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퍼스트 수수료 정책 변경과 알리바바와 아마존의 전쟁, 그 관계

월드퍼스트가 19일부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글로벌셀러의 송금 수수료 정책을 변경했다. 월드퍼스트가 내건 수수료는 종전 기준 수수료 1.2% 대비 적게는 60%, 많게는 90% 가까이 인하된 수치다. 이번 수수료 정책 변경은 중국을 시작으로 한국에 두 번째로 적용됐으며, 향후 월드퍼스트가 진출한 모든 국가로 순차적으로 확장 적용될 예정이다.

[잠깐 설명] 월드퍼스트는 해외 마켓플레이스에서 판매하는 셀러들이 현지 통화를 수취할 수 있도록 가상계좌를 개설해주고, 한국까지 송금해주는 서비스를 하는 업체다. 해외 마켓플레이스 판매를 위해서는 현지 은행 계좌가 필수인 경우가 많은데, 이것을 만들기 위해 생기는 부가적인 노력과 비용을 상당 부분 감소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실제로 아마존 등 글로벌 마켓플레이스 판매를 위해서 월드퍼스트와 같은 서비스는 그야말로 공기 같이 활용된다. 한국에서는 월드퍼스트 외에도 페이오니아, IBK기업은행의 페이고스, 페이팔 등이 유사 서비스로 경쟁하고 있다. 이 업체들의 주 수입모델은 송금 수수료고, 월드퍼스트는 이번에 이 수수료 정책을 변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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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퍼스트가 변경한 수수료 정책은 크게 3개의 구간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월 5만달러 미만의 금액을 송금 받는 글로벌셀러에게 적용되는 0.5%다. 두 번째는 5만~50만달러의 금액을 수취하는 이들에게 적용되는 0.25%다. 마지막은 50만달러 이상의 금액을 수취하는 이에게 적용되는 수수료 0.15%다. 월드퍼스트에 따르면 0.15% 까지 가면 그야말로 다 내려놓은 숫자고, 실제로도 파격적인 수수료 정책이 맞다.

월드퍼스트가 이번에 수수료 정책을 변경한 이유는 ‘가격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 동안의 기준 수수료 1.2%에는 투명성이 없었냐고 묻는다면, ‘기준’의 함정이 있다. 월드퍼스트가 1.2%를 기준으로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대량 판매하는 글로벌셀러들을 영업하기 위해 ‘수수료’ 할인을 적용해줬다는 설명이다. 물류판에서 택배비를 누구는 건당 2500원에, 다른 누구는 1500원에 이용하는 것처럼 이 동네에서도 ‘볼륨 디스카운트’는 적용돼 왔다.

월드퍼스트의 새로운 송금 수수료 구간과 시장 평균 수수료 비교. 한국 1위 송금 서비스 업체 페이오니아 역시 월드퍼스트와 같은 기준 수수료 1.2%를 제공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것보다 낮은 수수료를 적용받는 글로벌셀러들이 많았다. 이 동네에서도 물량이 곧 갑이다. (자료 : 월드퍼스트)

월드퍼스트의 가격 정책 변경은 더 이상의 ‘저단가 경쟁’은 멈춘다는 것을 시사한다. 더 이상 내리지 못할 만큼의 수수료 구간을 제시하고, 기준을 넘어가는 수수료 할인은 하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그게 월드퍼스트가 말하는 ‘투명성’이다. 최형렬 월드퍼스트 한국총괄은 “(이번 수수료 정책 변경이) 핀테크 기업을 표방하는 월드퍼스트가 한국의 셀러들을 지원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한국 셀러들이 해외 마켓플레이스 판매할 때 우리 수수료를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조금 다른 의견들

월드퍼스트의 수수료 인하는 월드퍼스트의 ‘이익’을 감소시킨다. 서비스를 만드는 원가는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매출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월드퍼스트가 이런 파격을 시도할 수 있는 배경에는 ‘알리바바그룹’이 있다. 월드퍼스트는 지난 2월 알리바바그룹 계열 금융자회사 앤트파이낸셜에 인수됐다. 월드퍼스트도 수수료 정책 변경에 따른 이익 감소에 대한 고민이 있었지만, 알리바바그룹의 탄탄한 자본이 그 고민을 상당 부분 해결해줬다고 한다. 월드퍼스트는 수수료 정책 변경을 기반으로 한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었다.

반면, 큰 변화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는 일부 셀러의 의견도 있다. 아마존에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한 대형 글로벌셀러에 따르면 월드퍼스트가 알리바바그룹으로 편입된 이후 아마존에서 월드퍼스트로 들어가는 자금에 대한 승인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아마존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한 글로벌셀러는 “(수수료 정책 변화 이전에도) 월드퍼스트로부터 더 저렴한 수수료를 제시 받은 업체는 많았지만, 잘 바꾸지 않았다”며 “셀러들은 아마존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안다. 아마존과의 궁합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는 글로벌셀러의 오해일 수 있다는 의견이 함께 제기된다. 현지 은행의 휴일 등으로 인해 송금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지만, 아마존과 관계로 인해 생긴 문제는 없었고 아마존과 월드퍼스트의 파트너십은 문제 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이 됐든 월드퍼스트를 포함한 글로벌 송금 서비스들은 그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아마존에만 존속되지 않은 자체 생태계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업체들의 경쟁이 계속 된다면 궁극적으로 글로벌 송금 수수료 또한 무료로 떨어질 것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이렇게 된다면 수수료가 아닌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는 것도 업체들의 숙제가 될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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