이스북이니까 페이스북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페이스북은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고의적으로 이용자의 경험을 저하시켰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1심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 내용

판결문을 보면 페이스북의 완승이라고 볼 수 있다.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인 반면, 방통위의 주장은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행위가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이용 제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이 ‘이용 제한’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용이 지연되거나 이용이 불편하다고 해서 제한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재판부는 “SK와 LG유플러스가 해외 전송망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면 접속경로 변경으로 인해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이용이 지연되거나 이용에 불편을 초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만약 CP(콘텐츠 업체)에 대해 서비스 품질과 관련된 법적 규제의 폭을 넓힌다면 CP의 정보제공행위도 규제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의 이용을 막은 적이 전혀 없고, 접속경로 변경으로 인하여 이용자들이 이용을 못하게 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못박았다.

재판부는 특히 “인터넷 응답속도 등 인터넷접속서비스의 품질은 기본적으로 ISP가 관리.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지, 원고와 같은 CP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면서 “CP가 접속 경로를 변경하여 접속경로별 트래픽 양을 조절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양측 반응

1심 재판이 끝나고 방통위와 페이스북은 각각 입장을 발표했다.

페이스북 측은 판결 직후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페이스북은 한국 이용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방통위는 “방통위는 판결문이 입수 되는대로 판결내용을 면밀히 검토하여 항소 할 예정”이라며 “향후에도 방통위는 글로벌 콘텐츠 제공사업자의 불공정 행위와 이용자이익 침해 행위에 대해서 국내사업자와 동등하게 규제를 집행하는 등 국내외 사업자간 역차별 해소를 위해 노력 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관심

통신사들은 방통위의 승소를 간절히 바랐다. 이를 통해 국내외 CP에 망이용 대가를 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특히 구글이나 페이스북,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업체의 트래픽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페이스북에 승리한다면, 앞으로 망이용 대가를 더 받으려는 통신사의 주장에 큰 힘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망 서비스 품질을 이유로 CP를 규제하는 것은 CP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명시했다. ISP(통신사)와 CP의 대결구도에서 CP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방통위는 다소 난감해졌다. 방통위는 페이스북 사건을 계기로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중이었다. 이 가이드라인은 CP에 불리한 입장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망 이용대가 협상을 요구하면 응해야 하고, 적정한 전용회선 용량을 확보할 의무와 접속경로 변경시 사전 협의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인터넷기업협회는 이 가이드라인에 대해 “기간통신사업자인 통신사들의 매출 확대 기반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인터넷 산업의 진입장벽을 만들어 인터넷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했다.

이번 이번 판결로 방통위는 인터넷 업체들이 반대하는 가이드라인을 강행할 명분이 약해졌다. 재판부가 인터넷 서비스 품질에 대한 책임은 ISP(통신사)에 있음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판결이 주는 맥락적 해석을 애써 외면하는 분위기다. 방통위측은 “이번 소송은 접속경로 변경에 따른 이용자 이익 침해 여부를 다툰 것으로, 글로벌 IT 업체의 망 이용 대가에 관한 것은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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