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롯데 합작법인 대표가 만든 ‘블록체인 물류’ 큰 그림
카카오와 롯데글로벌로지스, 그리고 델레오. 이 세 업체가 만든 합작법인(JV)이 있으니 이지고(Easygo)다. 한 때 업계에는 ‘카카오택배’가 탄생한다는 소문이 돌았고, 그 카카오택배를 운영하는 업체가 이 ‘이지고’가 될 것이라는 말이 함께 나왔다. [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콘텐츠를 참고하자. 이 기사 쓰던 시기에는 썰이었고, 썰은 현실로 다가왔다 : [엄지용의 물류 까대기] ‘쿠팡’, ‘단가 인상’, ‘카카오’로 본 2019 택배판]
소문은 지난 6월 카카오페이가 롯데글로벌로지스와 손잡고 카카오톡 메신저 안에서 배송예약과 배송비 결제를 할 수 있는 ‘카카오페이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히면서 실체화 됐다. 이 ‘카카오페이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가 ‘이지고’다.
카카오페이 배송은 카카오톡을 통해 사용자가 배송지를 입력하거나 물품을 받을 카카오톡 친구에게 배송지 입력을 요청한 뒤, 편의점이나 택배기사 방문을 통해 실제 물건을 부치는 서비스다. 그러니까 택배 서비스로 분류하자면 일반 소비자가 일반 소비자에게 보내는 ‘C2C택배’다.
블록체인 물류의 큰 그림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델레오의 COO를 겸직하고 있는 이진호 이지고 대표가 블록체인 물류 플랫폼 ‘디카르고(Dkargo)’를 구축한다고 13일 밝혔다. 디카르고는 델레오의 임원들이 함께 만들었다. 이병래 델레오 CTO가 디카르고 CTO를, 양중원 델레오 CSO가 디카르고의 CSO를 겸직한다.
디카르고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물류의 끝판왕 기술이라고 이야기 되는 ‘블록체인’을 플랫폼에 적용하는 것이다. 블록체인을 통해 폐쇄적인 물류판의 ‘가시성’과 ‘투명성’을 확보한다.
자잘하게 해운, 라스트마일 물류와 같이 물류의 ‘일부 영역’에만 집중하는 플랫폼도 아니다. 퍼스트마일부터 미드마일, 라스트마일에 이르는 물류 전 영역을 아우르는 ‘개방형 블록체인 물류 플랫폼’을 만든다고 한다. 산업물류(B2B)와 생활물류(B2C, C2C), B2B 국제물류와 B2C 국제 전자상거래 물류 등 물류의 모든 영역을 다룬다.
여기에 더해 ‘이종산업의 융합’까지 이야기 한다. 기존 물류사업에서 활용되는 운송수단이 아닌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자를 플랫폼에 참여시켜 물류 생태계를 확장시킨다는 것이다. 예컨대 출퇴근하는 개인·택시기사·동네가게·코인로커 등 물류 서비스와 상관없던 다양한 참여자들까지 디카르고 플랫폼에서 협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큰 그림으로 만드는 ‘개인화된 물류 서비스’
이렇게 만든 디카르고 물류 플랫폼은 사용자(화주)에게 ‘개인화된 물류 서비스’를 경험하게 한다고 한다. 사용자들이 물류 플랫폼에서 원하는 물류 서비스 파트너를 선택하거나, 최적의 경로를 구성하는 파트너를 플랫폼에서 추천을 받는 식으로 자유롭게 서비스 모듈을 구성해 자신에게 맞는 물류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사용하는 방법은 이렇다. 디카르고 플랫폼 사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물류 서비스의 특성을 플랫폼에 입력하고 ‘최적의 경로’를 추천받는다. 사용자가 화물의 종류와 크기, 무게, 목적지, 운송 기한, 운송비용, 물류 연계서비스 필요 여부, 기타 취급 주의사항을 입력하면, 이를 바탕으로 디카르고가 다양한 조합의 물류 경로를 복수로 추천하는 방식이다. 사용자가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조합을 선택하면, 그 조합에 포함된 참여자들과 물류 계약이 자동 체결된다. 이렇게 체결된 계약은 블록체인 상에 기록되며, 이에 따라 비용 지급을 위한 스마트 컨트랙트가 생성된다. 이렇게 디카르고는 물류의 구간을 분리해 각 구간을 가장 효율적인 참여자에게 맡김으로써 전체 물류 네트워크의 효율을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쉽지 않은 큰 그림을 만드는 방법
어려운 일이다. 블록체인까지 가기 전에 ‘물류 플랫폼’이 힘을 발휘하려면 각 영역에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많은 서비스 공급사와 서비스 니즈가 있는 소비자(화주)를 유입시킬 필요가 있는데, 그게 어렵다. 물류업계는 폐쇄적이다. 업계가 자사의 정보 공개를 극도로 꺼리는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공급자와 소비자를 설득하여 네트워크로 끌어들이느냐가 플랫폼 성공의 관건이다.
예컨대 하나의 국제물류 프로세스만 보더라도 화주, 수입업체, 선사, 항공사, 터미널, 세관, 금융보험사 등 수십개의 기업과 기관이 협력하여 서비스를 만든다. 그리고 국제물류 프로세스는 ‘하나’가 아니다. 훨씬 더 많은 기업과 기관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해야만 의미를 만들 수 있다. [참고 콘텐츠 : 블록체인 물류, 정말 뜨나요?]
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디카르고는 플랫폼에 더 많은 공급자와 소비자를 유입시키기 위해 플랫폼 참여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서 화주는 발송하는 화물의 정보와 계약정보, 화물을 수거해 간 참여자에 대한 평가를 입력함으로써 인센티브를 얻을 수 있다. 물류업체와 운송인은 자신의 가용 자원 현황과 운송 중인 화물의 상태, 화물을 운송·보관하는 환경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고 인센티브를 받는다. 마지막으로 화물을 수령하는 소비자(기업) 또한 화물의 최종 상태와 라스트마일 물류를 담당한 운송인에 대한 평가를 입력하고 인센티브를 받는다.
여기서 인센티브란 실물화폐로 전환 가능한 ‘포인트’다. 포인트는 암호화폐로, 나아가서는 법정 ‘실물화폐’로 전환 가능하다. 디카르고는 내년 1분기를 목표로 플랫폼상에서 데이터를 거래하고 토큰을 받는 구조의 데이터마켓까지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데이터 수요자는 디카르고 데이터 마켓을 통해 특정한 특성을 가진 데이터의 소유자를 손쉽게 검색할 수 있으며, 데이터 소유자에게 일정량의 DKA 토큰을 제공하고 데이터 사용권을 구매할 수 있다. DKA 토큰은 디카르고 플랫폼 상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경제활동에 활용된다.
디카르고 관계자는 “공급자와 소비자를 막론하여 디카르고 플랫폼에 데이터를 등록하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며 “다만 데이터의 가치에 따라서 더 중요한 데이터에는 더 많은 인센티브를, 그렇지 못한 데이터에는 조금 적은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하도록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큰 그림, 현실 될까
디카르고의 물류 플랫폼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 위에 나온 모든 내용은 디카르고가 바라는 ‘청사진’이라는 이야기다. 디카르고는 올해 4분기 디카르고 플랫폼 알파 버전을 공개하고, 내년 1분기에 베타 버전을 공개하며, 내년 4분기 중에 플랫폼 정식 버전을 론칭한다는 계획이다.
디카르고가 제대로 동작할지, 얼마나 많은 물류 서비스 파트너와 화주들이 디카르고의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가할지는 내년 1분기는 돼야 가시화될 전망이다. 당장 디카르고는 알파 버전 공개에 맞춰서 물류 서비스 사용자의 피드백 수집(정보 연동)과 국제물류 파트너 확보(물류 연동), 중고거래 연관 서비스 제공(연계서비스 연동)을 통해 시장 연착륙에 주력한다.
이진호 디카르고 대표는 “오늘날 물류 산업은 산업물류에서 생활물류로의 무게중심 이동, 국가간 전자상거래의 급성장, 제조·유통·물류의 경계 붕괴 등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겪고 있다”며 “디카르고는 블록체인 기반 플렉서블 물류 플랫폼으로 물류 산업을 혁신해 물류 시장에 산적한 현안들을 해결하는 한편, 물류의 영역을 확장하고 물류 산업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 밝혔다.
어찌됐든 카카오와 롯데글로벌로지스, 델레오, 이지고, 그리고 디카르고. 서로 다르지만 닮아 보이는 이 기업들이 바라보는 큰 그림엔 ‘물류’, 그리고 ‘블록체인’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류의 영원한 숙제 ‘가시성’을 만드는 끝판왕 기술이 블록체인이라는 데는 업계의 별 다른 이견이 없는 상황에서, 디카르고가 ‘현실화된 블록체인 물류’를 만들어줄지 기대해 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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