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지만 셀러들, 그 중에서도 해외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하여 상품을 판매하는 ‘글로벌 셀러’에게는 매우 익숙한 기업들이 있다. 월드퍼스트, 페이오니아, 페이팔과 같은 글로벌 송금 서비스 제공 기업이다.

이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하다. 글로벌셀러들이 해외 마켓플레이스에서 판매하고 현지 고객에게 받은 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가상계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글로벌셀러는 그렇게 가상계좌로 지급 받은 대금을 원화로 환전하여 한국의 은행 계좌로 지급받을 수 있다. 가상계좌를 개설하는 업체들은 셀러들에게 1~4%의 수수료를 공제한다. 설명 끝이다.

왜 굳이 이런 게 필요한가

누군가는 왜 굳이 이런 서비스가 필요하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셀러들이 글로벌 마켓플레이스에서 상품을 팔기 위한 기본 조건으로 ‘현지계좌’가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당장 아마존만 하더라도 현지은행 계좌가 없으면 셀러 가입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계좌를 만드는 과정이 굉장히 번거롭다. 페이오니아 이우용 한국지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글로벌 대금 송금 솔루션이 없었을 때 글로벌셀러들은 현지 은행에 직접 방문하여 은행계좌를 만들어야 했다. 미국은행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왕복 항공기 값을 지불하고 괌이나 하와이에 방문했다고 한다. 계좌를 만들어도 현지계좌에서 한국으로 돈을 송금할 때 붙는 수수료는 만만치 않다. 경우에 따라서 실제 대금을 지급받는 데까지 소요되는 기간도 오래 걸렸다. [참고 콘텐츠: 공급망금융을 아시나요?]

이런 번거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페이오니아, 월드퍼스트 같은 글로벌 송금 서비스들이다. 월드퍼스트를 예로 들자면, 가상계좌로 대금을 수취한 고객이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특정 국가의 계좌로 얼마만큼 돈을 보내겠다고 입력만 하면 이체요청이 끝난다. 그렇게 요청한 금액은 수수료(월드퍼스트의 경우 한국 기준 수수료 1.1%)를 차감하여 당일, 혹은 D+1일 안에 요청한 계좌로 송금된다. 셀러가 국경을 넘지 않고도 글로벌 은행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쉽게 접근하도록 하는 것이 글로벌 송금 서비스가 제공하는 공통 핵심 가치다.

글로벌 송금 서비스는 마켓플레이스의 금융비용을 절감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월드퍼스트 관계자에 따르면 몇몇 마켓플레이스들은 현지화폐로 지급 받은 돈을 직접 환전하여 글로벌셀러에게 입금을 해주기도 하는데, 이런 행위는 그 자체로 추가적인 공수와 비용을 발생시킨다. 만약 마켓플레이스가 해외 송금 서비스 업체와 협력한다면, 글로벌셀러에게 대금을 전달하는데 드는 금융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글로벌셀러가 판매하는 다양한 상품을 마켓플레이스로 유입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페이오니아의 파트너사. 페이오니아는 에어비앤비, 업워크 같은 글로벌 고객의 대금 수취 니즈가 있는 프리랜서 플랫폼과도 제휴했다. 반면, 월드퍼스트는 마켓플레이스(Amazon, eBay, Shopify, Etsy, Wish, Yahoo Japan, Auction, Newegg, Cdiscount,  Priceminister 등 10개 업체 제휴)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자료: 페이오니아)

사업의 핵심열쇠 ‘은행’

글로벌 송금 서비스의 열쇠는 가상계좌를 개설해줄 수 있는 ‘은행’과의 제휴에 있다. 글로벌 송금 서비스는 ‘플랫폼’의 역할을 하는 것이고, 실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는 은행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굳이 왜 은행은 직접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플랫폼과 협력을 선택했을까. 월드퍼스트 최형렬 한국총괄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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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퍼스트의 창업자는 창업 전에 시티은행에서 국제송금 업무를 했어요. 그러다가 고민에 빠진 것이죠. 국제송금 가격이 비싸고 불편한데,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는 그렇게 시티은행을 나와 월드퍼스트를 창업했고, 첫 번째 제휴은행으로 시티은행에 제안을 합니다. 은행이 직접 영업하지 않고, 새롭게 영업하기에도 애매한 SME(Small Medium Enterprise, 중소기업) 시장에서 월드퍼스트가 영업을 대행해주고 시스템 측면에서도 안정적인 운영을 해준다는 것이 설득의 묘였죠. 그렇게 월드퍼스트는 시티은행과 제휴를 만들어내고, 이후 시티은행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바클레이즈, 도이치은행과도 협업할 수 있게 됐어요”

쉽게 말하면 글로벌 송금 서비스가 기존 은행이 소홀했던 중소기업을 영입하는 영업 대행 창구가 됐다는 것이 최 총괄의 설명이다. 때문에 월드퍼스트는 애초에 ‘대기업’을 대상으로 했던 서비스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기업까지 영업대상을 확장하고 있다고 한다. 최 총괄은 “대기업은 이미 전 세계에 지사를 설립하고, 은행으로부터 금융비용 우대를 받는 경우가 많아서 월드퍼스트와 같은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조금 떨어지는 편이 맞다”며 “하지만 대기업도 지사가 설립되지 않은 새로운 시장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송금을 받을 수 있는 조금 더 빠르고 편리한 방법으로 월드퍼스트와 같은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니즈가 존재하여 영업을 시작한 것”이라 설명했다.

참고로 말하자면 은행도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돈 되는 시장이라고 판단되면 진입한다. 월드퍼스트, 페이오니아와 비슷한 개념으로 가상계좌 개설 및 해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페이고스’라는 솔루션이 있는데 한국의 IBK기업은행이 운영하고 있다.

성장하는 시장의 경쟁력

글로벌 송금 시장은 확실히 크고 있다. 월드퍼스트에 따르면 월드퍼스트 단일 업체를 통해 중개된 해외 송금액만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20조원에 가깝다고 한다. 월드퍼스트는 2004년 영국에서 창업한 이후 누적 100조원 이상의 해외송금을 지원했다.

지금 한국은 글로벌 해외송금 업체들의 각축장이 됐다. 아마존, 징둥, 쇼피, 라자다 등 글로벌 마켓플레이스들이 한국 상품 소싱에 관심을 갖고 사무실을 연 것이 첫 번째 이유다. 해외송금 솔루션 시장은 글로벌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하여 상품을 판매하는 셀러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함께 성장하는 파생상품 시장이다. 두 번째 이유는 한국에서 글로벌셀링 시장 자체가 크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의 전자상거래 수출액만 2018년 기준 32억5200만달러(약 3조8500억원)이고, 해마다 20~30%대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성장하는 해외송금 시장의 경쟁력으로는 ‘안정성’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최 총괄은 “월드퍼스트는 글로벌 은행 수준의 컴플라이언스를 절대적으로 준수하고 조금의 오점도 남기지 않으려고 한다”며 “월드퍼스트가 컴플라이언스에서 확실하지 않은 서비스는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서 고객이 보기에는 답답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이것은 월드퍼스트의 정체성이기에 확실하게 지켜가고 싶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준법감시)’란 쉽게 말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관련 법규를 준수하기 위해 설계한 시스템이다. 예컨대 미국 금융 당국이 요구하는 컴플라이언스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KYC(Know Your Customer) 원칙이고, 두 번째는 AML(Anti-Money Laundering,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이다. 금융업체는 모든 거래에 있어서 고객의 신분과 거래 종류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하며, 차명거래 등으로 합법거래를 위장한 금융거래를 시스템으로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월드퍼스트는 가상계좌로 받은 현지통화를 지정한 계좌로 송금 받지 않고, 현지은행에서 인출하는 것을 엄금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가상계좌에서 인출한 사람이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인출한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다면, 한국 국세청의 ‘자금 추적’이 되지 않는다. 당연히 컴플라이언스 측면에서 탈세 등 위험성이 존재하는 행위이기에 금지했다는 게 월드퍼스트측 설명이다.

준법정신이 갖는 힘

컴플라이언스 이행은 상대적으로 사업의 ‘속도’를 떨어뜨릴 수 있지만, 반대로 금융업체와 규제기관과의 협업을 유리하게 가져가고 신뢰를 만들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는 게 월드퍼스트의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월드퍼스트가 글로벌에서도 쟁쟁한 세 개의 거대 은행과 제휴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컴플라이언스 준수가 크게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최 총괄은 “월드퍼스트가 컴플라이언스를 준수하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 사업의 위험요소가 적고, 관리는 더 용이하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며 “월드퍼스트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은행과 협업하여 새로운 통화를 수취할 수 있는 가상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이유”라 밝혔다.

다른 예로 월드퍼스트는 지난해부터 전자상거래 수출입 관련 송금뿐만 아니라 B2B무역 시장의 송금업무를 시작하게 됐다. 월드퍼스트와 제휴하고 있는 은행들이 월드퍼스트 가상계좌에서 제3자에게 금액을 송금할 수 있는 구간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 제3자 송금은 자신의 가상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송금 받아 돈의 출처가 명확한 ‘글로벌셀러 송금’과 달리 금융 측면의 복잡도와 위험이 크게 늘어나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가능해진 이유는 월드퍼스트가 지난 15년 동안 은행들에 대한 신뢰를 만들고 운영 측면에서 전문성을 증명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국 시장에서는 올해부터 B2B수출업체를 대상으로 영업을 시작했는데, 이 또한 여러 법적 검토를 마치고 진입했기에 시간이 조금 걸린 결과라고 한다.

최 총괄은 “얼핏 보기에는 미세한 차이지만, 이 같은 변화가 우리 같은 가상계좌 사업자에게는 굉장히 큰 진보”라며 “기존 B2B사업자가 미국에서 받은 무역대금을 한국에서 받아서 다시 중국 벤더에게 정산하는 프로세스가 아니라, 미국에서 중국 벤더에게 바로 송금하여 금융비용과 시간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